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마침내 휴식】
다들 어안이 벙벙한 채 해나 씨를 바라봤다. 해나 씨가 그 시선에 머쓱한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어… 잡으면 안 됐던 거야? 풀까?”
“어어어어 아뇨! 완전 굿이에요! 베리 굿!”
유주한이 급하게 만류하자 해나 씨가 방긋 웃었다.
“그거 다행이네! 나 완전 나이스 타이밍이었구먼? 히어로처럼 등장해서 다들 당황한 거였어?”
정말 말 그대로다. 어떻게 이리 타이밍 좋게 나타난 거지? 아니 애초에. 결계가 쳐져 있었는데 여길 어떻게 온 거지?
해나 씨뿐만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헌터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더니 상황 정리에 나서는 거 아닌가.
다리에 힘이 풀려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차에 까맣게 잊고 있던 이의 얼굴이 보였다.
“이율, 씨.”
“아. 다행이다! 살아있으셨네요! 늦은 거 아닐까 엄청나게 조마조마하고 있었다고요!”
“잘 찾아가셨었네요.”
난 길을 잃거나 붙잡혀 생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줄 알았는데.
“무작정 나가서 방황하다가 저기 저 붉은 머리 여성분이랑 부딪쳐서요. 그런데 제가 한국말로 연신 죄송합니다만 반복하고 모습이 개판이라서 그런지 친절하게 한국말로 무슨 일이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설명했더니 어디로 전화하더니 위치를 물으시곤! 저한테 통역기도 빌려주셨어요. 혹시 아는 분이신 건가요?”
“네… 뭐. 미국의 S급 헌터 해나 씨입니다.”
“예? S급이요? 애초에 미국 헌터가 왜 영국에 있어요?”
“…….”
일로 올 수 있다고 쳐도, 그 일로 온 날에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도망치다가 만날 확률이 더 극악일 것 같은데. 그새 능력을 발휘한 건가.
‘탈출시키길 잘했네.’
헛된 게 아니었어.
“이율 씨.”
“네?”
“고생하셨습니다.”
“…….”
상황이 안정되고 나서야 이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이국땅에 대뜸 던져져 누구보다 불안했을 거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하려 했을 거고. 보통이었으면 어디 구석에 처박혀 들키지 않고 모든 게 끝나길 빌었겠지.
내 말에 이율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뜸 눈물을 글썽이고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아니 제가 진짜로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그런데 댁들은 죽을 수도 아닐 수도 죽으면 어쩔 수 없지 이러고! 사람 목숨이 장난이냐고요! 진짜 심장 쫄려 뒈지는 줄 알았다고요! 체력도 저질이라 도시까지 뛰는데 그렇다고 쉬면 뒤에서 누가 쫓아와서 칼로 찌를까 봐 쉬지도 못하고 달려서!”
“예. 이율 씨 덕에 도시가 살아있습니다.”
“진짜! 진짜 겁나 무서웠다고요! 흐어어엉!”
“예. 수고하셨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보상해드릴게요.”
“진짜요?!”
보상이라는 말에 울음을 뚝뚝 흘리면서 눈을 빛냈다.
“예. 예.”
“다행이다아아아! 헛된 게 아니었어! 흐어어엉!”
“그런데 이율 씨. 괜찮으신 겁니까?”
“흐엉?”
“엄청 큰 운을 사용하신 것 같은데. 불행이 곧 따르시는 거 아닌가 싶으셔서요.”
“안 그래도! 킁! 문양 능력을 사용 못 하게 아이템 사버릴 거예요! 킁! 어차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거. 평범하게 살 거예요!”
바가지 먹을 거 같은데.
“그건 제가 보답이랑 같이 드리겠습니다.”
“으에? 진짜요?! 킁!”
“예 그러니까 이율 씨도 좀 쉬세요.”
“네. 킁!”
문양 개방을 해제하고 다리를 일으키자 그나마 움직일 만했다. 한숨을 푹 내쉬며 해나 씨를 향해 다가갔다.
“아 너! 그, 그, 지언! 맞지?”
“예? 네. 네.”
“혹시 화연이 왜 저러는지 알아?”
“네? 지화연 씨가 왜…… 아.”
하나 처리할 게 더 남아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체 지화연 씨를 바라봤다. 다가오는 족족 악 소리를 질러 도망가게 하는 꼴을 말이다.
“혹시 화연이, 이제 성격 안 숨기기로 했데?”
“……그건 아니고요.”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같이 째려보더니, 곧이어 옆에 있던 해나 씨를 보곤 방긋 웃으며 다가왔다.
“네가 그 반짝이구나! 내가 고른 이 몸보단 아니지만, 확실히 반짝거려!”
“어어. 그렇지?”
“다 꼬질꼬질한 것들밖에 없어서 눈요기할만한 게 없었는데. 딱 맞아. 너 내 소장품으로 들어갈래?”
“화연아. 너도 엄청 꼬질거려.”
“응 뭔 소리… 악! 뭐야 이 쓰레기는?!”
지화연 씨의 몸에 들어간 것이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악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기 시작했다.
“이거 하나 보고 도와줬더니만! 꾀죄죄한 게 뭔 꼴이야! 끼약! 미쳤어! 응? 아니 잠깐만. 이것도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옆에서 조용히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영상 촬영을 시작한 해나 씨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이거 괜찮은 건가.’
꿈의 군주는 아직도 해나 씨의 손에 있다. 그럼 아직은 저 몸에 있는 걸 빼낼 수는 있을 터. 하지만 의도치 않게 실수를 해버리면 어쩌지.
고개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류천화 씨와 눈이 마주쳐 손짓으로 이리 오라 전달했다.
“뭐지?”
“몸속에 있는 거 빼내려는데, 괜찮으신가요?”
“뺄 거면 빨리 빼지. 울렁거리군.”
“괜찮은 거죠?”
“난 안 괜찮은 것 같다만.”
“아니 류천화 씨 말고. 제가 처리해도 문제없는 거죠?”
“그럼 누가 처리하지?”
“그러면 하나 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이걸 떼어내면 기억도 사라지나요?”
“그건 모르겠다는데. 문양의 자유라.”
…지화연 씨 운에 맡겨야지. 저 기억 가지고 계시면 곤란하실 것 같은데. 저 문양이 딱히 배려하진 않을 것 같고.
“그럼 일단 합니다?”
류천화 씨는 순조롭게 제거했다. 이제 남은 건 지화연 씨인데.
“저. 지화연… 씨?”
“뭔데!”
단지 불렀을 뿐인데 소리 지르는 모습에 멋쩍게 웃음을 보였다.
“슬슬. 헤어질 시간이어서요.”
“뭐? 아. 그치. 어쩐지 시끄럽더라. 그냥 재워뒀더니 굳이 굳이 일어나서 그만하라 소리치고 있어. 쯧. 빨리해. 난 잠이나 잘란다.”
건들거리는 지화연 씨의 대답을 들은 이후 곧바로 실행하자 화려했던 모습이 수그러들고, 건들거렸던 표정이 온순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휙 올려 마른세수하더니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휙휙 몸을 굴렸다.
“너 고등학교 때 보는 것 같았다?”
“시끄러워!”
아니 뭐. 그럴 수 있지.
해나 씨와 지화연 씨가 옥신각신 떠들 동안, 나는 꿈의 군주가 봉인된 보석을 건네받았다. 그러든 말든, 여전히 옥신각신인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거리를 벌렸다.
‘여긴 신경 쓰면 더 독이겠네.’
어쨌든. 이제 정말 끝이다.
나는 어느새 합류한 형과 류천화 씨를 향해 다가가 혹시 모르는 마음에 물었다.
“이걸 부수면 제가 죽거나 하진 않죠?”
“그러진 않을 거야. 꿈의 군주가 이렇게까지 분해될 줄은 몰랐지만, 아마 지금 상태는 부화하지 못한 알에 불과하니까.”
“그래 그럼.”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한쪽에 수거된 창을 발견하고 가져오며, 데이비드도 같이 데려왔다. 천을 덮은 제 조카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를 데려와 뭘 하냐고 묻는다면.
‘마무리해야지.’
툭. 창을 보석 위에 두고, 데이비드의 손을 가져와 창을 쥐게 했다.
“데이비드 씨.”
“…….”
“마음 굳게 먹으셨잖아요.”
“…….”
“끝내죠. 이 지긋지긋한 것들.”
데이비드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눈에는 옅은 생기가 돌았다. 그러곤 툭툭 흐르는 눈물을 억누르려는 듯 입술을 깨물며.
꽈득!
봉인되어 있던 꿈의 군주가 완벽하게 꿰뚫리며,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검은 잿가루 같은 것이 하늘을 유영하며 사라지고. 창은 바닥에 꽂힌 채로. 그 어느 것도 꿰뚫고 있지 않았다.
투둑. 툭 비가 내리는 것처럼 데이비드가 어린아이가 부모 잃은 듯 울었다.
‘이제야.’
한 놈.
이제야 한 놈 죽인 거다.
‘하나는 윤시아 씨일 테지만.’
다른 하나는… 모르겠다. 영, 감이 안 잡힌다. 그 제트리스가 후계를 만들어 뒀을까? 아니. 그리고 후계가 없다면 광신도들의 군주가 죽은 이상 신도들은 다 사라졌을 것이다. 애초에 신도가 있긴 했나? 과거 아닌가. 모르겠다.
‘만약 생전 처음 보는 녀석이 넘어오면.’
도저히 이길 자신이 나지 않는다. 뒤죽박죽 바뀐 꿈의 군주도 이제야 죽였다. 꿈의 군주가 이곳에서만 날뛰어서 다행이지. 만약 도시에서 날뛰었다면? 주요 인물들이 있는 곳에서 날뛰었다면? 작정하고 우리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려 했다면?
아마. 우린 진즉 졌을 것이다.
‘아니. 영향력이 여기까지밖에 안 되는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이 정도는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분명 탑이 있었을 때 그랬지.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 어렵다고.
하지만 지금은? 내가 통로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건 상상 이상의 영향력이다. 이 영향력을 지닌 채, 나머지 군주가. 아니 어쩌면 더 생겼을 군주들이 우리 쪽을 침략해온다면?
‘…선생님도 사라졌는데.’
꿈의 군주를 처리했다는 해방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무력감.
“…….”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형에게 말했다.
“형. 나 좀 때려―”
턱! 말을 끝내기도 전, 내 머리 위로 무언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