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계속】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빛 한 점이라도 보일 만한데. 없었다. 단 하나도 없었다. 빛나는 건 나 하나뿐이었다. 아니, 이 천 자락뿐이었다.
“진짜. 끝이네.”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끝은 결국 왔고. 그 끝은 생각보다 처참했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하하…….”
이로써 내 이야기는 끝이 났다. 엔딩 이후의 이야기 따윈 없었기에. 어쩌면, 너무 욕심을 낸 나에게 내리는 벌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찌 됐든 끝이었다.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끝.
“…….”
그동안 바라왔던 끝이다.
그래. 그동안 바라왔던…….
…….
“…….”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긴 시간을 살며, 점차 모든 것을 잃어갔다. 감정도, 욕망도, 기억도. 그저 환하게 웃던 사람들의 기억만을 고이 숨겨둬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또 다른 엔딩에 나아가는 나를 보며. 솔직히. 정말 솔직히.
“부러웠어.”
나는 홀로 막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한지언은, 새로운 엔딩을 달리는 한지언은 모두와 함께일 것이다. 어쩌면 엔딩 이후까지 함께이겠지. 나와는 달리. 더 이상 아프지 않을 사람들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겠지.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서 남들과 다를 바 없이 걷겠지. 더 이상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편안한 잠을 자고. 꿈을 꾸겠지.
고개를 푹 숙였다. 살랑이는 하얀 천의 감각이 볼을 쓸어내렸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우는 방법을 잊어버려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염없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어디가 끝인지 모를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하.”
웃음이 나오고, 나오고, 나왔다. 연기 같은 웃음이 픽픽 터져 나왔다.
내 몸이 사라지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겉부터 속까지, 미세하게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진정한 끝이구나, 이게. 이렇게 허무하게 홀로 가버리는 것이. 이게 내게 내려지는 끝이구나.
“…….”
긴 시간 동안 홀로였는데. 오늘따라 많이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또 다른 나를 봐서 그런 걸까. 한때 나도 그러했던, 나의 옆에 늘, 서 있던 사람들을 보아서 그런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욕심내서 사람들한테 한마디라도 할걸.
하지만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기에. 내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아니기에. 외부인인 나는 말을 걸면 안 되는 존재들이기에. 내가 지키지 못한 인물들이기에.
그렇기에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꾸역꾸역 삼켜 참았다. 보고 싶었다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체.
“…….”
그렇기에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그저 두 눈으로 직접 본 거로 만족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나와 같은 완결이 나지 않을 거로 됐다.
한지언이 행복하다면 됐다.
그거면…….
“된 거야. 이걸로.”
손가락 끝이 사라지는 게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세상이 변하며 별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처럼, 나 역시 사라져갔다.
사라락. 머리 위에 있던 하얀 천이 당겨져 흘러내렸다.
“…….”
순간 숨이 멎은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몸을 스치는 하얀 천에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절로 흘러내려 벗겨진 게 아니었다.
누군가.
누군가가.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왠지 모를 감각에 눈이 점차 시큰거렸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왠지 모를 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살랑거렸다.
“…….”
입이 벌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 깊이 터져 나오는 무언가가 억누르려 해도 억눌러지지 않았다.
뒤를 돌아본 나는, 마지막까지 가장 환하게 빛나는 별처럼 밝게 웃으며 말했다.
“보고 싶었어.”
♧♣♧
만났으려나.
‘만났겠지.’
형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결국 그 녀석의 주변 사람들은 완전히 소멸한 게 아닌 것 같았으니까.
적어도 난 만났다고 생각할 거다. 그게 가장 행복한 엔딩이니까.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 녀석의 마지막이다. 그 이후는 모른다. 무엇보다 나에게 들어온 마지막 문양의 힘이 왠지 모르게 무척 따스하게 느껴졌기에, 나는 해피엔딩으로 생각할 거다.
나는 손목에서 사라지는 문양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
아까 녀석을 보기 전 왔던 하얀 탑의 꼭대기 층. 나는 꼭대기 층 문 위에 적힌 번호를 바라보았다.
0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분명 Z―99999가 적혀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0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끼리릭. 안 열릴까봐 내심 조마조마했던 문은 너무나 손쉽게 열렸고. 그 안에 푸르른 하늘은 여전히 존재했다. 나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뒤를 돌아보자, 문은 그대로 있었다. 문만 덩그러니 있긴 했지만, 열린 문 틈새에는 도서관이 존재했다.
“이 정도는 봐준다 이건가.”
그러면 진즉 좀 많이 봐주지. 녀석이 살아생전 사람들을 볼 수 있게라도 해주든가. …안 죽어서 못 본 거였나?
나는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하얀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있네.”
내 이야기가 아직 이곳에 존재했다. 어쩌면 곧, 제자리로 가지 않을까 싶은 내 이야기.
나는 책 옆에 있는 펜을 들었다. 그리고 책을 천천히 넘겼다. 페이지는 많았고. 책은 두꺼웠다. 아까 녀석과 같이 봤을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툭.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다.
내가 여기에 다시 온 이유. 그건, 마지막 문장인 만큼 내가 적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흠.”
그런데 막상 오니 어떻게 적을지 영 좋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무작정 글을 써내렷다.
동화 같은 이야기.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같은 꽉 막힌 행복.
요즘 소설에는 보기 힘든 엔딩이지.
그리고 모두가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원하고는 한다. 혹은 엔딩 뒤의 이야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기에. 나는 내 이야기를 이렇게 막을 지을 것이다.
모두 행복하게 잘, 아무리 힘든 일이 있다 한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ND―
“음 그래도.”
좀 별로다. 무언가 와닿지 않았다. 기왕이면 나대로 막을 내리고 싶다. 뭔가… END라는 말은 되게 인생의 끝 같아 보이지 않나? 마치 내 인생이 끝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끝, 이라는 말 자체는 별로 와닿지도 않았다.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 나아온 나의 앞에, 이야기를 완결할 끝이 찾아왔다곤 해도. 막상 끝이라고 결론짓기는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으로 긴 이야기였고, 힘든 길이었으니까. 적어도 END가 아니라 다른 걸 적고 싶었다.
“뭘까.”
막상 적으려 했지만, 펜 끝은 멈춰 섰다. 난 뭘 쓰고 싶은 걸까? 아니. 막상 끝이 찾아오니 두려워진 걸까?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원하는 끝이 뭘까.
행복한 결말? 슬픈 결말?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알리지 않는 결말?
‘…아니.’
애초에 끝을 내야 하는 걸까?
‘이제야 깨달았는데.’
이제야 내가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그 시간 동안 버텨왔기에 점차 내 마음에 자리 잡은 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나는 이 세상을 좀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내 두 눈에 담고 싶었다. 모든 광경을. 모든 시간을. 나를 위해 써보고 싶어졌다.
그렇기에 나에게, 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이야기를 끝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단 한 번밖에 없을 추억이란 것들을, 내 두 눈에 담고 싶어졌으니까.”
끝을 보기 위하여 시작한 이야기. 그러나 끝은 없을 이야기.
찍찍. 끝이라 적힌 글을 적당히 선 긋고 새롭게 적었다. 그리고 짤막하게, 동시에 완벽히 적은 글을 바라보며 나는 흡족한 채 펜을 내려놓았다.
다시 봐도 가장 만족스러운 단어였다. 지금 나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였다. 나는 흡족한 체 책을 덮고 후다닥 하얀 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제야 정말 끝인 것 같아서. 이제야 정말 나를 위한 이야기가 열릴 것만 같아서. 마음이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것을 마주한 것처럼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나는 문 바깥으로 나가기 전, 푸른 하늘이 펼쳐진 광경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이제는 못 올 공간.
나는 가장 맑고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웃음을 짓고. 뒤로 돌아 문을 닫았다.
…….
모두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장소에는 더 이상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야기에 다시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 바람이 세게 불어, 책이 종이가 거칠게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펼쳐졌다. 바람이 멎고,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continue―
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나는 이 이야기를 영원히 이어갈 것이다.
(형이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