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어디 갔냐니? 뭐가?
‘나한테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허공을 보며 말을 하는 모습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닌 듯 보였다. 애초에 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곳에 우두커니 있는데 갑자기 어디 갔냐 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남은 건, 그 둘이었다.
‘아까 이율과 유아한 씨를 각각 다른 층으로 보냈다고 했으니 데이비드가 이 공간 전체를 조종 중이라는 전제하에 계속해서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지금 데이비드의 행동을 보면 분명…….
‘둘 중 최소 한 사람이 탈출에 성공했다.’
유아한 씨는 데이비드의 능력으로 문양이 봉인된 것이니 아마 데이비드가 자발적으로 풀지 않는 이상 봉인을 풀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율은 아니었다. 물리적인 수갑, 그것이 문양을 봉인한 거니 어떻게든 수갑만 풀면 문양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시간을 끄는 사이에 그 어떻게든에 성공한 이율이 용케 이 저택을 탈출한 듯했다.
그렇다면, 목표 변경이다.
‘이제 도움이 올 때까지, 버틴다.’
나는 제 관자놀이를 툭툭 치는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배신자가 사라졌나 보죠?”
“…….”
“저희를 너무 물로 보신 것 같은데, 설마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쉽게 당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 근데 이건 조금 예상외네.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데이비드 씨의 능력이 무엇이든, 결국 인생은 운이 좋은 사람의 편인 법이거든요.”
“나 정도면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랑 운이 능력인 사람, 둘 중 누가 더 운이 뛰어날까요.”
“…좋아. 이번은 내 불찰이야. 문양으로 인한 능력이니까 문양을 못 쓰게 막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아니, 그거 맞을 텐데. 사실 나도 지금 당황스럽다.
솔직하게 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형이나 다른 사람들이 우릴 찾을 때까지 버티려고 했지, 유아한 씨나 이율이 탈출하는 거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데이비드가 다 보고 있는 이상 둘 다 독 안에 든 생쥐 꼴이었으니까. 그 누가 생쥐가 독을 깨고 탈출하리라고 생각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어렵지.
그런데 그 상식에 현재 구멍이 났다. 한번 뚫린 구멍은 막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 구멍이 더 커지도록 나는 내 역할을 계속할 따름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수다나 더 떨죠. 궁금한 게 있거든요. 왕도 탑이라는 술수를 부려 겨우 이동했잖아요. 그런데 뭘 어떻게 하길래 저를 통해 그렇게 강한 존재를 부를 수 있나 싶어서요.”
“…나도 몰라. 늙은이가 주도하는 거라. 난 그저 옆에서 힘을 과시하는 역할일 뿐이고.”
“그 늙은이라는 사람이 진짜 교주인가 보죠?”
“뭐, 그렇지. 언제부터 교단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몬스터 이전부터 있었어. 단지 때를 기다리며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거지.”
“때라는 건, 제 몸을 통해 넘어온다는 거대한 존재와의 접점을 말하는 겁니까?”
“글쎄? 뭐 그렇겠지?”
저번 회차에서는 그 때가 오지 않아 그대로 토벌당한 건가? 이렇게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적이 없으니까.
‘…나이가 있는 사람이면서, 사이비인 사람.’
데이비드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협회장을 의심해 봤지만, 협회장이 그럴 것 같진 않았다. 돈 욕심이 좀 많아서 그렇지 뭐가 잘못됐는지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정부에서 그러기에는 보는 눈이 많아서 움직이기도 힘들 테고.
‘주변에 없는 것 같은 게 그나마 다행인가.’
뒤통수 맞기는 이제 사절이었다.
‘이렇게 뒤통수 맞은 것도 오래간만이다, 참.’
쳐도 내가 쳤으니.
앞을 슬쩍 바라보자, 데이비드는 아까와 다를 바 없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멍때리는 걸 보니 이율이 나간 것에 크게 타격을 입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럼 이율은 왜 데리고 온 거지? 정말 순수하게 배신자라서?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가 일을 시켜 놓고 그거 가지고 배신자라고 할 수 있나? 논리가 이상하잖아.
“…….”
나는 입을 벙긋 열었다가 다물었다. 데이비드는 준비물을 가져온 것일 뿐 다른 건 잘 모른다고 했다. 만약 괜히 말을 꺼냈다가 데이비드에게 이율을 찾을 명분을 주면 우리 쪽이 곤란해진다. 그렇다고 안 물어보기에는, 알 수 없는 것들투성이고.
‘환장하겠네.’
애초에 내가 준비물이라는 것부터가 어이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역시 왕이 바뀐 것부터 잘못됐나? 던전 쪽은 대체 어떻게 변했기에 우리끼리 싸우게 하는 거야.
‘지금 모든 능력을 조종하는 건 데이비드야.’
그렇다면 데이비드를 회유하는 게 먼저일까. 아니, 애초에 회유가 되긴 할까.
‘…되든 안 되든…….’
잡힌 처지에 뭘 따지나.
“데이비드 씨.”
“왜?”
“제가 어떤 분을 아는데요. 그분이 데이비드 씨의 조카가 중독된 독에 대해 아실 거예요.”
“그렇구나.”
“지금이라도 저랑 유아한 씨를 풀어 주시면, 조카분 해독을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그건 어렵겠다.”
“네?”
“더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있는데,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방법을 선택할 이유는 없잖아.”
“혹시 모르잖습니까. 사이비들의 방법이 오히려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요.”
“그럼 지금 당장 물어봐.”
“문양을 봉인한 걸 풀어 주셔야 가능합니다.”
“거봐. 그니까 안 돼.”
“배신 안 하고 정말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납치 건도 없었던 일로 할 테니까…….”
“시간 다 됐어.”
“예?”
쿠당탕! 쾅! 문밖에서 둔탁한 소리가 여러 번 들리더니 문이 활짝 열리며 누군가가 하얀 손에 이끌려 방에 철퍼덕 나둥그러졌다. 벽에 부딪쳐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에 하는 중이던 걱정이 싹 사라졌다.
“한지언 씨? 언제부터 붙잡힌 거예요?”
“…처음부터요. 애초에 여기 전체가 데이비드 씨의 능력 범위였어요.”
“데이비드.”
“평범하게 데려오고 싶었는데 상황이 그렇질 못해. 이해해 줘.”
“이해고 뭐고, 도대체 우릴 왜 납치한 거지?”
“…두 번 설명하긴 힘든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한, 너는 여기 있는 지언 때문에 데려온 거야.”
“한지언 씨 때문에?”
“지언이 나를 위해 희생하기로 했거든.”
말을 이상하게 하네. 누구 마음대로 내 희생을 확정해.
“합의된 거야?”
“아니? 하지만 어쨌든 일은 진행될 거고, 희생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은 해 주기로 했어. 그걸 위해 필요한 게 아한 너고.”
“말은 제대로 해, 데이비드. 그게 네 노력이야? 내 노력이지. 아무튼, 그래, 대강 이해했어. 너의 목표를 위해 한지언 씨를 희생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한지언 씨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그동안 사이비 쪽에서 한지언 씨를 노린 거고.”
“정확해.”
“그럼 그 과정에 다다르기 전에 내가 한지언 씨를 데리고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닌가?”
“불가능할 텐데.”
“한지언 씨의 죽음을 막기 위해 내 능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면 결국 이 문양 봉인을 풀어야겠지. 그사이에 내가 도망을 못 갈 것 같아?”
“음, 뭔가를 착각하는 모양인데, 아한, 우리에겐 네가 아니라, 네 능력이 필요한 거야.”
“뭐?”
“그러니 잠깐 자고 있어.”
“무―”
툭. 유아한 씨가 소리 없이 픽 쓰러졌다.
“…살려 주신다면서요?”
“살려 줄 거야. 다만 아한이 직접 능력을 사용하는 게 아닐 뿐이지.”
“유아한 씨보다 유아한 씨 능력을 더 잘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그건 맞아. 그래서 실수해서 죽으면, 그땐 나 좀 구해 주라. 돌아갈 수 있잖아. 이거 다 망하면 그냥 돌아가서 내 과거도 겸사겸사 구해주고. 네 목숨도 구하자. 좋지?”
“못 돌아갑니다.”
“모르지, 그건. 만약 돌아간다면 좀 도와 달라는 얘기야.”
“돕기 싫어지는데요.”
“그러면 이 짓 또 하지, 뭐.”
“…….”
방긋 웃는 데이비드의 얼굴이 이전과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가면을 쓴 느낌이 역력한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굴려 유아한 씨를 바라봤다.
‘정말 방법이 없나? 유아한 씨가 빠져나가질 못한 걸 보면 지금 상태로 탈출구를 찾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율은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간 거지? 아니, 나가서 도움을 요청했을까? 말이 안 통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거 아니야?’
겨우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젠 돌아갈 수 없다.
겨우 마음가짐을 다잡으면 또다시 불행이 뒤섞인다. 하늘이 나는 홀로 버텨야 한다고 말하듯이. 하지만 그건 불안감으로 인한 생각이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인 거다. 그런 거다. 그래야 한다.
‘겔탄은 선생님께 향하는 문을 열 기력이 없다. 내 능력이 막혀 지금은 그냥 지능이 있는 여우의 모습일 뿐이니.’
하염없이 구조를 기다리는 것 말곤 방법이 없나.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데이비드를 본 찰나, 끼이익,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
방 안으로 들어오는 이의 다각거리는 지팡이. 주름 한 점 없는 깔끔한 정장. 질릴 정도로 본 것만 같은 흰 가면.
‘주최자 K.’
이전, 사이비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갔던 경매 파티의 주최자. 사이비와 연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잡을 방도도 없고 신원 파악도 어려워서 가만히 내버려 두었거늘, 설마 이자가, 데이비드가 말한 늙은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