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
2화
【소설】
회귀란 참으로 편하다. 다양한 루트의 해결 방안을 기억해 내 문제를 손쉽게 풀 수도 있고, 미래에 이익이 되는 것을 전부 내 손안에 들어오게 할 수도 있으니까.
하나, 내게는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결과가 같은데 굳이 다른 방법으로 일을 해결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또한, 회귀의 기억은 어릴 때부터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시점에 모든 기억이 돌아온다. 물론 전 회차의 기억이 모두 완벽히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모든 걸 기억할 정도로 똑똑한 편도 아니었으니. 몇몇 회차는 가물가물했다.
그런 규칙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 전에 맨 처음부터 회귀에 대해 기억하려고 머리를 쥐어뜯어 보기도 했으나, 전부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포기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확신했다. 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러나 한번 일어난 이변은, 내 예상을 뒤엎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뒤틀릴 줄은 몰랐는데.’
눈앞에 놓인 몬스터 시체를 바라보며 기억이 없던 때를 회상하니 절로 한숨이 푹푹 쏟아져 나왔다.
이변은 시간을 조금 되돌려 7년 전, 내가 열여덟 살이던 때 시작됐다. 망할 쓸모없는 기억들이 제 일을 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
“지언아, 여긴 소설 속이야.”
“뭔 소리야.”
뜬금없는 소리였다. 장난이라기에는 타이밍이 각자 외출을 하기 전 평범히 밥을 먹던 때였고, 진실이라기엔 누가 봐도 거짓말인 그런 소리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냥 평소 단순 장난을 치지 않던 형이 막 뱉은 농담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것이, 한 달간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
“3년 뒤에 게이트가 생겨.”
“트럭에 치여서 이세계 가는 게 더 신빙성 있다.”
하루가 지나고.
“게이트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 몸에 문양이 생겨.”
“와, 대단하네.”
하루가 지나고.
“게이트를 없애지 않으면 몬스터가 나와.”
“어.”
하루가 지나도.
“여긴 소설 속이야. 그리고 난 빙의…했고.”
반복되는 형의 장난은, 내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적당히 해.”
한껏 표정을 찌푸려 재미도 뭣도 없는 형의 농담에 경고를 보냈지만 형은 참으로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감정이 존재는 할까 싶을 정도로 아무런 동요도 없는 얼굴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부모님은 일하러 가셔 계시지 않았기에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현재. 상황을 말릴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래서 뭐, 나는 소설 속 사람이니까 형이랑은 다르다?”
“그런 뜻이―”
“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형, 미친 건 자각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한 달 내내 그 소리만 지껄이냐고. 사람 새끼가 맞긴 해?”
“…….”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 혹시 내 시험 망치려고 그러는 거야? 그러면 축하해. 대성공이니까.”
말을 하면 할수록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만 생겨났다. 나는 화를 꾹 참고 먼 산을 바라보다 다시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여전히, 짜증 나게도 세상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친 새끼…….”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하긴, 한 달 내내 헛소리만 지껄인 사람에게 무슨 말이 통할까.
할 말을 잃은 나는 그대로 뒤로 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며 문을 거세게 닫았다. 다음 날이 되면 형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거나, 아무 일 없듯 행동하겠지 싶은 마음으로 다음 날을 맞이했다.
그러나 돌아온 다음 날의 상황은, 참으로 어이없기 그지없었다.
“형은?”
“자취한다고 했잖아. 못 들었어?”
“허?”
그래, 스무 살이나 됐으니 자취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어이없게 다가왔다. 싸운 다음 날에 나가다니. 누가 봐도 싸워서 나간 걸로 보이지 않는가.
“참 나…….”
그러나 딱히 별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차라리 잘됐다, 이 정도? 매일 미친 소리를 들을 바에야 차라리 눈앞에 없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렇게 어언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
내가 순조롭게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불행은 서서히 찾아왔다.
“어? 야, 이거 봤냐?”
“뭔데.”
평소보다 일찍 끝난 수업에 한가로이 다음 수업으로 향할 때, 휴대폰만 하며 걷던 친구가 불쑥 내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휴대폰 화면에 나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가 펴며 화면을 바라봤다.
“문…양?”
“겁나 간지나지 않냐?”
“뭔……. 야, 마허윤. 게임 좀 그만해라. 별게 다 멋있대. 그게 그렇게 간지나면 문신이라도 하든가.”
“아, 그거랑 같냐!”
그러며 마허윤이 내 등을 팡팡 두들기자 반사적으로 몸이 구부러졌다. 하루 이틀 이러는 게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만, 아픈 건 아프다고.
나는 욕을 중얼거리며 다시 길을 걷는 마허윤을 따라 걸으려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희미한 기시감에 문득 발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문양?’
왠지 모를 기시감에 뇌를 이리저리 굴려 기억을 되짚어 보았으나 기억나는 건 없었다.
“야, 빨리 와!”
“아, 가.”
마허윤에 부름에 기시감의 정체를 뒤로한 나는 다시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기억 안 나는 거 보면 뭐, 별거 아니겠지.”
다가올 불행을 예견하지 못한 채, 태평히 길을 걸었다.
그렇게 다음 수업에 일찍이 도착했다. 수업을 시작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눈이 꾸벅꾸벅 감겼다. 옆을 돌아보자 이미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마허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찍 잤던 것 같은데.’
기억을 이리저리 되짚어 보자 새벽 세 시라는 시간까지 멍청하게 게임을 했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과거의 내 모습에 한탄하며, 그래도 하루 정도는 버려도 되겠지 하고 마허윤처럼 잠을 청하기 위해 책상 위로 엎드렸다.
아니, 엎드리려 했다.
“으아아악!”
귀를 강타하는 비명에, 채 엎드리기도 전에 일어나 버렸으니.
무거웠던 눈이 번쩍 떠지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 역시 미어캣처럼 강의실 문밖을 바라보았다. 교수님은 별일 아닐 것이라며 집중하라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 어느 누가 수업에 집중하겠는가.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강의실. 누군가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들려오는 비명. 뒤이어 호기심 가득한 감탄사가 귀에 선명히 들어왔다.
“뭐야?”
술렁이는 소리에 마허윤마저 일어나 비몽사몽인 채 상황 파악을 했다. 정확히는 내 옷깃을 부여잡고 계속 뭔 일이냐며 물은 것뿐이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또 다른 한 명이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이 일어났다. 그렇게 모두가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다. 집중하라던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 역시도.
“도대체 뭐―”
시장통 같은 대학 복도를 겨우 비집고 나가 겨우 시야가 트인 곳으로 향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작게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내 생각을 읽은 듯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뭔데……. 와, 미친. 저게 뭐냐?”
동물이라고 하기에는 형태가 잡혀 있지 않았고, 무생물이라고 하기에는 묘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옛날에 가지고 놀던 액체 괴물과도 같은 모습을 한 무언가가, 복도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와, 미친…….”
마허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 대다수가 일제히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셔터음이 소란스레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멍하니 그 괴상한 것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3년 뒤에 게이트가 생겨.」
「게이트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 몸에 문양이 생겨.」
「게이트를 없애지 않으면 몬스터가 나와.」
영화처럼 물살이 치밀듯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으니까.
물론, 그것도 잠시였으니.
‘…내가 드디어 미쳤나.’
나는 형의 과거 발언들과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의 연관성을 믿지 않았다.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현실은 현실이며, 형의 말은 허무맹랑한 허언이나 다름없었으니.
‘잠깐 벙찐 나도 병신이다.’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자, 누군가의 장난이다, 몰래카메라다 등 그 누구도 저것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저런 걸 보고 진짜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이상했다.
내가 헛웃음을 내뱉자 옆에 있던 마허윤이 말을 걸어왔다.
“기분 나쁘게 왜 웃냐?”
“그냥. 그런 게 있어서.”
“됐고, 이것 봐 봐.”
불쑥. 마허윤이 내 얼굴에 휴대폰 화면을 바짝 붙여 왔다. 너무 바짝 붙은 휴대폰 화면에 나는 고개를 뒤로 하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서는 SNS 글들이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이게 뭘까요?] [더럽게 큰 꽃 생겼음. 뭐지?] [누가 슬렌더 맨 분장 했어! 퀄리티!!] [해변에 나타난 이상한 물고기. 징그러움;; 방사능 아니겠죠?]“이상하지 않냐?”
“…….”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그러나 나는 이 상황이 진짜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웃으며 마허윤의 말에 대답했다.
“네가 그러니까 오글거린다.”
“아, 쫌.”
“뭐, 무슨 소설도 아니…….”
「지언아, 여긴 소설 속이야.」
온몸의 닭살이 꽃 피듯 일어났다. 3년간 별생각 없이, 까맣게 잊고 지내던 것들이 갑자기 물밀듯 기억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지운 미친놈.’
만약 만난다면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권해야 하나.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던 와중, 누군가가 그 괴상한 것에 한 발 다가갔다.
“야, 빨리 찍어 줘.”
“아, 포즈나 잡아.”
“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더 극혐이네.”
그러며 깔깔 웃더니 그는 이내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는 괴상한 것에 닿기는 싫었는지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잠시.
“악!”
포즈를 취하다가 그만 제 발에 걸려 기우뚱, 괴상한 것 쪽으로 몸이 기울어진 그는 반사적으로 괴상한 것을 손으로 붙잡아 제 몸을 지탱했다.
“으악! 겁나 미끌―”
그리고 1초.
단 1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괴상한 것에 닿은 사람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그리고 단숨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원인이, 역시나 단숨에 그의 머리를 물어뜯어 버린 것은.
“…….”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카메라 셔터음이 일제히 멈추며 침묵이 찾아왔다.
핏물이 투둑 떨어지는 미약한 소리가 왜인지 선명히 귀에 들어왔다. 잘린 목의 단면이 내 두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이 순간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느리게 보였다. 이것이 전부 1초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느리게.
그렇게 시체가 바닥에 철퍼덕 떨어지고, 5초.
“꺄아아아악!”
“미친, X발!”
“엄마! 아아악!”
카메라 셔터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비명이 내 귀를 강타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괴상한 것, 아니, 괴물에게서 멀어지려 반대쪽으로 달렸다. 개중 뒤엉켜 넘어지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했고, 넘어져 밟히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는, 안전하게 뛰었다. 내가 이리 빠르게 뛸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태어난 이래 처음 내는 속도로 거침없이 달렸다.
‘저게 뭔, 무슨, 뭐.’
뇌가 돌아가지 않았다. 몸은 앞을 향해 달렸지만, 생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저게 가능한 일인가. 아니, 애초에 이게 현실이 맞긴 할까.
뒤에서 수없이 많은 비명이 들려오며,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무언가 찢겨 나가는 소리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나는 뛰었다. 다음은 내가 될까 두려워, 정신이 차가워지는 와중에도 다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곧이어, 살기 위한 내 몸부림은 등에 직격한 무언가에 의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