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잠입】
“그럼 당분간 볼 일은 없겠네요.”
지화연 씨가 말을 끝낸 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사이비 쪽이 완전히 정체를 감추었으니…….”
승현 헌터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둘 사람들이 빠지던 차, 유주한이 말을 걸어왔다.
“형, 오늘 뭐 하실 거예요?”
“나? 뭐, 이제 돌 던전도 없으니 집에나 가야지.”
“혹시 괜찮으시면 저, 그… 싸우는 것 좀 봐주실 수 있나 해서요.”
“싸우는 걸? 왜?”
“뭔가… 모자란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다. 유주한이 판단 능력이나 기술이 조금 부족하지, 전투 능력 자체를 평가하면 나보다 위일 터인데, 왜 나한테? 애초에…….
“난 무기를 쓰는 쪽이니까, 안 쓰는 류천화 씨나 잘 사용 안 하는 승현 헌터한테 부탁하는 게 나을 텐데?”
“두 분은 바쁘시니까요.”
그건 맞지. 두 사람에 비해 나는 거의 백수나 다름없으니. 나에게 부탁한 것이 이해가 갔다.
“그래, 뭐. 못 해 줄 거 없지. 다만 사람들 시선 최대한 피해야 하는 건 알지?”
“형이 뭘 잘못해서 숨어 다녀야 해요. 다 거짓말인데.”
“거짓말이라는 정확한 증거가 없잖아.”
“어느 정도의 증거는 있는데 정확하지 않은 것뿐이잖아요.”
“뭐 어쩌겠어. 정확해야지 사람들이 인정을 할 텐데.”
“그 부분이 화난다는 거예요! 하……. 뭐 어찌 됐건 그래서 가능하시다는 거죠?”
“그래.”
봐줄 수 있다는 말에 유주한이 펄쩍 뛸 표정을 하면서 조용히 일어나 어서 가자는 듯 내 팔을 붙잡았다.
♧♣♧
‘본인이 공략 가능한 던전 개수를 꽉 채워서 돌 줄은 몰랐는데.’
유주한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찌뿌둥한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고는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려 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새벽 2시잖아.’
유주한은 힘들지도 않은가? 아무리 문양이 있다지만 정신적인 건 거의 그대로다시피 하는데. 어려서 그런가? 고등학교 2학년이면 피곤할 나이 아닌가? 잘 모르겠네.
유주한은 잠깐 안 본 사이에 충분했던 실력이 더욱 향상되어 있었다. 그 잠깐 동안 뭘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본인이 실력이 좋아지는 걸 즐거워하는 거 같아 왜 그렇게 강함에 집착하는 건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건물 사이사이 골목을 걸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집까지 반쯤 갔을 무렵.
“살려―!”
다 쉰 목소리로 외치는 구조 요청이 귀를 찔렀다. 곧장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어두운 골목과 불이 소등된 건물 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즉시 소리가 났던 곳으로 향하자 미처 지우지 못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 방향을 틀어 달려갔다. 저쪽이 나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기척을 지우지 못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 쫓아갈 수 있었다. 유인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발걸음 소리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을 거다.
겨우 들릴락 말락 하는 발걸음 소리를 따라가다 조용히 건물 사이로 몸을 숨겼다.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확인하자, 하얀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 두 명이 쓰러진 사람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는 거대 주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세 사람이 들어가자 주택의 대문이 절로 닫혔다. 겉보기에는 돈 좀 많은 사람이 살 법한 주택인데.
‘사이비들은… 갈색 망토 아니었나.’
망토 색을 바꾼 걸 수도 있다만, 사이비가 아닐 수도 있었다. 세상은 넓고, 범죄도 다양하니.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다만, 다급한 상황인 건 확실하네.’
우선 협회에든 길드장에게든 문자를 보내 놔야겠다 싶어 휴대폰을 켜려 하였으나, 휴대폰은 검은 화면을 유지한 채 켜지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잘되던 게 왜.’
나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고 조용히 속삭였다.
“겔탄.”
내 부름에 그림자에 있던 겔탄이 재빠르게 내 등을 타고 어깨로 올라왔다.
“협회나 다른 S급 헌터한테 갈 수 있어?”
겔탄이 고개를 저었다.
―너랑 50m 떨어지면 말을 못 하고, 100m 떨어지면 지능을 상실해서 정말 그냥 몬스터가 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누가 봐도 몬스터 같은 나를 혼자 멀리 보낼 일은 없을 줄 알았지.
“그래, 내 탓이다.”
나는 걸음을 조심스레 움직여 주택과 거리를 좁혔다. CCTV는 보이지 않았다. 숨겨 뒀을 수도 있고. 결계를 쳐 놨을 수도 있어서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겔탄. 들짐승인 척 담벼락 안쪽 좀 살펴봐.”
어두우니 색은 잘 안 보일 터.
겔탄이 내 말을 듣고는 곧장 움직여 내 바로 옆 건물의 벽을 타고 지붕으로 올랐다. 사람이 올라가는 것보단 눈에 덜 띄겠지.
겔탄이 금방 내려와 내 귓가에 주둥이를 파묻을 것같이 다가와서 말했다.
―평범한데?
“수상한 거 하나 없어?”
―하나도 없어.
그럼 잠입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 정말 만약에 방금 내가 본 것은 사이비들의 속임수고, 저 집은 평범한 가정집인 거면, 주거 침입죄 등으로 또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지도 몰랐다.
‘…알 반가.’
이미 살인이라는 오명까지 쓴 상태인데, 주거 침입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진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나는 겔탄을 다시 그림자 안으로 돌려보낸 후 평소 챙기고 다니던 모자를 썼다. 그리고 옷에 달린 후드까지 꽉꽉 여미고 나서야 나는 주시하고 있던 집의 담벼락에 다가갈 수 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다고?’
담벼락에 조심스레 손을 가져갔지만 특별히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미세한 능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담벼락을 따라 빙 돌다가 잠겨 있지 않는 창문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쑥 들어갔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집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거늘.
나는 혹여 발자국이 남을까 신발을 벗은 이후에 조용히 집 안을 탐색했다. 집 안엔 평범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참으로 평범하게.
‘…누굴 속이려고.’
얼핏 보면 누군가 사는 것처럼 보이는 집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질적이었다.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볼펜들과 공책, 구겨짐 하나 없이 멀끔히 정리된 침구, 흠집 하나 없는 책상, 사용한 흔적이 없는 화장품.
꼭 인테리어 업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배치해 둔 물건들 같았다. 사진 그대로 멈춰 버린 듯한 모습에 눈속임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집은 사용하지 않는 건가.’
그럼 정원에 어디론가 이어지는 통로가 있는 걸 수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분명 이 집의 문은 도어 록이었으나, 도어 록 소리는 듣지 못했다. 문을 여는 소리는 들렸는데 말이다.
우선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데.
‘문제는 숨겨진 문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지.’
대담하게 정원으로 나가자, 겔탄이 튀어나와서는 마당을 뽈뽈뽈 돌아다녔다. 나는 땅에 심긴 잔디들을 발로 훑으며 혹여 갈라진 부분이 있을까 찾아봤으나, 바닥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냥 갈까 생각도 했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살려 달라는 외침에 발을 떨어뜨리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헝클고 다시 주위를 바라보았다. 겔탄이 어느 한 곳에 서서 바닥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여기.
“뭐 찾았어?”
겔탄이 밟고 있는 곳으로 성큼 다가가 보니, 잔디 사이에 인조 잔디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인조인지 모를 정도로 퀼리티가 좋았다.
나는 몸을 쭈그려 인조 잔디를 잡고 뽑듯이 잡아당겼다. 길게 이어지며 뽑히던 잔디가 이내 툭, 끝인 듯 걸려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손을 툭 놨다. 그러자 잔디가 쑤욱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밟고 있던 땅에 균열이 일어났다.
―입구다! 이거 분명 입구야!
겔탄이 폴짝폴짝 뛰다가 내 몸을 타고 올라 어깨와 목에 착 붙었다. 후드를 쓰고 있어 겔탄이 노출되진 않았지만, 숨을 거면 그냥 그림자 안에 있는 게 낫지 않나. 아니, 숨을 생각이 없는 건가.
갈라진 틈에 손가락을 끼우자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들어 올려졌다. 흙이 쏟아지거나 하진 않았다.
‘드디어 찾았네.’
보통 가정집이었어도 수상할 입구가 내 눈앞에 드러났다. 겔탄이 후드 안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는 게 느껴졌다. 빨리 가라고 종용하는 듯했다.
나 혼자 가도 될지 모르겠다만, 전화하러 멀리 떨어졌다 오는 사이 침입한 걸 들킬 수도 있었다. 발견했을 때 확인하는 게 좋을 터.
…물론 이런 고민은 집 창문을 열기 전에 진즉 끝냈다.
계단을 타고 성큼성큼 내려가자 지하 벙커처럼 꾸며진 곳이 나를 반겼다. 그러나 길은 얼마 가지 않아 끊겼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이걸.”
길의 끝. 그 벽에는 사이비의 문양이 거대하게 그려져 있었다.
―어. 이거…….
“내 기억으로 안 봤어? 이거 사이비 문양이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겔탄이 침음을 내뱉으며 불만스럽다는 듯 꼬리를 툭툭 움직였다.
―이거 만지면 이동될 거야.
“아무런 능력도 안 느껴지는데.”
―…….
“뭐 숨기는 게 있나 봐?”
―정확하지 않아서 말하기 애매한 거야.
“그냥 말해.”
―그, 하얀 머리 걔, 기억해? 그리스핀 도아문 헤이라.
“어… 그 금색?”
―어.
“걔가 왜?”
―이 이동 방법, 걔가 자주 쓰던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