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그게 뭐 어쨌다고.”
―…걔 죽었잖아.
“뭐, 잘 살아났나 보지.”
―아닌데. 분명 죽었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마지막으로 본 건 류천화 씨일 텐데.
―내가 시체를 묻었으니까.
“그럼 뭐, 네가 생매장한 거겠지. 아직 안 죽었는데.”
―나 그렇게 안 허술하거든?! 분명 죽었었다니까?
“시끄러워. 입이나 다물고 있어. 이동할 거니까.”
이게 이동이 된다면 말이지.
나는 손을 뻗었다. 손끝이 문양에 닿는 순간, 공간이 부서져 내렸다. 곧이어 재창조되듯 공간이 조립되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다 주변을 살폈다. 새하얀 벽, 새하얀 지붕, 새하얀 바닥, 새하얀 문. 온통 새하얗다. 이렇게 관리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과했다.
벌컥. 나는 복도를 나아갈 때마다 보이는 문손잡이들을 잡아 열었다.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으니까. 뭐, 능력이라도 걸어 놔서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함정에 걸린 건 아니겠지.’
나는 뒤를 힐긋 쳐다봤다. 왔을 때와 달리 아무런 문양이 없었다. 즉, 돌아갈 길이 없다는 거겠지. 그냥 문자 한 통이라도 남길 걸 그랬나 싶었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복도가 끝나는 지점. 마지막 방문을 열자,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정장이 걸려 있었다. 벽과 같이 새하얀 정장들이 말이다. 아래에 배치된 구두마저 새하얗다. 칙칙한 옷을 입고 있는 나와는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흠.”
누가 봐도 사이비들이 입는 옷 같은데. 아까 전에 그 사람들도 하얀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안에 뭐가 있을지, 누가 있을지 모르니 입는 편이 나을까. 아니, 귀찮게 갈아입지 말고 초장부터 깽판을 쳐 버릴까.
‘…증거 수집은 아무래도 역시…….’
잠입 수사지.
나는 곧장 하얀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본래 입고 왔던 옷은 버릴 생각으로 방구석에 박아 놓았다. 정장이 걸린 행어에 가려져 들킬 위험은 적어 보였다.
정장 매무새를 가다듬다가 재킷 안쪽의 주머니까지 멀끔히 다듬은 후 멀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커다란 서랍장이 눈에 들어왔다. 곧장 다가가 서랍 안을 확인하니, 그곳엔…….
‘헛발은 아니다 이건가.’
흰 가면이 질서 있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전에 저택 수색을 했을 때 보았던 그 흰 가면 말이다.
나는 곧장 흰 가면 하나를 집어 끈으로 얼굴에 고정한 후 한쪽에 배치되어 있던 거울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소득이 없진 않겠지.’
다음으로 나는 옷을 갈아입을 때 모자에서 나와 얌전히 앉아 있던 겔탄을 향해 말했다.
“들어가 있어.”
―들어가 있으면 재미있는 거 다 놓치는데.
“놓치긴 뭘 놓쳐. 안에서도 상황 다 보고 있었던 거 아니야?”
―아무것도 못 보는데 뭔 소리야. 난 소리만 들을 수 있어. 그림자 안엔 어둠뿐이니까. 내가 그림자 안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건 자는 거밖에 없어.
“그래도 들어가.”
―그래~
겔탄이 다이빙하듯 그림자로 쑥 들어갔다.
‘그럼 마저 수색해 볼까.’
걸음을 돌려 문고리를 잡고 다시 나가려던 차, 휙! 문고리를 돌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엥? 뭐야, 너.”
나와 똑같은 차림에, 체구가 조금 작은 남성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부터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어찌 답할까 고민하고 있자, 앞에 있던 남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한시가 바쁜데 아직도 여기 있는 거냐? 빨리 와!”
남성이 내 손목을 잡더니 곧장 어디론가 향했다.
“여하튼 요즘 새끼들은 빠져 가지고 문제야. 야, 너! 이번에 새로 온 놈이지?”
나는 일단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새로 온 놈이니까 정장 입는 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 일단 정장 질이 개쩔잖아. 내 돈 주곤 절대 못 입을 정장이라고. 너도 그래서 괜히 혼자 거울에 정장 입은 모습 비춰 보고 있었던 거지? 여기 오는 놈들 사정이야 다 비슷비슷하거든. 뭐, 네가 부잣집 도련님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새끼가 여길 왜 오겠어! 크하학!”
말 많네.
나는 또다시 고개만 끄덕였다.
“아, 맞아. 너는 일반이냐, 발현이냐?”
문양이 없는 사이비냐, 있는 사이비냐를 묻는 건가.
‘…없다고 하는 게 낫겠지. 능력을 드러내면 들킬 게 뻔하니까.’
대답하려고 하는데 성질 급한 놈이 그새를 못 참고 먼저 말했다.
“귀먹었냐? 힘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묻잖아.”
그 말에 정말 귀라도 먹은 듯, 나는 내가 헛소리를 들은 건 아닌지 의심했다. 힘을 ‘받았냐’고?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소리다. 분명 그런데, 하필 유아한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가능할 것처럼 들렸다.
설마 이것들, 지금까지 문양을 직접 만들어 낸 건가? 몬스터랑 손을 잡고?
‘여기서 없다고 하면, 새 문양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본래 있던 문양을 들킬 우려가 있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받은 쪽입니다.”
“신참인 줄 알았는데, 기본적인 건 다 했나 보네? 그런데 움직임이 왜 그렇게 굼떠? 몇 급 받았냐?”
“…D급입니다.”
“와. 받아도 뭔 그딴 걸 받냐. 너는 운이 진짜 더럽게 없나 보다.”
그러며 그는 혼자 깔깔 웃었다.
“뭔 능력인데? 선배한테 한번 말해 봐라. 내가 교정해 줄 수 있을지 어찌 아냐.”
“…소환 능력입니다.”
“오. 소환? 어떤 거? 막 뭐냐, 그… 리플인가 거기 길드장처럼 그런 건가?”
“그렇게 화려하진 않습니다. 그냥… 소형 동물 소환입니다.”
“뭐, 토끼? 고양이? 개? 그것도 아니면… 비둘긴가.”
“여우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흔하진 않네. 한번 보여 줘 봐라.”
“…….”
나는 자리에 멈춰 서 발로 바닥을 크게 두 번 내려쳤다. 듣는 건 가능하니까 눈치챘겠지.
다행히도 내 말을 알아들은 겔탄이 그림자에서 나와 내 어깨를 타고 올라왔다.
“오, 뭐야. 겁나 비싼 품종같이 생겼네. 꼴에 몬스터라고 색상 특이한 것 봐라.”
남자가 겔탄에게 손을 가져간 순간, 겔탄이 성질을 부리며 남자의 손가락을 콱 물어 버렸다. 그러곤 쑥, 그림자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악, 씨! 성격 존나 더럽네! 물어뜯길 뻔했잖아! 야, 그래도 경계는 겁나 잘한다? 난 리플 그 새끼보다 네 능력이 더 마음에 드는데? 걔는 해산물 비린내 날 것같이 생겼잖아. 아니, 다 물로 돼먹었으니 물비린내인가.”
승현 헌터의 능력은 물비린내 같은 거 안 난다.
“S급 새끼들 능력 하나같이 다 괴팍하지 않냐? 그냥 주먹만 쓰는 새끼나, 피 조종하는 새끼나, 물비린내 나는 놈이나, 짐승이나, 거무죽죽한 놈이나. 그나마 힐러랑 별 놈이 나은 것 같긴 한데.”
칭찬 고맙다. 그런데 내가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닌데.
“…선배님은 무슨 능력이세요?”
“내 능력? 하, 참. 이거 함부로 말해 주면 안 되는 건데.”
“멋지실 것 같아서요.”
“하, 진짜……. 동생 같으니까 말해 준다. 내가 원래 굴러다니는 짱돌이었거든? 근데 여기 들어와서 등급을 바꿔 줘 가지고, 짱돌은 무슨, 운석이야, 운석! 아, 그래서 내 능력이 뭐냐면…….”
…굴러다니는 짱돌이었다는 말은, 본래도 문양이 있었다는 건가? 등급을 바꿔 줬다고 했으니……. 이상한데. 분명 그릇에 따라 거기에 맞는 능력을 받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나? 초기에 그릇보다 작은 힘을 받은 건가?
“바로… 염력이다! 개쩔지? 영화 주인공 같지 않냐? 불행한 상황에서 능력을 얻은 주인공! 무려 C급이라고!”
한 등급 차이 가지고 그런 요란을 떤 거군.
“너도 알겠지만, 여긴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가 있는 곳이야. 등급이나 처나누는 썩어 빠진 세상의 유일한 빛이지. 다른 새끼들은 사이비라고 배척하기 급급하지만, 그저 세상이 미개한 거야. 우리가 제대로 된 거라고.”
숨이 차오르는지 그는 말을 멈추고 헉헉거렸다.
“아무튼! 결론은 우리가 올바르다는 거야.”
“그렇죠.”
“하여튼 재미없는 새끼. 너 이름이 뭐냐?”
“…이름이요?”
“그래. 난 에덴이다. 쩔지?”
이름 특이하네.
“전 유다입니다.”
“이름 겁나 특이하네. 지어도 뭐 그렇게 짓냐? 구원자님한테 죄졌냐?”
당신만 할까.
역시 실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평범하게 말할지 맞장구칠지 고민했는데, 올바른 답인 듯했다.
“앞으로 나한테 잘 보여. 혹시 알아? 구원자님께서 새로운 구원을 내려 주실지.”
나는 작게 웃음소리만 내 주었다.
“아. 다 왔네.”
거대한 문 앞에 도달하자, 남자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소리 하나 없이 열리는 문 너머, 아까와 달리 이질적인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석재로 된 바닥과 벽, 줄줄이 깔린 의자. 흡사 흔한 동네 교회와 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점은 십자가 대신 문양이 박혀 있다는 거겠지. 이래서 그런 이름을 지은 건가.
“넌 신입이니까 특별히 지령받은 거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넌 의자에 앉아서 구원의 길 구경이나 해.”
그러곤 그는 날 의자에 앉히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람 참 많다.”
어느 정도 될까. 50? 100? 이 정신 나갈 것 같은 인테리어를 보고도 따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잠시 앉아 있자, 모든 불이 꺼지고 맨 앞의 조명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