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그래서 결국,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거잖아.”
―뭐 그렇긴 한데, 막상 할 수 있는 건 꽤 많을걸?
“뭘 근거로 도대체.”
―어차피 넌 날 못 버리잖아? 내가 없으면 시계를 만나러 갈 수 없으니까.
“…….”
그것만 아니었으면 진즉 버렸을 것이거늘. 선생님도 것을 알고 내게 이 자식을 보낸 거겠지.
…혼자가 제일 편한데, 하필 걸려도 이런 말 많은 놈이 걸리다니. 선생님은 아무리 그래도 이런 녀석을 불쌍하다고 거두시고. 도대체 어디가 불쌍하다는 건지. 늪에 빠져도 아늑하다며 좋아할 녀석인데.
―뭐, 그렇게 아니꼽게 보진 마. 그래도 너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이해자잖아. 좋지 않아? 네 형도 뭐 빙의했다느니 뭐니 하지만 네가 회귀한 건 모르잖아?
“…어디까지 본 건지 모르겠지만 형은 이제 알아.”
―오, 그래? 그건 좀 신기하네. 난 네가 평생 말 안 할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고 숨길 순 없으니까. 숨기는 것도 힘들고. 그리고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까워질 수 없었을 테니까.”
―그건 좀 아쉽네. 내가 네 하나뿐인 이해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헛소리할 거면 그냥 그림자에 들어가 있지 그래?”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떠들자. 어차피 네가 여길 나가면 난 몸을 숨겨야 하잖아?
“잘 아네, 그래도.”
―난 네게 잘 보이고 싶거든. 네가 날 계속 데리고 있도록.
“아무리 잘해도 그럴 일은 없어. 보스나 찾아. 나갈 거니까.”
―찾을 필요 없을걸.
“뭔 소리야, 그게.”
―이미 죽었거든. 네가 시계를 만나러 갈 수 있었던 것도 보스를 죽인 후에 생긴 출구를 이용한 덕분이야.
“그게 뭔 소리야. 그러면 출구가 이제 없다는 거야?”
―아니. 없다는 게 아니야. 말 그대로 출구가 생긴 걸 이용만 한 거니까. 네가 시계에게 간 것이 아니라, 출구를 통해 나간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도록.
“…꼭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 같은데.”
―설마 아닐 거라 생각하는 거야? 넌 던전에서 이미 유명인인데? 물론 단순한 몬스터들은 널 모르겠지만, 힘 좀 있는 녀석들은 네가 왕의 방으로 간 걸 다 알아. 그리고 그 이후 왕이 죽었다는 것도 잘 알지. 뭐… 그런데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기엔 내 신변이 너무 위험한 말 아니야?”
―정말 신경 쓸 필요 없어서 하는 말이야. 대부분이 기억을 상실했으니까.
“…상실이라니?”
―정확히는 초기화됐지. 새로운 왕이 계승하면서.
역시 계승이 맞았나.
“어느 부분들이 초기화된 건데.”
―나도 잘 몰라. 너희가 몬스터라 부르는 것들의 기억은 거의 초기화됐고… 힘 좀 있는 애 중 몇몇도 초기화된 것 같던데. 난 안 된 거 보면 왕이 직접 한 건가 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기억을 없애지 않았더라면 더욱 우리에게 전투심을 불태웠을 텐데.”
―이번 왕은 좀 독특해.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
“너는 완전히 해방된 게 맞긴 하고?”
―그래. 대신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게 됐지. 난 떠돌이야. 그냥 방랑자라고. 의심하지 마.
“안 할 수가 있나.”
―네 선생님의 안목을 못 믿는 거야?
“널 못 믿는 거지. 선생님 들먹이지 마.”
―거참 깐깐하네.
어쩌다 대화가 또 여기까지 왔는지. 일단 보스가 없다는 것이니 출구만 찾으면 된다. 문제는 보스는 움직이니까 기척을 통해 찾을 수 있으나, 출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겠지.
‘돌아다니면 언젠가 찾겠지.’
그 생각 이후, 정확히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출구의 위치는 절벽 아래에 나 있는 동굴 안쪽에 있었다. …망할. C급 던전의 보스 위치가 왜 이런 절벽에 있는 건지.
출구를 통해 본래 세상으로 돌아가자 겔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림자에 머문다고 했던가. 그럼 그림자가 전혀 없는 곳에선 죽어 버리는 건가?
‘그림자가 없는 곳이 존재하진 않지만.’
그래서 그림자에 머문다고 한 건가.
어차피 없앨 생각도 없었다.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데 없앨 리가. 출구로 나오자마자 모습을 감춘 걸 보면 정체를 드러낼 일은 없겠지.
…라고 생각한 게 일주일 전 같은데.
한숨을 내쉬고 내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녀석을 올려다보려 하였으나, 그럼 그렇지. 안 보였다. 머리 위에 있는 게 내 눈에 보일 리 없지.
―뭘 봐. 말하는 여우 처음 봐?
겔탄이 슬쩍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승현 헌터와 지화연 씨가 놀란 눈으로 나에게 이게 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승현 헌터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한지언 헌터에게 다양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은 얼추 알고 있었지만… 소환 능력까지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물며 소통되는 존재를…….”
“아니에요.”
“아니라면 저건 대체…….”
“…겔탄입니다.”
내 대답이 끝난 순간, 화악! 옆쪽에서 재빠른 움직임이 느껴져 돌아보기도 전, 소리 나는 아이의 신발같이 꽥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가벼워졌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형이 겔탄을 낚아챈 것이었다.
“안 죽였다고 했었지. 그럼 이제 죽이면 되겠네. 왜 데리고 왔어, 이걸?”
“…그…….”
선생님에 대하여 형은 알고 있으나, 이곳에 모인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도움이 되니까… 내버려 둔 거야. 애초에 얜 이제 내 능력이나 다름없으니까.”
“네가 갑자기 얘를 꺼낼 리가 없잖아. 스스로 나온 거 아니야? 그러면 네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겠고. 그걸 네 능력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하여튼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서.
“아무튼, 괜찮아요. 적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아군으로 받아 줄 생각은 없지만요. 그냥 임시 동맹 같은 거예요.”
“그건 적이 저희 편을 죽이지 않았을 때 얘기고요, 한지언 헌터.”
유아한 씨의 말에 나는 멋쩍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맞긴 하지.
형이 겔탄의 몸을 붙잡았으나, 겔탄은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듯 형의 손을 물었다. 무나 마나인 듯하지만.
“형, 놔줘. 직접 설명시키게.”
“…….”
형이 못 미더워하는 표정으로 겔탄을 놓자, 겔탄은 소파를 타고 올라가 내 어깨 위에 안착했다. 그러곤 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주인으로서 날 지켜 줘야지!
“누가 네 주인이야. 네가 우리 편이라는 걸 직접 어필해. 나도 솔직히 받아 줄 의무가 없는데 받아 주는 거니까.”
정확히는 선생님이 뒤에 있으니 받아 주는 거지만.
―음……. 애초에 난 문제점을 모르겠는데?
“그냥 없애죠?”
유아한 씨의 맑은 답에 다들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겔탄이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니, 아니. 지금 이러는 근본적인 이유가 내가 적이었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난 너희들에게 특별히 피해를 준 기억이 없는데?
겔탄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너 우리 쪽 죽인 적 있잖아.”
―응? 아. 아아.
겔탄이 꼬리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하면, 믿을 거야?
“네 입으로 왕이 힘을 줘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죽이지 못했다, 이랬잖아?”
―그건 왕에 대한 발설을 못 했을 때고. 그리고 왕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도 있어. 내가 예전에 말했었잖아? 왕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네 아군일 거라고.
“그래서 우리 편을 죽였던 것도 왕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래.
류천화 씨가 차가운 어조로 답했다.
“변명이군.”
―뭐, 그래. 변명이야. 그런데 난 살육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오히려 싫어한다고!
그러나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하기야 근거 없이 하는 말을 누가 믿어 주겠는가.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하면 나에겐 계속 호의적이긴 했지만.’
뭐, 호의를 베푸는 덴 각자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겔탄도 단순히 우리의 편을 들고 싶어서 호의를 베푼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반대로 방심시키기 위해 호의를 베풀고, 이제 와서 우리의 편이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 편을 든 것을 보면 일단 전자인 듯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선생님의 존재를 말할 생각은 없었다. 말해도 믿어 줄 리가 없고. 애초에 선생님에 대해 말하려면 내가 선생님을 왜 신뢰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골머리가 울린다.
―좋아. 그럼 너희가 나를 부하로 생각하건 잡일 담당으로 생각하건, 시키는 일은 다 할게. 그래도 못 미더우면 그냥 내 배를 째라!
겔탄이 포기한 듯 책상 한가운데로 내려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쨀까요? 어릴 적에 해부학 수업 열심히 들은 걸 여기서 쓰게 되겠네.”
―잔인해…….
겔탄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라도 한 듯, 눕혔던 몸을 단숨에 일으켜 내 쪽으로 뽈뽈뽈 다가와서는 몸을 똬리처럼 틀고 자리를 잡았다
―아무튼 나는 할 수 있는 건 할 거니까, 날 죽일 생각은 그만해 주라. 나도 상처받거든?
계속 겔탄에게 신경이 쏠려, 모인 이유가 진행이 되지 않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겔탄의 말을 거들었다.
“뭐… 얘가 던전을 연 것도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잖아요. 잘잘못을 전부 따질 순 없어요. 저희는 그냥 전부 휩쓸린 거니까요. 얘도 뭐… 휩쓸린 걸 테고. 저도 얘를 완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에요. 그냥 써먹을 곳이 있겠다 싶어 받은 거예요. 어차피 얘는 저희를 공격할 능력도 전부 상실해서 위협이 되지 않거든요.”
“그럼 오히려 필요 없는 쪽 아니에요?”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어물쩍 답했다.
“뭐…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오겠죠.”
“키우시게 된 한지언 씨가 그러시다면야……. 다만 저게 우릴 배신하게 된다면 한지언 씨한테도 책임을 물을지도 몰라요.”
“그럼 달게 받죠, 뭐.”
선생님이 뒤에 있다는 이유로 딱히 겔탄을 거절하지 않은 나에게 겔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건 당연했다. 그러니 쉽게 수긍했다.
나의 깔끔한 답에 그제야 모두는 이 자리에 모이게 된 본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