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승현 헌터.”
“예?”
대답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승현 헌터인데. 뭐지, 이 이질감은?
“괜찮으신 거예요?”
“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막 뭐가 달려들거나 하지 않았어요?”
“특별히 그런 적은 없습니다. 단순 미로였습니다.”
“…그럼 그 문양 개방 소환수는 왜 그래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첨벙! 승현 헌터가 말을 하다 말고는 늑대의 몸을 향해 능력을 퍼부었다. 갑작스러운 물세례에 나와 유주한 역시 덩달아 휩쓸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두 사람이 대치 중이었다.
“형! 승현 헌터도 먹힌 거죠?!”
“그런 것 같은데.”
“저희 그러면 어떡해요?! 그 류천화 헌터도 안 보이잖아요, 지금!”
“…일단 승현 헌터가 왜 우리가 아니라 유아한 씨를 표적으로 삼았는지부터 알아보자.”
“그냥 거대해서 눈에 잘 들어오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그렇다기에는, 우리랑 평범하게 말도 했잖아. 그런데 유아한 씨가 움직인 순간 능력을 사용하며 돌변했어. 우리는 없는 사람 취급 하면서. 그렇다는 건 지금 승현 헌터 몸에 있는 게 명확하게 유아한 씨를 노리고 있다는 거겠지.”
둘이 눈앞에 나타난 지금이 모든 일을 해결할 기회다만, 나는 문양처럼 ]저들의 몸속에 기생하는 것을 뽑을 줄 몰랐다. 보니까 문양은 명치를 뚫고]서 몬스터를 꺼내던데, 나도 명치를 한번 쳐 봐야 하나.
고민을 하며 내 명치를 두드려 봤다. 별다른 느낌 없이 꽉 찬 신체였다. 기생하는 걸 꺼내]는 게 아니라 그냥 배를 뚫을 것 같은데.
‘문양은 이 와중에 어디로 간 거―’
고개를 들어 올리자 옆에 무언가가 서 있어, 고개를 돌려 보니 문양이었다. 멀뚱멀뚱 서 있는 꼴이 너무 자연스러워 잠깐 벙찐 채 쳐다보았다. 유주한이 왜 그러나 싶었는지 돌아보곤 화들짝 놀랐다.
‘아니, 뭔 인기척도 없이…….’
잠만. 승현 헌터를 뒤이어 곧바로 나타났다는 건…….
“당신이 데려온 겁니까.”
문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예상대로 문양이 승현 헌터를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근데 어떻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지.’
문양이 온 지금이 기회였다. 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지금 빼내면 제가 곧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저기요?”
무반응으로 시종일관 싸움만 지켜보는 문양의 행동에 나는 또 뭣 때문에 이러나 싶어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둘 다 본인 자의로 싸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싸움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
나는 싸움을 보다 말고 다시 문양을 바라보았다. 아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아까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눈.
무엇 하나 보지 않고 초점을 잃은 두 눈에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기도 잠시.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어느새 익숙해졌던 머리 위 장식이 사라지고, 생기를 잃었던 두 눈이 또렷해졌다. 흡사 번역기를 돌린 것처럼 이상한 말투도 아니었다.
“…류천화 씨예요?”
“그럼 뭐겠어.”
“허.”
“왜 보자마자 한숨이지, 한지언 헌터? 애초에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설명부터 듣고 싶지만… 상황을 보니 그건 어려울 것 같군.”
“정말 아무런 기억도 없어요?”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쓰레기장에서 무언가와 다툰 이후로는 기억이 없어.”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문양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러진 않았다.
승현 헌터처럼 의식을 잠깐 바꾼 건가? 그렇다기에는 아까처럼 화려하지 않은데. 승현 헌터는 문양 개방의 모습이 미세하게 달라졌잖아. 특히 저 뱀이. 하지만 류천화 씨는 달랐다. 새로 생겼던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류천화 씨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류천화 씨. 기절 한번 해 보실래요?”
“방금 정신 차린 사람에게 할 말인가.”
“거,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기절해 주세요.”
“내가 얻는 이득이 없잖아.”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이득이 생길 수는 없죠.”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건 가능하지.”
말이 안 통할 것 같았다.
“뭘 원하시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한지언 헌터에게 원하는 건 없어. 시간을 반복했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매력적이지만 사실 실패를 계속했다는 뜻이니까.”
“…맞는 말이죠.”
“그래서 나는 다른 쪽을 원해. 한지운 헌터라든가.”
“형이요? 하지만 형한테는 순 엉터리 기억뿐인데.”
“그걸 어떻게 알지? 혹 모르지. 한지운 헌터의 기억은 과거, 현재가 아니라 미래일 수도.”
“더더욱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어쨌든 그러면, 이전에 말씀드린 게 다긴 하지만 더 세세한 걸 원하시면 제가 형한테 말해 볼게요. 그러니까 기절 좀 해 주세요.”
“내가 기절하면 문양이 나올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무런 기억도 없다면서요.”
“세상은 거짓투성이야, 한지언 헌터.”
“댁이 거짓투성이인 거겠죠. 그래서, 뭘 알고 있는 겁니까? 말투가 뭔가를 알고 있을 때 놀리는 말투인데.”
“딱히 뭘 알고 있진 않아. 다만, 내 몸엔 아무것도 없어. 그걸 알 뿐이야.”
“아무것도 없다면 문양 능력도 못 쓰는 거 아닙니까.”
“나도 완전히는 모르지만, 문양에 들어 있는 주인이 사라진 게 아니야. 그 주인이 기생할 수 있는 덩어리가 사라진 거지. 컴퓨터와 휴대폰을 연결하는 줄이 끊어진다고 어느 한쪽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정확히는 양쪽 다 사라지는 게 아니죠.”
“맞아.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 날 황급히 깨우는 목소리를 들은 이후로는 별다른 걸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문양이 류천화 씨를 황급히 깨운 건가? 그렇다면 왜?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아니, 일단 저것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
…나 뭐 하냐? 문양이 이전에 일을 해결해 줬다고 전적으로 기대고 있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야. 물론 쉽게 해결하는 게 좋긴 하지. 근데 그게 해결 방법의 전부는 아니잖아.
“…하도 별 난리가 다 일어나니까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몸 상태나 정신이나, 썩 좋은 부분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는 여전히 싸우고 있으며, 유주한은 그 싸움에 끼어들려 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류천화 씨는 별다른 행동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이렇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걸까. 아니, 애초에 문양이 승현 헌터를 데려왔지. 그게 정말 한 번에 해치우기 위해서가 맞을까?
‘승현 헌터도 잠깐이지만 의식이 있었잖아.’
그럼 저쪽은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시도를 안 해 봐서 그렇지 나도 사람들 몸에 들어간 걸 빼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문양이 사라진 거지, 류천화 씨가 사라진 게 아니다. 유주한도 있고.
‘일단 싸움부터 멈추자.’
묶어 두고 뭐든 해 봐야지.
나는 류천화 씨와 유주한을 한 번씩 보며 말했다.
“두 분 싸움 좀 멈추려는데, 협조 부탁드립니다.”
“네!”
유주한의 재빠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으로 류천화 씨를 바라봤다. 류천화 씨는 아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가만히 싸움을 지켜보다 내 부탁에 답했다.
“싫은데.”
“예?”
이젠 귀도 맛이 갔나 싶어 툭툭 건드려 보니, 귀는 멀쩡했다. 그러면 류천화 씨가 맛이 간 건가? 뭐, 싸움을 말리고 말고는 류천화 씨의 자유지만, 기억이 있다면 지금 저 둘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걸 잘 알 텐데?
“이유를 여쭈어봐도 될까요?”
“두 사람이 연습으로라도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싸우니 구경을 안 할 수가 있나.”
“진심이에요?”
“그럼 거짓말일까.”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겠는데요.”
“아무튼 나는 도와줄 생각 없어.”
“…….”
그래, 류천화 씨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뭐 어떻게 하면 협조하실 겁니까. 싸워서 이기면 도와주실 겁니까?”
“싸움이 양쪽에서 벌어지면 꽤 볼만하겠군그래?”
“…뭐, 됐어요. 류천화 씨가 가만히 있건 말리건 전 저 하고 싶은 대로 할 겁니다.”
“난 뒤에서 응원하도록 하지.”
류천화 씨가 협력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제압이 어려울 뿐이니까. 본목적이 제압도 아니고, 빈틈이 보이기만을 기다리다가 목적을 실행하면 되는 거다.
“주한아,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행동을 몇 초라도 멈춰 줘.”
“행동을요?”
“저 두 사람 여태 싸우느라 기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커. 그 틈을 노려 줘. 물론 가능한 경우에만.”
“노력해 볼게요!”
유주한은 됐고.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류천화 씨를 바라보았다.
“방해하지 마십쇼.”
돌아오는 답 대신, 류천화 씨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애매한 표현을 했다.
내가 보기엔 저 사람 뭐 알고 있으니까 저러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통 모르겠단 말이야. 뭐 문양의 기억이라도 이식받았나? 문양이 말하기로는 단순히 잠에 들었다고 했는데, 무의식 속에서 수련이라도 했나?
‘대답은 저래도, 상식적으로 뇌가 있으니까 방해하지는 않겠지.’
나는 싸우는 두 사람을 보다가, 먼저 승현 헌터를 지목하듯 쳐다보았다. 의식이 있으니 잘만 하면 수월할 터.
‘그런데 유아한 씨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문양이 몸을 잠식해 지배한다. 곧이어 문양이 다시 태어난다.
그것이 꿈의 군주가 원하는 거라면, 아예 모습까지 바뀐 유아한 씨가 더 위급한 거 아닐까.
‘유아한 씨에게 먼저 가 보는 게 낫겠지.’
나는 유주한에게 계획을 설명하려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유주한은 그곳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