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친절한 납치범】
나는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 주변을 살펴봤다. 처음 갇혀 있던 곳과 다르게 화려한 파스텔 색조 벽지. 장난감이 가득한 방, 생활감이 보이는 책상과 필기구, 그리고 누군가가 누워 있는 침대.
‘두 사람은… 없네. 안 들킨 건가?’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에 앞을 바라보자 데이비드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한은 1층, 배신자는 2층에 있어.”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겁니까.”
“뭐, 그렇지.”
“따로 계단은 안 보이던데요. 데이비드 씨가 그 두 사람을 아래로 보낸 거예요?”
“그치.”
“왜 안 잡고요?”
“어차피 못 나가는걸. 너희가 생각을 잘못했어. 너희들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원래 갇혀 있던 방뿐이었으니까. 창문에 아무런 장치도 없었잖아. 그게 출구였어.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모든 게 가짜가 돼버렸지만.”
“그것도, 데이비드 씨의 능력인 거죠?”
“흠……. 내가 조종하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분명… 능력은 하나셨을 텐데요.”
“맞아. 하지만 잘 보이고 싶었거든. 잘 보이는 자리는 가장 높은 자리잖아? 그래서 교주를 죽인 직후 그 교주 자리를 내가 앉게 돼서 여러 개가 되었지.”
…헤이라를 죽인 걸 뜻하는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
데이비드는 자세를 고정한 채 입꼬리만 올리곤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말 없는 모습에 침을 삼키고 가만히 데이비드를 노려보고 있자니 한참을 가만히 있던 데이비드가 자세를 고치고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얘기해 줘야 할까…….”
“뭘 말입니까.”
“내 사연.”
“사연이고 뭐고, 지금 하는 행동이 문제가 있는 건 알고 계세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사연을 풀어서 동정이라도 얻으려는 거지.”
“아한 씨나 그… 배신자라 칭하시는 분 말고 저한테요? 전 데이비드 씨랑 특별한 연이 있진 않은데요.”
“너, 시간을 반복했다며.”
“…….”
미치겠네. 이 사람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설마 정말 왕이 개입한 건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옥상에서, 나도 들었으니까?”
그쪽이었나. 하기야, 공개된 장소이기도 했고, 하얀 팔을 조종하는 게 데이비드니.
“…그런데 그게 데이비드 씨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글쎄. 가장 불행해 보이는 너에게서 인정받으면, 죄책감이 좀 사라질 것 같아서?”
“인정 안 하면 죄책감이 커지셔서 풀어 주시나요.”
“하하! 아니?”
그럼 그렇지.
“…한번 말해 봐요. 들어 드릴 테니까.”
“그래? 그럼 잘 들어 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유아한 씨나 이율 둘 중 한 사람에게 틈이 생기지 않을까.
데이비드가 의자에 허리를 편안히 기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한테, 누나가 있었어. 나이는 다섯 살 차이. 우린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잘 지냈어.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신 이후로 누나는 내게 하나뿐인 가족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자, 절대적으로 믿는 존재였지. 그렇게 살다 누나가 결혼했고, 조카도 생겼어.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 빼면 평탄한 인생이었어. 그러다 게이트가 생기고, 나는 S급, 누나는 B급 헌터가 됐지. 여기까진 평범하지?”
“…예.”
“정말 완벽했어. 조카는 풍족한 환경에서 불행 한번 겪지 않고 자라나 빛처럼 밝은 아이가 됐지. 그런데, 헌터 하나가 날뛰는 일이 생겼어. 학교에서.”
그 말에 뒷이야기가 예상됐다.
“학교에 왕따 문제를 겪는 학생이 있었나 봐. 그 정도가 꽤 심각했고. 그런데 그 애가 문양이 발현되어서, S급 독 능력을 가지게 된 거야. 그러자 그 애는 곧바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지. 하나뿐인 조카는, 말로 설득하려고 그 애에게 다가가다가 독에 맞아 그대로 중독됐고.”
데이비드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학교는 산속에 있는 기숙 학교였는데, 마침 그날 학부모 상담이 있었던 누나가 학교로 가던 중에 그 소식을 듣게 된 거야. 누나는 서둘러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안타깝게도 독에 면역이 없었어. 포션을 들고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학생들만 대피시킨 채 본인은 싸늘한 주검이 됐지.”
나는 데이비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의 어깨너머 침대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그와 시선을 마주치며 물었다.
“조카는요?”
“서서히 죽어 가고 있어. 난동을 부린 학생은 잘 살아 헌터 일을 하고 있고. 학교 폭력 때문에 벌였다는 점도 있고, 무엇보다 S급 헌터의 처벌은 끽해야 봉사 이런 것 말고 특별히 없었고. 오히려 학교 폭력을 복수한 영화 같은 인생의 헌터라면서 높이 평가받지.”
“그래서 조카가 살아 있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죽었다는 뜻입니까?”
“둘 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요. 뒤에는 누굽니까?”
“조카.”
…사이비들이 여기에 우글우글거리는 거면, 조카는 다른 곳에 둬야 하는 거 아닌가? 언제 헌터들이 몰려와서 난리를 피울지 모르는데.
내가 시선을 데이비드 뒤 침대에 고정시키고 있자, 툭툭, 팔걸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시선을 데이비드에게 돌렸다.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뭡니까.”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데이비드 씨요?”
“응.”
그런 걸 왜 묻는지, 의도를 파악하려 하자 하나의 답만 도출되었다. 먼 곳에 있어, 바로 가 돕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아마 그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멀리 있어서… 도우지 못하신 거 아닙니까?”
“차라리 그랬으면 지금처럼 후회하지 않았을 거야. 난, 누나랑 같이 학교로 향했어.”
“그런데 왜…….”
“학교 근처 도시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크게 터졌었거든. 다수가 먼저였기에 나는 사람이 더 많은 도시로 향했고, 누나는 학교로 향했어. 누나가 갔으니 괜찮겠거니 했지. B급이긴 해도 숙련됐고, 그때 학교에서 날뛰는 애가 S급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
“그래서 후회하시는 겁니까?”
“응.”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법입니다.”
“나도 잘 알아. 네가 과거를 반복한다는 말을 듣고 너한테 부탁해서 다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제 반복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뭐, 애초에 과거를 되돌리느니 그런 건 진작에 포기했어. 그 대신 미래를 계속해서 이었지.”
“그 미래를 잇는다는 게 사이비였던 겁니까?”
“조카를 살리려고 스프레드 게이트에서 나온 해독제도 사용해 보고, 유명한 해독 능력 헌터도 고용해 봤어. 그런데 소용없더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유아한 씨가 기억 못 하는 첫 만남이란 것도 혹시 그 무렵의 일입니까?”
“맞아. S급 힐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싶었거든. 실제로 아한이 만든 포션 덕분에 조카가 지금까지 생을 연장하고 있는 거고.”
“…….”
데이비드가 왜 그렇게 유아한 씨의 포션을 긁어모으는가.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가 독점욕 때문이라고, 그저 사치스러운 사람일 뿐이라고, 혹은 활동을 많이 하는 헌터이니 당연한 일이라고들 말했다.
그러나 전부 아니었다. 그의 집이라고 하는 이곳만 봐도 장식 하나 보기 어려웠다. 그간의 보여준 성격과 달리, 데이비드의 그동안의 복장을 볼 때도 역시 사치스럽다곤 느끼지 못했다.
또한 활동을 많이 하는 헌터이긴 하지만, 데이비드는 웬만한 일에는 작은 생채기나 나고 말 정도로 강한 헌터였다. 그런데…….
“유아한 씨는 왜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는 겁니까? 이미 예전에 만나 도움을 청하신 것 같은데.”
“나는 그때, 이끌리듯 아한의 포션을 사서 사용한 후였어. 그저 지나가는 포션 구매자에 불과했지. 다만 나는 그런 가벼운 입장이 아니었어. 구원자를 만난 듯한 감격에 무작정 아한을 찾아갔는데, 아한이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고 있더라.”
짝! 데이비드가 손뼉을 치며 말을 이었다.
“너같이 도움만 바라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족속들이 가장 싫다, 내가 도와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라고 말이야.”
“유아한 씨가요?”
이상하다. 유아한 씨 성격상 다친 이가 있다면 도왔을 텐데.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
“상대가 누구였는지 아십니까?”
“몰라. 처음 보는 사람이었거든.”
“데이비드 씨, 같은 편이라고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유아한 씨는 적어도 사람에게 그런 막말을 퍼붓는 사람은 아녜요. 상대가 몬스터면 모를까.”
“나도 알아.”
“예?”
“모르는 사람이 간 이후에 아한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거든. 아무리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해도 아한도 S급 헌터니까, 모를 리가 없었겠지.”
“그게 첫 만남이셨던 겁니까.”
“응.”
하기야, 얼굴도 마주 안 한 상황을 첫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유아한 씨에게 기억도 못 한다고 할 리는 없지.
“아한이 이유 없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그때 바로 알았어. 아한이 상황 설명을 다 해 줬거든. 마약에 돈을 펑펑 쓰다가 불법적인 일에 연루돼서 손가락이 절단된 사람이었나 봐. 그런데 병원은 비싸고 후유증도 남을 것 같으니 아한에게 접근해서 최대한 불쌍한 모습으로 속이려 했었고.”
“…그것 때문에 유아한 씨에게 도움을 받지 않은 겁니까? 그건 그때의 사람이 문제 있던 거고 데이비드 씨는 아니었을 텐데요.”
“내가 그때 사람이랑 뭐가 다를까?”
“당연히 다르죠.”
“글쎄. 본인 힘으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은 같잖아.”
“유아한 씨를 찾은 것 자체가 데이비드 씨의 노력인데요? 오히려 사이비의 도움을 받는 게 더 별로예요. 애초에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난 힘든 상황에서도 노력도 했고, 건전하게 살아왔어. 사람도 많이 구했고. 그러니까, 나는 보답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거기에 대한 네 생각을 묻고 싶어서.”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데이비드 씨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건, 지금 사이비들과 손잡고 행동하는 건 용서할 수가 없는데요.”
“왜? 난 특별히 사람을 해친 것도 아닌데. 해친 건 내가 손잡은 쪽이지.”
“그걸 아시면서 손을 잡으셨잖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야말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사람을 엄청 많이 해쳤잖아. 물론 다시 돌아갈 걸 아니까 그랬겠지만.”
“…그거랑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애초에 전부 어디서 알게 된 정보십니까.”
“그 섬의 저택에서, 네가 밝혔잖아.”
그 말에 온몸이 서늘해졌다. 섬의 저택. 그 남의 고통을 먹던 자와 싸웠던 곳을 칭하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문을 열기 위해 동족을 가장 많이 죽였노라고 밝혔던 곳이니까.
다만, 그곳엔 우리 일행 외에 아무도 없었다. CCTV도 없었고. 그런데 그걸 알고 있다면…….
“…하나만 묻겠습니다. 데이비드 씨 위에 있는 건, 대체 누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