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겔탄.”
―응?
“선생님과 모든 연결이 끊겼다고 들었는데.”
―그치.
“근데.”
가만히 있기에는 붕 뜬 기분이 들어 아무 던전이나 잡고 공략 중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평범한 평야여서 걸으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편하고 말이다.
‘그래. 평야였지.’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이 설원이라는 게 문제겠지만.
그리고 그 설원이, 선생님과 겔탄을 만났던 설원이라는 거다.
‘정말 다 봐줘서. 그래. 던전 오류일 수도 있지.’
던전이 바뀐 이후로 넓이가 끝도 없어졌다는 것도, 오류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형이 변하는 것까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는 부분은.
눈 앞에 펼쳐진 설원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파지직! 전기와 함께 뻗어나간 설원이 호수에 물결이 일듯 일렁였다가 돌아왔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그 현상이 사라지고, 평범한 설원으로 돌아왔다. 이 현상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고.
‘꼭 오류가 일어난 것처럼.’
던전 자체가 아닌, 누군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처럼.
나는 어깨 위에서 꼬리를 살랑이던 놈에게 말했다.
“왜 계속 이럴까.”
―난들 알겠어?
“그럼 내가 알겠어?”
―너도 모르는 걸 왜 나한테 물어. 너는 내가 선생님이랑 아직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정말 끊겼어. 나한테 남은 건 없다고.
“그럼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거다?”
―그건… 또 아니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몬스터는?”
―공간을 움직일 수 있는 몬스터는 많지만, 아무런 목표 없이 이러는 몬스터는 없지.
“날 유도하고 있기라도 한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빨리 가줘야지.”
―뭔 줄 알고?
“계속 이렇게 반복하는 게 더 거슬려. 원하는 대로 따라주고 처리하는 게 낫지.”
―그러면 가로막는 곳이 아니라 뚫린 곳으로만 가.
“잘 아네.”
―거 참. 나름 높은 위치였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래서 네가 아직도 욕먹지.”
―…나도 내 잘못이 아예 없진 않다는 건 잘 알고 있거든?
“그래. 나도 잘못이 있어서 더 참견하긴 어렵네.”
겔탄에 말에 따라 파직거리며 흐르는 전류를 무시한 채 막힌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따라 걸으니, 길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수월한 상황에 누가 이러는 걸까 생각하면 걷던 차.
콱! 막혔다고 생각하며 손으로 짚고 다니던 벽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내 팔을 붙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뭐―!”
뿌리치기에는 너무 강한 힘에 어찌하지 못하고 그대로 첨벙! 물에 빠진 것이 생생히 느껴지며, 굳이 눈을 뜨지 않더라도 이곳이 다른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끝없이 눈 쌓인 흙 말곤 없는 설원에서 이렇게 물이 있는 곳은 없었으니까.
숨을 참은 채 서서히 눈을 뜨자 어둡고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물속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눈앞에 무언가 형체가 보였다.
‘……선, 생님?’
이전과 달리 현저히 줄어든 장식. 뒤쪽에는 흐릿하게 피가 바다와 섞여 흘러나왔다. 머리에 쓰고 있던 두개골마저 사라진 선생님과 눈을 멍하니 마주치고 있자, 반대로 급박해 보이는 선생님이 내 귓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주 자세히, 뇌를 파고들 정도로 크게 말했다.
―왕이, 전쟁을 준비한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푸르르고 따듯한 평야였다.
“…….”
몸은 축축했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확실했다. 귀를 만져보니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누군가 귓가에 붙어있지도 않았다. 눈앞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계곡 너머 산 말고는 별거 없는 자연경관이었다.
“…뭔데.”
끝이 아니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싸워야 한다는 것도.
그러나 저쪽에선 꿈의 군주라는 전력이 사라졌으니, 적어도 반년 후에야 올 재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렇게 말씀한다는 건. 그리고 자신이 위험한 상황임에도 나에게 알린다는 건.
‘이른 시일 안으로. 왕이 온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작정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왕이 도래한다는 말 직후 바로 탑이 생겨났어.’
다만 지금은 왕의 측근이 아닌 선생님이라는 점이지만.
‘그래도… 불안해.’
선생님이 걱정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마저 저렇게 위협을 받는다는 건, 왕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수도 있다.
‘위험해.’
뭐가?
무엇이 위험한지는 잘 모른다. 왕? 하지만 왕이 어떻게 넘어온다는 것인가. 이전 왕도 불가능했던 것인데도.
그런데 내 모든 감각이. 꼭 멸망이 다가온 세상처럼 느껴져 다른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다. 곧장 출구를 찾고 나와, 가장 가까운 길드로 향했다.
온연 길드. 그나마 가까워 무작정 온연 길드로 향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지만.
“지금 길드장님께서는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문양을 개방한 채로 급하게 달려온 듯한 내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지금 나에겐 그걸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빨리 대비해야 할 텐데.
“언제 오시는지는 모르시는 거죠?”
“네. 저희도 한지언 헌터이시니 알려드리고 싶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아 말씀드리기엔 혼선이 생길 수도 있어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가장 가까운 곳이, 지화연 씨였나? 승현 헌터였나? 승현 헌터 길드로 가야 하나? 그곳엔 S급이 셋이니까. 셋이 먼저 준비하는 게 안 늦지 않을까?
‘…진정해.’
겔탄같이 측근이 말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다. 초기 준비 단계를 보고 나서 나에게 말한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 생각대로 반년 후에 일어날 일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
그런 거다.
알리는 걸 급하게 알리지 않아도 돼. 천천히. 만날 때마다 알리거나, 문자로 알려드리면 되는 문제다.
‘형한테 먼저 말해주자.’
잘게 떠는 손을 애써 달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형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어… 야. 일단 침착해봐.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잖아.
“왕이 전쟁을 준비하는 게?”
―이 전에는 탑이 바로 나타났잖아.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는 거 보면 정말 준비 단계인 거 아니야?
“그래도. 왕이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모르잖아. 지금 준비해도 늦는 마당에. 왕이 준비 끝 무렵이라면…….”
―꿈의 군주 녀석이 죽은 지 이틀밖에 안 지났어. 준비한 지 이틀 됐을 수도 있잖아.
“그쪽이랑 우리랑 시간개념이 다르잖아. 그리고. 꿈의 군주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일부러 보낸 걸 수도 있고.”
―그니까.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데 너무 조바심내지 말라는 거야.
“……그래.”
길가를 거닐며 소음에 내 생각이 묻히는 것 같았다. 무언가 생각하기에 심정이 복잡해 머리를 비워내고 정처 없이 걷던 차.
“한지언 헌터?”
익숙한 얼굴과 마주했다.
“…신서하 헌터.”
“문양 개방한 채로 여기서 뭐 하세요?”
“그러는 신서하 헌터야말로…….”
“아 모르셨어요? 저 여기 주인이에요.”
그러며 가리킨 곳은, 아담한 꽃집이었다.
“꽃집… 차리신 건가요?”
“네. 가만히 있기는 영 마음이 불편해서. 식물은 제가 늘 신경 써야 하는 생명이잖아요. 내일은 새로운 아이가 오지. 내일은 비료를 더 해줘야지. 내일은 분갈이해야 하지. 내일은 이 아이를 말려야 하지. 하고 내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고요. 아 말이 길어졌네요. 괜찮으시다면 안으로 들어오실래요?”
“…….”
신서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앞에 가자마자 나는 꽃내음에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주로 외부 일을 해서 가게에는 별거 없어요. 그냥 식물 키우기 용도이죠.”
“언제부터 가게를 하신 겁니까?”
“헌터를 은퇴하고, 세상에 몬스터가 없을 때 열었었어요.”
“왜 꽃집인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사실 목공사가 꿈이었는데. 뭐. 시아가 식물을 좋아했거든요.”
잠시 잊고 있던 인물을 언급해 나는 무심코 입을 달싹였다. 그러고 보니, 신서하는 윤시아의 근황을 모르겠구나.
말하는 게 낫겠지. 가장 친하기도 했으니까.
“…신서하 헌터. 윤시아 헌터는―”
“알아요. 본래대로 바다의 군주가 됐다죠?”
“희민이가 말해줬나요?”
“아뇨. 마허윤 헌터가 알려줬어요.”
“마허윤이…….”
“그리고 강희민 헌터가 윤시아 헌터를 찾으려고 온갖 난리를 부린 것도 말하던데요.”
“난리… 보단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쵸. 아무래도 희민 헌터에게 시아는, 각별한 쪽이었으니까요.”
공공연하게 아는 사실이었던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모르는데 바보 같을 정도니까.
“그러면 마허윤 헌터가 다 전달해 줬겠군요.”
“네. 나중에 강희민 헌터와 시아가 싸우게 되면 도와달라는 것도 전달받았는걸요.”
“네?”
“네?”
그건 처음 듣는 소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