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흠. 누구라고 생각하는데?”
“…왕이요.”
“음. 아니야. 힌트를 줄게. 너와 만난 적이 있어.”
“얼굴을 마주 보고 대면했다 이 소리입니까?”
“응.”
도통 누군지 감이 안 온다. 이 정도의 능력을 부여해 주고, 정보를 알고 전달해준다는 건 적어도 왕만큼 강한 존재라는 건데.
던전에서 만났던 이들은 전부 죽었다. 그렇다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기엔 능력을 부여하는 능력이 걸렸다.
누구지? 누가 이들의 머리에 있는 거지? 데이비드가 사용하는 하얀 팔은 왕이 사용했던 검은 팔에서 색만 바뀐 거 아닌가? 그런데 왕은 또 아니라고 하고.
똑. 머리가 뒤로 밀려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눈앞의 데이비드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보여서. 어차피 곧 만날 텐데.”
“곧 만난다뇨?”
“내가 너희 둘을 왜 납치했겠어?”
“제가 어찌 압니까.”
“세상은 넓고, S급 헌터의 수도 늘고 있어. 그럼에도 너희를 데려온 이유가 뭐겠어?”
“유아한 씨는… 전적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전 딱히 특출난 게 없는데요.”
“주변에서 자주 듣지 않았어?”
나를 묶어 두고 있던 하얀 손이 스멀스멀 올라와 툭, 명치에 손을 얹었다.
“그릇이 크다는 말.”
“…듣긴 했지만, 그다지 실감이 안 나서요. 그리고 그릇이 커 봤자 담은 능력이 적고.”
“능력이 적으면, 새로운 능력을 더 추가해서 담으면 되는 거잖아?”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그래 왔잖아. 꽃. 날개.”
그 말에 그동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꽃 능력은 받은 거다. 보상으로 받은 보답. 그래서 특별한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날개, 비행 마석이 부서진 이후 뜬금없이 돋아난 능력의 경우 솔직히 의심을 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의심해도 머리만 아프고 답은 나오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 둔 거지.
“그리고 너, 네 능력의 진짜 힘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
솔직히 말해서 안 궁금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나에게 너는 절대로 약하지 않다며, 오히려 강하다고 했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이 빛을 발했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이들이, 내 힘 자체가 강하다 하였으니.
그러나 별을 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내가 무얼 더 알 수 있을까.
‘데이비드가 어떻게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이비에서 입지가 큰 사람이니 그런 거겠지.
‘물어보면 알려 줄까?’
지금 데이비드가 하는 말들이 맞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나에게 왜 이런 정보들을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해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물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알 거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나는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질문들을 꾸역꾸역 삼키다 이내 입을 열었다.
“제 능력에 대해 아시는 겁니까?”
“알다마다. 볼 수 있는 사람이 알려 줬거든.”
“뭡니까.”
“흠.”
데이비드가 턱을 괸 채 제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리곤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알려 줄까 말까?”
“…….”
“우리 교환하자.”
“교환이라뇨?”
“내가 방금 말한 나의 안타까운 과거사, 어떻게 생각해?”
“…….”
어떻게 생각하고 자시고, 아무런 생각도 안 드는데. 아픈 사람은 세상에 널렸고, 살리려는 사람도 널렸으니까.
“사이비가 조카를 고칠 수는 있습니까? 허언 아니고?”
“S급 독이 우리에겐 해독할 수 없는 독이지만, S급보다 더 강한 이에겐 어떨지 모르는 일이잖아? 난 우리 세상의 한계로 인해 한계를 넘어서려고 하는 것뿐이야.”
“그게 조카도 원하는 일인 겁니까? 애초에 무슨 근거로 저쪽을 믿는 거예요.”
“믿는 게 아니야. 선택지가 없는 거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이유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아니, 네가 아니라 형 쪽인가.”
데이비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에 자리 잡은 침대로 향했다. 그러곤 촤아악! 침대를 가리던 커튼을 젖히자 시체인지 살아 있는 사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사람이 얌전하게 누워 있었다. 데이비드와 같은 금발의 긴 머리를 이리저리 흩뜨린 채, 미동도 없이.
“난 가족을 일찍 잃었어. 유일한 누나도 세상을 떠났지. 내겐 이제 이 아이뿐이야.”
“가족이 없어도… 홀로 설 줄 알아야 어른이죠.”
“굳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는데. 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영원히 머물다 죽고 싶거든.”
“…그, 누나의 남편분은요? 피는 안 이어졌지만 그래도 한 식구잖습니까.”
“누나가 헌터가 된 이후 집을 나갔어. 알아보니까 다른 나라에서 새 가정을 꾸렸던데.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누나가 무서웠대.”
“…친척은요?”
“없어.”
“가족을 대신할 친구가 있잖습니까.”
“나 친구 없어.”
“자랑이다. 쯧.”
“…방금 혀 찬 거야?”
“아뇨.”
“…어쨌거나, 내 인생엔 이제 이 아이밖에 없어.”
“…….”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은 받아 줄 생각 없이, 늘 함께하던 이들만 내 테두리 안에 집어넣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오만이다. 이 사람들로 충분하다는 나의 오만.
“애 앞에서 애처럼 굴지 마요.”
“왜? 나이를 먹었다고 꼭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법은 없잖아?”
“네, 맞아요. 그런데, 당연하게 어른을 기대한 애들이 실망합니다.”
“…꼭 이 애가 깨어나서 상황을 알게 되면, 실망할 거라는 말로 들리네.”
“잘 들으셨네요.”
“그게 네 답이야?”
“네.”
“음.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데.”
“교환이잖아요? 서로의 정보를 넘기고 서로의 생각을 넘기는 교환. 데이비드 씨가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고 제가 거기에 맞춰 답을 주면 그건 교환이 아니라 순 자기만족이죠.”
“난 애니까 그런 게 좋은걸.”
“…….”
내가 잘못 생각했다. 대화가 통하는 듯 보였지만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답했잖습니까. 상응하는 정보를 주시죠.”
“흠. 썩 내키지 않네. 능력에 대한 정보 말고 다른 거 알려 줄게.”
“그게 무슨―”
“너, 곧 죽어.”
“예?”
“그래서 아한을 데려온 건데, 솔직히 살릴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어. 능력도 못 쓰는 그 몸뚱이로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네가 고통을 많이 겪어 봤다지만 그건 결국 S급 몸이었을 때잖아? 그래서―”
“아니, 잠깐만요.”
이건 또 뭔 헛소리지? 나 때문에 유아한 씨를 데려왔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이야.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네요. 저희를 납치한 이유가 뭡니까.”
“내가 말 안 했나.”
잠깐 고민하던 데이비드가 제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네가 궁금해하는 우리 위에 있는 자를 데려오기 위해, 네가 필요하거든. 사실 너만 있으면 돼. 다만 네가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아서 아한을 같이 데려온 거야. 배신자는 뭐… 배신해 가지고 데려오라기에 그냥 데려온 거고. 누구를 죽일 생각은 없어. 과정에서 죽을 위험이 있긴 하지만. 네 몸을 통해 거대한 존재가 이곳으로 오게 할 거라서 말이야.”
“그게 살인과 뭐가 다릅니까.”
“죽이고 싶지 않다니까?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은 해 볼게.”
“왜 제가 필요한 겁니까.”
“네 그릇 때문이지. 온 세상을 뒤져도 너만큼 큰 그릇이 없다네. 난 몰라. 필요한 준비물만 데려오면 조카를 치료해 준다기에 데려왔을 뿐이니까. 그래도 난 네가 꽤 마음에 들어서 안 죽게 하는 방법은 없냐고 물으니까 아한을 데려와서 최대한 치료해 보라고 하더라고.”
“순 억지잖아요. 애초에 그릇이 크다고 그 존재를 여기로 데려올 수 있긴 합니까?”
“난 몰라. 알아서 하겠지.”
“회피하지 마시고요.”
데이비드가 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는 코앞에 멈춰 서서 나를 내려다보더니, 중얼거리듯 내게 말했다.
“너도 세상을 구하려고 온갖 일을 했잖아. 나도 내 세상을 구하려고 온갖 방법을 사용하는 것뿐이야.”
“그 이후는요? 조카가 살아났다고 칩시다. 제 몸을 이용해 넘어온 녀석이 뭘 할 줄 알고 이리 넘어오게 해요? 만약 그게 튀어나와서 세상을 멸망시키면, 조카를 살려도 미래가 없는 거잖아요.”
“지금도 미래가 없는데 뭐 어때.”
순 지멋대로네.
“…….”
애초에 내가 목적이었다는 것부터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계속 유아한 씨 얘기만 하기에 난 덤인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을 줄이야.
‘도대체 뭐를 어떻게 하기에 내가 필요하다는 거야.’
내가 살아 있는 게이트가 되기라도 하는 건가. 누가 몸에서 튀어나오는 시점에서 힐이고 뭐고 그냥 죽는 거 아니야?
‘이거 살 수 있는 건가.’
내가 미간을 찡그리고 있자 데이비드가 말했다.
“최대한 살려 보려 노력한다니까. 너무 걱정은 마.”
이게 뭔 헛소리일까. 죽으면 난 최대한 노력했어로 회피할 수 있는 말 아닌가. 애초에 살릴 생각은 있는 건가? 진심으로 살릴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날 안 데려왔겠지.
‘하나같이 순 억지.’
꽈득. 무언가가 살을 파고드는 소리에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야.’
고개를 들어 보니 데이비드가 제 팔을 손톱으로 짓누르고 있었다. 특유의 발랄함은 온데간데없고, 침묵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디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