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한지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잘못된 것은 분명했다.
“…지언, 아?”
단숨에 나가떨어진 헌터들. 동시에 베어져 죽은 몬스터. 피투성이가 된 콘크리드 바닥 한가운데. 티 한 점 없는 새하얀 낫을 쥔 지언이가 혼자 서 있었다.
“지언―”
류천화가 내 앞을 막았다.
“…뭡니까.”
“네가 동생 바보인 건 잘 알지만, 아직도 저게 동생으로 보이는 건가?”
그 말에 조용히 지언이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요.”
“다행히 정신은 멀쩡한가 보군.”
지언이는 가만히 서서, 제 손을 쥐락펴락 반복했다.
…검은 손톱이 길게 난 손을 말이다.
거대한 공격 이후 혼자 서 있어서일까. 아니면 알 수 없는 공포감 때문일까. 그 어느 헌터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가갈 모양이지.”
“…….”
나는 말없이 지언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았을 때. 꼭 무언가의 영역에 들어온 것처럼 걸음이 굳었다. 곧이어 고개를 옆으로 돌렸던 지언이가 우리를 향해 돌아봤을 땐.
“…너.”
지언이의 눈이, 호박빛으로 변해있었다. 곧이어 머리 위로 갈색 뿔이 자라나고. 지언이가, 웃었다.
그 순간 단숨에 날아온 공격에 무작정 막았으나, 소용없다는 듯 칼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뒤로 땅이 갈라질세라 밀려났다.
“지언아! 무슨 일이 대체. 정신 차려!”
지언이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건 잘 알 것 같다. 문제는 갑자기 왜? 무언갈 하기라도 했나?
정답은 아니다. 지언이는 갑자기 균열로 달려갔고, 몬스터들은 지언이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길을 텄다.
그리고 지언이가 균열 아래로 도착했을 때. 눈 깜빡하는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나 있었다.
그러니까. 모르겠다. 왜 갑자기 넌 달려간 거고, 왜 이렇게 된 거지?
“한지언!”
“…조용히 좀 해봐.”
“뭐?”
쾅! 지언이가 단숨에 움직여 다리로 내 머리를 찼다. 울릴 정도로 강한 공격에 눈앞이 핑 돌았다. 도대체 뭐냐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데.
비척비척 일어나자 다른 이들이 지언이를 향해 공격했다.
그 와중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이도 존재했다. 힘이 강해졌다던 유아한이나 유주한도 다가가지 못한다. 닿기도 전에 먼저 나가떨어진다.
승현이 지언이를 공격하다가 뒤로 물러나 내게 다가왔다.
“한지운 헌터. 설마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뭡니까.”
“…한지언 헌터에게, 마왕이 들어간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저도 아니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 모습은, 한지언 헌터가 말씀하신 왕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
“가장 좋은 방법은, 한지언 헌터의 몸 안에 들어간 마왕을 빼내는 것이겠지만.”
“저걸 어떻게 다가가요.”
그사이 만신창이가 된 유아한이 비척비척 다가와 말했다.
“애초에 언제 세뇌된 거예요, 한지언 씨는? 누구 그럴싸한 추측이라도 해볼 사람 없어요?”
“전… 없습니다.”
“한지언 씨가 뭐 말한 것도 없어요? 가족이잖아요.”
“……없습니다. 애초에 지언이도 몰랐을 것 같고요. 유아한 헌터도 봤잖습니까. 한순간에 표정 자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던걸.”
“그렇네요. 무엇보다, 한지언 씨가 한 게 워낙 많다 보니… 이때다, 할만한 게 오히려 너무 많아서 특정하기가 어렵네요. 일단,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고요.”
그러고 유아한은 다시 싸움터로 나아갔다. 승현은 가려다 말고 착잡한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한지운 헌터. 아시겠지만, 지금의 최선은, 마왕을 꺼내는 것도 아닌, 한지언 헌터의 죽음입니다.”
“…….”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진 않지만. 저 모습을 보니 해결 방법을 찾으면서 싸움을 지속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
“…….”
“…침묵이시군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 선택은 가족인 한지운 헌터에게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늦진 말아 주세요.”
지언이를, 죽인다고.
내가?
아니. 나밖에 못 하는 건가? 하지만 내가 어떻게?
“…너를?”
평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싸움 광처럼 행동하는 지언이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제는 검은 날개를 펼쳐 화려하게 흩날리고, 광폭하게 내려쳤다. 동시에 보이는 지언이의 흉터에. 옛날 기억이 절로 스쳐 지나갔다.
‘언제인지.’
벌써 먼 과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 전의 일이니까. 내가 7살이고, 지언이가 5살일 때에.
‘아마 지금의 지언이는 기억을 못 하겠지.’
회귀의 기억으로 덮였을 테니까. 물론, 애초에 기억하지 못할 거다. 잊었으니.
그때 당시. 내가 알 수 없는 기억으로 지나친 혼돈에 빠져있을 때였다. 기억 속 한지운은 성숙했고, 어른이었으니, 어린 나 역시 그것에 따라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강박을 가졌다. 그러나 그런 강박을 가진 나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었다.
“그럴 거면 이혼하라고!”
“어 그래 해!”
부모님의 잦은 다툼. 가정의 불화는 한지운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를 수밖에 없었다. 기억 속 한지운은 이미 어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한지운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럴 때 어른인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아무리 기억이 있다고 해도, 그건 책을 읽었던 것과 같은 기억이었고. 결국, 그때의 나는 7살이었으니.
막을 수도 말릴 수도 없어 눈물로 옷을 적실 무렵. 나보다 훨씬 어렸던 지언이가 말했다.
“형, 괜찮아?”
본인도 바들바들 떨고 있음에도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에. 무작정 가장 강했던 한지언을 떠올렸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 두 가지가 합쳐져 마음이 안정됐다.
기억 속에서 한지언은.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강했으니까. 그렇기에 7살인 나는 지금의 지언이도 강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말리지 않았던 거다.
“내가 말릴게!”
지언이가 다짐한 듯 일어나 문 바깥으로 나갔다. 그만하라는 외침이 다하기도 전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 들리는 둔탁한 소리와 비명.
“지언아! 지언아! 어쩜 좋아! 아아아악!”
“구급차! 119, 핸드폰 어디 있어!”
그 소리에 문 너머를 보자 지언이의 이마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아래엔 부서진 화분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지도 못했다. 그저, 지언이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내 기억 속 지언이는, 강했으니까.
7살 생각의 한계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고 지언이는 그날 이후 모든 걸 잊은 체 본인이 왜 병원에 있느냐 물었다.
부모는 그날 일을 함구하였고, 나 역시 함구했다. 그렇게 부모는 잊기 위해 지언이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몰아 흉터를 가렸다.
모두가 차차 잊었으나, 나는 그날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지언이는, 강한 게 아니야?’
당연하다 생각해 온 게 무너진 어린 나의 충격이었고. 트라우마로 자리 잡게 됐다.
절대 죽지 않으리라 생각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무리 강한 너라도 결국 같이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사람이니까. 내 가족이며 지켜야 할 동생이니까.
크면서 그 생각은 굳어졌고, 강한 힘에 홀로 싸워 외로울 너를 위해 앞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편하도록, 길드장들에게 가 전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네 옆에서 싸우고 싶어 강해지기 위해 실력을 가꾸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너무나 달라진 너였으니.
아마 그때. 내 세상이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어릴 적 멘토나 다름없을 정도로, 소설에 기억을 의존했으니까.
하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오히려 옆에서 함께 싸울 수 있었으니. 아니 오히려 헌터를 하지 않게 할 수 있었으니. 적어도 네가 외롭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건, 나의 자만과 이기심이었다.
너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은 한참 뒤였으니까. 어쩌면 부모님보다 소중한 너였다. 그런데 나는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너를 구하는 것에 계속 실패했다. 너는 힘이 약하더라도 계속 홀로 싸웠다.
‘그런데.’
그런 너를, 죽여야 한다고?
오히려 내가 죽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언이는 돌아가게 되니까. 지언이는 나보다 머리가 좋으니, 분명 지금 상황의 파훼법을 깨우칠 거다.
‘하지만 그건.’
또 지언이를 외롭게 하는 거였다.
더 이상 지언이가 다치는 것도, 외로운 것도 싫었다. 그 여린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너를 보호하게 했다. 지키지 못했던 그날 일을 몇 번이고 떠올리면서.
‘…난.’
지금도 널, 지키지 못하는 거구나. 나는 아직도 약하고, 너는 강하니. 너를 또 외롭게 만들었어.
“지언아.”
지언이의 낫이 내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주변 헌터들은 크게 다치고 물러났거나. 죽기 직전인 것처럼 보였다. 다른 길드장이나 유주한. 유아한도 이미 뻗어 움직이지 않았다.
너를 도와줄 이는 이제 나밖에 없는데. 나는 너를 도와주지 못해.
내가 어떻게. 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미안해.”
차라리 내 손으로 내 목숨을 끊었다면. 네가 외로워지는 이유가 네가 아닌 내가 됐을까.
난 어릴 때부터 이랬다. 당장의 결정을 못 내렸다.
이번에도 그래서, 너를 또 외롭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