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그렇게. 나는 눈을 떴다.
‘…내가, 내 문양이었던 건가?’
아니. 뭔가 이상한데. 난 그렇게 멍청했던 적 없어. 넋이 나간 적은 있지만… 그거랑은 다른 거다.
‘그럼, 본연의 모습이 없어서 내 모습을 한 건가?’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유력한데.
‘무엇보다, 지금 내 능력의 상태랑도 잘 맞고.’
나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형에게 물었다.
“형. 형 기억 속에 나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강했다고만 들은 것 같아서.”
“어? 그러니까… 분명. 카피였어.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복사해, 본인 것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설령 F급의 능력이라 해도 C급, B급 이런 식으로 더 강하게 출력했었어. 그렇기에 최강이라고 불렸고.”
“문양 개방했을 때의 모습은?”
“문양 개방했을 때의 모습도 카피했어. 그래서 너는 내 문양 개방 모습으로 자주 다녔었고. 그게 편하다고.”
“그래? 지금이랑 별 다를 바 없네.”
“지언아.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문양이 본인 힘 좀 줬다고 생각하는데 편할 거야. 그보다 형. 물러나 있어.”
나는 주저앉은 형의 앞에 서서 마왕을 바라봤다. 길게 늘어진 하얀 머리칼. 갈라진 앞머리. 갈색 양뿔. 그리고… 호박빛 눈동자.
검은 드레스에 다 큰 성인 여성의 모습이라…….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혹시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깨어났군. 걸림돌이.
“음.”
대화가 통할 것같진 않아보이네.
“형.”
“싫어. 안 가.”
“뭐?”
“네 옆에서 어떻게 떨어져. 차라리 같이 싸워. 그러면 되잖아.”
“형 꼴을 보고 그 소리를 해.”
“하지만, 강하다고 안 죽는다는 게 아니잖아! 차라리…….”
“형. 그렇다고 힘없이 죽는 것도 아니고. 만약 난 멀쩡히 살았는데 형이 죽으면 어쩌려고? 나 정신 나가게 하려고?”
“…….”
그러곤 나는 유아한 씨와 눈을 마주쳤다. 유아한 씨가 내 시선에 곧장 뛰어 형을 데리고 물러났다.
‘다 물러났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왕 앞에 섰을 때, 정신 차리고 다 도망쳤으니까.
‘결계 아이템은 진즉 망가졌으니.’
딱! 핑거 스냅을 하자 사방에 벌집 모양의 결계가 생겨났다. 형이 곧장 나에게 다가오려 했으나, 결계에 막혔다.
‘이건, 신서하의 능력이네.’
형의 말대로다. 신서하가 사용하던 능력보다, 훨씬 우월했다.
‘그리고 이건, 아주 예전에 알던 헌터의 능력.’
결계가 겹겹으로 쌓여. 얼추 한 번은 버티겠다고 생각할 때쯤. 다시 왕을 바라봤다. 왕은 내 행보를 구경거리처럼 보는 건지, 새장 안 새처럼 바라보는 건지. 영 알 수 없었다.
“한 번 더 물어보지. 날 모르나?”
―싸울 준비가 된 모양이군.
거 참.
‘겔탄은.’
…없다. 이전에도 조금 느껴지는 녀석의 생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좀 놀랍네.’
그렇게까지 날 도와줄 줄은 몰랐다. 딱히 친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뭘 믿고 도와준 걸까. 아니 애초에 제 세상도 아닌 곳을 왜.
‘…겔탄은 진짜 모르겠다.’
마지막까지 당최 속을 알 수 없게 됐다. 이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복수를 원한 건지. 그저 선의인지.
―한지언.
“내 이름을 아네.”
―왕을 죽인 자.
“…그건 좀 오명인데.”
―가장 위험한 적군.
“말이 좀 서툴지 않아?”
꼭 어린애가 어른 행세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죽어라.
쾅! 검은 손이 엮이고 설켜 거대해진 후. 나에게 다가와 공격했다. 빛으로 만들어진 창으로 막아내고 튕기자, 손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달려들었다.
‘약점은, 없는 거겠지.’
하기야. 왕이 무슨 약점이 있겠어.
말도 안 통하니 틈도 만들기 힘들고. 저 몸을 찌른다 해도… 피는 나오냐?
‘저걸 또 어떻게 처리하냐.’
무엇보다 난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S급 헌터의 능력은 사용이 안 돼.’
지금까지 접촉한 헌터가 몇인데. S급 능력이라면 내가 사용했을 때 그 이상의 힘을 낼 거다. A급이나 B급 중 그런 능력이 있긴 하지만 극소수. 결국, 나는 아무리 강해졌어도 S급 능력의 총집합일 뿐이라는 거다.
그 선을 넘어야, 저 녀석을 죽일까 말까인데도.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S급 능력이.’
하늘이 새까맣게 변하고, 그 아래 수없이 많은 별이 떠올랐다. 곧이어 그 별들이 한곳으로 추락했다. 콰과광! 지진처럼 느껴지는 위력에 나는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결국, 내 힘으로 싸워야겠네.’
다른 힘들은 써 봤자 화려할 뿐. 저 왕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
‘지금도 타격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
이 방법은 안 쓰려 했는데. 도저히 안 쓸 수가 없네. 나는 왕에게 말했다.
“거래하나 할까?”
―입만 나불거리는군.
“네 약점을 말해주면 난 결계를 풀고 너를 제외한 다른 몬스터에겐 신경 안 쓸게.”
결계는 단순한 결계가 아니었다. 닿으면 곧바로 전기 통구이가 되거나, 폭탄이 날아오거나, 먹혀버리는 결계들로 가득했다. 하물며 나로 인해 한층 월등해졌으니. 일반 몬스터는 닿자마자 죽어버렸다.
“설마 신경도 안 쓰는 건가? 매정하네. 정말 싸움만 하려고 만들어진 왕인가 보지?”
“눈이다.”
“그래?”
하얀 창을 있는 힘껏 쥐어 몸과 함께 던졌다. 왕은 순간 방심하기라도 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옆으로 피했으나, 뺨에 생채기가 났다.
“피하는 거 보니 맞긴 한가 보네. 겔탄이 왜 자꾸 눈이 유전이니 뭐니. 눈의 힘이니 뭐니 하더니. 나름 대단한가 보다?”
―약속은 지켜라.
“약속?”
그 말에 나는 방긋 웃어줬다.
“나라가 달린 일인데 적과의 약속을 왜 지켜.”
근거리에서 단검을 휘둘렀다가, 다른 한 손에 쥔 채찍으로 왕을 공격했다. 뒤로 물러나며 또다시 손을 이용해 공격하려는 왕에 진절머리가 나, 손을 그냥 무시한 채로 밟고 넘어가, 화살을 그대로 왕의 어깨에 꽂았다. 왕은 무심하게 뽑으며, 이가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그래. 너희들의 입맛에 맞춰 놀아주려 했거늘. 눈높이에 맞춰주니 본인들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꾸드득. 왕이 몸을 웅크리자, 등에서 검은 날개가 돋아났다. 양 뿔은 얼굴 크기만큼이나 거대해지고, 온몸이 검어졌다. 꼭 어둠을 사람의 형태로 빚은 것 같은 모습으로, 왕은 저벅저벅 내게 걸어오다가 어느 순간 내 앞까지 다가왔다.
‘아 속도 진짜―!’
쿵! 바닥에 내려꽂혔을 뿐인데도 결계가 반 이상 부서졌다. 와. 이거 나한테 보호 능력 걸어두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진짜 죽었겠는데?
펄럭. 나 역시 하얀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도망쳤다. 결계로 넘어가면 저 녀석이 결계를 다 부숴버리겠지. 그러니 이쯤 해서 멈추고.
단숨에 따라붙은 왕을 향해 무작정 능력을 사용했다.
강희민의 식물 능력으로 왕을 감싸고, 그 안에 박우윤의 능력을 집어넣었다.
파바박! 단숨에 가시가 돋아났다. 직후 신서하의 능력으로 그 주변을 감쌌다.
그리고…….
‘왜 있는 거지, 이게.’
나는 눈을 감았다가 슬며시 뜨며, 상처에서 나오는 내 피를 삼켰다.
임하늘의 최후의 능력이라고 들었던 건데. 임하늘은 문양까지 소멸했지 않았던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긴 하지.’
나는 이전과 달리 월등히 강해진 힘을 느끼며 거대한 검을 추켜들었다. 그리고 왕이 내가 만든 능력 감옥을 부수고 나올 때. 왕의 눈을 찌르려 들었다. 하지만 왕은 한 손으로 제 눈앞에 있는 검을 너무나 쉽게 막아냈다.
“너무 오만한 거 아냐?”
훅! 대검이 단숨에 짧아지고, 둥근 형태의 칼날로 변했다. 임하늘의 무기였다.
푸욱. 왕의 한쪽 눈에 날이 박혔다가 빠져나갔다. 뒤로 물러나 왕의 상태를 확인하니, 왕은 잠시 비틀거리는 듯싶다가 올곧게 섰다. 한쪽 눈은 나을 생각 없이 피가 흘렀지만 말이다.
‘아무리 약점이라고 해도.’
그 왕이, 저걸 회복 못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
이전의 왕을 떠올렸다. 보기만 해도 무릎을 꿇을 것 같은 힘의 중압감. 그러나 현재의 왕에겐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강해져서? 아니. 그저 지금의 왕이 이전과 같은 힘이 아니었다.
그래… 꼭 힘이 약해진 군주처럼.
“하나 궁금한 게 생겼는데 말이지.”
―헛소리 말고 덤벼라!
“여기로 넘어오는 게 꽤 힘들었나 봐? 지구가 대단하긴 하나 봐. 왕한테 페널티도 주고.”
―덤벼.
“혹시 눈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어서 넘어오기라도 한 건가? 눈이 본체라거나.”
왕은 주저 없이 내게 다가와 공격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악의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있잖아. 정말 기억 못 하는 거야?”
―그 나불거리는 입을 꿰매주마!
예전 기억과는 너무나 달랐다. 꼭 닮은 가족처럼. 별을 보며 울음을 그친 아이는, 너무나 갑자기 커진 체 악의만 가득하게 내게 돌아왔다.
‘모를 수가 없지.’
겔탄에게 호박빛 눈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얼추 눈치채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