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파란 것들】
파란 것들이라는 말에, 머릿속엔 곧장 두 사람이 떠올랐다.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 승현 헌터는 왜? 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유아한 씨는 어떨지 잘 알고 있었다. 유주한과 똑같이 의식을 잃고 무작정 공격하려 들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나는 모습이 변한 지화연 씨를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른 길을 찾아봤다.
“우선 가죠.”
“네? 지화연 헌터 저렇게 둬도 괜찮은 거예요?”
“당장 저기 가서 싸워 봤자 우리가 불리해. 아까 한 말대로 저 높이 날아가면 닿을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기에는……. 알았어요. 저도 누나가 걱정되기도 하니까요.”
유주한도 파란 것들이라는 말에 반응했었다. 당연히 자신의 가족을 가장 먼저 떠올렸겠지.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죠?”
휑한 하늘 위. 딱히 길이라 할 만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걸으면 길이 나오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 공간이 변할지 모르는 곳이었다. 류천화 씨 때에도 조금 걸으니 동굴로 변했고, 유주한 때는 갑자기 무너지더니 구름 위로 변했고. 당장 지하로 떨어져 지하수에 처박혀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걸을 곳도 없었으니까. 동굴이었던 공간 역시 정말 동굴의 바닥만 뚝 떼어다 하늘 위에 올려다 놓은 듯한 공간 말곤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냥 아래로 떨어져 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유주한이 한 곳에 멈춰서 바닥을 두드렸다. 유주한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몇 번을 바닥을 두드리다가 나를 불렀다.
“형. 이거 착각인지 모르겠는데요.”
“뭐가?”
“여기 아래 공간이 있는 거 같아서요.”
유주한의 말에 그가 말한 곳으로 가 확인을 해 보았지만 나로서는 뭐가 다른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래에 공간이 있다기엔 내 귀엔 꽉 막힌 소리밖에 안 들렸다.
유주한과 나란히 주저앉아 공간이 있다 없다로 대화를 나누고 있자 가만히 있던 문양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주먹을 들었다.
“뭐 그리 고민해.”
그러곤 주먹을 가뿐히 내려, 하늘에 덩그러니 놓인 이 땅을 부서뜨렸다. 큰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와중, 모습이 변한 지화연 씨가 하품하며 심드렁하게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어째서인지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나는 옆에서 비명을 내지르는 유주한의 옷깃을 잡았다. 그러곤 눈을 감지 않고 새파란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돌덩어리들과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그 사이로 나무 덩굴 하나가 쑥 튀어나왔다. 돌덩어리 중 하나에서 자라난 나무 덩굴이었다.
갑작스레 보이는 나무 덩굴에 나는 무작정 그것을 잡았다.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나무 덩굴은 끊어지지 않고 우리를 지탱했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론 안 떨어져.”
문양은… 알아서 잘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멀쩡한 걸 확인한 후에 다시 주변을 살피니, 함께 떨어졌던 돌덩이들이 어느새 부유해 나무 덩굴을 길러 내고 있었다.
여기가 다음 장소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나무 덩굴을 밟으며 유주한을 먼저 돌덩이 위로 올려 보내고, 그다음으로 위로 올라섰다.
바닥에 발을 디디자마자 작았던 돌덩이가 어찌나 커졌는지, 마치 하나의 숲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고 아예 숲으로 변한 건 아녔다.
‘하늘 섬인가?’
그리 익숙진 않았지만 던전에서 이따금 본 적은 있었다. 이동이 까다로워 애먹었던 기억뿐이지만.
‘유아한 씨는 동굴일 가능성이 크니… 승현 헌터겠네.’
승현 헌터의 능력은 물로 이루어진 소환수니까… 아마 정령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딱 몽환적인 게 정령 느낌이 물씬 나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유주한을 바라봤다. 내 시선에 유주한은 곧장 고개를 돌려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이상한 느낌이 든 건 유주한 때문이 아니었다.
“…문양 어디 있지?”
“문양이요?”
“류천화 씨.”
“류천화 헌터요? 류천화 헌터라면……. 어. 그러게요.”
같은 돌덩이의 덩굴을 붙잡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나는 돌덩이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양 먼저 찾아야겠네.’
저쪽도 우리를 찾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멈췄다. 우리 편이긴 해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진 않으니, 문양은 아마도 우리가 찾을 때까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가능성이 컸다.
‘가장자리부터 빙 돌아봐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내가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는 바로 뒤에 보였던 하늘이 돌덩이의 크기가 늘어나며 저 멀리로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현재 중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장자리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류천화 씨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간단한 방법이 있긴 하지.’
우리가 가는 게 아니라, 저쪽에서 오는 방법.
나는 화창한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다가, 유주한을 쳐다봤다.
“주한아. 하늘 위로 능력 좀 크게 써 볼래?”
“능력이요? 왜……. 아! 신호탄처럼 쓰실 생각이신 거죠? 알았어요!”
내 말에 유주한이 흔쾌히 수락하며, 곧장 하늘 위로 능력을 퍼부었다. 하늘은 금세 푸르른 화염으로 뒤덮였다.
‘나무로 빼곡한 숲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무가 높지도 않으니 금방 보겠지. 그리고 우리가 먼저 신호탄을 보냈으니, 적어도 저쪽에서 신호탄을 보내지 않는 이상 우리 쪽으로 오겠지.’
몇 분 정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나무 사이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튀어나온 건, 우리의 바람대로 문양이었다. 문양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유주한에게 능력 사용을 그만해도 된다고 말하려던 차.
“그만!”
문양의 외침에 유주한에게 말을 전달하지도 못했다. 화들짝 놀란 유주한이 나와 달려오는 문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심장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져 몸을 숙였다. 유주한이 옆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 소리는 곧이어 비명으로 변질하였다. 그에 숙였던 몸을 억지로 일으키니…….
“이런… 썩을.”
거대한 늑대가, 유주한을 입에 문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없이 많이 달린 푸른 눈 전부가, 이전과 달리,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주한의 완전 개방과 달리, 확연히 큰 늑대의 크기.
‘승현 헌터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뜬금없는 거 아니냐고.
언제 날아왔는지 모를 푸른 불로 된 구에 맞아 화끈한 심장이 점차 가라앉는 것이 느껴져, 몸을 조심스레 움직였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그대로 통구이가 될 것 같았으니까.
‘유아한 씨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네.’
가라앉는 심장에 나는 겨우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유아한 씨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에 그냥 몬스터가 아닐까, 잠깐 생각도 해 봤지만, 여기서 우리 말고 생명은 보지도 못했다. 그 작은 날벌레조차 말이다.
유주한은 저기 있고, 그렇다면 한 명밖에 없지. 갑자기 승현 헌터가 늑대가 된 것도 아닐 테고.
나는 마른입을 겨우 축여 말했다.
“유아한 씨?”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아니, 차라리 돌아오는 답이 없었으면 좋겠다.
―크르르르르륵.
짐승의 소리를 내던 유아한 씨가 나에게 살기를 띠며 입에 문 유주한을 더욱 꽉 깨물었다. 유주한은 정신은 차리고 있는 것 같으나 어째서인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유주한 구출이 먼저일 것 같은데, 이 살기를 어떻게 넘어야 하냐. 문양을 믿어야 하나?
‘아니, 그 전에.’
이 양반 또 어디로 간 거야?
도망간 건가? 아니, 그 정도로 무책임하진… 않겠지.
“주한아. 괜찮아?”
“…아뇨.”
“그래 보여. 기다려 봐.”
나는 주먹을 쥐었다가 펴길 반복하다가 주변을 살폈다. 유아한 씨가 걸은 자리는 나무가 다 짓밟혀 이미 쓰레기장 같은 풍경이 된 후였다. 어차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장소. 여기서 도움을 받을 만한 건 없을 것 같았다.
‘써야 하나…….’
아까부터 뜸을 들이며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던 능력을 말이다. 류천화 씨를 만났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유주한을 만난 이후 이상해졌다. 어떻게 이상해졌냐면… 꼭 문양 조화 기간 때의 느낌과 같았다.
그래, 망할. 조절이 잘 안된다. 지금 함부로 썼다간 기력은 기력대로 나가고 능력은 능력대로 약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오매불망 문양만 기다려? 미친 짓이지, 그건. 문양이 언제 올 줄 알고.
해 보자. 그것밖엔 방법이 없다.
나는 속 안에서 울렁거리는 능력을 겨우 진정시키며, 천천히 낫을 쥐어 들었다. 오늘따라 유독 낫이 차갑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내 몸이 차갑게 식은 게 느껴졌다. 그러나 금방 진정하고, 나는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게 낫을 휘둘렀다. 그 순간.
콰르르릉! 낫을 이용해 사용한 능력이 세차게 나아가, 유아한 씨를 공격했다. 유아한 씨는 제자리에서 뛰어 큰 상처는 입지 않았으나 그 살짝 스친 공격에 출혈을 보였다.
“…엥?”
난 분명 평소처럼 능력을 휘둘렀을 터인데, 어째서 이렇게 공격이 강하게 나간 거지? 아니, 애초에 방금 내가 공격한 게 맞긴 한가?
황당한 마음도 잠시, 유주한의 외침에 나는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망할, 유아한 씨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밟더니, 그대로 하늘을 뛰듯 날아갔다. 여기서 놓치면 유주한이 정말 위험하다. 하지만 저걸 어떻게 따라가지?
그 생각은 정말 잠깐 스쳐 간 생각이었다. 내 몸이 먼저 움직여, 새하얀 날개를 꺼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