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결전】
‘왕은.’
안 보인다. 당장은 안 나오거나, 못 나오는 거겠지.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나오는 몬스터의 수가 만만치 않았다. 까딱하면 결계를 넘어 지도에 표시된 한국을 뒤덮을 것만 같았다.
“부상자는 뒤로 빠져요!”
“거슬리니까 꺼지라고!”
“침착하게 대응만 하면…….”
“여기에 남는 게 아니었어 X발!”
녀석들이 넘어오기 전. 헌터들을 등급별로 나눠 세웠다. 그러나 이 많은 인원을 다 통제하기는 어려운 바, 결국 등급 낮은 이들이 앞으로 나온 경우가 있는 모양이었다. 줄줄이 나오는 몬스터에 손쓸 새도 없이 당하는 걸 보면 말이다.
“등급 낮으시면 뒤로 물러나세요.”
몬스터에게 허리가 물려 날아가던 사람을 붙잡아 땅에 내려오니, 그 사람은 말없이 벌벌 떨다가 붙잡은 손을 놓자 도망쳤다.
나에게 몬스터는 그다지 버거운 존재들은 아니었다. 끽해야 C급. B급. 평소대로만 처리해도 수월히 진행될 터다.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만.’
밀려 나온 몬스터는 너무나 손쉽게 처리됐다. 그야 몰린 사람만 수백이고. 몬스터는 끽해야 B급 이상이니. 어지간한 헌터들이 전부 몬스터를 향해 공격을 퍼부으면 쓰러질 터니까. 맨 앞에서 나랑 다른 S급, A급 헌터가 날뛰는 것도 한몫할 거다.
‘그래도 이전보단 헌터들이 각지에서 몰려와서 그런가.’
생각 이상으로 수월했다. 아니, 이 전보단 훨씬. 이 전에는 아무리 명예를 쌓고 말을 해봐도 믿어주는 이는 극히 드물었으니.
‘애초에 한국에 마지막 게이트가 열린 것도 아니긴 하지만.’
멸망을 일으키는 게이트가 나타난 건 다른 나라였다. 다른 나라가 무너지고 우리 쪽으로 넘어온 거지. 결국 그 어느 곳도 막지 못하고 전부 잠식되어 그렇게 멸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헌터도 존재한다. 몬스터가 손쓸 새도 없이 몰려온 것도 아니다. 저쪽에서 오히려 시간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정말. 가능할까?
쿵! 균열 안쪽에서 거대한 골렘의 발 하나가 튀어나왔다. 곧이어 골렘의 몸 전체가 드러나며, 단숨에 주변 건물을 부서트렸다.
이전에 지화연 씨와 보았던 골렘이었다.
“한지언 씨!”
지화연 씨가 곧장 내게 와 시끄러운 주변에 묻히지 않으려 소리쳤다.
“저희가 먼저 처리 방법을 알려야 무분별하게 공격을 붙지 않을 거예요! 효율적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여 곧장 골렘 위로 올랐다. 효율적인 방법. 물렁히 들어가는 곳이 존재하지 않는 골렘이니, 한 곳을 집중적으로 타격해, 금이 간 순간 공격을 퍼부어 무너뜨린다. 그나마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무분별하게 공격해봤자, 각 다른 곳에 타격을 입으니 쓰러지는 속도도 느릴 터. 한 곳을 집중시켜 공격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겠지.
텅! 나는 무작정 골렘의 어깨 위에서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이 갔을 때, 손아귀에 별을 만들어내 무분별하게 공격을 붓자, 골렘의 몸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계속 이렇게.’
…골렘이 수십, 수백 개면?
“또 헛생각을.”
다 부숴버리면 된다. 다 부숴버리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몬스터는 줄어들지 않았다. 골렘은 계속해서 나왔고. 그 뒤를 이어 더 강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과 달리 싸우는 헌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 내 눈에는 반이나 줄어버린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나마 다행인 거는 S급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가? 아니. 골렘이 S급 몬스터였던가?
‘내 머리도 이상해지는 것 같은데.’
나는 싸우며 승현 헌터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다.
“혹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요.”
“…….”
승현 헌터가 몬스터의 공격에 대응하며 시계를 흘긋 쳐다봤다. 그리곤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내 물음에 답했다.
“3시간, 아니. 4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4시간…….”
던전에서도 몬스터가 아무리 많아도 이 정도는 아니다. 계속 몰려오는 던전은 의외로 드물지. 그런데도 던전에서는 쉴 공간이 보이면 쉬고 이동한다.
그런데 지금은 쉴 틈도, 쉴 공간도 없다. 아무리 심한 부상이어도 쉴 곳이 없어 적당히 힐을 받고 도망가거나, 다시 맞서 싸운다.
주변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고, 토하는 소리. 실소. 온갖 절망적인 고통의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
“지언아. 괜찮아?”
나보다 안 괜찮아 보이는 양반이 괜찮냐 물어보고 앉아있네. 형이 몬스터의 피와 살점을 몸에 뒤덮은 채 물었다. 몬스터로 오해받는 거 아니야?
“너무 힘들다 싶으면 잠시 뒤로 빠져있어.”
“형이나 빠져있어. 꼴이 말이 아닌데.”
“내 거 아니야.”
“나도 그건 알아. 그거 말고 호흡이 불안정하잖아. 귀 아프게 다 들리거든?”
“…잠깐 숨 좀 고른 거야. 그러는 너도.”
서로 엉망인가보다. 하기야. 점점 강해져 S급과 다름없는 몬스터를 수도 없이 처리하는데 아무리 S급이라도 이전에 사람인 우리가 지칠 수밖에 없다.
물론. 난 아직 괜찮다. 괜찮아.
“형. 물러나는 김에 주변 사람들도 좀 물려줘.”
“안 물러날 거야.”
“그럼 내 주변에서 떨어져 있어.”
“왜.”
“조절을 잘 못할 것 같아서.”
“뭘.”
“지금 상황에서 이것저것 다 물어야겠어?”
“…….”
형이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한 채 뒤로 멀찍이 물러나며 빈 곳을 찾아 선두에 서 몬스터를 막아냈다.
‘주변에는… 아슬아슬하게 있네.’
턱.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생각이 드는 순간. 발밑으로 콘크리트를 뚫고 무성한 잔디와 꽃이 피어올랐다. 넓게 퍼지며 그 위에 있던 몬스터들이 당황하며 이리저리 살피다가 다른 헌터의 공격에 쉽게 무너졌다.
‘간편하긴 해.’
기력이 완벽히 회복되진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은 채워주고. 장기전에 탁월한 능력이다. 문제는 아직도 조절이 어려워 아군의 기력까지 잡아 삼킬 것 같다는 거지만.
‘앞쪽을 전부 꽃밭으로 만들어 버려야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허공에 이루어진 균열을 따라 꽃밭을 만들어냈다. 몬스터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기력이 내게 빼앗기며, 이전보다 수월히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단 하나. 내가 이 능력을 그간 사용하지 않은 이유. 그건 아까 말했듯 팀킬도 있지만.
“어어?! 저기!”
휘릭! 노란색 몬스터가 재빨리 날아 결계 쪽으로 향했다. 잡으려 해도 쏜살같이 회피해, 그대로 제 가시를 결계에 꽂아 금을 냈다.
그때, 크르륵 짐승 소리가 들리며 몬스터를 물어 떼어냈다. 유주한이 문 몬스터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몸을 크게 부풀리더니.
“유주한!”
내 부름이 닿기도 전. 유주한의 입에 있던 몬스터가 터져, 유주한에게 타격을 입혔다. 내가 당황하며 유주한를 바라보며 다른 몬스터를 처리하던 차, 유주한의 등 위에서 누군가 엉금엉금 기어 늑대의 얼굴로 향했다. 유아한 씨였다.
“상대 잘 보라고.”
유아한 씨가 치료해 주며 찰싹찰싹 손으로 때려댔다. 유주한이 억울한 듯 울음소리를 냈지만 이내 포기하고 다시 몬스터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게 문제지.’
꽃밭 능력은 비행할 수 있거나 빠른 몬스터에겐 통하지 않는다. 피하면 그만이니까. 내가 그간 만났던 것들이 다 그런 존재여서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크다. 하지만 지금은 대책 없이 몰려오니, 그야말로 능력의 최적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무언가 공허했다.
무언가. 무언가. 기력이 문제가 아니었나? 그럼 대체 왜 공허한 거지?
‘…지금 이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곧장 신경을 몬스터에게 쏟아부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끝. 끝난 거야?”
밀려오던 몬스터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더 이상 몰려오지 않는 몬스터에 벌써 감격에 울음을 흘리거나, 기뻐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균열이 그대로인데.’
괜히 절망만 크겠네.
다른 S급 헌터들이 한 대 모아 균열을 보며 속삭였다.
“도대체 뭐가 나오려는 걸까.”
“글쎄? 야! 너희가 정보 알렸잖아. 뭐 아는 거 없어?”
“알 리가 있나.”
외국 헌터의 말에 류천화 씨가 맥없이 답했다.
“너 답이 싸가지 없다? 기껏 도와주러 왔더니!”
“어차피 우리가 뚫리면 다음은 너희일 텐데. 도와주는 쪽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도망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옳지.”
“아까부터 싸가지 없게……!”
“싸우지 마시고! 저거 봐요!”
유주한이 다급히 말리며 균열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균열에선 작은 무언가가 나와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둘? 지금 장난하나.”
외국 S급 헌터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둘. 균열에서 나온 건 몬스터 단둘이었다. 그러나 저 헌터가 하나 간과한 게 있다면.
‘인간형…….’
우리의 모습을 한 몬스터는 대부분, 군주이거나 그 정도의 급이라는 거다. 괴인이면 차라리 낫겠지만. 그런 소꿉놀이같은 장난은 하지 않았을 터이니.
‘이제 시작이라 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