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내기】
시간이 멈춤과 동시에 환상으로 만든 옷이 반짝이는 가루와 함께 흩날리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음 순간 공간을 가득 메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임은 끝났어.
살풋. 멈춘 왕녀의 옆에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나타났다. 당연하게도 그 사람의 정체는 탑주였다.
아까는 날고 있는 것만 봐서 잘 몰랐는데, 왕녀의 옆에 있으니 크기 차이가 엄청났다. 우리보다 배 컸다.
탑주의 등장에 우리는 물론이요, 주변에 있던 초록 끈의 사람들 역시 단숨에 살기를 내뿜었다.
―이야. 이거 대단한데? 이렇게 빨리 끝낼 줄은!
그러며 탑주는 제 옆에 있는 왕녀를 잠시 보다가 이내 우리를 쳐다봤다. 그러다, 훅! 잠시 탑주의 모습이 없어진 듯했다가―
―너희 중 가장 활약한 사람이 누구지?
순식간에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탑의 주인에, 모두가 살기 가득한 눈빛을 내보였다.
―으음. 너무 그러지들 말라고. 어차피 여기 있는 너희가 전부 달려들어도 날 이기진 못하니까.
깔보는 시선이 우리와 맞닿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가만히 서 있기만 했음에도, 목소리를 냈을 뿐임에도, 그 위엄이 온몸을 강타하는 것 같았다.
―활약한 사람은… 너, 너, 너, 그리고 너랑 너, 그리고 너! 구나.
탑주는 나와 형, 지화연 씨와 해나 씨, 그리고 겔탄과 에단 씨를 가리켰다.
―아, 아니다. 너어는 빼야지.
탑주가 생긋 웃으며 겔탄을 다시 가리켰다.
―너는 왜 참여한 거야. 게임이 싱겁게 끝났잖아?
“하하.”
―그분의 장난감이니 건드리지도 못하고. 나 참.
“…….”
겔탄을 흘긋 바라보니 여전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지만, 특유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분의 장난감이라는 건, 왕을 말하는 건가?
―아무튼, 축하해! 게임은 끝났어. 우승자는 너희들이야. 그리고 활약상(賞)은 너희들!
그러며 탑주가 우리를 가리켰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탑주가 갸우뚱 고개를 움직이더니 의아한 듯 말했다.
―응? 대활약 한 걸 직접 말해 주는데 왜 아무도 기뻐하는 모습이 없지?
탑주는 불쑥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흐음. 뭐, 상관없지.
탑주는 흥미를 잃은 듯한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봤다.
나는 잠시 입을 달싹이다 말을 꺼냈다.
“이봐.”
―응? 무슨―
탑주는 잠깐이었지만 분명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의문을 품기도 전.
“무―”
청록색 머리칼이 내 뺨에 닿았다. 단숨에 다가온 아득한 크기의 탑주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청록색의 확장된 동공이 나를 바라보다 이내 덥석, 탑주가 내 양 뺨을 붙잡았다.
“무슨…….”
―어머, 어머.
“이거 놓―”
쾅! 멈춘 공간이 뒤흔들릴 정도로 거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눈앞으로 검은 연기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눈을 끔뻑이자 탑주는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져 저 멀리 가 있었다.
―이것 참. 재미있네!
“…….”
―그래서 너, 나한테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단숨에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쏠리는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입을 열려 하자 덥석, 이번에는 손목을 붙잡혀 뒤로 당겨졌다.
나를 당긴 건, 조금 전 탑주를 공격했던 형이었다. 왜 그러냐는 듯 시선을 보내자 형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승리한 사람이 있다면 패배한 사람들도 있는 거지?”
―당연하지~
“그럼 패배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지?”
―이미 알고 있잖아? 그야 당연히……. 아니다. 궁금하면 직접 보는 걸 추천할게.
탑주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손뼉을 한 번 쳤다. 그와 동시에 훅, 시야가 바뀌며 처음 있었던 장소로 되돌아왔다. 망할 끈은 그대로였다.
끈을 보자마자 나온 한숨을 내뱉고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가 둘러보니.
“…….”
“저, 저희 어떡…….”
두려움에 가득 찬 우리 쪽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감스럽게도 그중 두 명은 나와 팀이었던 사람들이었다. 대결했을 때 가장 먼저 나왔던 두 사람.
‘…검은 끈.’
그래. 지화연 씨에게서 검은 끈의 사람들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상황이 들이닥치니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다만 전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한숨은 마음으로만 내쉬었다.
―자, 안녕! 너희도 알겠지만, 게임의 패배자는 검은색이야! 그럼 패배자는 벌칙을 받아야지? 응? 너희들도 기대되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절규 섞인 비명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벌칙은 바로바로! 사망이야! 너무 좋은 대우지? 그렇게 생각해. 그야 봐주고 있는걸.
검은 끈의 사람들은 전체 인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봐주고 있다면서 초장부터 절반을 탈락시킨다고.
“허.”
헛웃음이 다 나왔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바란 걸까.
주위에서 온갖 외침과 비속어, 울음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그럼 같이 카운트다운을 외칠까? 3, 2, 1 하는 거야? 알았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절반은 너무 많았다. 게다가 검은 끈의 S급들도 많아 더욱이 안 좋았다.
―그럼 시작한다? 3!
하지만 처음 생긴 상황이니, 끝까지 확인하고 멸망까지 다 본 다음에 돌아갈까. 그래도 마찬가지일 텐데. 어차피…….
나는 옆에 서 있는 형을 흘긋 쳐다봤다.
중간이 아닌,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거니까.
―2!
끝까지 확인하는데 일이 잘 풀리면? 너무 잘 풀려서 멸망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인원이 모자라서 실패하면? 아니, 애초에 계속해서 이 꼴이면 돌아가도 반 토막 나는 건 똑같은 거 아닌가.
그래. 일단 전부 확인한 다음에 돌아가서 다음엔 인원을 조금만 데려오면……. 아니, 이 시점에 내 영향력은 적어. 돌아간다 한들 바꿀 수 있는 일도 없을 텐데 그냥 내버려 둬도―
쾅!
탑주가 마지막 1을 외치기 전, 공간을 장악하는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몸이 퍼뜩 튀어 올랐다. 주변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우와?
‘무슨…….’
형이 뻗었던 손을 내려놓았다. 동시에 형의 손끝에서 자잘하게 피어나던 연기가 사라졌다.
―뭐야. 또 너야? 아까도 그러더니.
탑주는 아마도 아까 내게 접근했을 때를 말하는 듯했다.
―왜 흥미진진한 흐름을 끊고 그래?
“할 말이 있으니까.”
―흐음?
휘릭. 탑주가 다리를 꼬아 앉는 것처럼 자세를 취하며 거만하게 형을 내려다봤다.
―뭐, 그래. 흐름이 끊겨서 화나지만 일단 한번 들어는 볼게. 부디 내 흥미를 돋우는 말이었음 좋겠네. 안 그러면 네 머리부터 ‘펑’ 해 버릴 거니까.
그 말에 나는 형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인 건지.
아니, 차라리 잘됐어. 형이 여기서 죽고 다시 시간이 되돌아가면 다음에는 어떻게든 인원을 절감해서 데려오면 되니까. 적어도 우리 쪽 사람들이라도.
나는 숨을 죽이고 형이 말하는 것을 지켜봤다.
“내기를 원한다.”
―내기?
“그래.”
탑주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슨 내기?
“탈락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아닌, 탑에서 내보내는 걸 대가로 하는 내기를 원해.”
―음, 음. 그렇구나. 근데.
쿵. 언제 흥미로워했냐는 듯 탑주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내가 왜?
살기가 공간을 뒤덮었다. 그 살기에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중압감에도 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게임을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응. 좋아하긴 하지. 근데 그런 재미도 없는 내기를 굳이 해야 하나 싶어서 말이지~
“왜.”
형이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말했다.
“쫄았나 보지?”
―…….
탑의 주인이 놀란 듯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허?
표정이 어두워지며 하늘이 일그러졌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내가 너무 쉽게 보였나 봐. 많이 봐주고 있기는 했는데 말이지.
쿵! 탑주가 거침없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곤 갈라지는 인파를 지나 형에게 다가왔다. 중간에 누군가가 공격을 날렸지만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우뚝. 탑주는 형이 팔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다다라 멈춰 섰다.
―그래, 좋아. 받아 줄게, 그 내기.
자신보다 훨씬 큰 탑 주인을 보며, 형은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또렷하게 시선을 마주치고 있었다.
저걸 받아 줄 줄은 몰랐는데. 놀라운 상황에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더 놀라운 대답이 형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뭐?
그 말에 탑주가 기가 찬 듯 형을 노려봤다.
―그럼 어찌해야 믿으실까?
“언약.”
쾅!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단숨에 분위기가 변했다.
―…허?
소용돌이치는 듯한 탑주의 얼굴에 나는 의아함이 들었다. 도대체 언약이 뭐길래 저리 호들갑이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 좋아. 받아 줄게. 재미있으니까.
딱. 탑주가 손을 튀기자 탑주의 심장 부근에 하얀 진이 작게 펼쳐졌다.
―그 대신, 내가 이기면.
탑주는 형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죽일 거야. 특히 너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전부 팔다리를 분해하고 살점을 하나하나 뜯어 너의 입에 그 살점을 처넣어 줄 거야. 그리고 너는 스스로 자결하지 못하도록 막아, 이 탑을 끝까지 클리어시킬 거고. 또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바깥 것들에게 보여줄 거야. 그러면 바깥 것들은 네가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너를 비난하겠지. 왜 무책임한 말을 해서 희생을 만들어 냈냐고.
“그래.”
속사포로 뱉어 내는 탑주의 말에도, 형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탑주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뒤로 돌더니 이내 다시 하늘로 폴짝 올라갔다. 탑주가 멀어지자마자 주변에서 온갖 비난의 말들이 형에게 쏟아졌다.
“너 왜 네 마음대로 그딴 헛소리를 하고 있어!”
“맞아! 가만히 있어도 절반은 사는데, 너 때문에 다 죽게 생겼어! 어찌할 거야! 너만 살려고 그런 거지, 이, 이기적인 자식!”
“사죄해! 어찌할 거야! 망했어! 망했다고!”
“뭐? 니들 우리를 죽게 내버려 두고 니들만 승승장구하려 했어? 이 쓰레기들아!”
“어쩌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리는 그럼 닥치고 죽으라는 말이냐? 진짜 못돼 처먹은 새끼들이네!”
상황은 단숨에 말싸움에서 몸싸움으로 변해 갔다. 말리는 사람도 여럿 있었지만 얼마 못 가 본인도 휘말려 싸움에 참여하게 됐다.
―하하!
탑주는 그 상황이 재밌는 듯 지켜보다 형을 흘긋 쳐다봤다. 그 시선이 마치, 이런 쓰레기들인데 정말 살릴 거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싸움이 더 크게 번질 기미를 보이자, 참다못한 누군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역겨운 새끼들아!”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상당히 화난 듯한 해나 씨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니들 뭐 하냐? 뭐? 왜 살리냐고? 지금이 그딴 개소리를 지껄일 때야? 니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그 후로는… 상상 이상의 욕설이 해나 씨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참신한 욕설들이었다.
지화연 씨가 제 머리를 부여잡고 기어코 터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나 씨가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들을 죽일 듯 다가가려고 해 지화연 씨가 말리기까지 했다.
“아니, 좀 놔 봐. 저 빌어먹을 새끼가 먼저……. 야! 너 쪼갰냐? 뭘 쪼개!”
“제발 진정 좀. 제발.”
―아하하!
뭐가 그리 웃긴지 탑주는 배를 부여잡고 한참을 웃어 댔다. 그러다 겨우 웃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이것도 재밌지만, 게임을 해야 해서 말이지…….
휙! 재빠른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비명의 정체를 파악하려 뒤로 돌려 했으나, 그러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일단 탈락자는 따로 분리하도록 하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줄에 대롱 매달려 있었다. 검은 끈은 사라진 상태였다.
―원래 짝대로 진행을 안 하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짝은 그대로 진행이야.
아니, 잠만. 뭐?
―그리고 원래 2층인 만큼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하려 했는데, 이것도 생각이 바뀌었어. 뭐, 이유는 잘들 알 거라 생각해.
그 말에 몇몇 시선이 형에게 꽂혔다. 그러자 해나 씨가 뭐 어쩌라고! 라며 외침과 동시에 또다시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모델 일은 어떻게 하신 거지. 아니다. 성격은 착하니까……. 아마.
―게임 룰은 간단해. 몰려오는 적을 토벌하여 마을을 지키면 끝, 이면 내기가 안 되지? 그래서 바꿨어.
펑. 퍼벙. 탑주의 곁으로 세 개의 유리 공예품들이 나타났다. 방금 게임에서 룰을 설명해 줬던 것들이었다.
―내 아이들이 직접 마을을 해하려는 애들을 지휘할 거야. 그리고 동시에 이 아이들도 공격을 할 거고. 너희가 내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해. 이 아이들을 포함해 적들을 전부 죽이면 끝이야. 그럼 룰 설명은 이쯤 하고.
탑주가 형을 노려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어디 한번 발버둥 쳐 봐.
그와 동시에 형이 나를 쳐다봤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선을 마주치자, 형은 오묘한 표정, 아니,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 전, 훅, 다음 게임으로 이동됐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