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흐음. 어디서부터 말해줄까?
그저 놀잇감 상대하는 듯 웃는 꿈의 군주를 향해 닥치라 소리치고 싶었으나 목구멍이 무언가로 막힌 듯, 쇳소리만 튀어나왔다.
―우선 발단부터 얘기해줄까?
“필요 없어.”
―그러지 말고. 어차피 주어진 시간은 많아. 너희가 죽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우리는 아니야.”
―안 들으면 저기 애들 다 죽여 버릴 거야? 방금 봤잖아? 머리가 펑 터진 거.
“…….”
―뭐. 너희한테는 당장 이런 짓 못 해. 그 녀석은 꿈에 오랫동안 머문 존재라 가능했던 거고. 너희는 일단 아니니까. 그래서 몸에 저런 걸 심어둔 거고. 아직도 해결 못 한 걸 보니. 저 애들도 곧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네.
그 말에 형은 아무런 대꾸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꼭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그냥 좀 똑똑해진 줄 알았는데. 성격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았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고, 매섭다. 저게 내가 알던 형이 맞나?
‘이번 회차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지금 기억만 훑어봐도 상상 이상의 것들이 가득하다. 고문과 같은 고통 사이로 보이는 다른 것들. 그걸 보면서 지금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보통의 기억이라면 떠올리는 걸로 공포와 고통이 밀려오진 않았을 터.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이제야 들을 마음이 든 거야?
“들을 마음은 없어. 그런데 안 들으면 터뜨리겠느니 협박을 하니.”
―그게 들을 마음이 생긴 거지. 무슨 이유에서든.
“듣겠다 한 적 없어.”
―엉?
지지지직. 형의 모습이 가상매체처럼 글리치가 일어났다. 그 모습에 꿈의 군주는 입만 방긋 웃는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뜨곤 말했다.
―사라졌다가 뭘 했나 싶었더니. 그래. 귀여운 잔재주를 배워왔구나?
형은 별다른 말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칼을 꿈의 군주에게 겨눈 체, 말없이. 그러다 우뚝 멈춘 순간. 글리치가 더욱 심해졌다. 이내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형의 분신이 꿈의 군주 사방으로 생겨났다.
―하하! 정말 잔재주나 배워와서는! 이딴 거 그냥―
푹. 형의 분신들이 몸이 베어져 나감과 동시에 쥐어진 검이 꿈의 군주의 몸 곳곳에 찔러 넣었다.
이윽고 서걱. 팔만 둥둥 뜬 채로 검을 쥔 형의 팔이 움직여, 꿈의 군주의 몸을 베어냈다. 투두둑 떨어지는 꿈의 군주의 신체에, 떠오른 기억이 스쳐 지나가 헛구역질이 튀어나왔다.
데구르르. 지붕에 떨어질 듯한 신체 조각이 펄떡펄떡 뛰어오르며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보이자, 형은 아까와 똑같이 꿈의 군주를 공격해 더, 더 조각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각을 내도 더욱 빠른 속도로 수복하려는 녀석의 행보에, 형은 눈살을 찌푸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지언아!”
“어. 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틈을 만드는 것밖에 없어. 네가 해야 해.”
“뭐를.”
“저 녀석을 약화시키는 거.”
“어떻게 약화시키는데.”
“…저 녀석 꿈에 들어가야 해.”
“꿈?”
“어.”
“…불가능할 것 같은데.”
꿈의 군주를 만났을 때. 그 녀석의 능력은 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꿈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내가 꿈에 들어가라고? 가능해?
“할 수 있어.”
“못해. 그리고 하기 싫어.”
“왜?”
“저 녀석을 죽이면 기억이 돌아올 거 아니야. 고통스러운 기억만 가득할 것 같은데 굳이 받을 필요가 있어? 없잖아.”
“꼭… 고통스러운 기억만 있는 게 아니잖아.”
“형이 어떻게 알아. 모르잖아. 내가 뭘 당했는지. 어떻게 버텨왔는지!”
“그래 몰라! 네가 뭘 당해왔는지도 모르고! 네가 뭘 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부탁하잖아! 지금 너는 우리한테 아무것도 안 했고! 너는 아직 아무것도 안 당했으니까! 그리고 기억을 되찾는 게, 너한텐 더 행복할걸?!”
“형이 뭘 안다고!”
“너보단 지금의 너를 더 잘 알아! 적어도 지금의 너는 대놓고 회피하려 하지 않았어!”
“모르잖아! 속으론 계속 회피했을지 누가 알아!”
“그래도! 결국 회피하지 않았다고!”
“…….”
내 얘기지만 꼭 남의 얘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내가 그렇게까지 버텼다고? 도대체 뭐 때문에? 계속해서 망해가는 세상에 내가 무슨 희망을 보고? 도대체 뭐 때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을 바라봤다. 평소 화차와 달리 어딘가 다른 형. 그리고 내가 회귀한 것을 다 아는 사람들. 적어도 이번 회차는 무언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알 수 있는 것투성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이번 회차의 기억이 없는 내가 더 탐내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그렇다고 형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내가 형에게 회귀에 대한 말을 안 한 것도 아닌데. 저런 식으로 철이 들진 않았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나처럼 회귀한 것도 아니고…….
“형.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뭔데.”
“막… 회귀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비슷해.”
“뭐?”
그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한 명으로 족한 이 고통을 모르는 사람도 아닌 형이 경험했다고? 왜?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형까지 끌어들이는 건데? 나만 해도 되잖아. 뭘 잘못했다고 형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거야 왜. 도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우리가 뭘―
“한지언!”
퍼뜩 차려진 정신에 고개를 드니, 형이 여전히 꿈의 군주를 조각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와 달리. 꿈의 군주는 눈을 껌뻑이는 순간 바로 회복되어 형체를 갖추었다.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거라면, 속도가 일정한 형에겐 한계가 있을 터. 꿈의 군주를 신경 쓰느라 힘들 터인 형이 내게 소리쳤다.
“뭐가 됐건 너는 너니까 상관없어! 그런데 네가 원하는 건 결국 던전을 없애는 거잖아! 그 목표는 네가 모르는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 목표 중 하나가 있는데 인제 와서 다 포기할 거야? 아니잖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의 내가…….”
“기억이 없어도 너고! 있어도 너야! 네가 아무런 기억이 없어도 너고! 기억이 어떻든, 넌 날 인정하고 받아준 한지언이라고! 순간의 행복에 눈 돌리지 말고 행동해!”
순간의 행복. 그 말에 정곡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멍청하게도. 저 녀석의 손을 잡으면 세상은 물론이고 가족도 친구도 사람들도 다 죽겠지. 설령 저 녀석이 다른 목표가 있더라도 세상이 지옥 불바다가 되는 건 변함없을 거다.
“기억…….”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그건, 과거에도 있었다. 무엇이든 간에 고통이 있는 건 당연한데, 그게 싫다고 멀리한 내가 이젠 어이가 없었다. 진짜 머리가 안 좋나 보다 나.
‘어찌됐건 지금의 나는. 사람답게 살고 있나 보다.’
설령 그것이 거짓되어 버렸다고 해도. 그러길 원하면 하는 거다. 과거도 회피하는데 미래까지 회피해 버리면 나에게 남는 건 없겠지.
멍청하게도. 여전히 나는 노력 없는 행복을 원하고 있다. 충분히 힘들었다는 핑계로 말이다. 세상에 갑자기 찾아오는 행복은 없는데.
“…형 미안.”
“어?”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형의 얼굴이 잠깐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 나도 잘 몰라.”
“뭐?”
“전해들은 바로는 그냥 할 수 있을걸? 이라는 말뿐이어서.”
“누가 그런 책임감 없는 소리를 한 거야.”
“…….”
“여하튼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거―”
고개를 돌려 꿈의 군주를 바라보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우습게도, 내 머리가 저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뭐야. 저기 있네.”
“어? 뭐가… 지언아?”
“손 멈추지 말고. 계속 잘라.”
조각나는 몸 안. 아주 작은 구슬이 빛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조각나는 형이 못 봤을 리는 없으나, 아무 말 없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거. 즉 볼 수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저건.’
꿈의 군주의 본체. 혹은.
“형.”
“어?”
어쩌면. 지금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후회할 짓을 한 내가 하고 싶었던 말 말이다. 어쩌면 이미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웠어.”
“뭐가…….”
난 그저 기억을 잃었을 뿐이다. 그러나 회귀하고 너무나 많은 기억을 가지게 되어 마치 과거의 나로 되돌아온 것만 같았다.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나만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온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 기회일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솔직히 겁났다. 정말 미래로 와서 이게 끝나면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닐까?
‘…뭐가 어찌됐건.’
미래에 이런 희망이 있으니까. 정말 과거로 가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기다리며 버틸 거다. 그게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