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4
34화
【보물찾기】
뇌가 돌아가지 않았다. 얘가 왜 여기 있지. 아니, 그 전에.
나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손목을 바라보았다. 붉은 끈이 손목에 엮여 있었고, 팔만 한 길이의 끈 반대쪽엔 형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목이 엮여 있었다. 아니, 사람도 아니지.
“…너.”
“꺅.”
콱. 나는 놈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왜 이 새끼와 짝이 됐는가. 아니, 애초에 얘가 왜 여기 있으며, 왜 여기에 참여하는 건가.
“한지언 헌터?”
어느새 문양 개방을 해 머리와 눈이 붉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해나 씨와 짝을 맺고 온 지화연 씨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나를 불렀다. 형은 갈 곳 잃은 손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쪽은… 누구신지?”
“…….”
나는 입술을 짓이기며 화를 억누르고 겨우 입을 열었다.
“저번에… 던전 그, 헌터입니다.”
“…아.”
지화연 씨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 피부를 쑤시는 살기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던전 안에서 만났던 헌터들에 대한 건 나와 형, 지화연 씨만 알고 있는 상황인지라, 다른 사람들 눈엔 그저 짝을 맺으려다 빼앗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추궁하기 힘들었다. 추궁하면 이 자식의 정체도 드러나니까. 얘는 던전 편이에요~ 하면 사람들 혼란만 가중된다. 또한, 적대하기엔 이미 나와 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연 건 해나 씨였다.
“그, 한지운 헌터 짝 없는 거야?”
“아마.”
“그러면 우리 쪽 한 명 남는데 일단 그 사람이랑이라도 하는 게 어때? 원래 하려던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맺었거든. 그래서 손 비는 사람 찾고 있는데, 되도록 아는 쪽이랑 하는 게 낫잖아. 물론 둘은 모르는 사이지만. A급 보조이긴 해도 숙련된 사람이야.”
“그렇다는데요, 한지운 헌터. 어쩌실래요?”
형이 손을 바라보다 주먹을 쥐었다. 그러곤 망할 연회분홍 머리를 바라보다 주먹을 쥐곤 손을 내렸다.
“네. 그러도록 하죠.”
다행히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여기서 힘을 쓰기도 그러니 당연하지만.
형이 해나 씨와 지화연 씨를 따라 이동했다. 셋이 이동하는 걸 보고 나는 아직 놓지 않고 있던 놈의 멱살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러곤 놈을 내게 가까이 당겨 말했다.
“너 왜 여기 있어.”
“게임에 참여하니까?”
“네가 왜 게임에 참여하는데.”
“재밌잖앙.”
“…….”
“무서워~”
저 멀리서 형이 외국 헌터와 짝을 맺고 지화연 씨와 해나 씨와 함께 이쪽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건.
“아오.”
밀려오는 내 죽빵 충동을 막지 못했다.
단숨에 올라온 주먹이 망할 것의 볼에 직격했다. 그리고 한 대 더 날리려던 찰나, 툭, 주먹이 손에 막혔다.
“그렇게 화내지 마. 의외로 도움이 될지 어떻게 알아.”
“네가? 네가 뭔데?”
“진정하구.”
나는 막힌 손으로 곧장 놈의 멱살을 쥐었다.
애초에 믿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도움 되는 말을 했다 한들, 이 녀석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든 말든 이 자식은 적이었다.
“무슨 속셈이야.”
“속셈 같은 거 없는데.”
내가 연회분홍 머리의 멱살을 잡고 노려보던 와중, 놈의 뒤로 무언가가 강하게 쏘아졌다.
뻐억! 최소 머리가 갈라진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연회분홍 머리가 앞으로 쑤욱 내려갔다. 내려간 머리 뒤를 보니, 형이 지나가고 있었다.
“뜨아악…….”
연회분홍 머리가 내려갔던 머리를 들어 올리기도 전, 이번에는 무언가가 놈의 옆구리를 직격했다. 다시 한번 괴상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것의 멱살을 놓고, 나는 그 뒤로 지화연 씨가 지나가는 걸 바라봤다.
“뜨아아아악…….”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걸 보니…….
‘내 건 안 아팠다 이건가.’
제대로 때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여기서 힘을 쓰는 건 정말 소용없는 짓이었기에 그냥 참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는 연회분홍 머리를 보며 말했다.
“아픈 척 그만하고 일어나지?”
“아니, 진짜… 특히 옆구리가, 급소가…….”
아. 벌써 지친다. 인생…….
후, 하며 숨을 내쉰 연회분홍 머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 그래도 강하잖아.”
“강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내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한 명 빼고 모두 짝을 이룬 모양이네! 그럼 한 명은 미리 말한 대로~
부웅. 손목에 끈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허공을 날았다. 그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더니 이내.
―짜잔!
머리 부분이 풍선으로 변했다. 휘적이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축 처졌다. 곧이어.
―퍼엉.
투두둑. 풍선이 터지자 사방으로 피가 튀겼다. 잠시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누군가 사망하는 일 정도는 각오했으니.
‘그저 그게 자기가 아니길 바랄 뿐이지.’
―짝 없는 사람은 됐고. 그럼 이제 탑을 오를 차례네! 자, 이동!
훅. 단숨에 시야가 바뀌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아래를 바라보니 푸른 잔디가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올렸다.
“언덕?”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언덕. 나는 그곳에 서 있었다. 언덕 아래로는 마을이 보였고, 하늘은 분홍색 보석처럼 반짝였다.
‘형이나 지화연 씨는…….’
없었다. 한국 헌터가 몇몇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수가 현저히 적었다.
‘이거 때문인가?’
나는 손목에 엮인 끈을 바라보았다. 붉은색.
‘분명 형은 초록색, 지화연 씨는 노란색이었지.’
신호등이냐고. 물론 다른 색도 있긴 했지만.
여기가 어디지 하며 감을 못 잡던 와중, 하늘에서 무언가가 반짝이며 나타났다.
―안녕~ 난 분신이야.
유리를 섬세히 세공해 만든 장식처럼 보이는 작은 곰의 모양, 반짝이는 요정의 날개.
그 모습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청록색 머리의 아래에서 날아다니며 사람을 괴상하게 죽였던 것이었다.
누군가가 유리 곰에게 소리쳤다.
“여긴 어디야!”
―여기? 마을 언덕. 너희가 할 건 간단해. 우선 붉은 끈을 가진 너희는 학생 역할이야. 그러니까 학생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며 보물을 찾으면 돼.
“보물?”
보물이란 말에 처음 질문을 던진 사람이 되물었다.
―으응. 보물. 한눈에 봐도 딱 알 거야. 이게 보물이라는 걸 말이야.
그 말을 듣자 생각나는 게임이 있었다.
보물찾기.
―일단 모습이 학생처럼 보여야 하니까아아. 야압.
졸린 듯한 말투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가루가 뿌려졌다. 혹여 독인가 싶어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자, 펑! 옷차림새가 변했다.
―이제야 학생 같네에.
노란 무늬가 있는 검은 재킷, 하얀 셔츠에 검은 넥타이 그리고 회색 바지까지.
―아아, 맞아. 이것도, 이것도.
멍하니 바뀌어 버린 차림새를 보고 있자 머리에 무언가가 쓰이고 재킷 위로 망토가 덮였다.
―그럼 학교까지는 알아서 가고~ 아, 시간이 지체될수록 큰일이 날 테니까 보물은 되도록 빨리 찾아아.
그러며 유리 곰이 졸린 것처럼 하품하며 사라졌다.
“…….”
옷을 휘저어 보았지만 만져지지는 않았다. 팔에 손을 대면 저고리 소매가 만져지는 걸로 보아 아마 교복은 환상인 듯했다. 이젠 일일이 따지기도 귀찮았다. 나는 연회분홍 머리에게 말했다.
“가자.”
“응?”
“보물을 찾으라잖아.”
“그―”
“X발, 장난해?!”
만져지지 않는 모자를 잡으려던 어느 헌터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옆에 있던 나무를 쓰러뜨렸다.
“나는! 여기 싸움을 하러 온 긍지 높은 헌터라고! 근데 뭐? 보물? 헛소리하지 말라고!”
그는 쿵쿵 바닥이 울릴 정도로 발을 구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른 헌터들 역시 그걸 보고는 김이 샜는지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렇게 우리 쪽을 제외한 모두가 언덕 아래 어딘가로 내려갔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우리 쪽 헌터들을 바라봤다. 일단 이 사람들이라도 챙겨야지.
“윤시아 헌터, 박우윤 헌터.”
“네?”
“네!”
“그리고 다른 두 분은… 형 쪽 팀이었죠?”
“네…….”
사람이 그리 많았는데, 어째 여섯 명밖에 없지.
“일단 흩어지도록 하죠.”
“괜찮을까요?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지금 당장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큰일이 일어난다고 했으니까, 적어도 여기선 죽을 일이 없다는 뜻일 거예요. 그리고 보물찾기이니 흩어져서 이곳저곳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음, 확실히.”
나는 언덕 아래를 살펴보았다. 흔한 크기의 마을, 그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건축물, 그리고 숲이랑 항구……?
“일단 딱 세 팀이니 저 거대한 건축물, 마을, 숲과 항구로 나눠 움직이도록 하죠.”
“그럼 저!”
윤시아가 박우윤의 손목을 덥석 잡고 손을 번쩍 들었다.
“저희는 마을이요!”
“그럼 저희는 숲과 항구 쪽으로.”
“그럼 결정됐네요.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서로가 있을 법한 곳으로 뛰세요.”
모두가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각자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 역시.
“가자, 분홍 대가리.”
“난 분홍 대가리가 아닌데. 벌써 잊었어? 따라 해 봐. 겔―”
“알았어, 분홍 대가리.”
“…….”
불안한 마음, 아니, 불안한 짐덩어리를 데리고 거대한 건축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지독하게 평화로웠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인지 더욱 찝찝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내린 결정은.
“아는 거 실토해.”
“으음?”
“10초 준다. 10초 안에 말 안 하면 그냥 너 죽고 나 죽자고 끈 끊어 버릴 거야. 10―”
“…여기는 최근에 만들어진 공간이야. 일종의 환상으로 만들어진 공간.”
“환상?”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아마 옛날에 있었던 곳일걸. 일부 모습만 살짝 너희 세상을 베낀 거고.”
“걸리적거리는 짓을.”
그 말 그대로였다. 잔디밭에서 폴짝폴짝 뛰는 아이, 밭을 일구는 어르신, 마을로 내려오니 보이는 ‘사람’.
“…….”
전부 사람으로 의태(擬態)하고 있었다.
퍼버벙!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아마 누군가가 나 대신 꺼림칙한 이곳을 터뜨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굉음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보물이 있을 법한 곳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분 성격상 거대한 곳에 있을 거 같은데.”
“거대한 곳이라면…….”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땐 그저 거대한 건축물로밖에 안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확실히 알겠다.
“학교인가.”
“교복까지 이렇게 입힌 걸 보면 아마 여기가 유력할 거야.”
푹 한숨이 나왔다. 교복을 안 입은 지 5년이나 됐는데, 교복 입고 학교라니.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교문 안에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불쑥.
“혹시 화염과 관련된 걸 좋아하시면 화염부는 어떠신가요?”
“화염은 무슨! 대세는 얼음이야! 얼음부로 오세요!”
학생들이 전단지를 돌리며 한창 동아리 홍보를 하는 듯 보였다. 그들을 뒤로하고 성큼 학교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자 더욱 가관이었다.
“…허.”
마법을 부리며 놀다가 교사에게 걸린 학생, 삼삼오오 복도에 모여 떠드는 학생들, 교실 안 칠판에 낙서하는 학생과 장난을 치며 도망가는 학생 등.
나는 잠시 가만히 서서 그 풍경을 바라봤다. 그런 내 모습에 분홍 대가리가 말했다.
“무슨 추억에라도 잠긴 거야?”
“추억은 뭔. 그냥 좀.”
꼬락서니를 보니 참.
“가관이다, 싶어서.”
조금 베낀 게 아니라 그냥 대놓고 베낀 모양이었다. 하물며 옛날에 있었던 곳이라면 이 모습은 전부 허구일 터.
“야.”
“응?”
“지금부터 할 일은 하나다.”
나는 전부 터뜨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말을 이었다.
“빨리 보물을 찾고 끝내는 거.”
“그게 말처럼 쉬울까?”
“닥쳐.”
나도 아니까.
나는 꽤 많은 인파를 제치고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수없이 많은 교실이 있는 넓은 학교에서 언제 보물을 찾나 싶던 그때.
콰장창!
코앞에서 벽이 부서지며 붉은 보석이 부서진 주변을 뒤덮음과 동시에 누군가가 밖으로 날아가고, 익숙한 인물들이 튀어나왔다.
“아, 한지언 씨.”
“지화연 씨, 해나 씨.”
나와 달리 깔끔한 정장 차림인 지화연 씨와 해나 씨가 누군가를 날리며 벽을 부수고 튀어나왔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