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아으윽.”
나는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따질 겨를도 없었다. 지금 장소는, 온연 길드 옥상이 아닌 웬 방이었으니까. 그것도 침대와 소파, 창문이 있는 지극히 평범한 방 말이다.
나는 눕혀져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주변을 탐색했다. 흔한 CCTV 하나 없이 평범한 방이라 더욱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무섭다고.
“도대체 또 뭔 신박한 난리인지― 어.”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나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도, 입도, 멀끔한 옷도 아닌 목이었다.
‘…이거…….’
체크무늬의 다이아몬드 도형이 이어진 문양. 이건 분명, 이미 죽은 헤이라의 능력일 터였다. 그런데 이게 왜…….
나는 거울을 보며 한참을 목을 매만지다가 손을 뗐다. 일단 여기가 어딘지 아는 게 먼저였다.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겠지.’
이 문양이 있는 걸 보건대, 아마 또 사이비의 짓일 것이었다. 그리고 사이비가 노리는 건 나이니 다른 사람들은 멀쩡할 터.
그 생각에 안심하고 방을 살피는데 침대의 침구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다리가 보였다. 곧장 누군지 확인해 보니 유아한 씨였다. 이 사람은 왜 여기 있어.
“유아한 씨. 정신 차려 봐요. 유아한 씨.”
유아한 씨의 목에 역시 마찬가지로 문양 능력을 사용 못 하게 하는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까진 그동안의 전적이 있으니 그렇다 쳐. 그런데 유아한 씨는 대체 왜 납치한 거야.
꼬이고 꼬이는 머릿속에 나는 당최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유아한 씨를 잠시 내버려 두고 다른 곳을 살폈다. 창문 밖이라도 보면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까.
창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바깥을 보니, 넓은 정원 너머 평범한 건물들이 보였다. 납치 맞지, 이거?
‘물론 문양을 못 쓰게 막아 버리고 데려왔으니 납치는 맞겠지만.’
가둬 둘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대우가 황당했다.
‘…이거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통통. 창문을 두드려 보니 강화 유리도 아닌 듯했다. 다만 지금 몸으로 유리를 깨부수면 상처가 날 것이 분명했기에, 비효율적으로 상처를 낼 순 없어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의자를 집어 그대로 창문을 향해 휘둘렀다.
혹여 의자가 튕겨 나오진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콰장창! 유리는 너무나 쉽게 깨져, 되레 유리 파편이 튀어 상처를 입었다.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어서 적당히 상처를 문지르고 있자니 누군가가 뒤에서 말했다.
“손으로 문지르지 마요.”
유아한 씨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몸을 일으키던 유아한 씨가 잠깐 멈칫하더니 제 목뒤를 매만졌다. 그러다 주먹을 쥐었다가 펴 보기도,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기도 했다.
“뭐야, 이거.”
아마 문양의 힘을 완전히 상실한 듯한 감각이 익숙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강했던 힘이 단숨에 소실된 거니까.
작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던 유아한 씨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무어라 말하려 했다. 그러다 내 목을 봤는지 하려던 말을 잊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뒤에 있는 거울을 보더니 한참을 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목에 뭔 원수졌나. 무슨 문양이건 다 목에 생겨.”
한참을 거울을 보던 유아한 씨가 내게 물었다.
“이거, 그 사이비 소탕할 때 생기셨던 문양 맞죠?”
“네. 그거 맞아요.”
“그럼 이거 건 사람을 죽여야 능력이 돌아올 텐데, 문제는 저희 둘이선 가망이 없다는 점이네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다른 분들이 구출하러 오기도 힘들 거고요.”
“위치는… 외국 쪽인 것 같은데요.”
내가 유리를 깬 창문을 가리키니, 너머 풍경을 본 유아한 씨가 내 말을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외국의 큰 저택이면… 무너질 때 오히려 눈에 띌 텐데 왜 여기로 데려온 걸까요? 눈속임?”
“아니면 밖과 저택을 단절시키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요.”
“나가 보죠, 일단.”
“그러죠.”
납치되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인데 왜 무모하게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내렸는지에 대한 거창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문양만 못 쓰게 했을 뿐 지금까지 우리를 생채기 하나 없이 내버려 둔 것을 보면 죽이려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적어도 당장 해칠 생각은 없어 보이니, 잡혀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일은 없을 거다.
…뭐, 죽일 거라면 진즉 죽였겠지.
“그럼 문은 잠겨있거나, 바깥에 누가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한지언 씨가 깨뜨린 창문이나 열리는 다른 창문으로 나가―”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나와 유아한 씨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돌연 들린 목소리의 주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깥에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손댈 생각도 안 하던 문을 연 채 여유롭게 문틀에 몸을 기댄 이가 말을 이었다.
“가만히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는데 말이야. 창문을 깨는 건 너무하지 않아? 그냥 열면 되잖아. 딱히 잠가 둔 것도 아닌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왜 저 사람이…….
“왜 여기에 계신―”
내가 다가가려던 차, 유아한 씨가 팔을 뻗어 나를 막았다. 왜 그러냐고 물으려는데 유아한 씨가 한껏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어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유아한 씨도 아는 사람임에도 이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네가 왜 여기 있지, 데이비드?”
“왜일 것 같아?”
데이비드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능청스레 말했다. 유아한 씨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답했다.
“…첫 번째. 사이비를 소탕하러 왔다. 두 번째. 네가 사이비다. 세 번째. 여긴 네 집이다. 내 생각에는 처음 빼고 다 맞는 것 같은데.”
“정답이야. 역시 아한이야. 음, 근데 좀 아쉽네.”
“아쉽고 자시고, 언제부터야.”
“뭐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다가온 거야?”
“…음, 넌 언제부터일 거라 생각하는데?”
“처음부터.”
“그니까. 그게 언제라고 생각해?”
“…네가 포션을 많이 샀다는 이유로 협력을 권했을 때 아니야?”
“역시 기억 못 하네.”
“뭐?”
“찬찬히 생각해 봐. 아, 그대로 내버려 두면 또 난리 치려나.”
잠깐 고민하던 데이비드가 성큼 우리한테 다가오더니 단숨에 우리 둘을 묶었다. 유아한 씨와 등을 맞대고 사이좋게 묶여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발은 또 언제 묶은 거야.
“이거 풀어,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유아한 씨의 말을 무시한 채 흥얼거리며,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나무판자를 벽에 박아 깨진 창문을 막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를 묶은 속도와 달리, 아주 평범한 속도로 창문을 막는 데이비드를 보며 물었다.
“…당신이 사이비면, 왜 같은 편을 죽인 겁니까.”
“같은 편? 아아, 그 몬스터 말하는 건가?”
데이비드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 평소와 같은 밝은 웃음으로 답했다.
“몬스터를 죽이는 데에 이유가 필요해?”
통. 통. 데이비드는 다시 창문을 막는 데에 집중했다.
‘멀쩡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몇 바퀴 돌아서 멀쩡해 보였던 건가. 아니, 언제부터? 정말 아까 말한 대로 유아한 씨와 친분을 쌓은 것부터가 다 미리 설계해 둔 건가? 그렇다면 대체 왜?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이고, 이런 큰 저택에 사는 걸 보면 재산도 많을 텐데. 도대체 뭘 원해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니, 그 전에…….
“데이비드 씨.”
“으응?”
“문양을 못 쓰게 하는 이 능력, 분명 헤이라의 능력일 텐데 왜 당신이 가지고 계신 겁니까.”
“약속했으니까?”
“약속이라뇨?”
“걔를 죽이면 나에게 능력을 준다고 약속했거든. 열심히 해야 날 좋게 봐주든 해서 말이야. 그나저나 내가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건 어찌 알았어?”
“…….”
그래. 어쩐지 너무 쉽게 죽는다고 했더니, 역시는 역시인가. 찝찝한 이유가 있었다. 데이비드가 너무 쉽게 사이비 집단의 일원이 된 것부터 의아했는데, 처음부터 같은 편이었던 거였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진짜 사이비는 따로 있고 헤이라는 그저 얼굴마담이었을 수도 있지. 사이비의 머리가 아닌, 그저 일개 사이비였을 수도.
그렇기에 무작정 헤이라를 죽인 데이비드가 이 능력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물었는데, 진짜일 줄은.
“데이비드 씨가 사이비 교주인 겁니까?”
“내 질문엔 답도 안 하네. 음, 사이비라면 사이비겠지. 던전이랑 손을 잡았으니까. 물론 몬스터는 안 좋아해. 던전도 안 좋아하고. 그리고 교주도 아니야.”
퉁. 못을 다 박은 데이비드가 망치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놨다.
“던전을 숭배해서 사이비들에게 협력하는 게 아니야. 필요하니까 함께하는 거지. 원하는 걸 이루면 손 뗄 거야.”
그 말에 유아한 씨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네가 손을 뗀다고 그게 떼어지겠어? 변명 줄줄 늘어놓지 마. 넌 그냥 던전 편인 거야.”
“…뭐, 그렇지. 그래도 후회는 안 해. 이미 옛날에 많이 했거든.”
“차라리 후회하고 저희를 풀어 주시면 안 되나요?”
“아하하! 미안. 너희 둘은 꼭 필요하거든. 그럼 편히 쉬고 있어? 또 난동 부리지 말고.”
쿵. 데이비드가 방 바깥으로 나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데이비드가 탑이 생겼을 때 이미 사이비였다면 탑 안에서 우리가 탑을 클리어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을 거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오히려 꽤 많은 도움을 줬지. 사이비 같은 모습은 전혀 안 보였는데.
‘…반쯤은 믿고 있었거늘.’
이전 회차에서 딱히 본 적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큰일은 안 냈겠거니 싶어 그냥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피해만 안 준다면 아군은 많은 편이 좋으니까.
그런데 탑이 생기기 이전부터 사이비였다면… 이전 회차에서도 계속 사이비였을 가능성이 클 터. 그러면 다른 이들에게 진작 소탕되어서 내가 못 본 건가? 아니, 그러면 언론 매체에서 크게 보도를 했을 텐데.
‘혼란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