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K가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리려 해 머리를 빙빙 돌리자 K가 한숨을 내쉬며 내 안면을 틀어쥐었다. 문양 발현자도 아닌 것 같은데 뭔 힘이 이렇게 강해?
“또 헛소리 줄줄 늘어놓을 거면 손 놓―”
“데이비드, 능력을 해제하시죠.”
“괜찮겠어?”
“당연합니다.”
“…진짜네. 뭘 어떻게 한 거야?”
“별거 아닙니다. 으레 그랬듯 제 능력을 사용했을 뿐이지요. S급 문양이 있더라도 문양을 봉쇄하고 사용하면 일반인의 몸에 문양 능력을 사용한 것과 같으니까요.”
“그래도 문양 능력이 돌아온 순간 해제될 수 있는 거잖아. 모든 능력이 그렇듯.”
“제 능력이 단순히 뇌를 조종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아냐?”
“뭐, 맞는 말이긴 하죠. 다만, 능력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을 이용해 뇌 겉면에 세뇌를 거는 것과 뇌를 직접 만져 세뇌를 거는 것은 다르니까요. 물리적 손상은 문양이 돌아와도 그대로 유지되지, 치료가 되진 않지요.”
“잔인한 능력이네.”
“그 대신 종합 능력치가 일반인과 별다를 바 없잖습니까?”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일반인과 다를 바 없으니 상대가 만만하게 보고 접촉했다가 이 꼴이 날 테니까.”
“또 말이 길어졌군요. 어서 의식을 진행하도록 하죠. 시간이 늘어지면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만 늘어날 뿐이니까요.”
“…지언은 안 죽이는 거 맞지?”
“데이비드. 후회합니까? 이제 와서?”
“…….”
“잘 생각하시죠. 당신이 평범한 S급이었다면 후회만 하면서 그렇게 허송세월을 살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능력이 있기에, 당신의 그릇이 신이 교주로 인정할 만큼의 그릇이니, 당신이 여기까지 왔기에 당신의 조카를 살릴 희망이 있는 겁니다. 전부 당신이 능력과 함께 여기까지 직접 온 것이거늘. 그러니 웃음 나오게 후회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럼 잡담은 그만하죠. 자꾸만 말이 길어지니.”
“…뭐야, 이게. 너희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한. 일어났네.”
“도대체 뭔……. 잠깐. 한지언 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별거 아닙니다. 저희를 위해 한 몸 희생해주는 것이니까요.”
“뭐? 무슨 미친 소리를……. 한지언 씨! 정신 차려요! 지금 당신 몸 주변에 벌레가 득실하다고! 정신 차려― 커헉!”
“빨리 치료해. 약속 지킨다며. 지언의 몸이 갉아 먹히고 있잖아.”
“데이비드. 그는 말을 못 합니다. 그래도 할 일은 잘하니 그렇게 보채실 필요 없고요. 그나저나 참 신기하군요. 조카를 회복시킬 생각이나 하면 되지 도대체 왜 남까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마음에 들었으니까. 이유가 더 필요해? 사담은 그만하자면서 정작 본인이 말을 더 많이 하네.”
“신기해서 그럽니다. 동시에 너무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욕심이 많으면 어때.”
“뭐든지 과유불급이지요. 덕분에 제가 당신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요.”
“과유불급이 뭐……. 잠깐. 뭐 하는 짓이야.”
“뭐긴요. 저희 신께서 들어가실 몸에 그릇을 가까이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런데 왜 우리 릴리한테 다가가냐고.”
“그야 신께서 강림하실 몸이니까요.”
“뭐? 나와 한 약속을 어길 셈이야?”
“신께서 들어가시면 강해지고, 또 아픔도 느끼지 못할 테니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죠.”
“다 낫게 해 준다면서!”
“신께서 들어가시면 나을 겁니다.”
“우리 릴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글쎄요. 신께서 강림하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약속이랑, 다르잖아!”
“몸을 멀쩡하게 해 달라 하였지, 정신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안 하셨잖습니까? 애초에 사람이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쳐달라니. 그 순간부터 대가는 당연히 생각하셨어야지요. 대가도 없이 구해달라니. 그러니까 과유불급이라는 겁니다.”
“과유불급이고 뭐고! 당연히 하면 안 될 게 있잖아!”
“그럼 당신이 저지른 일은, 해도 되는 일이었습니까? 당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십시오.”
“그건……!”
“거봐요. 아무런 말도 못 하잖습니까. 이건 당신이 자초한 일입니다. 아아아. 보십쇼. 신의 문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 뭐야. 왜 몸이 안 움직이는데!”
“하하.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 드릴까요?”
“닥치고 릴리한테서 손 떼라고!”
“다수가 늘 먼저였던 당신이, 가족보다도 다수를 위해 먼저 나서던 당신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고 후회하며 그토록 간절히 조카를 고치려 하는 것을, 정말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습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당신의 뇌도, 이미 저한테 조종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뭐, 정확히는 기억을 조금 조작했을 뿐이죠.”
“…뭐?”
“정말 멍청하게 제가 짠 판에 걸려들더군요. 덕분에 일이 수월했습니다.”
“…언제부터, 대체……. 아니야, 난 정말로 후회했다고! 널 만나기 전부터 릴리랑, 누나랑…….”
“예, 맞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오셨죠. 하지만 별다른 방도가 안 보여 당신의 조카를 죽이려 하였고요. 계속 고통받게 둘 바엔 그냥 누나와 만나게 해 준다고 하였었나요? 그 꼴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갈망하는 건 계속 갈망하여야 하고! 목표를 세운 것은 끝끝내 이루어야 마땅하거늘! 하. 그렇기에, 제가 조금 도와드린 겁니다.”
“…….”
“감사 인사는 사양하겠습니다. 그것보단 자, 이거 보십쇼. 이 영롱한 금빛의 문양을!”
“…….”
“흠. 데이비드, 정신이 나가신 겁니까? 이거 실망이군요. 영국의 훌륭한 기사께서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이실 줄이야. 뭐, 상관없죠. 신께서 강림만 하시면, 데이비드 당신도 이제 필요 없으니까요.”
“커헉! 쿨럭! 크억! 컥!”
“릴리!”
“아아. 오십니다! 오셔요! 그분이 드디어 제 눈앞에―! 커헉! 끄아아아아악!”
―정신 차려라.
숨이 크게 들이마시어지며, 입술이 파르르 떨려 왔다. 눈가 역시 마찬가지로 파들파들 떨렸다. 나는 쿵쿵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뭐야.’
언제 기절한 거야. 아니, 그 전에,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하얀 빛을 내뿜는 사슬이 사방에 박혀 있었다. K는 그 사슬에 다리가 뚫려 오열하고 있고, 데이비드는… 뭐야, 저 어정쩡한 자세는.
‘유아한 씨도 다행히 멀쩡하다.’
그리고 내 몸도. 무엇보다, 문양을 봉인했던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알겠네…….’
누가 도와줬는지.
나는 찰랑이는 사슬을 바라봤다. 그리고 텅, 사슬을 한 번 손으로 튕기자 단단해 보였던 것과 달리 사슬은 손쉽게 분해됐다. 나에게는 살의 하나 없는 모습에 무심코 긴장이 다 풀릴 것만 같았다.
사슬의 주인이 그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체. 작게 중얼거렸다.
“선생님.”
뒤를 돌아보자 푸른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돌아오는 답 없이 웅웅거리는 게이트를 바라보던 와중, 텁! 무언가가 날아와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흐어어어어엉! 으어어어엉! 죽는 줄 알았다고!
“…답답하니까 떨어져.”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도 안 떨어져 나는 그냥 손으로 겔탄을 떼어 냈다. 그러고는 축축해진 여우의 얼굴을 무시하고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 다 못 움직이는 상황인 건 알겠는데…….”
“크아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 끄아아아악!”
“데이비드. 왜 그러고 있습니까.”
“…….”
넋을 놓은 듯한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니 무슨 말을 하건 반응하지 않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당신은 다 알죠?”
“…….”
나는 나를 보고 주춤 뒤로 물러나는 망토를 입은 남성에게 다가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대충 봤을 때 유아한 씨의 능력을 직접 사용하려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남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기절이 전제 조건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 능력을 사용해 반격했을 테니까.
쾅! 나는 남성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유아한 씨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르게 너무나 쉽게 기절한 남성을 뒤로하고, 나는 이번에는 K에게 다가갔다.
“너! 너! 도대체 뭘 가지고 있는 거냐! 그 손상을 어떻게 고친 거야!”
“손상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고쳤는지는 네가 알 필요가 있나?”
“고약한! 이! 고라니 같은 자식이!”
“고라니는 너 아니야? 우는 소리가 똑같구먼.”
비웃으며 다리를 짓누르자, K가 고라니처럼 울부짖었다.
“뭐야. 급하다길래 왔더니, 끝났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게이트 안에서 지화연 씨가 불쑥 튀어나왔다.
“…지화연 씨?”
“설마 영국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쵸?”
내가 두 눈을 의심하며 멍하니 지화연 씨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하나둘, 익숙한 이들이 게이트 안에서 빠져나왔다.
“지언아!”
휘익 돌아간 고개 바로 코앞에 형 얼굴이 떡하니 있었다. 형은 내 두 뺨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형, 괜찮으니까 잠깐…….”
나는 형의 손을 겨우 내리고 유아한 씨 쪽을 바라보았다. 승현 헌터와 유주한이 유아한 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봐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모를 테니 내가 설명해 주는 게 나을 것이었다.
“지금 유아한 씨 문양 사용 못 하게 봉인되어 있어요.”
“봉인이라면, 그때 한지언 씨가 말씀하셨던 그 능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하지만 분명, 능력 소유자는 처리했다고…….”
“맞아요. 처리했죠. 다만, 능력 소유주가 바뀌어서요.”
나는 고개를 데이비드 쪽으로 돌렸다. 그는 여전히 영혼이 빠져나간 모습 그대로였다.
“…데이비드 헌터가 능력 소유주라는 뜻입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유주한이 의아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능력 소유주가 뭔 말이에요? 타고난 문양의 능력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치. 그런데 사이비들이 그 상식을 벗어났지.”
“아무튼 한지언 헌터, 현재 상황 설명을 좀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제가 먼저 할 말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선생님의 게이트에서 나오셨습니까.
나는 말을 꾹 삼키고 게이트와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 눈짓을 이해한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홍색 덩어리가 대뜸 내 앞에 나타났어. 그러곤 말없이 옷을 부여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려 하더군. 그래서 가 봤더니 웬 게이트가 있었고. 그런데 누군가가 말을 거는 거야. 도와줄 테니 어리석은 놈 좀 도와 달라고 말이야. 그래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 거고.”
“…….”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니, 웬 화려한 몬스터가 반기더군. 그리고 상황을 설명해 주더니 우리를 여기로 보냈지. …한지언 헌터의 표정을 보아 하니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뭐, 이건 나중에 묻고. 한지언 헌터는 어떻게 된 거지? 유아한 헌터는 문양이 봉인되어 있는 듯한데 한지언 헌터는 그런 낌새가 없군.”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왜 저만 봉인이 풀린지 모르겠어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풀려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저쪽에게 물어보지.”
그러며 류천화 씨가 데이비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크하하하학! 멍청한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