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희곡】
“소감은 어때?”
작가의 말에 나는 잠시 어물쩍거리다 답했다.
“솔직하게 말해 줘?”
“응.”
“구차해.”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야?”
“솔직하게 말하라며.”
“나도 상처받는다고.”
“말 아직 안 끝났어.”
“…그러냐.”
나는 하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네가 말했었지. 너와 나는 다른 존재라고.”
“그랬지.”
“얘기를 듣고서는… 나 역시 지금의 나는 너와 다르다고 생각해.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한 뿌리에서 공존하는 거 같고. 웃기게도, 나도 그때 내 몸에 왕이 들어와 죽는다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 내심… 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작가인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처럼 말이야. 구질구질하게 힘을 다 안 주고 생을 연장해 무언가의 끝을 보고 싶은 것처럼. 나도 궁금해졌었거든. 내 인생의 끝은 어떨지.”
“그런데 넌 바로 포기했잖아.”
“포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끝을 위해 내려놓은 거지. 지금 너처럼.”
“…만약 내가 너의 이야기에 개입했었다면 난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 거야. 또 주저하다가 실패를 반복하겠지.”
“글쎄? 제삼자 입장으로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네가 내 입장이었으면 달랐을지도 몰라. 아무리 글로 봐도, 너머로 봐도 실제 입장으로 느끼는 거랑은 다르니까. 네가 영화를 본다고, 소설을 본다고 화자의 감각을,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는 게 아니잖아?”
“나 왜 이렇게 말 잘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 같은데.”
내 말에 작가인 내가 웃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어찌 됐건, 네가 나랑 다르든 같든 결국 한지언인 건 같다고 생각해. 단지 책의 첫 문장이냐 마지막 문장이냐겠지.”
“첫 문장이랑 마지막 문장. 그거 멋지네.”
“…그러니까 내 말은. 너랑 내가 같든 다르든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해. 둘 다 한지언이고. 태초의 뿌리는 같은 거잖아.”
“…뭔가 심오하네.”
“그러니까 이런 사사로운 얘기는 그만하자고.”
“그래. 나도 딱히 취향은 아니네. …있잖아.”
“또 왜.”
작가인 내가 후련한 표정으로 교묘한 질문을 내뱉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왜 이렇게’라면?”
“그러니까… 남들보다 그릇이 크다거나. 강하거나. 뭐 그런 거. 만약 강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그럼 나도 안 태어났겠지.”
“…그렇네.”
“뭐… 근데. 그런 거 생각할 필요가 있어? 하얀 탑도 그렇잖아. 어쩌다 보니 태어난 거. 우리도 그냥 그런 거야. 희박한 확률로 태어난 천재. 뭐 그런 거. 그냥, 이렇게 태어났으니 이렇게 사는 거지. 뭘 더 생각해?”
“그렇네.”
작가인 내가 여전히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너는 이제 사라지는 거지?”
“그렇게 되겠지.”
“그럼 어디로 가?”
“글쎄? 내 이야기를 들으면 알겠지만. 하얀 탑은 정말 아무것도 안 알려줘.”
“그렇네.”
“이번엔 내가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어떤 거?”
“형의 태도가 왜 그렇게 변한 거였어?”
“뭐? 그야 네가 형한테―”
턱. 목에 튀어나오던 말이 멈춰 나오지 않았다. 뭐지? 왜 말이 갑자기…….
내가 허둥지둥 답하려 했으나, 그 말은 계속 나오려 하지 않았다. 작가인 내가 그 광경을 보며 예상한 듯 웃었다.
“그래. 하얀 탑이 막았구나.”
“뭐가?”
“네 이야기를 보면, 가끔 이상한 부분이 있었거든. 뭐 예를 들어 말이 안 들린다거나. 글이 지워져 있다거나. 이상하게 적혀있다거나. 한 페이지가 아예 번져있는 때도 있었지.”
“…진짜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래. 그래서 안 건드린 것도 있어. 네 이야기라 내가 적지 못하는 거로 생각하고.”
“…….”
작가인 내가 하는 얘기를 들을 때도 무언가 이상하긴 했다. 형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 녀석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하나밖에 없잖…아.’
스쳐 지나간 기억에 곧장 입을 열려 했으나, 아까처럼 무언가에 막힌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본능이 이건 말해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건 말해야 하는데.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는 너한테.
“…….”
“뭘 말하려는 거야? 못하는 거면 그냥 안 해도 돼. 어차피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
“그나저나 이제 정말 시간이 다 되어가. 그래서 말인데.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뭔데.”
“네가 날 죽여줘.”
“뭐?”
“처음은 내 마음대로 못 했더라도, 마지막은 내 마음대로 장식할 수 있는 거잖아?”
“…너 죽이려다가 반사 능력 발동되는 거 아니야?”
“아니 그런 능력은 없고… 음. 그런데 그냥 죽이기는 역시 그렇지?”
“애초에 내가 왜…….”
“그러면 사람들이랑 합심해서 날 쓰러뜨릴래?”
“그건 또 무슨 바람이야.”
“멋지잖아? 그리고 네가 얼마만큼 강한지 보고 싶어서. 어쩌면 난 네 입장에선 최종 보스인 거잖아? 그러니까… 그런 거야!”
“뭐가 그런 건데 대체.”
“이왕 멋진 마지막이 낫잖아?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도 보고 싶고.”
“그럼 그냥 아 저도 한지언입니다. 하면서 만나면 되는 거 아니야? 여길 나가지 못하는 거라면 책에 적든가.”
“…내가 쓸 수 있는 건 개연성 있는 글이야. 네가 허락했건 안 했건. 내가 쓸 수 있는 건 끽해봤자 몬스터를 무시하고 뛴다. 호응한다. 길드에 가입한다. 이런 것밖에 못 해. 무엇보다 네 이야기를 더 손대고 싶지 않고.”
“그렇다 해도 내가 너는 최종 보스다. 널 잡겠다. 이런다고 뭐가 바뀌진 않을 거 아니야?”
“왜 안 바뀌어.”
그러며 작가인 내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인도했다. 그리곤 앞을 보여주며 옆으로 물러나자, 그곳엔 책과 펜이 존재했다.
“너 자신이 스스로 적으면 될 거야. 나를 증오하고. 죽여버리겠다고. 그래서 찾아내 다른 사람들과 죽일 거라고.”
“…싫은데. 애초에 그런다고 바뀔 것 같진 않고.”
“맞아.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래서 지금까진 장난이었고. 내가 알아서 판 깔 거야. 너는 그냥 장단에 맞춰 따라오면 돼.”
“뭐? 무슨 소리를―”
“그럼 이따 보자?”
짝! 손뼉을 치는 소리와 함께 있던 장소가 바뀌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지언아? 어디 있던 거야?”
“……형은?”
“나? 나는…….”
형이 설명하다 말고 잠시 말을 정리하는 듯싶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답했다.
“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또 다른 내가 나타나서 빙의도 뭣도 아니라고 했었다고.”
“그랬지.”
“근데 그 말이 맞았어.”
“어?”
“난 빙의한 게 아니라, 그냥 기억을 전달받은 거였더라.”
“…….”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것 같은데. 형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책을 만진 순간 몸이 허공으로 뜨며 책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들어가서 본 건, 하얀 탑에 도착한 나와 다른 사람들이었고. 그런데 너만 없었어.”
“그래서?”
“하얀 탑에 들어온 우리는 지금의 우리와 별다른 바 없이 각자의 책을 찾아 나섰어. 나 역시 그랬고. 그러다가… 바닥에 버려진 책 하나를 우연히 주워서 읽으니까…….”
“읽으니까?”
“…내 기억 속 너의 이야기가 있더라.”
“…하아.”
“어. 왜?”
“아냐 그냥. 멍청한 놈 하나 있어서.”
“멍청한 놈?”
“아냐 계속해.”
형이 의아해하며 날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그 책에서 너는 이야기를 계속 적고, 퇴고하기를 반복했어. 그 이야기를 본 나는 곧장 다른 사람들을 불러 상황을 얘기했어. 막아야 한다고. 아니면 도와줘야 한다고.”
“막는다니?”
“…고통 말고 남는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하지만 특별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는 하얀 탑에게 물었지. 이 이야기에 개입하는 방법이 없냐고. 끈질기게 물어봤고. 하얀 탑은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줬어.”
형은 표정을 찌푸린 채 말했다.
“…영혼 자체를 소모하면 가능하대.”
“그러니까. 몸은 이미 죽어서 영혼만 왔는데. 그 남은 영혼마저 이용해야 가능하다?”
“응.”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내 질문에 류천화 씨가 다가와 대신 답했다.
“처음에는 한지운 헌터가 혼자서 하겠다 했지만, 다 같이 하기로 했어. 나는 뭐, 세상은 어차피 망했고, 지옥이든 천국이든 환생이든 관심 없었으니까.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지.”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영혼인 상태에서도 신체까지 잃고… 우리가 가능한 힘을 쏟아부어 네 이야기에 간섭했어. 그러니까… 네가 말했던. 이전 회차의 나 말이야. 그게 그렇게 된 거였어. 다만… 시간 선이 달라, 네가 많이 회귀한 이후였지만.”
형이 말하는 건 아마. 지금에 내 이야기를 잇게 해준 시작의 말일 거다.
이전 회차의 형이 죽기 전에 한 말 말이다.
‘단순한 이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내가 생각도 안 했던 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 움직였기에 바뀐 거였구나.
‘…최종적으론 이루었네. 막았고. 도왔으니.’
너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는데. 너는 왜 아직도 눈치 못 채고 있는 거야. 아니 못 채게 하는 건가.
‘…그래.’
마지막 목표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