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바뀌는 건 없이】
덜컹덜컹덜컹! 데이비드의 조카가 누워 있는 침대가 갑작스레 요동쳤다. 자세히 보니 침대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 죽은 듯 잠을 청하고 있던 조카가 발작하듯 몸을 뒤트는 것이었다. 한참을 멍때리던 데이비드가 정신을 차렸는지 K에게 소리쳤다.
“그만! 멈춰! 뭐 하는 짓이야!”
“의식은 한번 시작된 이상 멈추지 않아. 너희가 신경도 안 쓰는 사이 모든 의식이 완성되었다! 신께서 도래하시니! 신께서 저 몸에 들어가 강림하시는 순간! 너희는 모두 죽은 목숨인 거다!”
덜컹덜컹덜컹! 데이비드의 조카가 두 눈을 뒤집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듯 입을 쩌억 벌렸다. 내가 주체가 되는 의식인 줄 알았는데, 주체는 저쪽이었나 보네. 데이비드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쥐어뜯을 것처럼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빨리 능력 풀라고, 망할 자식아!”
데이비드는 K에게 고정했던 시선을 황급히 굴려 우리를 쳐다봤다.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으나,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창백해져 가는 데이비드의 안색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나는 제 다리에 흐르는 피도 잊은 채 웃음을 내뱉는 K에게 물었다.
“의식이 성공해서 너희들의 신이 저 애한테 들어가면, 저 애는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내 몸을 최대한 살린다 어쩐다 했던 거 보면,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면, 그릇으로서 말고는 쓸데없는 네가 어쩔 도리라도 있나?”
“없지. 근데…….”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밀었다. 내가 다가가려 하는 낌새를 보이자 흠칫, 몸을 뒤로 물린 K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때, 콱! 나는 단숨에 K에게 다가가 K의 상처 난 다리를 짓밟았다.
“악! 아아아아아악!”
“그거 알아? 고문하기 전에는 다들 버틸 거라고 자부해. 그런데 고문이 지속되면, 그 강도가 역겨워지면, 제발 죽여 달라는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고문을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다들 말하더라.”
“그건 멍청한 놈들이나 그― 끄아아아악!”
“글쎄. 정말 실토를 안 하려는 녀석들은 스스로 혀를 잘라 버려. 다만 던전이 생긴 이후로는 그것도 다 쓸데없는 일이 됐지. 몇 번이고 포션을 부어 혀를 붙이면 되니까. 일반인이라면 과다 출혈로 죽을 수도 있지만, 헌터는 적어도 몇 분은 버틸 테니 말이야.”
“협박인가?”
“아니. 경고지.”
제3자를 끼워 고통을 주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치졸하게시리. 난리는 당사자들끼리 쳐야지, 꿈쩍도 못 하는 애를 데리고 뭐 하는 거야.
“크하하하하하학! 그래, 너도 S급이다 이거지. 확실히 경고가 와닿긴 했어! 하지만, 이거 어쩌지?”
후드득.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아래를 내려다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은 여전히 K의 상처에서 나온 피로만 낭자했다.
툭. 투둑. 그러나 곧 고인 핏물 위로 새로운 핏방울이 떨어져 내려, 핏물에 섞여 들어갔다. 내 피다. 어디서 피가 흘러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얼굴 전체가 피로 질척였다.
“멍청한 자식! 의식이 시작된 이후! 넌 계속 그릇의 역할이었다! 네 정신을 잃게 한 건 그저 의식을 더 쉽게 하려 그런 거뿐이지! 넌 여전히 그릇이야! 신님을 위한 그릇일 뿐이라고! 그렇게 허세를 부려도, 결국 그릇으로서의 역할 말고는 할 줄 아는 거 하나 없어! 오만하고 건방지게 굴다가 결국 그렇게 시들어 가는 거―!”
콰직.
K의 다리를 무참히 짓밟자, 두부를 으깨는 듯한 감각과 함께 그의 다리가 움푹 패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어쨌거나 의식을 멈출 생각은 없다 이거지.”
뻐억! 나는 K의 머리를 걷어차 그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짓밟았던 K의 다리에 난 상처 위로 포션을 대충 뿌려 수복시키고 나니, 울컥,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지언아!”
“왜―액.”
“말하지 말고 포션부터 마셔!”
“아니, 괜찮아, 으웩.”
“안 괜찮으니까 빨리 포션부터 마시라고!”
“아니, 진짜 괜찮아. 오히려 몸이 더 개운해.”
“…그래도 일단 마셔.”
형은 내 말을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나도 못 믿겠다. 그런데 정말 몸이 개운한 걸 어째. 개운하다 못해 새 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 그래. 꼭 형의 기력을 넘겨받았을 때 같은 느낌인데.’
분명 죽을 가능성이 높은 것마냥 말했었는데, 이게 그 전조 증상인 건가? 아니, 그러면 미세하게라도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야 하는데 피만 좀 토하고 마는 거 보면… 의식이 뭐 잘못되기라도 했나?
의아한 마음에 데이비드의 조카 쪽을 바라보자, 어느새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진 데이비드가 몸을 이리저리 튕기는 제 조카를 부여잡고 울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정신 차려, 릴리! 릴리!”
저쪽은 똑같군. 아까보다 더 악화된 것 같은데.
나는 열린 게이트를 한 번, 데이비드를 한 번, 형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형, 선생님한테 다시 가서 지금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가능하다면 조언을 얻어 와.”
“선생님이라니?”
“게이트 안에서 만난 존재가, 내 선생님이야.”
“어… 어?”
“그러니까 빨리 가 봐. 내가 데이비드 쪽은 내가 살펴볼 테니까.”
“위험할 테니까 차라리 내가―”
“상황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 잘못 했다간 전부 망해. 빨리 가.”
“…조심해.”
나는 형을 보며 웃어 보이고는 데이비드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형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 주는 듯했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데이비드에게 말을 걸었다.
“데이비드 씨.”
“지언? 마침 잘 왔어! 제발 우리 릴리 좀 어떻게, 움직임만이라도 제발 막아 줘! 릴리 몸도 약하단 말이야!”
“그 전에, 유아한 씨한테 걸어 둔 능력부터 풀어 주세요.”
“능력? 아, 그래! 풀어 줄게! 자, 봐! 됐지?! 그러니까 이제 릴리 좀 잡아 줘!”
“…의식을 멈추지 않는 한, 소용없을 거예요.”
“나도 알아! 알고 있는데… 별다른 방도가 없잖아!”
“데이비드 씨.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 겁니까?”
“알면 이러고 있겠냐고! 너는 멀쩡한데, 왜 릴리만 이런 거야, 대체!”
“저도 모르겠는데요.”
가급적 데이비드를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나는 일단 그의 조카를 함께 붙잡았다. S급 둘이 붙잡고 있음에도 날뛰는 걸로 보아 범상치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데이비드가 우리 쪽에 있는 게 그나마 나을 것이었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류천화 씨가 대뜸 다가와 내 목을 손으로 쥐었다가 이내 놓았다. 의아한 행동에 눈을 꿈틀거리자, 류천화 씨가 설명했다.
“무력화가 잠깐이라도 통할까 싶었는데, 안 통하는 모양이야.”
“데이비드 씨 조카분한테도 사용해 보셨어요?”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했대.
“의식이건 뭐건 간에 능력의 일종이고, 시전자가 이 중에 있다면 한지언 헌터가 피를 뿜어 대거나 이렇게 발작하는 건 멈췄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건…….”
“시전자가 여기 없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시전자가 처음 의식을 거행한 순간에 의식이 시전자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걸 수도 있지.”
“시작만 시전자가 한 거라는 뜻이에요?”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좀 이상하지 않아요? 시전자의 손에서 의식이 떨어진 거라면 의식의 주체인 저희가 의식을 거행한다고 봐도 무방하니 무력화가 통해야 하는 거 아녜요?”
“나도 내 능력을 잘 몰라, 한지언 헌터. 저주에 걸린 것이라면 잠깐 잡고 있는 걸로도 저주가 적어도 잠깐은 멈출 터인데, 두 사람한테서는 그런 기색이 전혀 안 보여.”
“이런 경우가 또 있었어요?”
“없었어.”
“환장하겠네. 그럼 이렇게 하릴없이 데이비드 씨의 조카분이 빙의되는 걸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거네요.”
내 말에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데이비드가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렇게 봐도 우리는 끌려온 처지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데이비드 땜에 나도 울고 싶네. 나 참.
나는 한숨을 푹 내쉰 후 말했다.
“데이비드 씨. 잘 들어요.”
“어. 어?”
“조카분 몸에 뭐가 들어오든 간에, 일단 저 사이비는 죽는다, 라는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몸만 멀쩡하지 정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단 말이야!”
“사람 정신을 그렇게 쉽게 없애지는 못해요. 오히려 들어간 쪽이 잡아먹히기 쉽지. 물론 조카분 정신이 잡아먹히더라도, 아예 소화하지 않는 한, 잘만 잘라내면 그대로 정신이 나올 거예요.”
“추측이잖아!”
“그러면, 데이비드 씨가 당장 뭘 할 수 있습니까?”
“그건…….”
“거봐요. 소리만 지르고 아무것도 못 하면서, 겨우 조카분 몸만 붙잡은 채 저희한테 간청하고 있잖아요. 오히려 저희보다 더 좋은 추측을 할 수 있는 건 데이비드 씨인데, 왜 아무런 생각도 안 하세요? 제 생각에는 데이비드 씨도 방법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러시는 것 같은데, 책임 회피 하지 마세요.”
“…….”
“지금 힘 빼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요. 조카분 몸에 뭐가 들어가면 그때 빼내서 살리자고요.”
데이비드는 내 말을 듣고 입술을 쥐어뜯다가 겨우 떨리는 두 손을 조카로부터 떨어뜨렸다. 그러나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조카가 다시 크게 몸을 뒤틀어, 데이비드가 다시 후다닥 조카를 잡았다.
“데이비드 씨.”
“알아. 다 알겠어. 알겠는데… 잡고만 있을게.”
“…예, 뭐.”
“…내가 릴리를 죽이려 했대.”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도무지 살릴 방법이 없어 내가 릴리를 누나 곁으로 보내려던 걸, 내 기억을 조작해서 막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억으로 뒤바꿨대.”
“저 작자가 그럽니까?”
“어. 그렇다면,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진심은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