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엥?”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모두가 나를 돌아봤다. 형마저 의아한 듯이 나를 돌아보았다.
‘온연 길드의 A급 헌터는 강시연, 곽상훈, 박하국……. 아니, 어쨌거나 저런 사람은 없는데?’
아니, 진정하자. 저 사람이 온연 길드 소속이라고 한 적도 없고 A급이라고 한 적도 없으―
“저 몰라요?”
“어, 그…….”
“헐. 나 나름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들어온 의문의 헌터가 풀이 죽은 체했다.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지화연 씨와 눈이 마주쳤다. 지화연 씨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한지언 씨, 이쪽은 온연 길드의 A급 헌터, 윤시아 씨예요.”
“윤…시아 씨요.”
그런 이름 모른다. 아니, 그런 A급 헌터는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다.
‘형이 뭔가 했나?’
왜,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소설이라는 정보를 이용해 문양을 발현시킨다든가.
‘꼴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애초에 이전 회차 내내 본 적도 없는 사람을 형이 어떻게 발현시켜. 무엇보다 문양은 랜덤이고.’
내가 여전히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니 윤시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진짜 몰라요?”
“아, 그, 죄송합니다. 제가 이쪽에는 문외한이라.”
“오, 진짜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하…하.”
“아무튼, 전 온연 길드의 윤시아라고 해요. 이번에 같이 잘해 봐요!”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은 지켜봐야겠지. 굳이 이상한 행동을 해 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지화연 씨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간단한 브리핑부터 할게요.”
♧♣♧
이 주가 흐르고 하루가 더 흘렀다. 나는 별로 없는 짐을 맡긴 뒤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현재 내가 와 있는 곳은 공항이었다. 당연하게도 목적지는 미국, 워싱턴.
‘부모님…….’
부모님에게 탑에 간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형과 내가 둘 다 미국으로 간다는 사실에 부모님은 질색하는 모습을 내보였다.
‘…괜찮아.’
설령 잘못되더라도 상관없었다. 만약 잘못된다면…….
나는 시선을 작게 돌려 형을 바라봤다.
‘돌아가면 되니까.’
처음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대처에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될 확률이 더 높은 건 당연지사.
‘몇 번은 돌아가야 하려나.’
멍하니 생각하던 와중, 누군가가 내 앞에 섰다.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올려 보자 그곳엔 형이 있었다. 나는 의문스러운 마음에 형에게 물었다.
“왜?”
“…….”
형은 입을 잠시 벙긋거리다 이내 말을 꺼냈다.
“도착하면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있어.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아가거나.”
“내가 무슨 개도 아니고, 그렇게 멋대로 돌아다니겠어? 일하러 가는 건데.”
“개처럼 호기심 왕성하게 돌아다니긴 하잖아…….”
“뭐…….”
어이가 없어서 무어라 더 말을 하려다 그냥 말았다. 괜히 이상한 곳에 기운 빼 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알았으니까 형도 어디 가서 앉아 있어.”
“…….”
그렇게 말하자 형은 내 옆에 가만히 앉았다.
‘자리도 넓은데 굳이 징그럽게.’
내가 탑으로 간다고 한 이후로 형과 나는 자주 부딪쳤다. 형의 주장은 ‘네가 굳이 그런 위험한 곳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지화연 씨는 왜 날 데리고 가는 거지? S급이라 해도 겨우 두세 달 됐는데. 형이 말을 안 들을까 봐 그런다는 건 거짓말일 테고. 아니, 설마 진짠가?’
지화연 씨의 생각을 당최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실질적으로 정식 S급이 된 지는 한두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유아한 씨를 데려가는 게 더 이득이었을 터.
지잉. 자동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그러며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이 왔다 갔다 했다. 이번엔 또 누가 들어오나 싶어 고개를 올려 보자, 예상치 못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박우윤 씨?”
“아! 저, 그……. 오래간만이에요.”
박우윤. 문양 조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갔던 곳에서 덤으로 구했던 B급 헌터. 아마 지금은 협회에 들어가 훈련을 한 결과 A급으로 성장했겠지만.
아니, 그 전에.
“왜 여기에 계시는…….”
“저, 그, 신청해서요.”
“박우윤 씨 직접, 자진해서요?”
“…네.”
박우윤은 A급 중에서도 종합 능력치가 높았다. 얼마나 높냐면, 나보다 조금 더 높았다.
‘여기서 잃을 인재는 아닌데.’
훗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아껴 둬야 오래 쓰는데, 하필.
‘…아니다. 되레 탑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동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나는 생각하느라 잠깐 숙였던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생글 웃으며 말했다.
“익숙한 얼굴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우리 가서 잘해 봐요.”
“네!”
할 말이 떨어져 그저 웃고만 있는데, 박우윤은 무언갈 더 말하고 싶은 듯 우물쭈물했다. 그 모습에 물었다.
“혹시 할 말이라도?”
“아, 그, 사실… 저는 한지언 씨가 간다고 해서 신청한 거 거든요.”
“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저, 그…….”
박우윤이 숨을 내쉬었다 들이마셨다. 그리고 무언가 다짐한 듯 입을 열었다.
“고마웠습니다!”
“…아. 뭘요. 할 일… 아니, 할 말을 한 것뿐인데요.”
“그래도 그렇게 선뜻 도와―”
“그나저나 앞으로 먼 길을 갈 텐데 그 전에 조금 쉬시는 게 좋겠어요.”
“네? 아. 네!”
내 말을 끝으로 박우윤은 총총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살짝 고개를 돌려 형을 보니 역시나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확인한 형이 물었다.
“아는 사이야?”
“어? 그… 게이트 돌 때 인원 부족으로 충원하러 오셨었거든! 그때 만났는데 많이 힘들어 보여서 응원 좀 해줬지.”
“그래?”
참고로 불법 던전을 돌았을 때의 일은 나나 지화연 씨나 누구도 형에게 알리지 않았다. 나야 그렇다 치고, 지화연 씨가 형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 딱히 모르겠다. 그저 호기심에 돌았다고 했고 무언갈 꾸미는 기색도 아니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
‘적어도 전에는 그랬는데.’
나는 이번에도 그랬겠지 하고 기도하며 형을 계속 바라봤다. 다행히도 저번과 같이 지화연 씨가 형에게 알리지 않은 모양인지 형은 별 의심 없이 다시 휴대폰을 만졌다.
‘지금 들키는 건 그렇지.’
그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이런 거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쓸데없는 시간만 낭비한단 말이다.
‘어차피 되돌아가면 잊을 테고.’
나는 괜찮겠지, 하고 다시 대기했다. 그렇게 몇 분 뒤, 문이 열리며 윤시아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들!”
윤시아에 관한 건 그 이후로 따로 알아봤다. 놀랍게도 윤시아는 나보다 훨씬 먼저 문양이 발현된 헌터였다. 몰랐던 나도 진짜 헌터에 관심이 없었구나 싶다만, 그땐 그럴 만했으니… 이건 됐고.
‘정보가 이상하게 적었지.’
헌터로서의 윤시아에 대한 얘기는 많았지만, 헌터이기 이전의 윤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다. 그저 시골에서 조용히 살던 사람, 이라는 설명 말곤 없다시피 했다. 물론 그런 설명이 정보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알려 준다만, 뭔가 께름칙했다.
‘공격 능력이 약탈이었지.’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찾아봤던 정보들을 떠올렸다.
약탈. 이름만 들어서는 남의 능력을 빼앗아 사용하는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능력이었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긴 했었는데.’
그때 봤을 땐 능력을 빼앗는 게 아니라 상대가 능력을 시전했을 때 그 능력을 이용해 공격하는 능력이었다. 말이 약탈이지, 그냥 조종이었다.
‘지화연 씨에게 운을 떼 보아도 딱히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지.’
그럼 형에게? 아니, 물어봤자 의심만 산다. 역시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나.
그렇게 다시 몇 분이 흘렀을까. 탑으로 갈 인원이 전부 모였는지 지화연 씨가 나타나 사람들을 이동시켰다.
사람들이 모두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 역시 탑승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전, 나는 갑자기 생각난 물음에 근처에 서 있던 지화연 씨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지화연 씨는 왜 미국으로 가기로 하셨어요?”
내 물음에 지화연 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승현 헌터는 속성이 속성이다 보니 연관된 곳으로 가기로 했다고 치고, 류천화 씨랑 지화연 씨는 딱히 연관이 없어 보여서요.”
“아……. 그, 미국 S급 헌터 중에 제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가 만약 우리나라에서 S급이 미국에 오게 된다면 꼭 저보고 와 달라고 해서요.”
“꼭, 이요?”
“아무래도 여러 나라에서 사람이 모이다 보니 한 명이라도 더 아군이 필요하니까요.”
“아군이……. 아.”
아군. 그 말은 간단했다.
물론 탑을 공략하기 위해 모인 모두가 아군이지만, 동시에 적군이 될 수도 있었다. 그야 게이트에 들어가는 순간 바깥에선 상황을 볼 수 없으니.
즉, 다시 말해 탑 안에서는 법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넘치는 힘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S급들 천지이니 더욱, 이상한 놈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근데 친구가 있어서 선뜻 나선다고.’
하긴, 어딜 가든 똑같을 테니 고른다면 친구가 있는 쪽이 낫겠지. 그 친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친했었지, 둘이.’
다른 나라임에도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던 걸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친한 관계인 둘이니, 미국으로 가게 된 것도 그럴 만했다.
‘물론 아군이 많든 적든 난 갈 거지만.’
지금 가는 탑 말고 다른 탑도, 어떻게 해서든 전부 갈 거다.
비행기에 탑승한 나는 이륙 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미국에 생긴 탑에서 있었던 라이브 영상은 온갖 뉴스와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그중 아무 뉴스에나 들어가 청록색 머리의 몬스터를 찾아봤다. 별다른 코멘트 없이 녹화 기능에만 충실한 영상을 보며, 내 생각은 더더욱 확실해졌다.
‘분명해.’
그때의 일을 회상하자면 언제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말 그대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풍경이 늘상 생겨났으니.
그간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휙휙 지나갔다. 갈라진 바닥에서 튀어나온 꼬챙이에 무참히 뚫린 사람들. 인형 뽑기 같은 집게에 붙잡혀 그대로 떨어진 사람들.
나는 조용히 혀를 찼다.
「뭐야. 겨우 그것밖에 안 돼? 빨리 일어나. 파티를, 즐기자고!」
파티. 그간 놈을 상대하며 알아낸 것은 놈이 유희를 좋아하는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유희의 대상이 우리, 사람이었다는 것.
‘이번에도 그렇겠지.’
처음에는 외관이 달라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알아보는 게 대단하지. 그렇게나 다른 모습인데.
하지만 재차 영상을 확인했을 때, 목소리를 듣고 혹시나 했다. 그렇게 몇십 번 정도 돌려 본 뒤 확신했다. 애초에 말이 통하는 몬스터는 없다시피 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비록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마치 저쪽이, 저쪽 말대로 우릴 봐주는 듯, 우리 쪽 외형을 그대로 따라 하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생각하던 와중, 창밖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망할, 이것저것 뒤죽박죽으로 바뀌니 예측을 쉽게 할 수가 없다.’
다른 탑의 주인들도 어느 정도 알 것 같지만, 그새 또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쉽게 확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알던 놈들이면 그나마 상대하기 쉬운데.’
물론 어디까지나 그나마. 개같은 건 똑같았다.
“흠.”
하지만 나만 이 사실을 아는 건 아닐 터. 나는 시선을 돌려 옆에 앉아 있는 형을 바라봤다.
‘소설이라 목소리를 모르는 게 문제다만, 눈치챘겠지.’
왜 그, 묘사라는 게 있지 않나.
‘…챘겠지.’
그렇게 감출 수 없는 불안감을 안은 채, 나는 열몇 시간이 지나서야 미국에 도착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