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
20화
한껏 당황한 모습을 뽐내며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자, 류천화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개방을 한 상태였다. 나는 의문에 찬 눈빛으로 류천화 씨를 바라보았다. 류천화 씨가 내 머릿속이라도 읽은 듯 입을 열었다.
“문양 개방 상태가 그다지 효율적인 차림이 아니라.”
다만, 주변의 시선이 없어 본래의 말투로 돌아왔다. 류천화 씨가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아까는 없었던 것 같은 흰 장갑이 손에 끼워져 있었다. 완전한 개방 대신 부분 개방을 한 것이었다.
“던전 상황을 보니… 혼자 다니기에는 턱없이 넓은 것 같네요.”
유아한 씨의 말에 모두가 동감하는 듯 침묵을 유지했다. 현재 우리가 위치한 옥상과 비슷한 크기의 건물들이 수없이 반짝였으니.
“콘셉트 한번 희한하네요.”
분명 우리 세상과 같은 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명백히 달랐다. 자동차처럼 보이는 이동 수단은 시커멓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고, 주민들은…….
“던전 주민이라서 그런지 온통 까맣네요. 닮지 않은 게 다행이라 해야 하나.”
“팔도 없는 것 같군. 다리도 없고.”
굳이 비교하자면 체스의 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니면 콩나물.
“그럼 우선 조를 나누도록 합시다.”
가장 조용했던 승현 헌터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저 밑의 주민들은 어찌할 거지?”
그러나 조를 나누기도 전에 류천화 씨가 다른 의견을 냈다. 류천화 씨의 질문에 유아한 씨가 먼저 의견을 냈다.
“다 처리하는 쪽이 깔끔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도 유아한 헌터의 말에 동의하는 쪽인데.”
류천화 씨가 유아한 씨의 말에 동의하고 나와 승현 헌터, 그리고 형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승현 헌터였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승현 헌터의 말에 동의합니다.”
나와 승현 헌터의 말이 끝나자 나머지 사람들이 일제히 형을 바라보았다. 몇 초 되지 않는 시간이 흐르고, 형이 말했다.
“…승현 헌터와 지언이 말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럼 건드리지 않는 쪽이 더 우세한데. 의견대로 조를 정하는 편이 좋은가?”
“그쪽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반반으로 섞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승현 헌터의 말에 류천화 씨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옅게 지었다.
“그러면… 저와 승현 길드장이 같이 다니고 나머지 셋―”
“저는 혼자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유아한 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형이 또다시 고집을 부렸다.
“…한지운 헌터. 혹시 던전에 보물이라도 숨겨 놨는지?”
슬며시 웃으며 말하는 류천화 씨의 말에 형이 단번에 반박하며 설명했다.
“그런 것은 아니고, 어차피 건드리지만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확률은 적기도 하고, 무엇보다 혼자가 더 빠르니까요.”
“…뭐, 굳이 의견을 꺾을 생각은 없으니 알아서 해도 상관은 없지만… 뿔난 동생부터 잘 달래 주는 게 좋을 듯한데.”
“뿔 안 났어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 형을 바라보았다. 형 역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아서 해. 다치지만 말고.”
“고마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형은 빠르게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잠만……!”
“내버려 둬요. 저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한두 번이 아니라고요?”
“네, 뭐. 그럼 슬슬 저희도 가르고 움직일까요?”
생긋 웃는 유아한 씨의 표정을 보니 더욱 어이가 없는 표정이 지어졌다. 그 표정을 미처 거두기도 전에 승현 헌터가 의견을 냈다.
“그럼 저와 유아한 헌터, 류천화 길드장과 한지언 헌터, 이렇게 나누도록 하죠.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있나요?”
반박의 의견은 없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 확실해졌을 때, 류천화 씨가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움직이지.”
우리는 형이 내려간 방향을 제외한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 움직였다.
턱. 건물 아래 골목으로 살포시 내려오자 길가를 지나다니는 검은 주민들이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연기가 피어오르듯 몸체 곳곳이 일렁였고, 다리가 없는데 어찌 움직이나 했던 의문은 꾸물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단번에 해결됐다.
“한지운 헌터가 걱정된다면 그쪽으로 가도 상관없는데.”
“뭐… 알아서 하겠죠.”
“삐진 건가?”
“아뇨.”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화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게 당황스러웠지, 다른 거는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고. 이전 회차에서도 형이 제일 강했던지라 혼자 다니는 걸로 정하기도 했으니까.
‘정할 때 대화가 조금 다르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늘 생각하는 거지만 형이 알고 있는 소설의 내용은 내 예상보다 세세한 듯했다. 능력치 상승 아이템, 보스의 패턴, 그리고 혼자 다니는 것까지. 이런 내용을 전부 세세히 적은 듯 보였다.
‘그런데 소설을 잘 알고 있다면 여기서 따로 다녀 봤자 딱히 얻을 게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미래 도시. 유아한 씨의 말 그대로 이곳은 미래 도시였다. 건물들이 빽빽이 자리 잡은, 그야말로 숨 쉴 곳 없는 도시였다. 혼자 다니며 건물을 털어 봤자 나오는 아이템은 없는데.
‘잠만……. 설마.’
…아니겠지. 그냥 혼자 다니는 거겠지.
‘미친 것도 아니고, 설마 그러겠어.’
던전의 크기가 상당하니 다음 층으로 가는 열쇠나, 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형 혼자 다니는 게 제격이었다. 그래서 형은 몇 번이고 혼자 다녔고. 그래. 아마 소설에 나온 정보를 편하게 사용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 이유 때문도 있을 것이었다.
“한지언 헌터?”
“네?”
어느덧 길가로 나가기 직전인 류천화 씨의 모습에 나는 순간 질겁해 뒷걸음질 쳤다.
“무슨 일 있나?”
류천화 씨는 그러며 길가로 손을 뻗고는 검은 주민을 붙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힌 검은 주민이 이리저리 몸을 휘두르며 저항하다가 이내 펑! 한순간에 몸이 터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무슨―”
“유감스럽게도 내 의견을 꺾을 생각이 없어서.”
“아니, 뒤를 좀 봐요!”
류천화 씨가 검은 주민을 건드릴 거라는 건 예상했다만, 거리가 너무 멀어 말리기에는 너무 늦었었다. 형에 관해 생각하느라 순간 정신을 놓은 것이 잘못이었다.
쿵! 가뜩이나 어두운 골목이, 거대한 그림자에 더욱 어두워졌다. 머리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류천화 씨가 고개를 올려 위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이건…….”
철 갑옷을 입은 거대한 검은 주민이 류천화 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하세―”
투웅! 류천화 씨의 발차기에 갑옷을 입은 검은 주민이 허공으로 붕 뜨며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안 없어지는 모양인데. 게다가 갑옷은 아이템인 것 같고.”
“아까처럼 터뜨리는 것도 안 돼요?”
“검은 형체만 있으면 되겠지만, 갑옷이 있어서.”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자니까.”
콰앙! 눈을 희번덕이는 듯한 갑옷 주민이 곧장 달려와 비좁은 골목으로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그 덕에 골목의 벽들에 우수수 금이 가며 커다란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 닥쳤다.
“…하나가 아닌 모양인데.”
“예?”
쿵! 쿵! 하나가 움직이니 다른 쪽에서 다른 거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
고개를 뒤로 돌리자 뒤쪽에 다른 갑옷 주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괜히 내려왔네요.”
“다시 올라가도 된다만.”
“그 뜻이 아니잖아요.”
내려오지만 않았다면 이 인간이 검은 주민을 만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갑옷 주민과 대치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한지언 헌터.”
“예?”
“들어오는군.”
말 그대로였다. 거대한 갑옷 주민이 제 몸을 욱여 억지로 골목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윽!”
나는 곧장 능력을 사용했다. 펑! 퍼벙! 하얀 별들이 단숨에 쏘아져 갑옷 주민의 갑옷에 닿자마자 터졌지만, 갑옷은 흠집 없이 멀쩡했다. S급이 이렇게 연약하게 보이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말이지.
“어떻게 좀 해 봐요!”
“딱히 묘안이 떠오르지는 않는데.”
“류천화 씨가 이리 만든 거잖아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을 하고 일을 치셨어야죠!”
“굳이 저걸 없애야 하는 건가?”
“네?”
“그냥 도망치면 되는 것을.”
휘릭. 등을 맞댄 류천화 씨가 잠시 돈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가 이내 쾅!
“또 뭘―”
“뛰어.”
턱. 들어 올렸던 발을 내린 류천화 씨가 어느새 날아간 갑옷 주민이 있던 골목 입구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에 나도 곧장 그를 따라 나갔다.
나는 골목 밖으로 나가 검은 주민들 사이를 비집고 달려가는 류천화 씨가 만든 틈으로 그를 따라 뛰었다. 뒤에서는 쿵쿵거리며 몇인지 모를 갑옷 주민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달리며 주위를 바라보니 무언가 묘했다.
분명히 검은 주민들은 뭐가 어찌 됐건 갈 길을 가야 할 터인데 우리가 저들 틈을 비집고 달리니 쳐다보는 것 같았고, 개중에는 놀라 벌러덩 넘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기분 탓인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던 시선을 다시 앞으로 고정해 계속 달렸다. 그리고 또다시 어느 골목.
“이제 어쩔 겁니까.”
“뭐를?”
“길가에 다닐 수 없게 됐잖아요.”
“그건 나도 유감인데.”
철컹철컹. 어느새 골목 철제 계단 위로 올라선 류천화 씨가 이번에는 굳게 잠긴 문고리를 돌렸다. 시야에 보이는 걸 아무거나 건드리는 막무가내 행동이었다.
“안 열리는 거 그냥 냅―”
뽀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곧장 고개를 올리자 문고리를 계단 밑으로 던지는 류천화 씨가 고스란히 보였다.
“…그냥 게임하듯 다 털어 버리시려고요?”
“게임, 맞지 않나?”
던전에 들어오기 전 부드러웠던 류천화 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막무가내의 행동만이 남은 류천화 씨가 있었다. 이게 류천화 씨의 진짜 모습이었다. 공과 사가 지독하게 다른 인간. 그게 류천화였다.
끼리릭. 류천화 씨가 녹슬어 잘 열리지 않는 문을 가볍게 열고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여전히 막무가내인 류천화 씨의 행동에 별수 없이 그를 따라 들어갔다. 애초에 여기가 맞기도 하고.
끼기긱. 계단 위로 올라서자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텅텅 울리는 계단을 올라 이윽고 류천화 씨가 이미 들어간 문에 당도했다.
“류천화 씨, 천천히 가요.”
“바깥 상황이 말이 아닌데 천천히 움직이기는 그렇지 않나.”
텅. 텅. 내가 문안으로 들어서자 계단 밑으로 조금 내려간 류천화 씨가 마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계단이 얼마나 녹슬었는지 텅텅거리며 내려가는 소리가 사방에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누가 봐도 수상하리만큼 긴 계단. 녹슨 벽이 점차 깔끔해지더니 이젠 녹슨 것 하나 보이지 않는 깔끔한 흰 벽이 어두운 시야에 잡혔다.
그리고 바깥에서부터 느껴졌던 왠지 모를 감각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해지며, 이윽고 무슨 감각인지 확실해졌다.
“정확히 온 모양인데.”
“예. 잘하셨어요.”
“태도가 좀 거칠어진 것 같군.”
“온연 길드장님보다는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가.”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상대니까.
턱. 마지막 계단까지 둘 다 내려오자.
팟. 파바밧. 어두웠던 방에 수없이 많은 조명이 켜지며 사위가 밝아졌다.
♧♣♧
쿵! 쿵!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와 미세하게 느껴지는 바닥의 진동으로 유아한은 어렴풋이 그 진원이 한지언과 류천화 쪽임을 알 수 있었다.
유아한이 말했다.
“길드장님, 저쪽은 벌써 무언갈 한 모양인데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굳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아무 짓도 안 해요. 정해진 약속은 지켜야죠. 저쪽은 류천화 씨가 이미 어긴 것 같지만.”
“저쪽은 길가로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그럼 우리는 안쪽으로 움직일까요?”
유아한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다른 팀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검은 주민을 건드려 저렇게 된 것 같으니 아무래도 건드리지 말자는 쪽이 맞은 모양이에요.”
“그런 듯합니다.”
“그나저나 이리 넓어서 언제 다 확인한담.”
저벅. 두 사람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걸음으로 어두운 안쪽으로 더 깊이 걸었다. 중간중간 껌뻑이는 전등에 길이 보여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골목은 복사라도 한 듯 계속해서 같은 모습으로 반복됐고, 중간중간 보이는 창문 너머는 검었다.
이렇게 걷다간 끝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유아한이 말했다.
“계속 걸어 봐야 변하는 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말인데, 아까부터 계속 창문이 보였는데, 한번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건 어때요?”
“…확실히 같은 풍경이 계속 반복되긴 하지만 창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희도 길가에 나가는 게―”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길드장님.”
유아한이 몸을 뒤로 돌리며 물로 이루어진 뱀을 목부터 허리까지 길게 두르고 주위에 물로 된 물고기를 거느리고 있는 승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세상이랑 비슷해서 꺼리는 건 아니죠?”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