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당황스러울 새도 없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머리에 떨어진 무언가를 털어냈다. 거칠게 몸을 털어낸 덕에 머리에 있던 것이 금세 바닥으로 떨어져 그 정체를 드러냈다.
‘뭐야 이건.’
새하얀 솜덩어리 같은 게 바닥을 뒹굴었다. 이게 뭔데 내 머리 위로 떨어진 거지? 아니 애초에 이런 솜덩어리가 나올 만한 곳이 있었던가?
“뭐해요?”
엉망인 제 머리를 정돈하며 다가오는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말 없이 시선으로 솜덩어리를 알렸다. 지화연 씨가 의아해하며 다가오다가 바닥에 떨어진 솜덩어리를 보고는 몸을 구부정하게 굽혀 자세히 관찰했다.
“살아있는 생물이네요.”
“그게요?”
“네. 야생에 있던 건가?”
“그러기엔 제 머리 위로 떨어졌는데요.”
지금 내 머리 위나 근처에는 뻥 뚫린 하늘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런 게 어디서 날라오겠는가. 태풍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래요?”
지화연 씨가 손을 뻗어 하얀 솜덩어리를 잡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무슨 해코지가 있을 줄 알고 그렇게…… 아. 내 머리에 닿은 거 보니 별문제는 없겠군.
둥글었던 솜덩어리는 지화연 씨 손에 잡혀서 들리자 주욱 늘어났다. 생각 이상으로 긴 몸과 털에 무슨 생물인지 알기 어려웠다. 지화연 씨가 손으로 털을 조금 정돈하고 나서야 추측할 수 있었는데.
“이거. 족제비죠?”
“그런 것 같은데요?”
“이게 왜 머리에…….”
애초에 족제비라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한 손에 다 들어올 정도로 작은 모습이었다. 애초에 족제비라 하기에는 털이 너무 길고.
‘몬스터 같은데.’
갑자기 나타났고. 외형이 특이하고.
‘꿈의 군주가 가지고 있던 건가?’
보상으로 이 족제비가 나온 건 아니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족제비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지화연 씨는 정면돌파식으로 족제비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상처가 많네요.”
그 말에 족제비를 슬쩍 보니, 피부를 가리는 털 안. 붉거나 변색해 갈색인 딱지. 그 밖에도 자잘한 흔적이 많았다.
“한지언 씨. 반려동물 키울 생각 있어요?”
“예? 아뇨… 지화연 씨 혹시.”
“네. 제가 데려가고 싶네요.”
“정체를 알 수도 없는데 함부로 데려가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협회에서 먼저 확인해야죠. 충분한 유예기간 이후에 안전할 것 같으면 데려가려고요.”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갑자기 등장한 생명의 몸속에 폭탄이 있을지 모르는 거다. 아니면 성장하면서 위협적인 몬스터가 될지도 모르고. 그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연약한 생명이 상처까지 받은 상태를 보면 마음이 여려지거든요.”
“예?”
“막무가내죠?”
“…….”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걸 보면 감시 대상일 확률이 큰데, 그걸 잘 아는 위치에 있음에도 굳이 데려가려는 걸 보면 세뇌된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지화연 씨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기에 더 뭐라 하기도 그랬다. 과거도 생각도 성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내가 더 끼어들 명분이 있을까.
“뭐 지화연 씨 마음이죠.”
“그렇게 쉽게 수긍해도 되는 거예요?”
“뭐. 알아서 잘하시겠죠……. 뭐 하나만 물어도 돼요?”
“뭔데요?”
“방금 말하셨던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으신 건 아니죠?”
“뭐. 집이 적적해서요. 전 좀 더 왁자지껄한 쪽이 좋거든요.”
“그러면 평범하게 반려동물을 들여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너무 연약하잖아요. 그에 비해 몬스터는 연약하지도 않고.”
확실히 우리한텐 본래의 생물들은 연약해졌다. 그렇다고 조절을 못 하는 건 아닐 텐데.
“한지언 씨. 혹시 한지언 씨가 데리고 가고 싶으신 건가요? 그러면 한발 뒤로 물러나 드릴게요.”
“예?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래요? 하기야. 한지언 씨는 한 마리 키우고 계시긴 하죠.”
지화연 씨의 시선이 내 그림자에 닿았다. 그새 듣고 있던 겔탄이 머리만 불쑥 꺼내 혀를 내밀곤 다시 쑥 들어갔다.
“과거만 깨끗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그러게나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쓸모가… 있으니까요.”
“그렇죠. 그러고 보니 한지언 씨.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저희를 이곳에 오게 한 몬스터. 아시는 분인 거죠?”
“네.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아뇨.”
무어라 더 말하리라 생각했던 지화연 씨가 아무런 말 없이 무언갈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앞에서 고개를 까닥이자, 지화연 씨가 표정을 찌푸리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아니에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머리에 혼동이 온 모양이에요.”
“네? 네…….”
제 할 말만 한 지화연 씨가 한 손에 족제비를 든 채 힐러에게 향했다. 아무래도 상처부터 치료시킬 생각인가보다.
툭툭.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 뒤를 돌아보자, 형이 서 있었다.
“왜?”
“왜냐니. 아까 불렀잖아.”
“……아.”
그러고 보니 잡생각이 떠올라서 때려달라 하려 했지.
“…아냐.”
다른 일이 생기니 금방 들어간 모양이다.
‘내 몸이지만… 이럴 땐 꼭 내 몸이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자기 몸을 제어할 줄 모르다니. 나도 참 글러 먹었다.
“다 정리된 거야?”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
“모르겠다는 걸 그렇게 돌려서 말해야 해?”
“몰라.”
참 빨리도 말한다.
‘뭐… 사실 말 안 해도 얼추 알 것 같지만.’
구속당하는 데이비드나. 주변에 흩어진 잔해의 조사가 끝난 듯한 모습이나. 그 외 끌려가는 사이비들이라거나. 그런 거로 얼추 알 수 있었다. 혹시 몰라 물은 것뿐이고.
‘애초에 형한테 묻고 싶은 건.’
고개를 돌리니 아까와 달리, 다시 본래의 힘으로 돌아간 듯 보이는 형이 옆에 서 있었다.
“형.”
“왜?”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 안 하셨어?”
“…….”
“안 하셨구나.”
“응.”
“그래. 선생님답다.”
얼추 그러리라 생각했다. 선생님은 긴 생을 사신 만큼 포기할 줄도 아시니까.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형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작게 콧방귀를 끼곤 물었다.
“형 그러고 보니까 데이비드랑 같이 왔었지?”
“어.”
“어쩌다 데이비드랑 같이 나온 거야?”
“…설명하려면 좀 긴데.”
“뭐 어차피 지금은 소강상태잖아.”
특별히 외국 협회랑 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공항 가서 비행기 표 끊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나서야 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인간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힘자랑 말고 없지.
“내가 게이트를 타고 넘어갔을 땐. 다 알고 있다는 듯 다른 입구를 가리켰어. 별다른 설명도 없이 보내려는 건가 싶어서 해결 방법을 여쭤봤더니, 일단 다녀오라고 했고.”
“…형은 분명 꿈의 군주가 나타나기 직전에 선생님한테 갔었지?”
“그렇지? 네가 보냈잖아.”
“…….”
“왜?”
“…아냐. 계속해.”
“그래서 가리킨 문으로 나가니까 웬 지하 신전이더라고.”
“…지하?”
“응.”
“지하인 걸 어떻게 알아? 딱 갔는데 신전인 거면, 그냥 뚫린 곳 없이 건축된 신전이거나, 그냥 동굴일 수도 있잖아.”
“……그러게?”
“그래서?”
“신전을 뒤져볼 필요도 없이 한가운데에 웬 검이 꽂혀 있더라고. 딱 봐도 이거일 것 같아서 만지니까, 몬스터가 나오더라.”
“어떤 몬스터?”
“…내 능력과 똑 닮은 몬스터.”
아. 형이 만난 건, 형의 문양인가 보구나.
딱 알 수 있었다. 그야 우리도 만났으니까. 그렇다면 형도 우리랑 같은 공간에 있었던 건가? 아니 애초에 우리는 환각을 본 거와 다름없으니까, 진짜를 만나고 오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지하인지 안 건가 보네.’
문양의 감정이 동기화되기라도 한 거야 뭐야.
“그래서 그냥… 대화 없이 할 말만 하고 나한테 흡수됐어. 돌아왔더니 데이비드가 있었고.”
“그게 그렇게 오래 걸렸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꽤 많았거든. 꿈의 군주에 관해서가 거의 다지만. 데이비드 헌터가 고민한 것도 좀 길기도 했고. 선생님이 더 이상 지체하면 큰일 난다고 해서 겨우 결정하고 온 거야. 그래서인지 나와서도 고민을 하긴 했지만, 잘 마무리됐으니까.”
“그렇지.”
“최대한 빨리 올 걸 그랬네. 미안.”
“그게 미안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 내가 늦어서 네가 기억을 잃은 거니까.”
“…형은 뭐 안 궁금해?”
“뭐가?”
“50회차의 나.”
“솔직히 궁금해. 하지만 네가 말하기 싫어하니까.”
“그래. 궁금하면 물어봐도 돼.”
그래야 속죄받는 기분이 들 것 같으니까.
형이랑 대화해서 인지는 몰라도. 선생님은 다시 못 볼 수 있어도 여전히 선생님 같아서일지는 몰라도.
“이제야 한숨 돌리는 기분이네.”
이 전과 다를 바 없이 꿈의 군주를 죽인 거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이렇게 평화가 유지되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한 게 엊그제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