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
3화
【반복】
철퍼덕. 몸이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져 넘어졌다.
“악!”
“한지언! 아, 씨……!”
얼핏 마허윤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본 시야에는 줄행랑치는 마허윤의 뒤통수만이 들어왔다.
“야!”
온갖 분노와 배신감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몸은 허겁지겁 일어났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살짝 등 뒤를 돌아보자, 내 등을 직격했던 것의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
머리. 사람의 머리였다. 그것도 깔끔하게 잘린, 마치 공처럼 돼 버린, 피투성이의 머리통.
그것만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면 안 됐었다.
벽에 처박힌 시체, 관절이 뒤엉킨 시체, 사지가 난도질당한 시체 등. 현실에선 보지 못한, 아니, 볼 일이 없던 것들이 단숨에 시야에 들어오자 몸이 내 것이 아닌 듯 제자리에 얼어붙으며 호흡이 가팔라졌다.
“헉…….”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위험한 순간 도망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로써 재현되었다. 그땐 왜 안 움직이지, 뭐 저리 멍청하냐 하곤 했지만, 지금은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겠는 그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때의 나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었다. 도망치기는커녕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만 같았다.
“헉……. 흐.”
가까이 다가오는 괴물에 정신이 혼미해져만 갔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이익. 괴물이 바닥에 몸을 질질 끌며 나에게 다가왔다. 괴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들이 가득했다.
피비린내가 코를 자극해 왔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움직여야 했다.
‘한 발씩 뒤로, 뒤로 가면.’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한 발 뒤로 내디디려 하였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이라고.’
손톱에 짓눌려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강하게 쥐고, 입술을 이로 짓이겼다.
‘제발.’
턱, 한 발이 뒤로 내디뎌졌다. 찾아온 희망에 내 표정이 절로 밝아졌다.
‘이렇게, 도망치면…….”
그러나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도 잠시. 정말 짧은 희망이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나를 먹어 치웠다. 평범한 그림자였음에도 세상이 캄캄하게 보였다.
망할 것이, 내 바로 앞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X발. X발, X발, X발.’
온갖 험한 욕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덮쳐 왔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몸은 여전히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 의지에 의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지금 그런 걸 따지고 있을 겨를 따윈 없었다.
고개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서서히 삐걱거리며 들어 올려졌다. 그렇게 겨우, 고개가 위로 다다랐을 때는, 예상했던 대로 후회했다. 아주 많이.
“하…하.”
징그러운 눈알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것도 비웃는 듯한 모양으로 나를 빤히, 아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보인 것도 정말 잠깐이었다.
콰앙!
“컥―”
목이 죄여옴과 동시에 몸이 벽에 처박혔다. 온몸의 뼈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정작 소리가 나오는 입에서는 컥컥거리며 목이 졸리는 가운데 겨우 내뱉는 숨소리만 튀어나왔다.
“싫, 저리 꺼. 켁.”
문장이, 단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흩어졌다. 내 목을 휘감은 덩어리를 미친 듯이 손으로 긁어 파내 보기도,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움직여 보려 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만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카학, 끅.”
그렇게 몸부림치던 어느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단숨에 날아들어, 내 몸을 스쳐 지나갔다.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주룩 나왔다.
“아.”
그걸 깨닫는 순간, 이미 상황은 한참이나 늦은 뒤였다. 괴물은 나를 장난감으로 인식했으며, 나는 이미 장난감으로서 서서히 죽임당하고 있었으니.
“아악!”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몸이 서서히 짓물러져 가기 시작했다. 복도에 풍겼던 피비린내가, 이제는 내 몸에서 풍겼다.
수없이 많은 상처가 생겨 나가는 와중에도, 나는 비명만 내지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번 심어진 공포가 이미 몸을 잠식한 뒤였기에. 슬픔보다는 고통이, 고통보다는 공포가 느껴져 왔다.
“그냥 죽여. 제발…….”
죽는 건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버텨 봤자 죽는 건 똑같을 것 같았기에, 나는 차라리 편안한 안식을 원했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죽음이 그저 빨리, 단숨에 다가오기를 기도했다.
그 순간 세차게 날아오던 공격이 멈추며 내 말을 알아들은 듯 괴물이 눈동자를 굴렸다.
“죽여. 제발.”
기어들어 가는 내 목소리를 들은 듯한 괴물이 이내 입을 쩌억 벌렸다. 개구 범위에 한계라고는 없어 보이는 입이 열리자 시야에 괴물의 입 안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입천장에는 고름이 차 징그럽기 짝이 없었으며, 이는 상어 이빨처럼 뾰족한 것도 모자라 입 안 구석구석 돋아나 자리 잡고 있었다.
“…으.”
그 모습에 공포가 또다시 튀어 올라 죽음에 반항했다. 하지만 때는 늦은 뒤라, 지독하게 긴 혀가 제 입을 쓰다듬으며 나를 먹어 치우기 위한 갈무리를 했다. 그 행동이, 나에겐 그저 지옥 같았다.
“놔……. 놓, 놓으라, 고.”
힘없이 갈라지는 목소리는 미처 괴물에게 닿지 못하고 내 귀를 맴돌다 사라졌다.
“살려, 살, 컥!”
살려 달라 외치려 했지만, 목이 강하게 죄여 와 실패로 끝났다.
죽는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거짓이 아닌 진실로 죽는다.
죽으면 어찌 되지? 만약 저것에 먹히면 내 시체는? 부모님은 괜찮으시겠지?
“…….”
죄여오는 목에 시야가 흐릿했다.
아무나 좋았다. 아무나. 제발.
“…….”
머릿속엔 한마디 말만이 맴돌고 있었다.
살려줘.
그 말만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괴물의 온기가 지독하게 느껴졌다. 눈이 감겼다.
씹히기도 전에 졸도하는 건가 싶어 차라리 다행이라 느낀 순간, 몸이 덜컥 들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커헉!”
갑작스레 트인 숨에 기침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기침을 하던 와중, 내 몸이 바닥에 앉혀진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 번쩍, 고개를 들었다.
눈을 감싸는 하얀 반가면. 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검은 두루마기에 붉은 허리끈. 마지막으로 검디검은 검이 시야에 들어왔다.
반가면을 쓴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아주 잠깐 얼굴을 봤지만 확실했다. 헛본 것일 리 만무했다.
“…형?”
확실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 거라곤 덩치뿐인 얼굴이었기에, 예전에 늘 보던 얼굴이었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내 물음에 우뚝 멈춰 선 사내가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자.”
그 말을 끝으로, 어이없게도 나는 정말 기절해 버렸다.
♧♣♧
짙은 어둠 속에서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발바닥은 물러 터져 나가고, 몸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임에도 미친 듯이 달리다―
“…허억.”
잠에서 깨어났다.
“…뭔 꿈을 꿔도 이딴 꿈을…….”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일으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고통이,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직시시켜 주었다.
“…망할.”
온몸에 소름이 돋다 못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죽다 살아났다. 이 말 말고는 겪은 일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허, 허허.”
곧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뺨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윽, 으.”
공포에 압도당해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인제야 튀어나와 끝없이 흘러내렸다.
쉴 새 없이 흐르던 눈물은, 시간이 꽤 지나서야 겨우 멈추었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눈 주위가 다 화끈거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울어서인지 정신이 맑아져 내가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쪽팔린 마음에 횡설수설 몇 시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베개 옆에 익숙한 휴대폰이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러나, 내 휴대폰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
액정이 완벽하게 나갔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멀쩡한 게 더 이상한 거겠지만, 아까운 건 아까웠다.
‘켜지긴 하나?’
슬픈 마음을 뒤로하고 휴대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천만다행히도 휴대폰은 작동했다. 나는 겨우 터치되는 화면을 꾹꾹 누르며 곧장 밀려드는 메시지들을 제치고 부모님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엄마] [괜찮니?] [이게 뭔 일이니 대체.] [지언아?]문자를 보자마자 괜찮다고, 엄마는 괜찮냐고 작성 후 전송을 했지만 애석하게도 문자는 보내지지 않고 무한 로딩에 빠졌다.
“…하.”
괜찮을 거야. 괜찮겠지.
나는 숨을 골라 마음을 진정시키고 인터넷이 끊기기 전에 왔던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친구들에게서 온 메시지들과 단톡방, 그리고 재난 문자, 하나하나 전부 확인했다. 너희는 괜찮아? 부터 시작해서 살려 줘까지. 불행이 가득한 문자를 보자 불안감만 더욱 커져 나는 휴대폰을 다시 옆에 내려놓았다.
‘진정하자…….’
진정하기 위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메시지 발신이나 인터넷이 안 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게 우리 대학교에만 그런 괴물이 나타난 게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분명, 형이었지.’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었지만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목소리를 듣고 더 확실해졌다. 어떻게 3년이 지나도 변한 게 하나도 없나 싶을 정도로 그대로인 모습이었으니 알아보는 것도 당연했다만.
익숙하지만 낯설었던 두루마기 차림의 형의 모습을 떠올리자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도대체 뭐가 어떻―’
덜컹!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려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튕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문 쪽을 바라보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어?”
“지언아!”
단숨에 달려온 사람이 푹, 품에 나를 가두어 안았다.
“다행이다, 아이고.”
“엄마?”
거기다 아빠까지.
“여긴 어떻―”
당황한 마음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자, 부모님에게 가려져 시야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형?’
형. 형이, 뒤에 서 있었다. 전에 봤던 차림새에서 가면만 벗어 낸 모습이었다.
“아.”
형이 부모님을 데리고 왔구나.
딱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구한 것이 형이었으니까. 높은 확률로 형이 나를 여기로 데려왔을 것이었다.
“잠, 그만…….”
“아이고, 다쳤지. 미안해.”
그러며 엄마는 품에서 나를 꺼내고는 내 두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괜찮은 것 맞지?”
“응.”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입원 문제로 잠깐 작성해야 할 게 있어서 아빠랑 금방 다녀올 테니까 형이랑 잘 있어야 해?”
“천천히 다녀와.”
덜커덕. 부모님이 병실 밖으로 나가자 병실 안에는 나와 형, 단둘이 남게 되었다.
“…….”
“…….”
고요함이 가득한 병실 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