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문제는 이 열쇠를 어디에 어떻게 쓰냐는 거네요.”
유아한 씨의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겔탄이 나오기 전에 사용법을 알려주려 했던 것 같은데, 도망친 이상 알기는 힘들 것 같고. 따라가기에는 기척 하나 안 느껴지고. 굳이 더 겁주기도 그렇고.
“하늘 위로 올라가서 열쇠에 접촉해볼까요?”
“열쇠 부서질 것 같은데요. 지상에서 열쇠를 준 거면 해결 방법도 지상에 있을 것 같고요.”
“그럼 반대로 지하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쵸. 이 넓은 땅에서 찾는 게 일이겠지만.”
“아니면 그런 거 아니에요? 도서관 사서가 말하길, 본인은 꿈의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했잖아요. 그리고 탑에서 한 층을 클리어할 때 열쇠를 허공에 가져가니 문이 생겨났었고요.”
“글쎄요. 그랬다면 진즉 생겨나야 했겠죠. 열쇠를 들고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데.”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역시 또 수색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뭐… 해야죠. 어쩌겠어요.”
게이트 닫히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니 나가서 수색 아이템을 구하던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는 이유는 이 던전 자체가 오류투성이라 나갔다 오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함부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인내심을 갖고 찾으면 되는 거니까. 애초에 이곳 던전 주인인 저 사서와 싸울 일도 없을 테고.
없어야 하는 쪽에 가깝지만…….
‘애초에 우리를 부른 건 저쪽이니.’
먼저 접촉부터 해야겠지.
‘불렀으면 그냥 바로 도서관으로 데려가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한 거지?’
하물며 듣기로는 국내 베테랑 수색조도 출입할 수가 없어, 국내에 잠시 거주 중이던 외국 수색 가능 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도서관이라는 걸 알았고. 그런데 이러면, 수색조를 쓴 이유가 없어지잖아. 나는 숲과 그 너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수색한다 해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인데. 더 효율적으로 찾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요?”
“이 일대를 다 터뜨려 버린다거나.”
“그거 나쁘지 않네요.”
“그리고 터뜨리는 것보단 유아한 씨 능력으로 다 썩게 만드는 게 찾기 수월할 거고요. 제가 터뜨려봤자 잔해가 사방팔방 튀어서 더 어지러울 거예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한데… 그렇게 하다가 만약 열쇠 구멍을 망가뜨리면요?”
“……그것도 문제가 되긴 하네요.”
“저희가 가진 건 열쇠고. 이 열쇠를 사용하기 위한 곳이 생채기가 날 가능성이 있으니. 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저도 굴뚝같지만, 오늘은 참죠.”
그렇게 한참을 수색하고, 수색하여 우리가 얻은 건… 나뭇잎과 흙먼지였다.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 단서에 몸만 꼬질꼬질해지며 기운만 빠져갔다. 도대체 우리한테 뭘 바라고 이런 걸 시키는 거지?
옆에서 숨을 고르던 유아한 씨가 내게 물었다.
“만나면, 한 판 싸워도 괜찮겠죠?”
“글쎄요. 말리진 않을게요. 근데 아마 어렵지 않을까요.”
“한지언 씨는 안 힘들어요? 아무리 문양의 힘이 있더라도 체력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잖아요. 그걸 능력으로 커버하는 건데, 딱히 능력을 쓰신 적도 없으시고.”
“…딱히 생각한 적은 없네요.”
체력이 떨어져 몸에 힘이 빠지는 건 버티면 된다. 단순히 힘이 빠진다고 잠시 쉬었다가 가는 건 손해니까, 정신으로 버티면 되는 문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턴 체력적으로 힘들단 생각을 안 한 것 같은데.
‘다 정신이 문제지.’
육체적 기력 소모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정신만 잃지 않으면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거니까. 다리 근육에 문제가 왔으면 팔로, 팔이 문제가 왔으면 온몸으로.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소모를 아끼는 편이지만.’
땅을 기는 건 사절이다. 구차해지는 것 말고 얻는 건 딱히 없더라. 뭐든 적당히가 좋다.
세상을 구하는 거라면 말이 다르지만, 그건 아니니까.
옆에서 왔다 갔다 몸을 기울였다 반복하던 유아한 씨가 나를 불렀다.
“한지언 씨. 한지언 씨?”
“네?”
“뭔 생각을 하는데 대답이 없어요. 이것 봐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안 보여요?”
유아한 씨가 손을 뻗어 가리킨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랑 덤불. 잡초. 모르는 식물투성이였으니까. 유아한 씨가 내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른 나무와 다를 바 없는 나무에 다가가고는 어느 부분은 손으로 매만졌다.
“여기. 검게 그을린 흔적. 안 보여요?”
“네? 아. 그러네요.”
나무가 짙어 잘 보이지 않았던 흔적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거지?
“그리고… 여기에 서서 한 번 봐요.”
유아한 씨가 내 소매를 잡고 옆으로 당겨, 당겨지는 대로, 서 있는 위치를 옮겼다. 그리고 말한 대로 무작정 앞을 바라보자.
‘달라진 게 없는데.’
나무의 그을린 흔적을 말했으니, 그걸 보라는 건가?
아까 유아한 씨가 말했던 그을린 흔적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뭐가 문제지?
내 시선에 유아한 씨가 말했다.
“그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면서 나무를 봐요.”
“숲을 보면서 나무를……?”
당최 알 수 없는 말에 무작정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바뀌는 건 없어, 유아한 씨의 말을 무작정 재해석하며 숲을 바라보았다.
검은 흔적. 검은… 어.
자세히 보니 한 그루의 나무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옆의 나무도, 좀 떨어진 나무에도. 검에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그을린 흔적이 많네요.”
“그리고 이제 이쪽에서 보실래요?”
유아한 씨가 잡아당기는 대로 움직인 후 보자 눈이 절로 동그랗게 떠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냥 그을린 흔적이었는데.’
여기서 고개를 조금만 움직여 보자, 나무의 조금씩 나 있던 흔적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 연결되어,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아니. 문양이 아니라.’
문고리의 열쇠 구멍.
“뭔지 알겠죠?”
“…대단하시네요. 설마 그을린 흔적만 보고 생각하신 거예요?”
“이상할 정도로 많길래. 혹시나 해서 해봤죠.”
“저였다면 하나하나 다 만져보거나 그을린 흔적을 따라갔을 것 같은데요.”
“많이 사신 분이 왜 그렇게 일차원적이에요.”
“마음만큼은 언제나 25살로 돌아오니까요.”
“그 25살도 곧 끝나시는데요 뭐.”
“그러게요. 이번 연도에만 온갖 일이 있었죠.”
“원래도 이랬어요?”
“아뇨. 30살 먹어도 아무 일 없던 때도 있었죠.”
“…한지언 씨만 반복한 거 아니에요? 없던 때도 있었다는 건 그 전에 끝났었을 때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한지언 씨 하나만 반복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바뀌어요?”
“생각보다 제 파급력이 컸나 보죠.”
“나비 효과인가? 아무튼, 제가 열쇠 구멍에 갈 테니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줘요.”
재빠른 발걸음으로 제 기억만 가지고 이어진 흔적으로 만들어진 열쇠 구멍으로 다가간 유아한 씨가 열쇠를 들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거기 말고, 네. 좀 더 왼쪽으로. 아뇨 그 아래에서. 네. 네 거기요.”
꾹. 유아한 씨가 쥔 열쇠가 나무 뒤로 숨겨지며, 마치 열쇠 구멍에 열쇠가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돌려요.”
끼리리리릭. 나무가 무성한 곳에서 날 리가 없는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유아한 씨 앞으로 밝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서둘러 유아한 씨 쪽으로 몸을 움직이자, 그 앞은 문이 열린 것처럼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유아한 씨는 별말 없이 손을 뻗어, 빛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한쪽을 옆으로 밀었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빛이 커지며, 다른 한쪽도 마저 열자 익숙한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오래간만이고요.
거미를 인간으로 빚은 모습의 표본 같은 사서가 우릴 반겼다. 그토록 고생하며 만난 이였으나 정작 우리를 고생시킨 존재는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니, 유아한 씨는 그게 거슬린 모양이었다.
“퍽 반갑겠네.”
단숨에 삐딱해진 유아한 씨가 별다른 말 없이 사서를 쏘아봤다.
―너무 그렇게 보시진 말아 주시죠. 여러분이 정말 정보를 들어도 되는 존재들인지 확인했을 뿐이니까요
“그러면 제한을 두지 말던가. 우리를 콕 찝어 골라 들어올 수 있게 해놨으면, 그에 따른 대우를 해주든가. 뭐 똥개훈련이지 이게?”
―모든 이에게 정보를 뿌린다면, 그것은 와전되어 뒤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저의 도서관은, 인증되지도 않은 외부인이 들어오기에는 소중한 공간이니까요.
유아한 씨가 무어라 더 말을 하기 전, 내가 선수 쳐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희를 이렇게 고생시켜 부른 이유가 뭡니까.”
―아까도 말했듯,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정보? 너는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정보를 주지도 않았는데 그냥 정보를 준다고?”
―정보는 이전에도 말했듯,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받고 있고요.
“…받고 있다니?”
우리 말고 다른 이들이 여기를 와서 정보를 받아가나? 아니 그러면 ‘주고받고’가 성립된 거니까 많이 받았다는 소리는 안 할 것 같은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못 느끼는 불쌍한 생명에게 이런 시련을 준 건지.
“뭐? 누가 누구보고 불쌍하대.”
―당신들의 세상과. 저희의 세상에 입구가 커지고 있는 건 알고 계십니까? 그로 인해 흘러들어오는 정보량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두 세상의 흐름이 점차 같아지고 있는 것은?
“뭐?”
―이것 보십쇼. 아무것도 모르니 제가 알려드리러 한 겁니다. 한쪽의 학살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동등해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정보를 드리려고 합니다. 왕의 계획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