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9
29화
【탑으로】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서였는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당장에 시민들에게 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으니. 이걸 전부 알리게 된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될 터였다.
그 이유를 눈치챈 지화연 씨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천막 안으로 들어가죠. 소리 차단 아이템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모두가 동의한 듯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사람까지 들어온 것을 확인한 지화연 씨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지금 상황부터 얘기해 드릴게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물은 것은 승현 헌터였다. 지화연 씨는 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라기에는 큰 사달이 벌어졌어요.”
그녀는 아까부터 들고 있던 태블릿 컴퓨터를 책상 위에 올려 우리에게 보여 줬다. 내 시야에 태블릿의 화면이 들어왔다.
“기둥?”
“아마 정확히는 탑일 거예요.”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지화연 씨가 친절히 답해 줬다.
나는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가뜩이나 던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생각할 것이 많은데 이렇게 갑자기, 여러 일이 한 번에 겹치니, 정말.
지화연 씨가 태블릿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멈추곤 직접 입을 열었다.
“우선 미국 워싱턴에 알록달록한 색을 띠는 탑,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 물로 된 탑, 그리고 구름을 땅으로, 계속해서 움직이는 거꾸로 된 하얀 탑. 총 세 개가 관측됐어요. 크기는 제각기 다르고요.”
“현실에 그렇게 갑자기 탑이 생겼단 말씀입니까?”
승현 헌터의 물음에 지화연 씨가 말을 이었다.
“네. 정말 갑자기, 뜬금없이 생겨났죠.그런데 그 타이밍이 조금 걸리는 게 있어서요.”
그러며 지화연 씨의 눈빛이 우리를 한 번씩 스쳐 지나갔다.
“스프레드 게이트의 현상이 잠잠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일이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은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 있으셨나요? 다들 나오자마자 아무 말 없던 거 보면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나긴 일어난 것 같은데.”
“일어났지. 성대하게.”
이후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류천화 씨가 짧고 명확하게 지화연 씨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지화연 씨는 점차 표정이 구겨지는 듯하더니 이내 제 머리를 짚고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뭔 이상한 일은 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건지.”
나는 그 말에 동감했지만,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야 나는 아직 별일 없었으니까. 아직은.
지화연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던전이 세상에 피해를 끼친 건 던전 관리가 늦어져 몬스터가 튀어나왔을 때 말고는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타난 거면…….”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에는 탑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지.”
류천화 씨가 말했다. 그 말 그대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탑이 없어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지만, 탑은 랜덤으로 생성되는 듯하니 언제 우리나라에 타격이 올지 몰랐다.
결론은, 당장은 괜찮지만 미래엔 어찌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돌았던 던전에서 이를 암시하는 일이 있었기에 더욱이.
모두가 머리를 굴리던 와중, 승현 헌터가 의견을 냈다.
“일단 해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 생긴 탑을 어찌 처리할지는 세계 헌터 연합회에서 정할 테니까요.”
“그건 맞죠.”
승현 헌터의 말에 지화연 씨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여기서 우리가 무얼 상의하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큰 사건이었기에 어차피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류천화 씨가 제안했다.
“우선 해산하고 세계 헌터 연합회에서 지령이 떨어지면 모이도록 하지.”
“그러―”
팔락. 그때 누군가가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입을 열었다.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또 다른 소식이…….”
그러며 그는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태블릿 화면에 틀어진 것은 어느 유명 플랫폼의 라이브 방송이었다.
‘이게 뭔.’
나는 태블릿 화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언어로 쓰인 댓글들이 빠르게 입력되며 다른 댓글들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라이브 방송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태블릿 화면을 지켜보던 와중, 유아한 씨가 입을 열었다.
“이건 뭘 뜻하는 걸까요.”
라이브 방송은 미국에 생겨났다는 알록달록한 탑을 찍고 있었다. 정확히는 탑 꼭대기에 생겨난 숫자를 움직임 없이 하늘에서 찍고 있었다.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숫자는 언제부터 줄어든 거지?”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시간을 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저 위치에서 영상을 찍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튼 사람의 계정도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류천화 씨의 물음에 태블릿을 가져온 사람이 답했다. 현재 라이브 방송의 숫자는 00:47:21이었다. 누가 봐도 시간을 뜻하는 모양새였다.
지화연 씨가 모두에게 의견을 물었다.
“무언가가 일어날 때까지 아직 47, 아니, 46분 남았네요. 그러면 지금처럼 기다릴까요? 아니면 각자 빠르게 돌아가서 확인할까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우선 각자 돌아가는 걸로―”
승현 헌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
―되게 빨리 모였네!
라이브 방송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모인 모두가 즉시 숨을 죽이고 라이브 방송을 지켜봤다.
라이브 방송 화면에 비치던 숫자가 지지직거리며 사라졌다. 이윽고 게이트가 생겨나더니 여성의 외형을 띤 무언가가 게이트에서 나왔다.
청록색 머리칼에 푸른 구슬과 금빛 장식, 머리칼과 같은 색의 눈과 어딘가 고고해 보이는 외모.
모두가 라이브 방송을 보던 와중, 류천화 씨가 말했다.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몬스터. 단번에 그리 단정을 지을 수 있었던 건 그것의 외형 때문이었다. 흡사 사람과 같은 외형이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목 부분까지만이었으니.
몬스터는 몸 위로 여러 천을 엮어 아름다운 모양새를 뽐냈지만, 그 아래로는 투명한 표면에 굵기가 다른 전깃줄과 기계 장치가 들어 있었다.
사람 외형을 한 몬스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 시간으로 한 시간쯤은 돼야 어느 정도 모일 줄 알았는데! 빠르게 모이는 거 아주 좋아!
몬스터는 핑그르 돌아 주변을 바라봤다. 그러곤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짜증 나게도 내가 첫 번째야. 난 두 번째나 세 번째가 좋은데 말이지. 뭐, 왕의 뜻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왕. 던전에서 정체 모를 헌터들에게서 들은 새로운 단서. 그것이 단숨에 세상에 알려졌다.
―안녕, 여러분. 이제야 인사를 하네.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할 거야! 내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난 여기 아래에 있는 탑 주인이야. 나 말고도 다른 애들이 있기는 한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첫 번째라서 말이지. 그래서 내가 할 말은―
그때 갑자기, 퍼엉! 거대한 불줄기가 청록색 머리를 강타했다. 누군가가 청록색 머리에게 공격을 가한 듯 보였다.
라이브 방송이 잠시 지지직거리는 듯싶다가 다시 멀쩡해지더니 이내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 퍼엉! 사람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이런.”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다 말고 화면이 다시 바뀌며 청록색 머리를 비췄다.
―내 힘은 이 정도야. 이 몸이 진짜가 아닌지라 바깥에 간섭할 힘이 크진 않지. 하지만 너희에게는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힘이지? 그러니까 헛짓거리하지 말고 들어.
청록색 머리의 목소리가 단숨에 변했다. 여기까지 느껴지는 살기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간단히 설명할게. 너희들이 잘 없앴던 게이트. 그것처럼 없애면 돼. 뭐를? 이 탑을. 이 탑은 너희들 힘으론 절대! 절대 부술 수 없어. 그런데도 부수려고 시도하잖아? 그럼 너희들이 그렇게 끔찍해하는 몬스터를 잔뜩 뿌려 버릴 거야!
그러며 알록달록한 종이꽃가루를 제 주변에 뿌렸다.
―탑을 없애는 방법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 탑에 들어와 층을 클리어하는 거야. 층을 클리어하며 위로 올라올 때마다 내 힘이 점점 약해져. 그러니 꼭대기까지 올라와 날 죽여! 그러면 이 탑은 사라져. 간단하지?
우리가 그간 클리어했던 던전과 다를 바 없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최종 보스를 처리해 게이트를 없애는 단계가 흡사하다 못해 똑같았다.
―내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탑의 문이 열려. 자격이 있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는 점 참고하고. 아, 맞아. 날 죽이면 다른 탑의 입구가 열려. 뭐… 설명은 이만하면 됐겠지?
두둥실 공중을 떠다니던 몬스터가 이내 탑 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화면을 향해 방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왕께서 너희를 많이 봐주고 계셔.
청록색 머리가 빙그르르 돌아갔다. 그러곤 살짝 머리를 뒤로 돌려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힘내 봐?
몬스터는 손을 흔들다 픽, 기계에 전기가 나간 듯 쓰러지더니 곧이어 허공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마치 던전에서 죽은 몬스터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 후, 방송 역시 종료됐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표정을 찡그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콰장창!
류천화 씨의 주먹이 태블릿을 강타했다. 태블릿은 물론이요, 그 밑에 있던 책상까지 단숨에 부서져 내렸다.
“봐주고 있다고…….”
유아한 씨가 중얼거렸다.
분명 그것이 그리 말했다. 왕이 우리를 많이 봐주고 있다고.
나는 시선을 굴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모두 무표정이었지만 어딘가 심각해 보였다. 특히 류천화 씨가 온갖 살기를 내뿜으며 무너진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내 옆에 서 있는 형에게로 옮겼다. 살짝 찌푸려진 눈썹, 안으로 말려들어 지그시 깨물린 아랫입술. 불안함, 그리고 당황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확실했다.
‘형이 저런 당혹감을 보인다는 건…….’
이것은 내게 새로운 상황이었다. 게이트가 아닌 구조물이 현실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나에게만 새로운 게 아니었다.
툭.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언아?”
“한지언 헌터?”
그동안, 이 망할 세상을 반복하면서 온갖 일을 경험하고 해결하고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은 건 당연지사.
어렵사리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 나와 달리, 형은 그 온갖 일을 경험하지 않고도 나와 비슷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내가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형도 모르는 정보라고.’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몸을 지탱하는 팔에 힘이 안 들어갔다. 겨우 버티는 팔이 위태롭게 떨려 왔다. 주위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끝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흩어졌다.
“아.”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얼굴 아래로 내려온 손이 입을 틀어막았다.
‘최고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