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72시간】
멈추려 해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기기 역시 마찬가지로 타이머가 흘렀다. 이런 괴현상에 전자기기에 거리를 두려는 사람, 이것으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 무신경한 사람.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간 사람이 존재했다.
나라나 헌터나, 대부분 마지막에 속했다. 이 흐르는 시간이 단순히 무언가의 오류 같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던전에서 마지막에 본 것이.’
기계와 관련되어 보여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그것이 펼친 능력인 거겠지.
‘아마 군주 정도 되겠지.’
그리고 군주급이 이 정도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던전과 이곳의 경계가 많이 무너졌다는 것. 가까운 시일 내에 쳐들어올 거라는 거겠지.
‘아무런 준비도 안 됐는데.’
아니, 준비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겠지. 3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긴 했어도 그뿐. 녀석들이 쳐들어올 곳에 가는 시간으로 다 사용될 것이다. 혹은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 정도로 사용되겠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겁에 질리기만 반복했다. 우왕좌왕하는 정부는 집 안에 가만히 라고 했고, 협회는 최선을 다해 보호할 것이라는 대책 없는 말만 떠벌렸다.
그렇게 타이머의 시간이 66시간을 찍던 순간, 예상한 위치에 균열이 생겨났다. 아주 작은 균열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그 균열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거? 있을 리가. 애매하게 남은 던전 안에서 몬스터를 계속 처리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애초에 말할 수 있는 건 다 말한 상태였기에, 더 이상 남은 게 없는 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쳐들어올 몬스터에 대비하면 된다.
‘왜 하필 한국인지.’
나 때문이겠지. 애초에 여기 있으면 안 됐다. 탑이 바뀌었을 때. 아니 적어도 던전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다른 나라로 갔어야 했다. 적어도 사람이 없는 무인도나. 아무튼, 멀리. 아주 멀리 갔어야 했는데.
‘…됐다.’
인제 와서 후회해봤자 바뀌는 건 없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또 한 번. 시간이 지났다.
48시간을 찍었을 때는 이미 거리가 한산해진 상태였다. 표적이 된 지역 근처는 유령 도시처럼 나도는 사람이 없었고. 한탕 하려는 이들만 거리를 배회했다. 간간이 싸우려 남은 헌터가 문을 부숴 집을 털려는 것도 발견돼 그야말로 무법지대였다.
‘진즉 대피시켜 놓길 잘했네.’
타이머가 뜨기 전부터 부모님을 멀리 보내놨다. 형과 내가 이곳에 남아, 절대 안 가겠다 하던 부모님을 겨우겨우 설득해 보냈었다. 안 그랬으면 심장 쪼그라들어 힘들 뻔했다.
“저쪽에 설치하시면 됩니다.”
협회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과 기술자들이 땅에 무언가를 심고 작동되는지 확인했다. 균열이 커질수록 정부는 불안했는지 협회를 쪼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임시방편이 거대 결계였다. 모든 대장장이나 기술자들을 동원해 만들어 엉성했지만, 어지간한 몬스터는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상대가 지나치게 강한 게 문제겠지만.’
바로 왕이 나오지만 않으면 쓸만하겠지만, 초반부터 왕이 나오면 그냥 기도하다가 목이나 썰릴 것이다. 군주까지는 겨우 가능했다고 쳐도. 왕은 정말 모르겠으니까.
‘헌터도 생각보다 안 남았네.’
헌터가 전부 남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적을 줄은 몰랐다. 확인된 헌터만 500명 좀 안 된다지. 나라를 반으로 갈라 지켜야 할 상황임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학교 학생 수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 몸도 이상하고.’
최근 들어 문양의 힘이 이상해진 것은 눈치챘다. 그러나 안 좋은 쪽으로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내버려 뒀거늘. 최근 심각할 정도로 공허함을 느꼈다.
‘힘이 강해졌는데, 이상함을 느끼는 것도 기묘하긴 하지만.’
뭐. 강해질 수 있다. 박우윤도 그랬고. 그러나 문제는 나는 5년이 되도록 힘이 그대로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런데 1년 채 안 되는 지금, 힘이 강해지고. 그러다 못해 공허함까지 느끼고.
‘강해졌다고 해도 S급 턱걸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감지덕지다. 그러나.
‘도대체. 뭐지.’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남긴 체. 또다시 시간이 흘러 타이머가 24시간을 찍었다. 거리는 평범한 가정집마저 이상한 아이템들로 도배가 되어있었고. 사람이 살던 거리 같지 않을 정도로 낡아져 있었다. 몬스터가 쳐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 꼴인 거다.
‘진짜 폐허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거리에 나와 확성기를 손에 쥔 체 별 이상한 시위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없다.
뉴스를 보면 사람이 몰린 구역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질서는 내다 버린 체 안전하게 잘 곳조차 꽉 차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드러눕거나, 애꿎은 소방서나 경찰서에 가서 소리 지르기 일쑤였으니까.
“조용하네.”
“그러게.”
슬슬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형의 말에 답하자. 형이 착잡한 눈으로 나와 도시를 번갈아 보았다.
“계속. 이런 풍경을 본 거야?”
“이건 양반이지. 불에 안 타고 몬스터도 없잖아.”
“…….”
“형은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괜찮다는 거야?”
“엄마랑 아빠 걱정 엄청나게 했잖아. 그냥 내려가서 지키지 그랬어?”
“일단 안전한 곳에 대피시켰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네가 가장 걱정되니까.”
“걱정할 사람을 걱정해.”
“…지언아. 이 일들이 끝나면 하고 싶은 건 정했어?”
“갑자기?”
하고 싶은 거라니. 하도 별일이 다 있어서 생각조차 안 했던 일을 꺼내다니.
“글쎄. 해결하는 게 먼저 아닐까. 괜히 김칫국 마셨다가 더 절망적인 상황을 맛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도. 지금을 위해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 외. 동기부여 같은.”
“형도 알잖아. 정말 목숨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거. 그동안 헌터는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라 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비등하게 싸우다 죽었을 때의 일이고. 이번엔 종이 찢기듯 너무 쉽게 죽을지도 몰라.”
“그래도. 할 수 있을 거야. 이번이 마지막일 거고. …지언아. 너 많이 긴장한 것 같아.”
“그렇진 않은데. …그래도 고맙다? 그런 소리라도 해줘서.”
“싸우면서 지칠 때마다 한 번 생각해봐. 뭘 하고 싶은지. 던전이 없더라도 세상은 넓으니까.”
“…….”
세상이 넓은 거랑 내가 하고 싶은 걸 찾는 거랑은 좀 다르지 않나? 아닌가.
세상을 넓게…….
“형 곧 생일이네.”
“어? 기억해?”
“그 정도는 기억해. 11월 16일이잖아. 유감스럽게 됐네. 이런 일이 없었으면 지하철 전광판에 형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었을 텐데.”
“…굳이 없어도 상관없어. 오히려 그런 거에 돈 쓰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전광판 가서 연예인처럼 사진 찍을 여유도 없고.”
“지화연 씨는 맨날 찍던데. 주한이도 몰래 찍은 거 봤고.”
“…성격 차이야. 그럼 지언아.”
형이 대뜸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내 생일과 네 생일이 찾아오길 노력하자.”
“내 생일은 잘 기억하고?”
“당연하지. 3월 17일이잖아.”
“…그래 맞아. 근데 내 생일은 왜?”
“네 성격상 굳이 안 챙겼을 것 같아서.”
“……정확하네.”
“그러니까 이번에는 특별하게. 던전이 없을 세상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축하해 주자 서로.”
형이 이런 소리를 하니 퍽 웃겼다. 어이없기도 했고. 이런 소리를 할 때마다 가끔 딴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어느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장난기 있던 예전 형도, 가끔은 진지했었던 옛 기억이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다를 바 없다는 거지.’
살았던 환경과 기억이 조금씩 다르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형은, 살았던 환경이 같아서일까. 아니면 그저 형이어서일까. 이제는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나는 실소하며 형의 새끼손가락을 마주 잡았다.
“그래.”
그렇게 12시간. 6시간. 그리고 1시간.
균열은 처음과 달리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해져 이미 틈을 보였고, 그 틈에는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보였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간중간 이탈자가 보이기도 했다.
30분. 10분. 그리고 마지막. 1분.
익숙한 얼굴이 대거 보였다. 이전 회차에서도 싸우다 죽은 이들의 얼굴이었다. 혹은 나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누었던 이.
싸우려는 이들은 여전히 싸우기 위해 이번 회차도 전쟁터에 나왔다.
3초 2초 1초.
―크르르르륵!
―컥! 끼긱!
―컹. 컹.
수없이 많은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파고들며. 균열 너머에서 몬스터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