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생긴 걸 보면 보스 방이 맞는데…….’
설마 보스마저 바뀐 건 아니겠지.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옆쪽을 다시 바라보자 나보다 더 당황한 형이 입술을 쥐어뜯고 있었다.
‘S급 마석까지 주고 보스 처리를 위한 아이템을 준비해 놨는데.’
보스가 바뀌면 쓸모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썩을.’
한숨이 푹푹 내쉬어졌다. 이러다가 보스가 바뀌어서 아이템만 낭비한 거면 정말 낭패였다. 애초에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니 별수 없는 거긴 하다만,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었다.
“던전 자체가 오류 덩어리네, 정말…….”
덜컥! 그 순간 내가 낸 소리가 아닌 소리가 들려와 휙 고개를 돌렸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 역시 소리가 들렸는지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있는 곳은 투명한 벽에 의해 마치 피자처럼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 가로막힌 벽 너머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동상.’
기도하는 아이의 동상이 올라가 있는 오르골. 익숙한 형태였다.
‘보스는 안 바뀌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안심부터 들었다. 시선을 돌려 형을 바라보자 형도 어딘가 안심한 모양이었으나, 이내 다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투명한 벽 같은 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생긴 거지?’
끼기긱. 기도하는 아이의 고개가 들어 올려지며 빙그르르 우리를 전부 훑어보는 듯 기괴하게 목만 돌아갔다. 여기까지는 같았다.
곧이어 기도하는 아이가 올려진 판이 돌아가며 통통 튀는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여기까지는 전부 같은데 왜…….’
의문을 곱씹기도 전에.
끼기긱, 끼기긱.
뒤에서 의문의 소리가 들려와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허.”
아까 연극장에서 본 목각 인형이 눈앞에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수가 많았고, 발레복을 입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웃음이 다 나왔다. 주위를 바라보자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몬스터들이 각자 다른 사람들 칸에 들어가 있었다.
형의 칸에는 악기를 든 목각 인형이, 류천화 씨의 칸에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인형들이, 유아한 씨의 칸에는 붓과 연필, 캔버스를 쥔 목각 인형들이, 승현 헌터의 칸에는 소방관과 경찰관 같은 느낌의 목각 인형이.
본래였으면 하나씩 튀어나와야 할 걸, 그냥 사람을 나눠서 한 번에 튀어나오게 했다.
‘그래도 같아서 다행이네.’
나는 내가 있는 칸에 다시 집중하고 목각 인형들을 바라보았다. 엉켜 있는 것 같던 목각 인형들이 어느새 부드럽게 자세를 취하곤 빙그르 돌더니 나에게 돌진해 왔다.
캉! 낫과 목각 인형이 부딪치자 쇠와 나무가 아닌,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동네는 도대체 나무가 어떻게 돼먹었길래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건지.
나는 수없이 빙그르 돌아 나에게 오는 목각 인형들을 낫을 휘두르며 막았다. 팽이처럼 튕겨 나간 목각 인형이 몇 번이고 부서지지 않고 나에게 돌아오더니 이윽고, 픽. 목각 인형의 올곧게 뻗은 손이 내 팔에 스치자 옷이 찢어지며 살이 베였다.
‘봐도 봐도 어이없네.’
도대체 저 뭉툭한 손에 어떻게 베이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아한 씨의 주먹에 맞아도 베이지는 않던데.
“…….”
슬슬 연기는 이쯤 해도 되겠지 싶어 주위를 흘긋 쳐다봤다. 다른 사람들 전부 산산조각 내도 다시 돌아오는 몬스터에 고전 중인 듯 보이지만 조금씩 이기고 있었다.
‘상처 하나 달렸으니까 상관없겠지.’
내 앞에 보이는 발레를 하는 목각 인형은 뒤의 태엽이 약점이었다. 어느 미친놈이 몬스터를 때리다 태엽을 뽑아 볼 생각을 하겠냐마는, 승현 헌터가 찾아낸 약점이었다.
퐁, 포보봉. 내 몸 주위에 별들이 생겨나며 목각 인형을 공격했다. 폭발하는 별에 부딪힌 목각 인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인 순간, 나는 곧장 목각 인형에게 다가가 인형의 등에 발을 디디고 뒤에 달린 태엽을 뽑아냈다.
태엽이 뽑힌 목각 인형은 힘없이 무너져 내리더니 이윽고 허공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태엽은 챙기고.’
나는 인벤토리에 태엽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다른 목각 인형을 같은 수단으로 공격했다. 어차피 똑같이 만들어진 지능 없는 몬스터였기에 같은 수단으로 공격해도 당하는 건 똑같았다.
아니. 똑같아야 했다.
‘마지막인가?’
툭.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별을 쏘고 곧장 발을 움직여 달려 나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퉁! 별을 흘려 옆으로 치운 목각 인형에 순간 당황하여 목각 인형의 공격을 멍하니 쳐다보다, 휙!
“…뭔.”
목각 인형의 손이 내 뺨을 스쳤다. 몽글 맺혀 흐르는 피가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목각 인형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목각 인형이 순간 중심을 잃은 틈을 타 태엽을 빼냈다.
‘뭐였지, 방금.’
이미 죽여 버려서 끝까지 모르게 됐지만, 딱히 상관은 없겠지.
우웅. 미세한 진동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투명한 벽이 주황빛으로 옅게 빛났다.
‘칸을 여는 건가?’
왼편에는 류천화 씨가, 오른편에는 형이 있었다. 이런 건 보통 한쪽만 열 수 있는데.
“…….”
류천화 씨는 혼자서 즐거워 보이니 형 쪽으로 가야지.
나는 오른편 투명 벽에 손을 살포시 가져갔다. 그러자 벽이 일렁이는 것이 고스란히 보이더니, 챙그랑! 벽이 산산이 부서지며 형의 칸과 이어졌다.
‘어차피 다 했네.’
마지막 한 마리. 내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끝났다.
몬스터를 죽인 형이 가까이 다가온 나를 바라보았다.
“다 죽이니까 벽을 열 수 있더라고.”
내 말을 들은 형이 주위를 돌아봤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형 역시 투명 벽이 다른 색으로 보이는 모양인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승현 헌터와 이어진 벽에 손을 가져갔다.
그 뒤로는 벽을 부수고 돕고의 단순 작업 반복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그러려니 했다.
류천화 씨가 있는 곳의 벽은 가장 마지막에 깨려고 했으나, 류천화 씨가 그 전에 먼저 빠르게 벽을 부수고 나와 계획이 무산되었다.
“즐거워 보이셨어요.”
“…….”
“큽.”
내 말에 류천화 씨가 얼굴을 구겼고, 유아한 씨가 조그맣게 웃음을 내뱉었다. 승현 헌터마저 작게 몸을 들썩였다.
“…다음에 집중하지.”
그 말에 일제히 중앙을 바라보았다. 기도하는 아이의 오르골. 그것이 아직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끼기긱. 기도하는 손과 이마가 삐걱거리며 맞닿았다가 이내 떨어졌다. 오르골 위에 있던 아이가 일어났다. 아이는 이리저리 삐걱거리며 둘러보다가 이윽고 우리를 찾아내고는 방긋 웃었다. 동상이 오르골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달려왔다.
“잠만…….”
이건 또 무슨 패턴이야. 당황하기도 잠시, 똑같이 당황한 형이 검은 검을 빠르게 소리 없이 휘두르자, 툭, 달려오던 동상의 머리가 바닥에 굴렀다.
“형! 뭔지도 모르는데 부수면―”
우두두둑. 동상의 발아래, 바닥에 금이 갔다. 그리고 곧이어 아이 동상의 몸이 다시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깨지며, 쿵!
“…오.”
“감탄사가 나와요?”
“몬스터들은 봐도 봐도 신기하잖아요.”
각양각색의 찰흙 덩어리가 뭉쳐지다 만 모습이 신기한 유아한 씨가 더 신기할 따름이지만.
다행히도 변하는 패턴만 달랐던 모양이었다. 저 모습은 익숙하니 말이다.
“모두 준비를―”
쾅! 승현 헌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찰흙 덩어리가 뻗어 나와 우리 쪽을 맹렬히 공격했다. 일제히 빠르게 도망쳐 아무도 깔리거나 부딪치지는 않았다.
승현 헌터의 주위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이 생겨나며 그대로 찰흙 덩어리를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챙그랑! 얼음 창은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찰흙 덩어리에 닿자마자 깨졌다.
“무슨…….”
이번에는 유아한 씨가 가까이 다가가 무언가를 하는 듯싶었지만 잠잠했다. 유아한 씨의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잠시, 그녀는 날아오는 공격에 곧장 뒤로 물러났다.
“공격이 안 통합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말한 것은 형이었다.
“자세히 보니 놈의 몸에 뭔가를 끼워 넣는 구멍이 있는데, 아까 저희가 죽였던 몬스터들에게서 나온 부품을 끼워 넣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형의 말에 류천화 씨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솜덩어리들을 쥐고는 찰흙 덩어리 중앙, 실밥이 터진 듯한 부분으로 달려가 솜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찰흙 덩어리에 닿기도 전에, 뻐억!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류천화 씨가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구르진 않고 제대로 착지했다.
“망했네요.”
유아한 씨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류천화 씨에게 다가오는 공격을 누구도 눈치 못 챘으니. 그 말은 즉 가장 강한 S급들도 따라가지 못할 속도라는 말이었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 입을 열었다.
“제가 시선을 끌 테니 그 틈에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내 말에 근처에 있던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압 봉처럼 생긴 것을 꺼내 들었다. 아마 저걸 끼워 넣어야 할 터.
승현 헌터의 대답에 나는 곧장 찰흙 덩어리에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별을 쏘아 댔다. 퍼벙, 펑. 터지는 공격에 나를 미친 듯이 공격하는 찰흙 덩어리의 뒤로 승현 헌터가 곧장 달려들어 진압 봉을 끼워 넣으려는 순간.
쾅!
이번엔 승현 헌터가 나가떨어졌다.
‘이쯤에서 말을―’
내가 막 대책을 말하려던 때, 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언아, 혹시 속박 같은 거 가능한 아이템 있어?”
“어? 어. 있는데 형이 그걸 어떻……. 아, 아니다. 잠만.”
훅. 손바닥의 검은 연기가 단숨에 아이템으로 바뀌었다. 폭탄같이 생긴 유리로 된 구체 안에 이상한 빛을 띠는 액체가 찰랑거렸다.
형이 그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지언이가 속박 아이템을 쓸 거니 쓰는 즉시 각자 물건을 끼워 넣으세요!”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곧장 휙! 폭탄을 던졌다.
폭탄이 찰흙 덩어리에 닿는 순간 촤라락! 그물이 생겨났다. 찰흙 덩어리가 당황한 듯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그물 사이로 찰흙 덩어리가 튀어나왔지만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바뀌어 있었다.
그물이 생기자마자 사람들이 찰흙 덩어리에 뛰어들어 자기 손에 쥐여 있는 물건을 끼워 넣었다.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한 공격에, 사람들의 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너무 빠른데.’
본래였다면 몇 명만 상처가 나야 했는데, 기억과는 달리 빠르게 속도를 내 물건을 끼워 넣는 사람들 모두에게 상처가 났다. 게다가 그물이 위쪽에서부터 찢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거가……. 아, 여기 있다.’
나는 태엽을 고쳐 들고 단숨에 푹 구멍에 끼워 맞췄다. 그리고 끝났다는 생각에 안심하기도 전. 푹.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옆구리를 비스듬히 찔리고 이내.
쿵!
고꾸라지며 벽에 부딪쳤다. 고꾸라지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니, 다행히도 내가 마지막인 모양이었다.
그 후 승현 헌터가 다시 얼음 창을 날리자, 푹, 손쉽게 찰흙 덩어리에 꽂혔다. 찰흙 덩어리가 액체 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한 건 순식간이었다.
“한지언 씨, 괜찮으세요?”
“어……. 글쎄요.”
나에게 말을 거는 유아한 씨 뒤로, 무참히 터지고 잘려 나가는 찰흙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압도적으로 쥐어 터지고 있는지라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었다.
일단 내 몸은 멀쩡했다. 그야 위험한 부분은 피했고, 애초에 배 좀 뚫린다고 죽는 신체도 아니었으니.
유아한 씨가 손을 가까이 가져오자 이윽고 푸른 빛이 상처 부위를 감쌌다. 나는 아무는 상처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처리한 보스 몬스터를 뒤에 두고 다른 사람들도 다친 부위에 포션을 뿌리고 있었다.
“속박 아이템 아니었으면 끼워 넣기 힘들었을 거예요. 아이템은 어디서 난 거예요?”
“던전에서 얻었어요.”
“운이 좋았네요.”
유아한 씨가 내는 푸른 빛에 고통이 빠르게 사그라지며 이윽고 움직이기 편해졌다.
“S급 신체이긴 해도 혹시 모르니까 진료 한번 받아요.”
“네.”
보스 몬스터가 죽은 자리에는 출구가 열려 있었다. 형이 나를 오묘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형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고개를 돌렸다.
‘뭐야.’
그 후 빠르게 입을 연 건 류천화 씨였다.
“일단은 바깥이 어떤지 모르니 빨리 나가도록 하지.”
보스를 죽였으니 스프레드 게이트 현상은 사라졌을 테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문양이 없는 헌터들의 의미심장한 말이 있었기에 우리는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빛이 시야를 감쌌다가 금세 사그라졌다. 곧이어 익숙한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바깥으로 나오자 구겨진 표정을 한 지화연 씨가 앞에 서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 있나요?”
유아한 씨의 물음에 지화연 씨가 한숨을 내쉬고는 반대로 우리에게 물었다.
“이쪽이야말로 묻고 싶네요. 던전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