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선생―!”
부르기도 전. 누군가 내 몸을 잡아끌었다. 돌아보니 어느새 회복한 형이 나를 잡고 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형. 놔.”
“지언아. 마음은 잘 알겠는데, 너 그거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그러면, 선생님이 저렇게 희생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강하시잖아! 강하시다며. 너보다 한참 강하시다며. 저 정도는 버텨내실 수 있을 거야.”
“헛소리하지 마! 형도 눈이 달려있으면 봤을 거 아냐! 선생님 꼴이 말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를 도와줄수록 더 고통스러워진다고!”
“그렇다고! 지금 네 선생님을 막으면, 저건 누가 막는데?”
“내가 어떻게든,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무슨 수로!”
“그니까… 어떻게든.”
못 막는다. 멀리서 보고 있어도 상상 이상의 능력인데, 저 몬스터 한 마리 죽이는 데에도 온 힘을 사용하고도 모자랐는데. 저걸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도 안다. 지금 내가 내뱉는 말들은 그저 어린애 투정과 다를 바 없다고.
“…….”
처음 선생님을 만난 것은, 정신이 나가 성격이 별로 좋지 않았을 때였다. 아마 첫 만남부터 욕을 했던 거로 기억한다.
내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몬스터로밖에 안 보였으니까.
그러나 이후 선생님에게 패배를 반복했으나, 죽이지 않는 걸 보고 몇 회차 뒤에서야 아군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낫 휘두르기나 기력 버리기밖에 못하던 나한테 제대로 된 능력 사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었다. 때로는 지친 내 앞에 나타나 길잡이가 돼주시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유일하게 내 회귀를 기억하고 있었고.’
선생님 덕분에 내 의지로 멀쩡히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올바른 길을 걸었기에 맹신하다시피 하다가 너무 지친 나머지 고백을 하기도 했었다.
그 이후 안 나타나셨고.
물론 이제는 그게 지친 마음에서 나온 거짓된 마음이라는 건 잘 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어린 인간이었기에 그랬다는 것도.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은 나의 은인이었고, 신이 내게 유일하게 내려준 축복이었다.
형과 마찬가지로, 곁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였다.
‘아직.’
물어볼 것도 있는데.
형의 손을 겨우 뿌리치고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선생님!”
다급히 외치지, 선생님이 작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작게 보이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곧이어, 선생님의 양손에 거대한 구체가 닿았다. 선생님의 손에 의해 으깨지고 압축되며 위협적인 모습이 점차 사라졌으나. 동시에 선생님의 모습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아진 구체를 몬스터에게 날려 단숨에 몬스터를 처리했다.
쿵! 선생님은 아스러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졌다. 곧장 달려 받아내 주저앉았다.
“…선생님.”
관리인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 알게 되고. 선생님에 대해 몇 번 생각을 해봤다.
선생님은, 무슨 야망 때문에 내 앞에 나타난 걸까, 하고.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으니.
“선생님은, 제 염원으로 만들어지신 거죠.”
―…하여튼 눈치만 빨라서.
“선생님이 지금 모습이 아니었으면, 몰랐을지도 몰라요.”
정확히는 확실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선생님이 어째서 인제야 사람의 모습으로 바뀐 걸까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내가 정을 떼길 원해서 그런 걸까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은, 원래 이렇게 생기신 거였다.
그래.
“제 얼굴이 이렇게 떡하니 있는데,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잖아요.”
나에게 경고했을 때 보았던 얼굴. 내가 머리를 길고, 염색하면 이런 모습일 것같이 똑 닮은 얼굴이었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흉터가 없는 정도.
“오래 사신 것처럼 말씀하셨으면서, 저보다 어리시잖아요.”
―실제로 오래 산 건 맞아. 네 염원이 시간 선을 타고 흐르다가 빠져나가 만들어졌으니까. 꽤 오랫동안. 이게 도대체 무슨 야망일까 궁금했는데. 너를 알게 되고 그제야 깨달은 거였다.
“그러면, 제 야망인데. 그래서 저를 도와주는 건데. 왜 선생님은 망가지는 거예요?”
―난 결국 몬스터이니. 몬스터의 법칙에 따라야 했으니까. 참 웃긴 인생이었어. 야망을 위해 나를 걸어야 했으니. 뭐. 현실적이고 좋았다.
“……그러네요.”
―그러니 지언아. 네 기도는, 헛된 게 아니야. 네 야망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저 잠깐 숨겨둔 거니까, 네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니까. 온 힘을 다해서 이루어라.
툭.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눈앞에 있었던 선생님은 단숨에 사라져, 잡히지 않았다.
“…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균열을 바라봤다. 균열 너머에는 몬스터 무리가 나오려고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남기는 것도 선생님답다고 해야 하나. 나답다고 해야 하나.’
형이 주춤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 지언아.”
“괜찮으니까 별말 하지 마. 언젠가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으니까. 무엇보다 궁금증도 해결됐고.”
“…그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어 형.”
“문제라니?”
“왕이 나올 생각을 안 하나 본데.”
그러며 위를 가리키자, 형이 너머에 있는 몬스터 무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곧장 검을 들려 하자. 어느새 다가온 지화연 씨가 형의 검을 밀어 내렸다.
“환자분들은 뒤에서 치료부터 받아요. 몬스터 무리는 저희끼리 해도 충분하니까. 그런데 한지언 씨.”
“네?”
“그. 아까 그…….”
“선생님이요?”
“네. 그 외형이…….”
“네 저랑 같은 거 맞아요.”
“아. 역시나. 사실 말할까 말까 고민을 엄청나게 했어요. 이전에 두개골 뒤로 너무 익숙한 눈매여서.”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저는 눈치도 못 채고 있었는데.”
“여자의 감이죠. 그러니 어서 뒤로 우선 가요. 기력도 다 쓰셨을 텐데. 전 계속 후방지원 했었으니 기력이 꽤 남거든요.”
그러며 지화연 씨가 우리 등 뒤를 밀었다. 몬스터가 몰려오기 전,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로 재빠르게 재정비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도주하는 이도 있긴 했지만.
‘쉬라고 해도.’
쾅! 콰직! 콰르르릉!
몬스터를 처리하는 소리에 쉴 수가 없었다. 오히려 합류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력을 다 소모한 건 사실이었으니. 가만히 앉아서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게 나았다. 꽃밭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만 회복하면 되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앞에 앉아있는 형에게 말했다.
“다른 곳은 괜찮으려나 몰라.”
내 말에 마침 다가오던 유아한 씨가 형 대신 답해줬다.
“바다 쪽은 해결됐대요.”
“바다 쪽이라면… 혹시 어떻게 해결됐는지 아시나요?”
“듣기로는 나무 능력 소유자가 뭘 하더니 바다의 군주가 얌전해졌다가 사라졌다네요.”
“……아.”
성공했나 보네. 뭘 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만약 죽였다면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겠지.
“그리고, 사하라사막 쪽도.”
“그쪽도 끝났대요?”
“네. 듣기로는, 해나 헌터가 저처럼 됐나 봐요. 다른 헌터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유아한 씨. 문양이 사라진 건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거요? 뭐. 문양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게 된 거죠. 뭐. 음, 그래. 조화는 이미 사용되고 있으니까. 개화라고 하죠.”
“개화요?”
“그러니까, 제 문양이 무너진 나라의 봉인된 수호자의 능력인데 그걸 거의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저는 치료 쪽이라 해 봤자 치료 영역이 넓어진 것뿐이지만.”
“무슨 수호자,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어떻게 하셨어요?”
“생각보다 평범했어요. 사람들이 다치고 다쳐서. 그냥 한 번에 치료하고 싶다고. 죽는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닿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었으면. 더 강해졌으면 하고 바라니까, 잠시 다른 영역에 다녀왔어요.”
“다른 영역이요?”
“음… 그냥 문양이랑 대화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거예요. 어찌 됐건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모습으로 소통해서 꽤 재밌었어요. 아. 한지언 씨. 그때 기억나세요? 탑 공략할 때. 제 꿈에 들어와서 빼내 주셨잖아요.”
“네 그랬죠.”
“그때 꿈의 군주가 왜 그랬는지 알려줬었는데. 그 이유가 꿈이 아닌 소원을 너무너무 원해서 그랬대요. 그래서 꿈과 혼동되어서 갇힌 거였다고.”
“의외로 귀여운 이유네요.”
“근데 이제. 이루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소원의 이루어짐과 문양과의 소통이 잘 돼야 가능하다는 건가요?”
유아한 씨가 조금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유주한은 늑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서는 콧잔등을 툭 치고 힘내라고 한 후에 사라졌는데 강해져 있다고 했거든요. 저처럼 된 헌터들을 더 찾아봤는데. 대부분이 갑자기 그렇게 됐다. 등의 이유가 있었고요. 제가 특별케이스인가 봐요.”
“…랜덤인 거네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오른쪽 손목 안쪽을 바라봤다. 새하얀 문양은 별다른 변화 없이 얌전했다.
‘도대체 뭘까.’
추측조차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회귀의 원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으나. 작가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그건 아니겠거니 싶다.
갑자기 공허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문양이 반대로 한없이 약해서, 내 그릇을 못 채웠기에 그런 걸까? 그렇다면 진즉 그런 느낌이 들어야 했던 거 아닐까.
이런저런 등의 생각을 하며 기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나는, 얌전히 있었다.
“…….”
“지언아?”
저 너머에. 내 공허를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
“한지언?”
“왜 그래요 한지운 헌터?”
“지언이가 뭔가― 지언아! 한지언!”
곧장 몬스터 무리로 달려갔다.
“잠만. 한지언 씨! 왜 이렇게 빨라!”
저곳에. 저기에. 저기.
몬스터 무리를 제쳐, 균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며 나의 세상에는 나와 저 균열 너머 긴 손톱을 지닌 새하얀 손만이 존재했다.
백설기같이 새하얀 팔이, 나에게 뻗어오며 주르륵 새빨간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 손이, 피가 나에게 닿으며 알 수 없는 충족감에 황홀함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새하얀 손가락이 내 입술을 지나치며 피를 입 안에 넣었을 땐. 내 뇌는 알 수 없는 해방감에 행복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