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음. 그건 싫어! 그럼 너무 재미없잖아?”
“…꼭 내가 네 본모습을 보면 바로 누군지 알 것같이 말하네.”
“글쎄? 스쳐 지나간 인연일 수도, 꿈에 나온 인연일 수도 있지.”
“너 같은 몬스터가?”
“몬스터일지 아닐지는 어떻게 알고? 혹시 모르지. 동족을 배신한 생명일지도.”
“헛소리 그만 늘어놓고.”
내가 궁금한 건 한 가지였다. 나를 왜 쫓아다니는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 대해 어찌 아는지, 그런 것이 아닌…….
“왜 사람들을 납치하는 거지?”
“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모른 척하지 마. 네가 나타난 이후로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 이걸 단순 우연으로 치부할 건가?”
“우연이라고 하면?”
“그럼 질문을 바꾸지.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넌 이렇게 말했지. ‘반복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라고. 그 말은 즉 네가 이유를 알고 있다는 걸 테지.”
“음, 글쎄?”
“그리고 그렇게 말했다는 건, 네게 나와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걸 테고. 그 이유를 대가 없이 알려 줄 수도, 혹은 대가를 원할 수도 있겠지.”
반복하는 이유를, 이런 보잘것없는 싸구려 도발을 일삼는 이에게서 듣고 싶진 않았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그 하얀 천에게서 반드시 들을 것이니. 빠르게 듣나 늦게 듣나 결국 이유는 알 수 있는 것이라면, 당장은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멈추는 게 먼저였다.
“원한다면 대가를 줄게. 사람들을 납치하는 걸 그만둬.”
“싫다면?”
“납치하는 이유를 말해.”
“그것도 싫은데?”
뭐, 그럴 것 같긴 했다.
“뭐, 그럼…….”
나는 몸을 틀어 걸음을 옮겼다. 알면 좋겠지만 말 안 하겠다는데 굳이 승부를 걸 생각은 없다. 솔직히 기척조차 안 느껴지는데 싸울 수 있는 상대인가도 의문이고.
적어도 납치하는 존재들이 몬스터라는 건 알 수 있었으니 소득이라면 소득이지. 납치를 그만하라 하였을 때, 납치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본인이 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싫다고 하였으니.
“…참, 역시 욕심 없는 건 여전하다니까?”
“꼭 예전에 본 사이처럼 말하네.”
“글쎄? 멀리서 지켜본 걸 수도 있지. 별걸 다 의심해?”
“꼭 친분 있는 사이처럼 말하니까 그냥 지나갈 수는 없어서 말이지.”
“뭐, 좋아. 내가 진 것 같네! 그럼 납치하는 이유를 알려 줄게. 단, 그걸 알려 주는 건 지금이 아니야.”
휙. 나와 똑같이 생긴 존재가 종이 한 장을 던졌다. 기계가 접은 듯 반듯한 종이를 펴자 어떤 곳의 지도가 간소화되어 그려져 있었다. 잘 보니 웬 작은 섬의 지도였다.
“거기로 와. 그럼 네가 궁금해하는 걸 전부 말해 줄게.”
“섬으로 오라고?”
“그래. 단! 한국의 S급들 전부, 같이 와야 해. 알았지? 일부러 힌트까지 줬는데 서로 이게 뭔 상황이야 하고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아서 내가 얼마나 씁쓸했는지 알아?”
“그래서…….”
우리 앞에만 나타났던 건가.
―그럼 나중에 봐.
나는 기묘하게 웃는 내 얼굴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그리고 있었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자마자 들은 소리는.
“함정이네요.”
“함정이지.”
모두가 입을 모아 함정이라 하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외딴섬으로 불러서 알려 준다? 그것도 큰 전력인 S급들을 전부 불러서? 그냥 너희 전력 손실 좀 나 봐라 이 뜻이지.
“그래도 단서가 거기에 있을 테니까요.”
“그것도 그렇죠.”
내 말에 지화연 씨가 곤란한 듯 목을 꾹꾹 눌렀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정된 장소로 가는 것. 그뿐이었다. 다시 그것을 불러내서 싸울 수도, 납치될 사람을 특정해서 대기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애초에 납치되는 사람은 무작위이기도 하고, 만약 잠복하더라도 저들이 우리가 잠복해 있다는 것을 눈치챌 것 같고.
그럼 답은 하나였다. 함정임을 앎에도 가는 것.
지화연 씨가 내게 물었다.
“날짜는 따로 지정을 안 한 건가요?”
“네.”
“그럼 당장 내일이라도 가야 할 것 같네요.”
“조금 계획을 세우고 가는 게 낫지 않나요?”
“뭐, 그러면 저야 좋겠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여야죠. 날이 갈수록 더욱 대담해져서 피해자 수가 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 내일 새벽은 어떤가? 주말이기도 하니.”
류천화 씨의 말에 어렵다고 답하는 이는 없었다. 어렵더라도 시간을 내는 수밖에 없기도 했다. 미룬다고 미룰 수 있는 건이 아니었으니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뭐가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중, 멀뚱히 앉아 있던 유주한이 내게 물었다.
“형, 근데 무슨 밉보일 짓 했어요?”
“…왜?”
“형한테만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 것 같아서요.”
“그냥… 내가 무작정 행동부터 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데. 이번 건도 그냥 알아보다가 우연찮게 연이 닿은 거니까. 실제론 우리 모두에게 일어났던 일이잖아.”
“그건 그렇죠. 아, 저 엄청 놀랐어요. 갑자기 저랑 똑같이 생긴 게 나타나 가지고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니까요. 도플갱어랑 눈 마주쳐서 죽는 건 아닐까도 생각했고. 학교 화장실에서 그럴 건 뭐야.”
“넌 그래도 대낮에 그랬잖아? 난 새벽에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어.”
“…와.”
유주한이 질겁하며 제 누나를 바라보았다. 다들 무슨 심령 현상처럼 타이밍 안 좋게 만나냐. 나만 죽은 몬스터의 시체가 먼저 말을 건 거군.
나는 유주한이 떠드는 것을 잠시 뒤로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형이 입을 열었다.
“괜찮을까요.”
“한지운 씨가 걱정을 다 하시고. 의외네요.”
“저희를 다 부르는 건 그만큼의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글쎄요. 오만함일지도 모르죠. 이전의 사이비들을 봐요. 던전과 손을 잡긴 했지만 단 한 사람에게 무너졌잖아요. 던전은 그만큼의 전력을 저희에게 쏟지 않아요. 위급할 때나 죽이려 작정했을 때만 한 번에 우르르 쏟아 내지. 쓸데없는 걱정은 명을 재촉해요, 한지운 씨.”
지화연 씨의 말에 형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승현 헌터가 말했다.
“하지만 조금 걱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생존이 최우선이니까요. 사이비가 사라진 이후 마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곧바로 납치 사건을 시도한 거로 보아, 사이비와 연관이 아주 없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사이비가 완전히 소탕된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특별히 연관은 없는 것 같은데요, 길드장님. 사이비가 작정하고 행동에 나서려는 것이라면, 일단은 저희가 아니라 데이비드에게 먼저 갔겠죠. 데이비드가 사이비 교주를 죽인 장본인이니까요.”
“사이비들이 과연 그런 것에 연연할까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류천화 씨가 고개를 까딱이며 나를 바라봤다.
“즉, 연연하지 않고 본래 목표를 계속 노린다 이건가. 한지언 헌터도 참 불쌍한 인생이군그래. 동족이 아닌 것들에게만 인기 많고. 정작 동족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혔잖아? 다른 S급들과는 달리 말이야.”
“…동족한테 인기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
류천화 씨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찌 됐건, 이렇게 대화를 나누어 봤자 무의미할 뿐이야. 우리가 뭐라 하든 결국 답은 내일 섬으로 가야 알 수 있을 테니까.”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제가 정해서 따로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가 보지.”
하나둘 자리를 뜨고,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와중,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형이 말없이 뽈뽈뽈 따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내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동안 아무런 말이 없어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집 가게?”
“아니, 그…….”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
“…괜찮은 거 맞지?”
“뭐가?”
“그게 네가 회귀하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그렇지?”
“만약 회귀하는 걸 숨기려는 거면, 조금 위험하지 않아?”
“글쎄… 굳이 감추려 노력하는 건 아니어서. 어차피 말해도 믿을 사람이 없으니까.”
“난 믿었잖아. 혹시 몰라. 다른 사람들도 믿어 줄 수도. 그래, 유주한 헌터도 너를 신뢰하고 있잖아.”
형의 말에 나는 잠시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유주한에게 말했을 때… 어떻게 반응했더라.
“…그 신뢰를 헛소리로 무너뜨리고 싶진 않아서.”
형이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입술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만약 다른 사람에게 말할 거면 말해. 내가 옆에 있어 줄 테니까.”
“형이 옆에 있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이미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다르잖아. 그리고 나도… 비슷한 걸 겪었고.”
형이 어떻게든 노력하는 모습이 얼굴에 훤히 드러났다.
분명 이전에는 세상 평범한 가족이었는데, 성격이 철이 든 것 같다는 이유로 내 태도마저 바뀌었으니…….
‘아니. 조심하는 건가.’
이미 금이 갔던 관계에 다시 금이 안 가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래도…….’
굳건히 자리 잡아 당연하게 믿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