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익숙한 공간】
그 말에 유아한 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함정 아니고?”
―설마 함정이겠습니까. 애초에 함정이었다면, 그냥 제가 처리했지 이렇게 복잡하게 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냥 여기 들어가서, 뭐 좀 해결하면 정보를 볼 수 있다 이거지.”
유아한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나 역시 따라 문으로 다가가자, 사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었다. 문 너머는 새까맣게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아마 게이트처럼 이동되는 거라 그렇지 않을까.
‘사서는 여전히 애매한 존재고.’
믿고 들어가던, 믿지 못하고 들어가던 그건 우리의 선택이겠지. 그동안 보여준 행실을 보면 우리에게 악의는 없지만. 뭐. 모르는 거다. 저 녀석이 사서 탈을 쓴 다른 것일지도.
‘다만 곧 왕이 또 세상에 오고. 공격하려는 거라면.’
지금 정보를 얻는 게 세상에 이롭겠지.
“들어가죠.”
“뭐 유서라도 쓸 걸 그랬나 봐요.”
“살면 되죠.”
“들어가자마자 먹히는 거 아녜요?”
유아한 씨가 험악한 말을 단순 농담 따먹기처럼 말했다. 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득이 있건 없건 그건 봐야겠지.
유아한 씨와 나는 더 주고받는 말 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익. 들어가자마자 뒤로 들리는 문 닫히는 소리를 무시한 채 앞을 바라보자, 여전히 어두웠다. 게이트 형식이 아니라 어디로든 문이었나.
유아한 씨가 무언갈 꺼내는 듯싶더니 딸칵. 인벤토리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손전등을 들고 다니세요?”
“던전이 바뀐 이후로는 어지간해선 들고 다니는 것 같네요. 이전에는 그래도 묘하게 밝았는데. 요즘은 가차 없이 어두우니까요.”
“던전을 자주 돌지를 않아서…….”
“던전보단 바깥에서 문제가 많이 일어났으니까요. 높은 등급의 던전도 많지 않아 대부분 길드가 가져가는 편이고. 그러고 보니 한지언 헌터는 길드에 소속돼보신 적 있으신가요?”
“유아한 씨는 뭔가 문득 궁금해지는 사소한 것만 물어보시네요.”
“어차피 다르다면서요? 그리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아요. 결국 제가 기억하는 건 지금이잖아요. 제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제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아요. 그래서. 소속돼보셨나요? 어떤 길드가 제일 나으셨어요?”
“…다 괜찮았어요.”
“생각하니 좀 재밌겠네요. 리플 길드에만 S급이 4명이었던 거잖아요. 그러면? 승현 헌터 부담감 엄청났겠네.”
“음. 부담감은 별로 없으셨을 거예요. 리플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을 땐 A급이었어가지고.”
“A급이요? 한지언 씨 측정했을 땐 S로 나오신 거 아녔어요?”
“맞아요. 근데 능력을 사용할 줄 몰랐으니까요.”
“들었던 것 같네요.”
타닥. 탁. 손전등이 망가지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껌뻑였다. 아까부터 별거 없던 앞이 검어졌다가, 밝아지길 반복하다 이내 툭. 앞이 새까매져 결국 우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한지언 씨. 능력이라도 써주실래요?”
“네 잠시만요.”
벽 전체에 능력을 두르는 게 낫겠다 싶어 벽을 찾으려 손을 휘적거렸다. 말캉. 손아귀에 무언가 말랑한 게 잡혀 반사적으로 능력을 사용하자.
펑! 푸쉬식. 작은 폭발이 한순간에 무언가에 먹힌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살을 꿰뚫는 것이 느껴졌다.
“한지언 씨? 왜 그래요? 거기 뭐 있어요?”
“음… 몬스터가 있는 것 같은데요. 물렸어요.”
“예?”
유아한 씨가 급하게 가방을 뒤적이며 작은 펜 라이트로 나를 비췄다. 작은 불빛에 의존해, 고개를 돌려보자, 아무것도 없다. 분명 손이 꿰뚫린 감각이 느껴짐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지언 씨. 아직 물려있는 거예요?”
“네.”
“그래 보이네요. 아무것도 없는―”
유아한 씨가 빛이 들지 않아 어두운 곳에 손을 뻗고는 하던 말을 멈췄다. 그리곤 꾸드득, 손아귀에 힘을 준 듯 무언가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안 잡히네요. 한지언 씨. 혼자 빼내실 수 있으세요?”
“…그게 직감이 그러는데. 이거 빼면 좀 큰일 날 것 같아서요.”
“그게 문제에요?”
“그럼… 뺍니다?”
한숨을 내쉬고 손에 힘을 줬다. 몸서리칠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뚝. 유아한 씨 손에 있던 펜 라이트의 빛이 점멸했다.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일단 한지언 씨. 손부터 주세요.”
“…그 전에.”
휘익! 낫을 쥐곤 뒤로 휘둘렀다. 콰장창! 벽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액체라기엔 애매한 무언가가 주르륵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꾸르륵. 또다시 소리가 들리며,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앞에 더 어두운 무언가가 들이닥쳐 낫으로 막아냈다.
능력을 사용해 밀어내려 하였으나 양손이 물에 먹힌 듯한 감각과 함께 능력 사용이 안 됐다. 힘마저 빨리는 듯해 곧장 쥐고 있던 낫을 놓으며 밀어냈다.
꿈뻑꿈뻑. 펜 라이트의 빛이 들어오고, 내 앞을 비추자 무너진 벽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다시 화악! 안면에 무언가 붙은 감각에 몸을 뒤로 물리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펑! 버벙! 능력을 사용해도 떨어지지 않아 걷어차려 하던 순간, 옆에서 유아한 씨가 먼저 움직여 걷어찼다. 터엉! 무너졌던 잔해가 무언가에 부딪친 듯 금이 갔다.
“일단 여기서 멀어지죠.”
유아한 씨에 말과 함께 무작정 달렸다. 펜 라이트에 의지해 앞으로 향하던 차. 유아한 씨가 무언가에 붙잡힌 듯 발을 멈춰 몸을 웅크렸다. 주먹을 아래로 휘두르는 유아한 씨를 따라 낫을 휘둘렀으나.
탕! 탕! 맨바닥에만 흠집이 나는 꼴이었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아한 씨에게 말했다.
“불 꺼요!”
유아한 씨가 곧장 불을 끄자 어둠 사이로 더 어두운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을 향해 낫을 휘두르자, 젤리를 자르는 감각과 함께 바닥에 액체가 흘러내렸다.
유아한 씨가 외쳤다.
“빛이 없을 때 공격이 잘 통하나 보지!”
그리곤 몸을 휙휙 돌리며 사방에 주먹질하기 시작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철푸덕. 무언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냥 다 터뜨려 버리죠.”
텅. 텅. 별이 사방에 생겨났다가 곧바로 터져나갔다. 바닥과 천장 자체는 멀쩡했으나, 벽 몇 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방에 공격을 휘두르고 나서야, 주변에서 느껴지던 끈적한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제야 좀 낫네요.”
유아한 씨가 손을 털며 다시 펜 라이트를 켰다. 그러나 딸깍딸깍. 빛은 완전히 힘을 잃은 듯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어디 부딪혔나?”
유아한 씨가 탁. 탁 펜 라이트를 두드리다가 대뜸 펜 라이트를 쥔 채, 내 옆으로 손을 뻗었다. 나 역시 동시에 내 뒤로 팔을 휘둘렀다.
나는 실소를 내뱉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안 죽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요.”
펑! 유아한 씨가 뒤에 있던 걸 멀리 던지고 곧장 앞으로 뛰었다. 나는 뒤를 흘긋 쳐다봤다가 앞으로 뛰어갔다.
“유아한 씨.”
“예?”
“아까 봤는데요, 뒤에 벽이 다 수복됐더라고요.”
“…까다롭게. 본 상태로 돌아가는 형식의 던전인가 보네요.”
“아뇨. 그것보단… 진화 형식 같은데요.”
“진화요?”
“뒤로 덮치려던 몬스터의 크기하고, 벽의 두께 같은 거가 변했거든요.”
“빨리 나가야겠네요.”
말은 그렇지만 막상 아무리 달려도 입구 같은 건 안 보였다. 오히려 몬스터들만 늘어나 우리 앞을 막았지. 도대체 뭘 원해서 이런 던전으로 안내한 거지? 단순히 방해가 많은 던전 속에 우리를 넣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떤 규칙이 있다던가.
턱. 유아한 씨가 내 앞을 막고는 작게 속삭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도 쉬지 말고. 발소리도 내지 말아봐요.”
“…….”
유아한 씨가 말한 대로 행동하자,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까까지만 해도 가깝게 느껴졌던 몬스터들이 멀어졌다. 설마. 소리에만 반응하던 거였나?
아까보다 수월하게 움직이자, 입구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저게 입구가 아닐 수가 없었다.
‘비상계단 표시.’
모를 수가 없는 표시에 곧장 그곳으로 향해 문을 열려던 차.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바보라도 열면 위험하다는 걸 잘 알 것 같은 숨소리에 열까 말까 고민하고 있자 유아한 씨가 문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귀를 기울였다.
나 역시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숨소리 말고도 타닥. 탁.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유아한 씨가 문을 열자, 너머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물며 현재 공간과 달리 작지만, 불빛도 있었다.
쿵! 문을 닫고 유아한 씨가 큰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공간마다 규칙이 있는 것 같네요. 지금 비상계단은 이상한 존재가 움직이는 것 같고.”
유아한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런데 하나 의문인 점.
“그럼 저희는,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 걸까요.”
유아한 씨가 잠시 고민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갈라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