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한지언 씨? 이게 무슨…….”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회귀에 관한 것을 이런 식으로 밝혀지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내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었다. 이런 식으로 말해야 하는 사유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하물며 내가 가장 밝히기 싫어 하는 걸, 말하지 않을 수 있다면 평생 입을 다물고 있을 이야기를, 가장 잊고 싶고 후회하는 것을.
나중에 설명한다는 말을 뒤로하고 나는 곧장 다시 형에게 갔다. 움직이기 싫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회귀에 대해 들키는 걸 아무렇지 않아 하는 척하지만, 사실 엄청 신경 쓰고 숨기려 한다는 것을. 그 시선이, 의심이, 믿지 않는 것이, 내 편이 없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 숨기려 한다는 걸.
문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밤하늘에 저절로 시선이 옮겨졌다.
‘…별이, 많네.’
쌓인 모든 것들이 터져 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를 갉아먹는다.
나는 나중에 설명하겠다는 말을 해 놓고, 배에 다시 올라 이동하는 내내, 숨 쉬는 형의 옆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집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는 동안에도.
그렇게 집 안에 박혀, 나가지 않았다. 이대로 굳어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지금, 귀와 눈을 틀어막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영원하다 자부했던 것이, 끝을 보지 않는 이상 지속될 예정이었던 것이 어느 날 사라져 없어진다는 것이, 무서웠다.
툭.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이마에 닿았다.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겔탄이다. 작은 발이 내 머리를 꾹꾹 누르다가 말없이 머리 위에 똬리를 틀었다.
“겔탄.”
부스럭. 겔탄이 머리 위에서 몸을 움직였다.
“너는, 알고 있지.”
깊게 내뱉는 숨소리가 대답을 대신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물어볼 법도 한 녀석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가끔씩 나와 옆에만 있어 주는 것부터가 이상했거늘. 알고 있기에 묻지 않은 거였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할 때마다 목 안이 타들어 가는 감각을 느끼거나 울음을 참지 않아도 될 텐데.
“지언아.”
똑똑. 방문 너머로 형이 노크했다. 비척이며 일어나 문을 열자, 빛이 눈부셨다.
“들어가도 돼?”
나는 말없이 형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었다. 형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어두컴컴한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의자를 침대 앞으로 옮겨 앉았다.
“…괜찮아?”
“아니. 토할 것 같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돌아갔어.”
“…회귀했다고?”
“어.”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서 지금까지 왔다는 거야? 똑같이?”
“아니.”
“그럼?”
대답하려 입을 벌렸으나 무언가로 인해 목이 콱 막힌 기분이었다.
말해도 되는 걸까. 한 번 잃어버릴 뻔한 사람에게, 언제 또 잃어버릴지 모르는데, 이런 짐을 함부로 나누어 주어도 되는 걸까.
“지언아.”
“…….”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것들은 하나도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런 척 스스로 세뇌하는 거지. 하나도 안 익숙하다. 똑같은 것만 반복하는데도 하나도 익숙해지지 못했다.
난 그저 성숙지 못한 철부지였다.
“지언아?”
내 행동 하나하나가 무서웠다. 내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두려웠다. 그 작은 것 하나로 많은 게 바뀌어 버릴까 봐. 더 이상 바꾸고 싶지 않았다. 작은 거 하나라도 바뀌면 기뻤던 것이 단숨에 두려운 것으로 뒤바뀔 것 같았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이 된 지금, 모든 것이 두려워졌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만회할 기회가 없어졌다는 것이.
“지언아.”
“…….”
“너 이마의 흉터가 왜 있는지 알아?”
“…….”
모른다. 어릴 적에 사고로 다쳤다고만 들었지, 정작 그 사고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거, 내가 무서워하던 걸 네가 없애 주려다 생긴 거야.”
“…무서워하던 거?”
“있어, 그랬던 게. 엄청 옛날 일이야. 다시 말해 내가 엄청 어렸을 적 얘기지. 그런데, 나도 어릴 적인데 너는 얼마나 어렸겠어.”
“두 살 차이잖아.”
“어릴 때는 한 살 한 살 차이가 크니까. 너는 나보다 나이도 적고, 체구도 작았어. 그런 어렸던 네가, 내가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나섰다가 상처를 입었고.”
“그게 왜.”
“난 그때부터 네가 미래에 강하건 아니건, 넌 내 동생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아무리 강하더라도, 형인 내가 옆에 있어 줘야 하는 동생.”
“…갑자기?”
“예나 지금이나, 넌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내 동생이라는 거야. 상처는 어릴 적 생긴 그 흉터로 충분하니까, 그러니까 혼자 가지고 있으려 하지 말고 말해 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이 이야기를 하려면, 형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했다. 회귀가 아닌, 그 이후에 형에게 숨겼던 것들. 또 다른 형을 만났던 것을. 작가가 실존한다는 것을.
그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형은 같은 형이지만, 형은 다르게 생각할 거였다. 작가라고 자칭한 이로 인해, 다시 이곳을 소설 속이라 생각할 테니까. 또한, 또 다른 형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면 더욱.
직접 마주한 나조차 아니라는 것을 그저 알고 있을 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랐다. 그저 본능이 그렇다고 하는 것뿐이니까. 현실 도피 같은 것이 아닌, 정말 내 형이 아니었기에.
다만 지금 내 눈앞의 형이 그 말을 제대로 들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때도 미친 듯이 땅을 팠는데, 또 안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도 말해도 될까. 역시 조금 돌려서 말하는 게…….
“…….”
그래도 말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불안정하다. 절벽 끝에 다다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밀만 차곡차곡 쌓아 봤자였다.
그 생각을 하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작가에 대해 말하자. 그 작가가 이 세상이 소설이라 한 적은 없었다. 무슨 작가인지도 말 안 했다. 그러니까, 그것부터 시작해 안심시켜서…….
“형.”
나는 겨우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나 어떡하지.”
목 안에서 고여 왔던 말이 튀어나와, 생각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말이다.
정리했던 생각이 쓸모없어졌다. 나는 마구잡이로 말을 내뱉었고, 형은 그걸 얌전히 들어 주었다.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형이 죽었는데 안 살아났다.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평생 죽어 있을까 봐 두려웠다.
분명 형처럼 생긴 누군가가 이건 소설이 아니고 형도 빙의한 게 아니라 했는데 갑자기 작가가 나타나 기회를 주었다. 아마 이번에 시간이 돌아간 게 그 기회일 거다.
아, 물론 작가가 무슨 작가라 말하진 않았다. 그저 끝이 보인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근데 그게 나의 회귀의 끝이었나 보다.
허허. 이거 진짜 어떻게 해야 해.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겠어. 숨 막혀.
무작정 내뱉은 말을 끝내며 숨을 골랐다. 말하며 자연스레 내려간 고개를 슬쩍 올려 형을 바라보니, 형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곤 입술을 움직여 소리를 내다가, 답했다.
“그랬구나.”
그뿐이었다. 형은 다른 말 없이, 그 한마디만 말해 주었다.
역시 나는 가짜였다. 내가 자리를 차지해서 미안하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너는 그냥 방 안에 있어라. 이런 소리가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답.
“지언아.”
“어. 어?”
“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몬스터가 사라지고 평화가 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응.”
“
“…넌 던전이 끝나면 당연하게 회귀도 끝날 거라 생각한 거지?”
“그야, 던전의 영향으로 회귀한 거라 생각했으니까…….”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이변이 생겨났는데. 이 이변 때문에 회귀가 갑자기 끝날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그야… 그럴 리가 없으니까.”
“지언아. 애초에 네 능력이 아닌 갑자기 생긴 이상 현상이잖아.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아예 생각을 안 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해. 다만, 그동안 계속 지속되어 와서 당황스러울 뿐인 거야.”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이러니까―”
“정말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었어? 방금 말했잖아. 이변. 그게 전조 증상이었을 가능성은? ……지언아. 어쩌면 이제야 다른 사람과 같은 선에 선 걸 수도 있어. 회귀가 끝나길 바라왔던 거 아니야?”
“그건 던전같은 위험한 요소가 없을 때야. 만약, 누가 죽게 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 닥치면?”
“그땐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뭐?”
“지언아. 이게 평범한 거야. 이게 당연한 거고. 너한테 그 당연함과 평범함이 뒤늦게 찾아온 거야.”
나에게 당연한 건 돌아가는 거였다. 그걸 더 오래 해 왔고. 그러니 나에게 당연한 건 그쪽이었다.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르니까.
…난 왜 또 반박하고 있지?
“지언아. 그냥 돌아온 거야. 엇나가다가 본상태로 돌아온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턴 그냥 평범히 늙어 죽을 생각만 해.”
말이 쉽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가. 매번 서른 살을 넘겨 본 적이 없는데. 늘 20대에 머물러, 하염없이 헌터만 했는데. 늙으면서 멍이나 때리라는 건가? 할 수 있는 거 하나 없이? 애초에 내가 그래도 되는 처지인가? 온갖 죄악을 저질러 놓고?
“지언아.”
“어?”
“난 언제나 네 편이야. 네가 강할 거라 생각했던 어릴 적에도,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네 곁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많아. 모두가 네 편이 아닐지는 몰라도 적어도 뚜렷한 적이 있는 지금은 네 편에 서 줄 거야. 그러니까 언제든, 네가 어떤 존재든, 넌 혼자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