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흠. 좋아. 마음 같아서는 콱! 죽여 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나도 자살하는 꼴이니. 다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는 말과 달리, 녀석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한 번만 말해 줄 거니 잘 들어. 나는 이전 꿈님과 달리 태생이 악몽 사냥꾼이야. 꿈님의 능력을 받는다고 이전 능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야. 쓰기 좋게 융화하지.”
“그래서.”
“꿈님처럼 규칙에 얽매여 있지도 않지.”
“그렇다고 네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기는 힘들 텐데.”
“흠. 제대로 알고 있긴 해? 꿈의 규칙은 남의 꿈을 함부로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는 것, 꿈에 간섭하더라도 실제에겐 영향이 안 가게 할 것, 이 두 개가 대표적이야. 하지만 나는? 다르지. 게다가 난 악몽에 강하기 때문에 너희에게 쉽게 간섭할 수 있어. 특히 악몽을 꾸는 사람들에게. 그렇기에 너희 쪽 사람들을 손쉽게 납치할 수 있었고 말이야.”
“…납치는, 네가 주도한 거군.”
“그치. 그런 죽이고 힘을 쌓는 것 말고 할 줄 모르는 멍청한 애가 어떻게 납치를 하겠어? 내가 하나하나 손써 줬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게까지 하면서, 그 괴기한 놈을 왜 키운 거지?”
“그거 알아? 나는 기회만 주었을 뿐이야.”
“기회?”
“그 애는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몰랐어. 그런 탓에 한평생을 나약한 존재로 살았지. 그래서 짜잔! 내가 찾아가서 능력을 알려 준 거야! 그랬더니 진짜 재미있게 변한 거 있지? 그 애가 사람을 데려와 주기만 하면 내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기에 나도 모르게 그만 협력해 버렸지 뭐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왜 말이 안 돼? 너희가 생각하는 윤리적 의식이며 도덕적 의식이 어떻든, 어차피 난 너희 세상 생명도 아닌데.”
“하지만 네가 영향을 끼친 건 우리 세상이지. 나도 네가 네 세상에서 그랬으면 신경도 안 썼어. 아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랐을걸.”
“여기서도 내가 일부러 대놓고 납치하기 전에는 몰랐잖아?”
그 말에 나는 답하려던 입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러 대놓고 납치하기 전에는 모르지 않았냐는 말을 한다는 건…….
“이전에도 계속 납치를 저질러 왔냐?”
“너희 세상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신경 안 쓰는 곳이 많더라고. 걔가 왜 그렇게까지 강해졌겠어? 겨우 네가 아는 숫자의 납치된 사람들만으로 강해졌을 것 같아? 천만에.”
“…뭐, 그래. 놀랍지도 않다.”
“시시하긴.”
“그래서. 목적이 뭐야.”
“목적이라니?”
“시치미 떼지 마. 여기 온 이유, 과정, 결과. 다 말해.”
“그걸 다 말하면 너무 시시한 악역 아니야? 하지만 뭐, 그것도 색다르고 좋겠다. 이유는 뻔하게도 너희 쪽을 먹으러 왔어. 이전 왕이 그랬던 것처럼…은 너무 구닥다리지? 난 여기서 살고 싶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배하는 이곳에서 말이야. 그래서 쓰레기를 조금 처리했을 뿐이고. 결과적으로 이런 아름다운 아이로 다시 태어났으니 해피 엔딩이지?”
저절로 중지가 치켜들어지는 발언에 몸이 절로 움직였다.
“헛소리도 정도껏 해.”
“왜 헛소리일 거라고 생각해? 내가 지금까지 봐 왔는데 말이지, 거짓이든 진심이든 던전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 인간들이 꽤 되더라고. 근데 그 반대는 없을 것 같아?”
“적어도 너는 안 그럴 것 같은데.”
“이상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나 네 세상에 관심이 정말 많아.”
“이렇게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네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꽉 막힌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니야? 군림해서 다 발아래에 두고 싶은 거라면 모를까, 군주인 네가 약한 것들 사이에 끼고 싶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녀석이 답했다.
“너 군주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탐욕덩어리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근데 말이야. 그건 아마도, 단지 네가 강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를 이해 못 하는 걸 거야. 태생부터 강한 존재들은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자연히 힘으로 가지려 하는 법이거든. 힘이 있으니까! 그리고, 힘이 강한 자는 때때로 평범한 이를 동경하는 법이지.”
“그래서 내가 너희 같은 족속들을 싫어하는 거야.”
“그래? 유감이네. 안타까워. 호의적으로 감정적으로 굴면 조금 봐줄 줄 알았더니. 그냥 우리를 무조건 싫어하네.”
“좋아할 리가 없잖아. 감정적으로 행동할 리도 없고.”
“왜? 그동안 내가 본 너는 꽤 인간적이고 감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에 절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내가 요즘 너무 말랑하게 다니긴 했지.
“사람이 사람답지 않게 감정이 없으면 그것만큼 허무한 게 없어.”
“그래서?”
“네가 본 내 마음이 내 진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런 것치곤 꽤 감정적이지 않았어?”
“그 감정적인 모습 자체가 절반은 내 진심이고, 절반은 그냥 어디서 꺼내 온 모습일 수 있다고.”
“세상 참 복잡하게 산다. 그럼 온전한 네 진짜 모습은 어떤데?”
“…글쎄?”
“뭐야? 결국 본인도 모른다는 거야?”
“왜 진리를 깨우친 사람이 숭배의 대상이 됐겠어. 그만큼 우리는 잔뜩 꼬인 것들이거든. 수천 번을 생각한 끝에 답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 답이 아니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아. 그러면 또 같은 생각을 수천 번 반복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울해졌다가 허무해졌다가 행복해졌다가를 반복하지.”
“그런 재미없는 얘기 말고, 다른 얘기나 하자. 나한테 질문해 놓고 왜 말은 네가 더 많이 해?”
“네가 물어봤잖아?”
“됐고, 저거 봐. 첫 번째 도착자야.”
“도착자라니…….”
곁눈질로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긴 했지만, 계속 걷거나 길을 헤매는 등의 행동만 보여 흥미를 가지진 않았다. 그냥 어디 미로에 가둬 뒀구나 생각했지. 도착지가 있긴 한 거였군.
꿈의 군주가 첫 번째 도착자라며 가리킨 사람은 다름 아닌 류천화 씨였다.
‘도착지는… 뭐 하는 곳이지.’
사방에 얼룩이 지고, 가구로 보이는 것들이 부서져 난장판인 공간이었다. 도착지라기보단… 함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공간처럼 보였다.
“대체 다른 사람들을 어디에 보낸 거야.”
“난 평등하게 기회를 줬을 뿐이야.”
“기회?”
“늑대 남매의 눈이 왜 파랗게 변했었을 것 같아?”
“그거야 당연히, 몬스터가 조종했으니까…….”
“하하! 그것도 맞아. 하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본질에 가까워졌기에 그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 거야.”
“조종한 몬스터는 가짜 아니었나?”
“이상하다. 누가 가짜라 그랬어? 뭐, 본체는 너희들 몸에 들어가 있으니 가짜라고 말하면 반박할 말은 없지만. 하지만 거의 완벽하게 복제했는걸?”
“복제한 이상 가짜지.”
“뭐, 말은 그만하고 봐. 아마 여기선 잘 보일 거야.”
“뭐가.”
“네가 못 봤던 것.”
두루뭉술한 말에 더 질문하진 않았다. 보라고 했으니, 그냥 보는 게 더 빠를 테지. 나는 계속해서 뭐라 주절거리는 꿈의 군주를 뒤로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류천화 씨가 주변을 살피다 한쪽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낡은 의자에 다가갔다. 그는 다 낡은 의자를 쓸어내리고는 표정을 찌푸리며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뭘 보라는―”
내가 잠깐 눈을 깜빡인 사이, 의자를 뚫고 튀어나온 새하얀 손이 류천화 씨를 향해 뻗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손은 아니었다. 형체를 잃어 가는 것처럼, 녹아내리고 있었으니까.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류천화 씨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너무나 손쉽게 붙잡혀 버렸고, 손에서 주먹을 빼내려는 류천화 씨 앞으로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화려한 왕관과 바닥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그 사이사이에 울룩불룩한 눈알들. 한눈에 봐도 몬스터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거, 유주한을 조종했던 몬스터랑 같은 거지.”
“응, 맞아. 다만 부끄러움이 많은 애들이라 본인과 같은 그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보여.”
“그냥 안 보이는 게 아니던데.”
“닿지도 않았지?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꿈의 군주가 아니라 과학 군주라고 불러야 할 정도라니까? 물론 너희 기술도 좀 썼어.”
“…….”
“그리고 네 덕분에 이제 불안정하지도 않지. 저 형태를 봐. 녹아내리곤 있지만 무너지지 않잖아?”
“내 덕분?”
질문을 함과 동시에 몸이 뒤로 밀려 넘어졌다. 곧장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땐, 꿈의 군주가 이미 내 몸을 밟아 누르고 있었다.
“다른 멍청이들은 못 봤을 거야. 왕님도 특별히 관심은 없어 보이셨고. 다만 꿈에 진입할 수 있는 나는, 계속 지켜보고 있던 나는 똑똑히 봤어.”
“그러니까 도대체 뭘 봤다는 건데.”
“꿈결과 비슷하지만 다른 것. 난 태어나서, 정말 처음 봤어. 그런 건 말이야.”
“그런 거라니?”
꿈의 군주가 웃는 건지 아닌지 애매한 입꼬리를 유지한 채 입을 벌렸다.
“왜 네가 돌아가는 기점에 그런 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내가 내린 결론은 어쩌면 네가 내 생각 이상으로, 아니, 어쩌면 왕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하고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하찮은 건 인정하겠는데. 대체 뭘 봤기에 거기서 도움까지 얻었다는 건데.”
“금방 사라져 가지고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봤는데, 신이 존재해서 나를 도운 건지는 몰라도 딱! 도움이 되는 거더라고?”
“그러니까, 대체 뭘 본 거냐고.”
꿈의 군주가 날 밟던 다리를 내리고 웃으며 말했다.
“두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존재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