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흘러서. 내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한 순간. 데이비드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장난하십니까?”
“…….”
“본인이 하겠다 해놓고 뜸을 들이는 건 뭐. 아직도 적군이라고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내가 할 수 있는데. 내가 하려 했는데.”
“했는데 뭐요.”
“…몸이 말을 안 들어.”
“…….”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하며 입을 열려던 차. 뇌리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K가 죽어도 세뇌는 그대로였지.’
제 조카를 죽이려던 마음을 없앤 그 세뇌 말이다. 지금 보니 마음은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또 다른 세뇌를 걸었나?’
만약을 대비해서 조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다. 뭐 이런 세뇌 말이다.
‘세뇌는 귀찮은데.’
세뇌 능력이 있으면 그 반대의 능력도 있긴 하니까. 다만 대부분 능력의 당사자를 죽이거나 기절시키면 끝나는 문제라 크게 대두되진 않았는데.
‘죽어서도 남아있으니.’
이 방법 외로 외부의 힘으로 세뇌를 푸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까다롭기 그지없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영 귀찮지만 별수 없나.
“데이비드 씨.”
“어?”
“세뇌가 지속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데이비드 씨한테 있습니다. 세뇌는 결국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려 조종하는 거니까요.”
“난… 마음 굳게 먹었어! 수천 번을 생각했다고!”
“머리가 다짐한다고 마음이 꼭 따르는 법은 아니니까요. 하는 방법은요?”
“어?”
“처리하는 방법이요. 뭐 알아 온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그럼 그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행동을 못 하는 걸 보니까 결국 조카분을 죽이는 건 맞잖아요.”
“…응.”
“그러니까 도와드릴게요. 해결 방법만 생각하고 있어요.”
“……싫어!”
“예?”
이 상황에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알고는 있지만…….”
“그럼 고집 피울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계시겠네요. 그리고. 고집 피워봤자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것도.”
“…그래도!”
“그래도가 아니라고요! 당신 때문에 지금…….”
잠깐만.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건가?
다른 것들에 신경 쓰느라 미쳐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망할. 저 뿌리가 사람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친 건 아니겠지?
그 생각에 곧장 고개를 돌리자마자.
“아.”
그림자가 땅 위로 올라와, 더 이상 그림자라 보기 어려운 형태로 내 관절 부위들을 강타했다.
“괜찮ㅡ!”
“괜찮고 자시고 할 거면 빨리!”
“아. 아.”
저렇게 멍청해지는 것도 이해는 갔다. 세뇌가 감정의 반을 지배했을 테니까. 그만큼 데이비드는 많이 약했던 것일 테고. 그걸 K가 보고 먹기 좋은 먹잇감이라 생각했겠지.
다만. 그 세뇌에 아직도 찌들어져 있는 건 너무 바보 같잖아.
―시간 끌어준 거야?
뒤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척에 혀를 찼다. 역시 시간을 끈 거였나. 데이비드는 변수였겠지만.
“너나 이 전이나. 바퀴벌레 같은 건 같네 참. 너희 종특이야?”
―바퀴벌레 같다니. 생명이 갑작스레 죽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뭐… 애초에 같지도 않아. 꿈 님은 수긍하고 나를 후계로 삼았잖아. 그런 편으론 존경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우스웠어. 지지 않으면 되는걸. 그렇게.
“수긍이 빠른 거지. 그리고 너도 결국 졌잖아? 이전 녀석은 이기는 것을 가정하고. 지는 것도 가정한 거야.”
―그러니까 바보 같다는 거야. 하나의 몰두해야 할 것을 여러 개로 나눠버렸잖아.
“…참. 말이 안 통한다. 그래. 네 의견 존중할 테니까 좀 빼주라.”
―내가 왜? 아 좀 놀랐어. 나는 네가 그때 별다른 방도 없이 나한테 먹힐 줄 알았거든. 생각보다 정신머리가 건강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 말 처음 듣는다.”
꽈득! 한쪽 팔에 깊은 상처를 만들어 내 속박하던 것을 풀어냈다. 곧바로 뒤로 몸을 틀어 팔을 휘둘러 공격하자 어딘가 많이 녹은 듯한 모습의 꿈의 군주는 손쉽기 물러나며 피해냈다.
곧바로 동시에 쏟아지는 그림자 공격에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소용없을 것 같아 꽃밭을 만들어냈다.
휘황찬란한 꽃밭이 그림자 위로 끝도 없이 피어났다.
―하! 내가 이딴 거에 넘어갈 줄 알아?
꿈의 군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림자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 나를 먹어 치우려 들었다. 아니 이게 애초에 그림자는 맞나? 이 녀석이 언제부터 그림자를 사용했지?
아니지, 이 녀석은 그림자를 사용한 적이 없다. 이 거무죽죽한 능력은.
‘피다.’
퍼버벙! 날 공격했던 것들이 터져나가며 바닥에 흩뿌려졌다가 형태를 다시 갖추어 나가려 했다. 그 틈을 타 데이비드와 형 쪽으로 달려가는 순간. 형이 데이비드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당신이 한다고 해서 내버려 뒀어. 그런데 이 꼴을 보니까 그냥 내버려 두진 못할 거 같은데.”
형이 말하는 와중에 주변에 알 수 없는 검은 존재들이 달려들어 공격했다. 어쩐지 안 달려오더라니. 똑같이 공격받고 있었군.
데이비드가 제 옷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나도 가능할 것 같았어!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분명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고! 못 죽인다. 이 생각은 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갑자기 이런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어쩌라는 거긴. 제대로 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면. 그럴 일은 없었어!”
“알잖아! 그 자식 능력! 단순 세뇌가 아니라고! 내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서 습관처럼 만들어 버린 거라고!”
“그 습관 하나 못 고쳐서 변명을 내뱉어?! 적어도 변명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지! 본인의 조카이자 하나뿐인 가족이라 책임진다고. 직접 입으로 말했잖아!”
이 상황에서 싸울 생각이 드나.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인다. 어디로 간 거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바깥으로 빠져나간 거겠지. 반대라면… 먹힌 거고.’
물론 먹혔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 같은 경우 나와 동시에 바깥으로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면 남은 건 내보내진 거일 텐데.’
그것도 아닐 거 같다. 굳이 내보내서 뭐 하는가. 다른 사람을 더 끌어모으는 것 말고 없다. 그러면 적군만 많아지는데, 저 녀석도 지능은 있으니 그러진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하나밖에 없지 않나.’
눈속임. 벽 하나를 두고 서로 찾고 있을 가능성 말이다. 그렇다면 그쪽은 신경 쓸 필요 없을 거다. 알아서 찾아주겠지. 지금은…….
나는 뒤로 달려드는 공격을 막아내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 다툴 생각 말고 해결 방안부터 생각하죠?”
“내가 이걸 고치는 것 말곤 해결 방안이 없잖아.”
“잘 아시네요. 그런데 못 하겠다는 거죠?”
“…….”
“음… 그러면 말이에요 혹시.”
꿈의 군주를 한 번 확인한 후, 데이비드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몇 가지를 물어보자 데이비드는 순순히 말했고, 나는 답변을 들은 후 마지막 말을 전했다.
데이비드가 내 말에 흠칫 놀라더니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가능은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지금 상황에서 책임이니 뭐니, 힘이 있을 때나 얘기지. 그런 머리 아픈 일 세세하게 따지지 말죠. 결과적으로 데이비드 씨의 힘으로 해결한 건 맞잖아요?”
데이비드의 사정을 하나하나 따져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 이제 정말 끝내야 해. 그리고 그 끝낼 수 있는 열쇠가 데이비드이면, 할 수 없더라도 하게 해야 한다.
‘더 지체됐다간. 다 지쳐서 상대도 못 해.’
쉴 틈 없이 싸우게 하는 것이 계략이라면 나름 성공했다. 피를 잔뜩 흘리게 해 체력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게 계획이라면 성공했다. 그러니까 좀 실패 좀 해줘라.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형은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뛰어 꿈의 군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이전과 달리 규모가 작아진 공격이었다.
‘나도 합류해야―’
쾅! 뒤쪽으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와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들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무어라 떠들고 있었다.
“이거 봐. 내 말 맞잖아? 저기 애송이도 보이고.”
애송……?
지화연 씨 입에서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잠시 내 귀가 이상한 건 아닐까 싶었으나, 지화연 씨의 겉모습을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이전과 달리 망토가 날개와 꼬리처럼 세 갈래의 천 자락이 늘어져 있고, 후드 모자에는 뿔이 달려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류천화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양이라 소개했던 이의 겉모습이 다시 드러난 상태로 침묵만 유지한 채로 걸어왔다.
‘안 나갔었지.’
승현 헌터나 유아한 씨는 문 바깥으로 나오며 빼낸 듯했다만, 이 둘은 아니었다.
싸우질 않아 깜박 잊고 있었다. 저 둘 몸에 심어진 것들을 아직 빼내지 못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