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왜 거기서 튀어나오시는…….”
“아아.”
지화연 씨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아무 죄 없다는 듯 생글 웃기 바빴다. 나는 옆에 서 있는 해나 씨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해나 씨 역시 빙긋 웃을 뿐이었다.
“차림새를 보아 하니 학생인가 봐요.”
“예. 지화연 씨 쪽은요?”
“저희는 교사진이요. 교사진 쪽에 인원이 꽤 많아요.”
“근데 지금은 별로 안 보이는데요?”
“…하하.”
지화연 씨가 웃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무어라 물어보려던 찰나.
쿵! 아까 벽 너머로 날아갔던 사람이 지화연 씨네를 공격해 왔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
“선생님들 싸운다!”
주변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몰려온 인파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우선은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향했으나.
“한지언 씨! 이거요!”
지화연 씨가 나에게 무언갈 던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잡았다.
“꽃?”
정확히는 위아래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투명한 오각기둥 보석 안, 외곽선이 빛나는 청록색 꽃이 담겨 있었다.
그때 해나 씨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거! 보물! 달려!”
“예?”
고개를 들어 무슨 상황인지 물으려 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해나 씨가 말한 대로 도망치자 생각한 순간.
훅.
“뭐…….”
무언가가 날아와 황급히 피하자, 뒤쪽에 있던 학생의 얼굴에 단검이 꽂혔다. 그와 동시에 단검이 꽂힌 얼굴이 일그러지며 펑!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위가 술렁였다.
“보물 저기 있다!”
붉은 제복을 입은 검은색 끈 헌터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쏘아 댔다. 게다가 그 수가 점차 많아졌다. 네다섯이면 모를까, 한 열댓 명쯤 돼 보였다.
수가 점차 많아져 버거운지 해나 씨가 학생들 쪽으로 붉은 보석을 쏘아 학생들을 밀어 버렸다. 그리고 곧장 내 쪽으로 날아온 두 사람에, 나 역시 두 사람에게 따라붙어 도망쳤다.
“해나!”
지화연 씨의 외침에 해나 씨가 곧장 벽으로 가로막힌 앞쪽을 뚫었다. 그와 동시에 뛰기 편하게 다이빙대처럼 생긴 보석이 솟아났다. 해나 씨의 능력이었다.
그렇게 몇십 분쯤 벌어진 추격전은 우리가 마을의 골목 어딘가에 숨어서야 끝이 났다.
“도대체 뭐예요?”
“설명하자면 좀 길어요.”
지화연 씨의 설명은 대략 이러했다.
검은 끈인 사람들과 노란 끈인 사람들이 같이 지하에 워프됐는데, 문제는 검은 끈 사람들의 역할은 보물찾기가 아닌 보물 빼앗기라는 점. 그리고 보물을 빼앗지 못하면 검은 끈의 사람들은 사망한다는 설명이었다. 그 이유로 검은 끈 사람들과 대치하여 진탕 부수고 다닌 거라고. 초장부터 대립하게 나눴네.
나는 지화연 씨의 설명을 들은 뒤 입을 열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검은색 외 다른 끈 사람들은 보물을 찾아야 하니 보물을 빼앗기면 저희가 사망하겠네요.”
“아마도?”
큰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세 방향으로 헤쳐 놓았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나약하지 않은 사람들이니 괜찮겠지. 그리고 검은 끈 사람들 대부분이 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니까.’
주변 풍경이 하도 평화로워 게임도 평화롭게 진행될 줄 알았건만. 아니, 시간이 흐르면 큰일이 날 거라는 말을 잘못 해석한 탓이 컸다. 지금 당장은 위험한 일이 없을 거라는 말로 여겼거늘, 사실상 그 말의 뜻은 검은 끈의 사람들이 보물을 낚아채기 전에 빨리 보물을 찾아야 살 수 있다는 거였다.
잠만. 그런데.
“이게 보물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나는 인벤토리 안에 욱여넣었던 보석을 꺼내 들었다.
“그야 정확히 설명을 해 주었으니까죠?”
“예? 정확히 설명을 해 주었다고요?”
“네. 붉은 끈 쪽은 안 그랬나요?”
“저희는 그냥 한눈에 봐도 알 거라고만 했어요.”
“불친절하네요.”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해나 씨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을 열었다.
“잠깐만. 그러면 보물이 각기 다른 거 아냐?”
“…아.”
일리 있는 말이었다. 보물이 이거 하나면 굳이 보물찾기 팀을 나누지도 않았을 터.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보물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아마 검은 끈의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테니.
생각에 잠겨 있는 내게 지화연 씨가 물었다.
“한지언 씨, 혹시 초록 끈의 사람들은 보지 못하셨나요?”
“여기까지 오는 길에서는 안 보였어요.”
“일단 그쪽이랑도 합류해야 할 것 같은데……. 다사다난하네요.”
초록 끈의 사람들도 만나야 하지만, 지금은 붉은 끈의 보물을 먼저 찾아야 했다. 그리고 붉은 끈의 보물은 아마 높은 확률로…….
“저희 역할이 학생인 걸로 보아 아마 저희 쪽 보물은 학교에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갈지 생각해야―”
툭. 작전을 세우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자 분홍 대가리가 멍청하게 서 있었다.
얘도 있었지 싶어 무슨 일이냐 물으려는데, 분홍 대가리가 손가락으로 제 뒤를 가리켰다. 무슨 의문스러운 행동인가 하고 뒤를 보자 분홍 대가리의 풍성한 꼬리가 나를 반겼다. 아니, 정확히는.
“너…….”
분홍 대가리의 뒤쪽으로 꼬리가 둘둘 말려 있고, 그 바깥쪽으로 사람의 팔과 다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방긋 웃는 분홍 대가리의 얼굴을 때리고 싶었다.
“그 와중에 납치를 했냐?”
“얼굴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그 말과 함께 말린 꼬리가 풀렸다. 그 안에 있던 사람이 살포시 바닥에 눕혀졌다.
“…….”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맞지?”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내 모습에 지화연 씨가 흘긋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덩달아 놀란 듯 중얼거렸다.
“보물……. 일단 찾고 있던 게 맞기는 한 것 같네요.”
그 말에 동감했다. 정말 한눈에 딱 알 수 있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쓰러진 것을 바라봤다. 청록색 머리칼에 푸른 구슬과 금빛 장식. 눈이 감겨 있음에도 단번에 느껴지는 고고함. 그 외형은… 이 탑의 주인과 닮다 못해 똑같은 모습이었다.
“잘했지?”
“…….”
보물이라 해서 물건이라 생각했다. 정말 단순하게 금은보화 상자… 온갖 물건을 생각했다. 특히 노란 끈 팀에게서 보물이라 넘겨받은 것이 그러한 모양새였기에 적어도 살아 있는 무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겔탄이 잘한 게 맞았다.
“…그래.”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일단은 앞으로 어찌할지부터 정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고개를 올려 지화연 씨네를 바라봤다. 그러나 입을 열기도 전.
툭. 데구루루…….
익숙한 과일들이 바닥을 굴렀다. 나는 과일들이 굴러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화연 씨네 역시 굴러온 과일들을 보고는 뒤를 돌아봤다.
골목 밖, 중년의 여성이 우릴 보더니 과일 바구니를 놓치고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아니, 시선을 보아 하니 그녀가 보고 있는 건…….
“왕녀님!”
그녀는 골목으로 들어와 우리를 제치고 바닥에 누워 있는 청록색 머리를 향해 달려갔다. 살기도 뭣도 없었던지라 일단은 지켜보자는 마음을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는지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다만… 얼핏 보면 우리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았다. 그런 취급은 별로이니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쓰러져 있었어요. 아는 사이인가요?”
“아, 쓰러져…….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으면…….”
내 말이 끝나자 이번엔 지화연 씨가 말을 이었다.
“혹시 어디 숨을 곳이 있을까요? 이 학생이 쫓기는 걸 봤거든요.”
“맙소사……. 왕녀님을 지켜 주신 건가요?”
“…본의 아니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차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으니, 저희 집으로 가면 될 거 같아요.”
그 말을 끝으로 해나 씨가 왕녀라는 사람을 안아 들고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근처의 어느 평범한 집이었다.
‘왕녀와 마음고생, 그리고 쫓겼다는 말에도 의아해하지 않는다는 건…….’
왕녀니까 암살자에 쫓기는 건가.
그러나 중년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는 상황을 추측하는 데에 형편이 없다는 걸 느끼게 해 줬다.
“왕녀님은……. 아니, 더 이상 왕녀가 아니죠. 입버릇 때문에 자주 왕녀님이라 하네요.”
중년 여성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물을 컵에 따르며 누구도 물은 적 없는 과거사를 순순히 말해 줬다.
요약하자면 왕녀라는 사람은 전 왕녀로, 현재는 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왕국이 제국에 병합되어 그녀 또한 일반 시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해 나라를 잃은 전패국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고, 곧 레지스탕스가 결성되었다. 그리고 왕녀는 반란을 꿈꾸는 사람들의 수장이 되어 학교에서 잠입 수사 중이었다는 것.
뭔 이런 스토리가 다 있담.
“그러니 여러분!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주실 수 있나요?”
중년 여성이 눈물을 훔치며 우리를 바라봤다. 그래,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할 테지. 상대가 제국이니까.
‘어쨌거나 분명한 건…….’
지화연 씨, 해나 씨와 눈이 마주쳤다. 모두 같은 마음인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승낙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야 초록 끈을 한 사람들이 거기에 있을 거 같으니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혹시 왕녀님께서 학교에서 잠입 수사를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제국에서 가장 거대한 학교이다 보니, 그곳부터 터뜨리자 생각해서 지리를 외우고 있었어요. 그리고…….”
중년 여성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왕녀님의 힘이 그곳에 봉인되어 있거든요.”
“혹시 이거 아닌가요?”
나는 손아귀에 쥐인 보석을 보여 줬다. 중년 여성이화들짝 놀라며 긍정했다.
“이 영롱하고 고귀한 기운은……! 맞아요! 왕녀님의 힘이 분명해요! 세상에…….”
이로써 우리가 레지스탕스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노란색 끈의 보물은 왕녀라는 사람의 힘. 붉은 끈의 보물은 왕녀. 연결 고리가 확실했다.
‘초록 끈의 사람들이 레지스탕스에 있을 확률이 높아졌다.’
보물을 가지고 있어도 게임이 끝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보물이 전부 모여야 종료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음지에 숨어 있을 레지스탕스들에게 이리 나오라 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갈 수밖에.
“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안내―”
“뭘 믿고 너희를 그리로 안내하지?”
스릉. 언제 깨어났는지 모를 왕녀가 침대에서 일어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왕녀는 성큼 다가와 중년 여성을 붙잡았다. 그러곤 단숨에 그녀를 제 쪽으로 당겨 몸 이곳저곳을 훑어본 뒤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는지 이내 우리를 노려봤다.
“왕녀님, 이분들은―!”
“유모. 이야기는 들었어. 근데 과연 저자들이 제국과 관련이 없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이 사람들은 왕녀님을 도와준 사람들이에요.”
“아니. 난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았어. 되레 저 사람에게 납치당했지. 그러곤 쓰러졌어.”
그러며 왕녀는 단검을 겔탄에게 겨누었다.
‘상황이 꼬였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초록 끈 사람들과 합류해야 일이 진전될 텐데.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다, 나는 성큼 왕녀에게 다가갔다.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겨누는 단검을 잠시 바라보다, 훅.
왕녀가 작게 몸을 떨다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지며 입을 열었다.
“…뭐죠?”
나는 왕녀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보석을 보여 줬다.
“이게 필요하시다면서요?”
왕녀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짓이겼다. 손만 뻗으면 닿을 테지만 줄 리 없으니 가만히 있는 것일 터. 하물며 내가 들고 있는 건 왕녀의 힘. 즉 다시 말해 왕녀는 현재 힘이 없다는 뜻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힘으로 뺏을 수도 없을 테지.
나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힘이 봉인됐으니 지금 이걸 저희로부터 빼앗을 힘도 없으실 테고.”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나는 왕녀를 바라보며 생글 웃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