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일단 서둘러 깨죠.”
아무도 입을 열지 않던 와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승현 헌터였다. 그리고 그 말에 유아한 씨가 말을 이었다.
“그러죠. 정체 모를 헌터들이 이상한 말도 했으니―”
“이상한 헌터들이라뇨?”
물은 것은 형이었다.
“아. 한지운 씨는 다음 스테이지에 계셨어서 모르시겠네요. 말 그대로예요.”
그 뒤 유아한 씨는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형에게 말해 주었다.
“…그래서 그리들 만신창이셨군요.”
형은 그렇게 말하곤 휙, 고개를 돌려 나를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물었다.
“다친 곳은?”
“어? 없는데…….”
“포션을 다 쓰셨더라고요.”
“…….”
형의 눈이 미세하게 찌푸려지다가 이내 풀리며 형이 한숨을 쉬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불찰인 점도 있으니까…….”
한숨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류천화 씨가 입을 열었다.
“우선 서둘러 깨도록 하지.”
그러곤 게이트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그 말에 모두가 동의하고 지체 없이 게이트로 들어갔다.
환한 빛에 잠깐 앞이 보이지 않다가 이내 시야가 트이며 주변이 보였다. 소름 끼치도록 알록달록함이 묻어난 방, 그리고 계단과 문.
게이트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승현 헌터였다.
“우선 스테이지를 깨기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는 모두가 안전하게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한지운 헌터. 전 스테이지는 어떻게 가셨습니까.”
“그냥 갔습니다.”
“…….”
승현 헌터의 속이 들끓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승현 헌터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물었다.
“길이 어디 생겼길래 갔냐고 물은 겁니다.”
“맨홀 뚜껑을 여니까 길이 있었습니다.”
“네?”
“뭐?”
가장 놀란 것은 나였다. 갑작스러운 내 반응에 사람들이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나는 그냥 어이가 없어서 그랬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그냥 맨홀을 열자 있었다고 하니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저건 나도 아는 길이었다. 들어가면 내가 한 것 같은 연극을 하지 않아도 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차라리 연극을 하는 게 나을, 썩을 통로였다.
형이 거기로 들어갔다니. 우리가 다음 길을 여는 문제들을 해결해서 열린 문으로 들어간 것이겠거니 생각했다만, 소설의 기억도 있는 놈이 기어코 거기로 기어들어 간 모양이었다.
‘진짜 미친 건가.’
한 번에 죽는 즉사 공격. 그것이 무려 열 개나 되는 길이었다.
간혹 그런 것들이 있었다. 부서지지 않고, 공격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게임 속 죽지 않는 NPC들과 같은 형식의 공격형 무기들이 설치된 통로였다. 근데 저 미친놈이 그걸 뚫고 다음 스테이지로 갔다는 소리를 지껄이니, 내 어이가 없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한지운이 그걸 뚫었던 적이 몇 번 있긴 했는데.’
그때는 내 팔과 다리를 희생해서 넘어갔었는데, 저 미친놈이 그걸 혼자서 갔다고.
이쯤 되면 한지운이라는 존재가 사기인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저 자식은 그냥 미친놈이었다. 자칫하면 신체 부위의 절반을 잃을 수도, 그냥 바로 죽을 수도 있는 그 길을 갔다니.
‘…됐다. 결과가 중요하지, 결과가.’
나는 고개를 작게 저어 지금 상황에 집중했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자 알록달록한 방 안에 계단 네 개, 그리고 그 위로 문 네 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갈림길이네요.”
“한쪽은 두 명이 가야겠습니다.”
“그럼 깔끔하게 가족 관계이신 두 분이 함께 가시는 건 어떤지?”
유아한 씨가 생글 웃으며 나와 형을 지목했다. 왜냐 묻기 위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아한 씨가 먼저 이유를 말해 왔다.
“아까 한지언 씨 기력도 바닥났었고, 지금도 그리 많이 회복되지는 않았을 테니, 우선 저희 중에 제일 강한 한지운 헌터와 함께 다니시는 게 제일 베스트인 것 같아서요.”
그러며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동의를 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류천화 씨와 승현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고, 형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반대할 이유가 없긴 하지.’
결국 나도 찬성의 뜻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찬성하자 유아한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각자 들어갈 위치를 정하죠?”
“어차피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니 적당히 들어가도록 하지.”
그 말 직후, 류천화 씨가 두 번째 계단을 올라 문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고르기를 기다렸다.
“음~ 그렇긴 하죠. 그럼 전 이쪽.”
유아한 씨는 첫 번째, 그다음으로 승현 헌터가 네 번째를 고르자 자연스레 나와 형은 세 번째 계단을 오르게 됐다.
“그럼 나중에 보지.”
류천화 씨가 먼저 문을 열고는 안으로 휙 들어갔다. 그 모습에 나머지 사람들 역시 따라 들어갔다.
여기서는 딱히 내가 나설 일이 없었다. 그야 내가 형과 같이 들어가는 것은 본래부터 그러하였으며, 순서도 늘 그래 왔듯 세 번째였으니.
아니, 애초에 몇 번으로 들어가든 구조는 같았기에 상관이 없었다. 단순한 길이니까.
“…….”
“…….”
크억!
푹, 투둑. 다양한 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나서서 몬스터를 깡그리 제거하는 형의 행동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본래였다면 형이 너도 움직이라고 타박해서 같이 몬스터를 처리했겠지만, 지금의 형은 달랐기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침묵의 연속이었다.
―께에에엑!
지나는 길에 있던 마지막 몬스터마저 처리하자 정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형을 바라보자 형형색색의 몬스터 피를 뒤집어쓴 모습이 상당히 화려했다. 검은 두루마기여서인지 더욱이 밝은 몬스터의 피가 돋보였다.
형은 몬스터에서 나온 무언가를 줍고는 또다시 튀어나온 몬스터를 처리하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에 나는 입을 열었다.
“형.”
몬스터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서는 뒤로 돌아 나를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잠시 입을 달싹이다가 말했다.
“…몸 좀 아껴.”
“어?”
쿵! 형은 단숨에 천장을 기어 온 몬스터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롯이 나를 쳐다보며 능력을 사용해 죽였다. 후드득 떨어지는 하얀색에 가까운 연하늘색 피를 뒤집어쓴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형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타이밍 더럽네.’
저러니까 피를 뒤집어쓰고 기뻐하는 모습 같아 조금 소름 끼쳤지만, 타이밍이 안 좋았던 거니까…….
딱히 형을 걱정할 만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몸 좀 아끼라는 소리였다.
“…….”
나는 눈을 끔뻑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내가 궁금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형이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왜 멈추고 그러는가 싶어 앞을 바라보자 앞이 가로막혀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는 길에 걸음이 멈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형이 벽을 더듬는 것을 벽에 살포시 기대어 지켜봤다. 그러곤 몸을 작게 움직였다.
‘이쯤이었나.’
어깨를 비스듬히 움직이자 딸깍. 어깨에 닿은 벽이 푹 들어가며 무언가가 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벽에서 몸을 떼어 내자.
쿠르릉.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운 좋네.”
“그러게.”
형은 작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 또다시 걷자.
“갈림길이네.”
우리가 왔던 길을 포함해 네 갈래 길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로 가야―”
“안 가도 돼.”
휙.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보자, 형은 그리 넓지 않은 갈림길의 중앙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곤 아까 몬스터에게서 주웠던 것들을 펼쳐 놓고 이리저리 만져 보고 있었다.
“…뭐 해?”
“조립.”
형은 깨진 보석의 느낌이 물씬 나는 조각들을 하나하나 집고는 모양을 맞춰 보고 있었다. 나는 당최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 폭 앉아 보석 모양을 맞추는 것을 도왔다.
딸깍. 딸깍. 보석을 이리저리 맞추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붉은 보석의 조각은 맞는 것끼리 맞추자 자연스레 붙었다.
침묵만이 가득한 조립의 시간. 나는 나보다 조립하는 게 미숙해 보이는 형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형, 궁금한 게 있는데.”
“응?”
“아까 나랑 다른 사람들이 만났던 헌터들, 혹시 알아?”
“…잘 모르겠네.”
형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내가 아무렇게나 집어 맞추는 조각들은 형이 맞추려 하면 이상하게 맞지 않았다.
“진짜 몰라?”
“어.”
“…그래?”
딸깍. 딸깍. 또다시 보석 조각을 맞추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몇 분 정도 흐르자, 내 손에는 형태를 거의 완벽하게 갖춘 보석이 쥐여 있었다.
“형, 그거 마지막 조각이다. 이리 줘.”
“…….”
형이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자꾸 미간을 찌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은 일단 내게 조각을 건네주었다.
건네받은 보석의 마지막 조각을 끼워 넣자, 보석은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건 어디에다가 쓰는 거야?”
“아래.”
“아래?”
나는 그렇게 묻고는 애저녁에 눈치챘었던 홈이 파인 바닥에 순간 놀란 듯 몸을 들썩였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뒤 바닥에 다시 주저앉아 파인 홈을 매만졌다.
“여기다 끼워 넣는 거면 다른 사람들도 여기 오는……. 아, 혹시 이 갈림길들이 다른 사람들이 오는 길이야?”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나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얌전히 보석을 맞는 홈에 끼워 넣었다.
침묵의 연속. 몇 분이 흘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왼편에서 류천화 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두 번째인 모양이군.”
“네.”
류천화 씨는 형과 나 사이의 바닥을 흘긋 쳐다보더니 자신의 손에 쥐인 푸른 보석의 조각들을 보여 주었다.
또다시 조립의 시간. 셋이 둥글게 앉아 푸른 보석을 끼워 맞췄다. 그리고 보석을 다 맞추기 전, 비슷한 시간에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가 갈림길에서 걸어 나왔다. 그 망할 보석 조각과 함께.
‘…이래서 이 시간이 가장 싫다니까.’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작업이었기에 나는 이 작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보석의 조각을 일일이 외울 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몇십 분이 흘렀을까.
“다 됐다.”
어느새 홈에 모든 보석을 끼워 맞춰 넣었다.
끼리릭― 보석을 끼운 바닥이 갈라지며 빙글 돌더니 밝게 빛났다. 이윽고, 쿵!
“악!”
순식간에 바닥이 무너지며, 너 나 할 것 없이 어디론가 추락했다.
툭. 순간 중심을 잃었던 몸을 겨우 가눠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다행히도 아까처럼 각자 어디론가 떨어지지 않고 같은 장소에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근처에 있던 형에게 다가가려 걸음을 옮기는 순간.
퉁.
“아야.”
나는 얼굴로 무언가를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뭘 받았나 싶어 손을 뻗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만져졌다.
“벽?”
쾅! 거세게 주먹을 내려쳐 봤지만 보이지 않는 벽은 미동도 없었다.
“형!”
형이 나를 쳐다보고 무어라 말하는 듯 입을 벙긋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외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뭐지?”
콩콩콩. 나는 다시 한번 더 투명한 벽을 확인했다. 투명한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곤 예상 못 했는데…….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