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승현과 유아한이 아무 말 없이 눈을 마주쳤다. 승현은 말없이 눈만 끔뻑였다. 그 모습에 유아한이 한탄하듯 말을 꺼냈다.
“이럴 줄 알았어요.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혹시 그럴까 싶었는데 설마 진짜 그럴 줄은…….”
유아한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던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빽빽이 늘어선 건물들을 보며 너무 닮았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던전이니 본래 세상이랑 겹쳐 볼까 싶었는데.
“…길드장님.”
“예.”
“다 괜찮아요. 네. 다 괜찮은데, 여긴 던전이에요. 다른 세상, 아니, 그저 코딩된 하나의 게임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마세요.”
적어도 유아한의 생각에서의 던전은 그저 하나의 만들어진 세상, 더 정확히는 틀에 불과했다.
승현의 마음이 조금 세심하다는 걸 새삼 느낀 유아한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차피 제 생각에도 창문으로 들어가 봤자 아무것도 없을 것 같긴 해요. 문제는 저 검은 것들 사이로 어떻게 다니느냐인데.”
두 사람 다 푸른색을 띄고 있어 더 눈에 띄었다. 하물며 유아한의 옷은 연한 색이었기에 더욱.
잠시 생각을 하던 승현이 입을 열었다.
“일단 검기만 하면 의식을 못 할까요?”
“글쎄요.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한데… 어디까지나 예상이니 위험하기도 하고. 차라리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유아한의 옆에서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드장님?”
소리를 들은 유아한이 고개를 올렸다. 올린 고개 앞으로 승현의 두 손에 검은 천이 들려 있었다. 승현이 검은 천을 쥔 채 말했다.
“인식 저하 아이템입니다. 언제 필요할지 몰라 넣어 놓고 다녔는데.”
“지금 사용하라고 넣어 놓은 모양이네요.”
승현이 한쪽 손에 들린 천을 유아한에게 건넸다. 천을 매만지던 유아한이 말했다.
“앞은 보일까요.”
“꽤 얇은 천이니 아마 보일 겁니다. 그리고 길가도 밝으니.”
“그럼 다시 길가로 돌아가요.”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한은 뒤로 돌아 다시 길가로 향했다. 그새 꽤 걸어왔던 모양인지 꽤 걷고 나서야 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통하면 좋겠는데.”
펄럭. 유아한이 천을 가볍게 날려 머리에 덮어썼다. 천을 덮었음에도 보이는 시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아한은 한 걸음 길가로 나섰다. 아직까지는 주민들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걸음 길가로 향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유아한은 이번에는 성큼, 주민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유아한이 작게 속삭였다.
“…이게 통하네.”
유아한이 뒤로 돌아 승현을 바라보았다. 검은 천을 둘러쓴 승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한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은 주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일단 길을 거닐었다.
유아한은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건물을 눈여겨보다, 그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건물 앞에 선 유아한은 승현을 돌아보았다. 유아한이 뒤에 잘 있는 승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승현이 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한은 다시 앞으로 돌아 문으로 한 걸음 가까이 향했다. 위이잉―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 모습에 유아한은 생각했다.
‘…누군지 몰라도 취미 고약하네.’
본래 세상과 끔찍하게 닮은 자동문 안으로 살포시 들어서자 이번에는 마트와도 비슷한 풍경의 장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
“…….”
유아한은 시선을 굴리며 생각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확실했다. 이곳은, 평범히 사람이 사는 동네와 같았다.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안쪽으로 옮기자 주위의 풍경이 더 세세하게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물품을 둘 것 같은 진열대에는 어디에 사용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새하얀 무언가가 가득했고, 계산대로 보이는 곳에서는 그 하얀 무언가를 구매하려는 손님이 직원에게 고철을 건네주며 물건과 교환했다.
문득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궁금해진 유아한이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곳 주민이 아닌 그녀로서는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곳 몬스터들의 식품인 모양입니다.”
“네?”
작게 말한 승현의 말에 유아한이 고개를 돌렸다. 승현이 천 아래에서 미세하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그 손가락 끝에는.
“아.”
검은 주민이 투박한 의자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입으로 새하얀 무언가를 꾸역꾸역 집어삼키는 모습이 고스란히 유아한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유아한이 중얼거렸다.
“이런 걸 관찰할 시간은 없는데…….”
서둘러 스테이지를 깨고 보스를 죽여 나가야 하는 상황. 유아한은 한숨을 내쉬고 생각했다.
길드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애초에 자신의 의견은 검은 주민들을 해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고, 지금 그 의견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사방이 검은 주민인데, 계속 이렇게 조심스레 움직였다간 끝도 없을 테니.
유아한이 승현을 향해 말했다.
“길드장님, 이럴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길을 찾아야―”
툭. 승현의 등이 유아한의 등에 닿았다. 이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유아한이 승현을 바라봤다가 주변을 바라보니.
“…이런.”
검은 주민들이 일제히 두 사람 주변을 감싼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아한 헌터.”
“왜요?”
“자세히 보니 이 몬스터들, 그림자가 없습니다.”
“…….”
그 말에 유아한은 검은색투성이인 몬스터들의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사방에서 밝은 빛이 비치는데도 검은 주민들의 밑으로는 그림자 하나 없었다. 반면 두 사람에게는 그림자가 떡하니 있었다.
무언갈 깨달은 유아한이 침음을 내뱉었다.
“…아, 어쩐지. 어두운 골목에는 없더라.”
새하얀 무언가,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하얀 ‘빛’을 먹고 ‘빛’이 있는 곳에만 다니며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놈들의 정체는,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추리를 끝낸 유아한이 입을 열었다.
“그림자인가 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펄럭. 유아한은 답답했던 천을 벗어 곧장 허리춤에 있는 가방에 욱여넣었다.
두 사람이 천을 벗고 본모습을 드러내자 그림자 몬스터들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유아한이 그 모습을 뒤로하고 말했다.
“우선 빠져나가는 게 낫겠죠?”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입구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쿠르릉, 평범한 크기의 물로 된 뱀의 입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며 단숨에 그림자 몬스터들을 입구 밖으로 밀어냈다.
흥건해진 바닥 너머 입구가 뻥 뚫렸다. 그들은 빠르게 뛰어 뻥 뚫린 입구 밖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쿵. 쿵.
도망치려던 옆길. 거대하기 짝이 없는 갑옷 몬스터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굉음을 내며 다가오는 몬스터를 보며 유아한이 말했다.
“방금 지언 씨랑 류천화 씨 쪽에서 들렸던 소리의 정체가 저건가 본데요.”
휘릭. 유아한이 개방하지 않았던 무기를 단숨에 개방해 거대한 갑옷을 향해 쏘았다. 가느다란 연하늘색의 천이 두껍고 단단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갑옷에 달려드는 모습이 퍽 웃겨 보였으나.
꽈아악. 천은 순식간에 갑옷의 목 부분을 두르고 다시 유아한에게 돌아왔다. 유아한이 다시 돌아온 반대쪽 천을 잡고 양쪽 모두를 강한 힘으로 잡아당기자 갑옷의 목이 힘없이 뾱 빠져나가 바닥에 데구루루 굴렀다. 그러나 안심하기도 전에.
통. 통. 떨어진 머리가 다시 튀어 올라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갔다. 그 모습에 유아한이 중얼거렸다.
“…도망쳐야겠네.”
“유아한 헌터, 이렇게 된 이상 길을 따라 빠르게 움직여 수상한 낌새가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곧장 갑옷의 반대편으로 뛰었다. 몬스터들이 하도 붙어 있어서 길이 제대로 나질 않자 유아한은 그림자 몬스터들의 머리를 밟고 올라가 그대로 냅다 뛰었다.
“유아한 헌터!”
어느새 거대해진 물로 된 뱀 위에 올라탄 승현의 부름에 유아한 역시 곧장 뱀 위로 올라탔다.
그림자 몬스터들이 뱀에 깔리거나 치여 옆으로 날아갔다. 뒤에서는 어느새 수가 많아진 갑옷 몬스터가 쿵쿵 바닥에 진동을 울리며 두 사람을 미친 듯이 따라오기 바빴다.
“유아한 헌터! 뭐 못 찾으셨습니까?”
“그러는 길드장님이야말로―”
휘익! 뱀이 갑작스레 방향을 꺾었다. 혀를 깨물 뻔한 유아한이 입을 닫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유아한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 뱀이 골목길로 쑥 들어갔다. 동시에 두 사람은 또 다른 감각을 느꼈다.
승현이 물었다.
“유아한 헌터도 느껴지십니까?”
“못 느끼면 S급 그만둬야죠.”
훅. 두 사람은 순식간에 다시 작아진 뱀에서 내려와 묘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다가갔다.
승현이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요.”
말 그대로, 건물 벽을 둘러보아도 묘한 느낌이 들 뿐, 아무런 것도 없었다.
“길드장님.”
유아한의 부름에 승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의 주위에 있던 물고기들이 허공을 헤엄치며 건물 벽에 점차 가까워지다 이윽고.
포옹. 물고기로부터 진동이 일어나며 펑! 물고기가 작은 물줄기를 일으키며 터져 나갔다.
“…….”
“…….”
물고기가 터진 이유. 승현의 물고기에게는 무언가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탐지 중에 터졌다는 것은, 무언가를 발견했으나 그것의 기운에 버티지 못하고 터진 것이었다.
꾸욱. 승현이 물고기가 터진 벽을 꾹 눌러 보자 검지 끝마디가 벽으로 들어갔다. 작은 버튼이었다.
쿠르릉― 승현의 머리 위 정도 되는 위치의 벽이 갈라지며 어디론가 향하는 입구를 만들어 냈다.
“…….”
달리 갈 곳은 없었다. 누가 봐도 여기라고 광고하는 듯한 입구. 두 사람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폴짝 뛰어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