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아군은 없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 예의 주시는 안 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높은 인물일 줄은 몰랐지. 너무 대놓고 행동하니까. 나 사이비요 하는 인물들 중 팔 할이 말단이었다고. 어떤 미친 왕이 사방이 적인 곳에서 내가 머리다 하고 나서.
“오래간만이군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가 안부까지 물을 정도로 살가운 사이던가요?”
“매정하시군요. 뭐, 그럴 만도 합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드리고 싶군요.”
느낌 더러운 가죽 장갑이 피부에 닿았다. 천천히 피부에 닿은 장갑을 낀 손이 곧이어 목을 죄어,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보니까 입을 참 잘 놀리시더군요. 우리의 든든한 아군인 데이비드가 넘어갈까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댁들에게 그만큼 매력이 없으니 조마조마한 거겠죠.”
“여전히 입을 잘 놀리시네요.”
“컥.”
울대뼈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짓눌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뭐, 날 죽이는 게 목적인 건가?
“제게 당신의 능력이 있었더라면, 저는 세상의 중심에서 모두의 머리를 조아리게 했을 겁니다.”
“늙은이면서, 속은 순 어린이네요.”
“…뭐, 좋습니다. 데이비드도 취향 참 독특하군요. 이런 사람을 굳이 살리려 들다니 말이죠.”
K가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는 이해했다는 듯 하늘로 손을 뻗더니, 무언가를 잡아 내리듯 손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평범한 방이었던 공간이 넓어졌다.
새하얀 공간. 그뿐이었다. 다른 건 없었다. 수백 명의 사람이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뭘, 하려는 겁니까?”
“저희의 신을 모셔 와야지요.”
“신? 왕이 아니라?”
“저희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신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몬스터 나부랭이겠죠.”
“신을!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육신이 멀쩡하니 계속 입을 놀리는군요. 곧바로 의식을 진행하지요.”
뭐? 이렇게 갑자기?
‘시간을 더 끌어야 해.’
쓰러진 유아한 씨는 미동도 없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안 일어나는 편이 좋으려나. 이런 광경을 볼 바에야 그냥 기절하고 있는 게 낫겠지.
“신이라는 존재 말입니다. 정말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이긴 합니까?”
신이라고 할 만한 존재를, 나는 그 작가라는 존재 말고는 모른다. 만약 다른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오히려 나도 한번 얼굴을 보고 싶은데. 대체 어떤 작자인지.
“우리의 신은 존재합니다. 우리의 신은 우리의 소원으로 태어나셔서 우리를 위해 존재하시지요. 오직 우리들만을 위해.”
“그러니까, 그 소원이라는 거 말입니다. 뭐 하나라도 이뤄지긴 했습니까?”
“아직 신께서 강림하지 못하셨으니, 소원을 이루어 주진 못하십니다.”
그럼 그렇지.
“하지만… 작은 기적을 일으키긴 하셨지요.”
“기적?”
“지금까지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지닌 힘의 상승, 신도들의 믿음, 제압하는 힘. 그 모든 것이 그분이 계시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겨우 그걸로 댁들의 신이 된 겁니까? 신 한번 되기 쉽네요. 그렇다면 제가 회귀해 당신들의 과거를 고쳐 준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신이 됩니까?”
“물론 소수의 신도들에겐 그렇겠지요. 하지만 당신, 이제 회귀 못 하잖아. 다 듣고 있었어.”
“함부로 엿들으시네. 당신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닌데.”
“정확히는 신께서 들으라고 직접 말씀하셨기에 들은 겁니다만… 이제 와서는 소용없는 말이겠지요.”
…도대체 누구지? 나와 마주쳤던 이들 중에, 도대체 누가? 데이비드가 말한 건 K가 아닐 터다. 더 높은 존재를 말한 것만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들보다 더 높은 존재는, 지금 말하는 신이니 뭐니 하는 작자겠지.
‘이전 회차에서 만났나? 아니, 이들 말로 신이지, 그냥 몬스터다. 이전에 그런 몬스터는 없었어. 그럼 새로 본 이들 중에…….’
가물가물한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려던 차, 콱! 또 한 번 목을 잡혔다.
“그거 아십니까? 당신의 그릇을 확신하기 전에, 수없이 많은 이들을 희생했습니다. 우리의 신을 강림하시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요. 하지만 그 어떤 자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리고 말았죠. 그들이 어찌 됐는지, 아십니까?”
알 거 같냐?
K가 흰 가면을 벗고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울룩불룩해 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피부, 흰자 없이 온통 검은 눈, 입술이 보이지 않는 입. 형태가 일그러진 모습 사이로, 그는 웃음만큼은 확실하게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전부 몬스터로 만들었습니다.”
“…뭐?”
“그릇이 폭파되면 그 몸은 시체가 되어 버리죠. 하지만 동시에, 그릇이 없다는 건 다른 그릇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뜻이잖습니까? 그래서 그 안에 몬스터의 그릇을 옮겼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당신에게 던진 몬스터들 전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거 그냥 몇 번 돈 인간인 줄 알았더니, 태생이 미친놈이구나?”
아니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마음에 드시지 않습니까? 저는 무척 마음에 듭니다! 우리의 신 덕분에! 이렇게까지 성장했으니까요. 이렇게 신도의 마음을 헤아리는 신을, 어찌 안 믿고 지나치겠습니까.”
“다른 신도들도,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건가?”
아닐 것 같은데.
“모든 걸 알면 제 자리를 넘보려 할 테니 신도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결계가 쳐져 있지요.”
“넘보는 게 아니라, 들키는 순간 다 도망칠까 봐 말 안 한 거겠지.”
“글쎄요? 정 못 미더우시다면 내기하지 않으시렵니까? 신도들이 이 얘기를 믿고 도망을 칠지, 머리를 조아릴지.”
“내가 왜? 저 신도들이 가짜일지 어떻게 알고.”
“흠. 감이 좋으시군요. 하지만 가짜는 아닙니다. 뇌를 좀 만졌을 뿐이지.”
“그거나 그거나.”
“…말이 길어졌군요. 나이를 먹으니 말할 일이 없어서 탈이지 뭡니까. 기회만 생기면 수다를 떨게 되지요.”
“그럼 그냥 입이나 쫑알거리지 괜히 날―”
“그러니 더 말이 길어지기 전에 어서 시작해야겠군요.”
턱. 머리 위로 손이 얹혔다. 시간을 끌기 위해 입을 열려던 차, 뒤로 몸이 밀려 그대로 눕혀졌다.
“늙은이, 약속은…….”
“무슨 약속을 말씀하시는 거죠?”
“안 죽이기로 했잖아.”
“정확히는 안 죽이려 노력해 보겠다는 것이죠.”
“…어쨌거나, 아한을 이용한다 해 놓고 저렇게 방치해 두는 걸 보니 나와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능력만 사용한다는 거. 뭐 어떻게 하는 거야. 저렇게 내버려 둬도 가능한 거야?”
“…그렇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약속을 어기려는 것은 아니었지요. 늙은이 뇌가 워낙 깜빡하기 십상이라.”
딱! K가 지팡이로 바닥을 한 번 두드리자 하얀 망토를 두른 이가 나타나 유아한 씨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곧이어 그가 유아한 씨를 향해 손을 뻗은 찰나, 내가 입을 열었다.
“하나만 더, 묻지.”
“음? 뭐, 가는 길 서럽지 않게 답해 드리지요. 뭡니까?”
“왜 그렇게, 세상을 싫어하는 거지?”
“싫어하다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사랑하기에, 잘못된 길을 가려는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거지요.”
“그 올바른 길 끝에, 도대체 뭐가 있는데? 자유? 평화? 깨달음? 내 생각에는 멸망 말고는 없을 거 같은데.”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죠. 사람이 본인을 믿고 나아간다면 그것이 곧 올바른 길 아니겠습니까.”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예?”
턱! 하얀 손으로 인해 의자에 몸이 묶이긴 했지만, 다리는 꽤 자유로운 편이었다. 나는 발을 바닥에 놓음과 동시에 몸을 굽혀 의자와 함께 K에게 몸을 던졌다.
쿠당탕!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데이비드나 유아한 씨에게 다가간 의문의 사내도 나를 막지 못했다.
휘익!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려 딱 붙은 K의 몸을 향해 박치기를 시도하려던 순간, 손이 내 몸을 붙잡고 그대로 던졌다. 콰직! 의자가 부서지며 내 몸의 한 곳에서도 뼈가 부서진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저, 저 고약한!”
“고약한 건 내가 아니라 네놈이 하는 말이지. 자신이 생각하는 길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려면, 우선 그걸 사회의 기준에 먼저 대입해 봐야지. 네가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모든 사람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잖아. 뭐, 사람 찌르고 나한테는 그게 올바른 길이었다고 말하면 모두가 올바르다고 해 주냐? 공동체 생활 몰라, 망할 자식아? 공동체 생활!”
K가 코피라도 나는지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그러는 당신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기준을 고집하며 행동한 적이 없습니까? 단 한 번도?! 아니지 않습니까. 분명 있을 겁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는군요!”
“있어! 하지만 금세 포기했어! 왠 줄 아냐?! 그래 봐야 고쳐지는 건 단 하나도 없으니까! 아무리 내가 소리쳐도, 너같이 안 좋은 쪽으로 올바른 척해도! 결국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속에서도 올바름의 기준은 비슷하니까! 사회에 법이 왜 있겠냐고!”
“그런 하찮은 기준에 따라 살아가니 진화하지 못하는 겁니다.”
“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냐?! 진화 같은 소리 하네!”
“그냥 어린아이 꼬장이군요. 마저 진행하죠. 데이비드. 제대로 잡고 있으시죠.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당신의 불찰도 있습니다.”
“하하! 웃긴데. 그만하게?”
“데이비드.”
“알았어. 대신 죽이려 하지 마.”
내가 으르렁대고 있자 뒤에서 한참을 구경하던 데이비드가 다가와 부서진 의자를 뻥 차고 나를 바닥에 앉혔다. 바닥을 통해 하얀 손이 튀어나와, 그대로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망할. 최대한 시간을 끌자고 시비를 걸어 본 거였는데.’
더 부추긴 꼴이 된 것 같잖아. 반쯤은 나도 감정적이긴 했다만.
한참 씩씩대던 K가 겨우 진정했는지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