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9
39화
콰과과광!
수없이 많은 별이 떨어지며 주변이 단숨에 초토화됐다. 별 대부분을 유리 토끼 쪽으로 쏴 댔지만 헌터들에게 피해를 안 준 건 아니었다. 그러나 헌터들이 큰 상처를 입은 건 아니었기에 싸움에 마저 집중했다.
‘뒤쪽으로 열 걸음.’
쿵. 마지막 별까지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땅에서 발을 떼 곧장 유리 토끼의 뒤로 튀어나갔다. 단숨에 유리 공예품의 뒤에 다다라서는 허공에 강하게 낫을 휘둘렀다.
푹. 익숙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낫에 찔렸다. 그 순간 몬스터의 입에서 기계음 같은 소리가 내뱉어졌다.
―끼리릭!
철퍼덕. 나는 낫에 잡힌 무언가를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두둥실 떠 있던 유리 토끼가 고장 난 듯 몸을 뒤틀다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낫에 박힌 무언가가 격렬히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더욱 강하게 억죄자, 투명했던 무언가가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게 본체인가?”
눈알이 다닥다닥 박힌 보라색 문어 같은 모습. 누가 봐도 하찮게 생긴 모습이었다.
―끼리릭, 끼기긱!
쉭. 문어의 촉수가 나와 겔탄 사이에 있는 끈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다 투웅, 겔탄의 꼬리에 막혀 튕겨 나갔다.
―끼리릭. 끽…….
문어의 발버둥이 점차 사그라졌다. 이윽고.
[YOU WIN!]툭. 나는 문어에게서 낫을 빼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 말하려 다가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꾹, 지도를 눌러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너무 과했나.’
앞으로 층이 몇 개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기력을 많이 쓰는 게 과연 맞는 판단일까. 아니, 그래도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상관은―
“본체가 어디 있는지 파악했으면서, 왜 그런 과한 공격을 한 거야?”
“…….”
쓸데없이 예리한 지적에 나는 겔탄을 잠시 노려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답해 주었다.
“결계가 쳐져 있었어. S급이나 A급의 공격을 맞아도 무너지지 않는 결계. 그래서 그걸 부수려면 강한 힘이 필요할 거 같아서 그랬지.”
“음. 예리하네!”
어련하실까.
토끼 유리 공예품은 본체만 파악해 죽이면 됐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어그로를 끌어 줬으니 그나마 할 만했던 거고, 혼자였으면… 나 혼자 공격을 다 받아야 하니 아무래도 힘들었을 터였다.
‘다음은 61이었나.’
푹, 한숨을 내쉬며 글자가 쓰이는 곳을 바라보자 조금 의아한 모습이 비쳤다. 나는 눈가를 찌푸리고 다시 글자를 확인했다.
[LV. @!#]지지직거리며 숫자가 바뀌는 모습에 긴장을 놓지 않고 바라보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게임은 잘 즐기고 있어? 음. 사망자가 없네. 못 즐기고 있나 봐.
헛소리.
―지금 글자가 지지직거리는 건 좀 수정 중이라 그래. 의외로 잘 싸워서 말이지. 그래서 그냥…….
띵. 글자가 바뀌었다. 그 모습에 표정이 저절로 썩어 들어갔다.
“잠만, 뭐……!”
―한 번에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재밌게 즐겨?
뚝. 전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주변이 다시 새빨갛게 물들었다.
[WARNING]그리고.
[LV. 999]“이게 뭔…….”
피융. 갑자기 날아오는 소리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콱. 발 옆으로 무언가 박힌 걸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망했다는 걸 단숨에 직감할 수 있었다.
“허.”
곰 모양의 유리 공예품. 물고기 모양의 유리 공예품. 그 뒤로 수없이 많은 몬스터들.
‘이번엔 내 쪽이냐.’
인생 진짜…….
나는 주춤 뒤로 한 발을 뺐다가 낫을 억세게 쥐었다. 괜찮다. 곧 사람들이 올 터이니.
―피육.
유리 물고기가 작게 물을 쏘았다. 쿠르릉. 하늘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자 하늘에서 파도가 쏟아져 내렸다.
훅. 파도를 가르자 이번에는 그 위에서 독 가루가 살랑 내려왔다. 겔탄의 꼬리가 한 번 거세게 휘둘렸다. 그러자 거센 바람과 함께 독 가루가 몬스터 쪽으로 날아갔다.
“…….”
계속해서 오는 공격을 막아 내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무언가 낌새가 이상했다. 왜… 다른 사람들이 안 오는 거지.
‘아니, 사실상 와도 진작에 왔어야 해. 분명 워프로 올 텐데 이렇게 시간이 지체될 리가…….’
잠만. 워프로 오는 거면…….
“…아. 망할.”
“응?”
워프로 안 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야 시스템은 공정하지 않으니까.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옆쪽에서 다른 헌터들이 뛰어왔다. 아마 그나마 가까워 큰 소란에 달려오는 것일 터.
‘맞네.’
왜 하필 내 쪽이지. 아까 토끼 모양을 죽인 게 문제가 됐나. 힘을 아끼려다 되레 힘이 남아나질 않겠네.
휘익! 나는 낫을 거세게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별이 함께 쏘아지며 몬스터 군단의 가운데가 뻥 뚫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옆에 있던 몬스터들이 금세 뻥 뚫린 공간을 가득 채워 나갔다. 한마디로, 끝이 없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있던 헌터들이 오는 듯했지만, 그래 봐야 두 쌍, 단 네 명뿐이었다.
나는 옆에 있는 겔탄을 쳐다봤다. 내 마음대로 움직임에도 겔탄은 잘 따라오며 싸우고 있었다. 되레 겔탄이 더 현재 상황에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몬스터들을 향해 세차게 공격을 가했다.
‘S급 던전 일곱 개. 아니, 열 개?’
어쩌면 그보다 더할 것 같은 수가 뒤섞인 것 같았다. 그냥, 토 나오는 숫자였다.
‘망할, 몬스터가 끝이 없어.’
게다가 두 개의 유리 공예품이 강한 공격을 퍼부으니, 몸이 멈추는 일이 없었다.
나는 몇 번이고 능력을 쏘며 몬스터 군단을 최대한 줄이고, 마을로 날아가려는 몬스터를 붙잡아 땅에 처박았다. 잔기침이 튀어나와 숨을 삼켰다.
헌터들이 서서히 늘어났다. 아무래도 이상함을 눈치채고 돌아다니는 헌터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방심하긴 일렀다. 후드득 쏟아져 내린 화살 비가 뺨을 스쳤다.
‘광역 공격을 한 번 더 해야…….’
나는 하늘 위로 손을 뻗었다. 하늘에 그려지는 검은색이 점차 커지던 와중.
콰득!
“씹…….”
상어 모양의 얼음덩어리가 뻗은 팔을 물었다. 겔탄이 묶인 다른 쪽 팔을 이용해 떼기에는 겔탄이 주위 몬스터를 막고 있어 방해하기 어려웠다.
‘그냥 하자.’
우웅. 힘이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아까보다 범위가 넓어 힘이 쭉 빨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곧장 별들을 만들어 냈다.
이윽고 최대한의 숫자에 다다랐는지, 머리가 핑 돌았다. 나는 입술을 삼키듯 깨물며 주먹을 쥐고 팔을 강하게 아래로 내뻗었다.
콰르르릉! 몬스터 군단에 별들이 직격했다. 몬스터들이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으나 거대한 몬스터의 보호를 받은 몬스터들이 다수 살아남았다. 내 공격이 끝나자 다른 헌터가 광역기를 사용했지만, 그 역시 유리 공예품의 방어로 실패했다.
‘사람이 부족해.’
나는 팔을 내리고는 상어를 빼내 깨뜨리며 생각했다.
‘승현 헌터가 있었으면 더 빠르게 헌터들이 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승현 헌터는 한번 능력을 사용하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고, 사람을 태워서 빠르게 이동하는 능력도 있으니까.
‘아니면……. 아, 맞다.’
그쪽은 아직 발현을 안 했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휘익. 날아오는 공격 바로 앞에 별을 만들어 내 더 다가오지 못하게 터뜨렸다. 몇 번이고 날아서 마을로 가려는 몬스터들을 쥐어 터뜨렸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오자, 콰드득.
“아.”
바닥에 있던 몬스터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몬스터의 입에 다리를 먹히고 말았다.
몬스터가 단숨에 몸을 앞으로 움직여 균형을 잃고 몸이 기울어졌다. 넘어지려던 찰나, 옆에 있던 겔탄이 내 몸을 붙잡았다. 나는 겔탄이 나를 일으켜 세워 주기 전 발을 굴러 다리에 붙어 있던 몬스터를 터뜨렸다.
“너 괜찮은 거 맞아?”
“뭔 소리야.”
공격 하나 당했다고 사람을 이상하게 취급하네.
휘릭. 나는 낫을 고쳐 잡아 곧장 휘둘렀다. 아까와 달리 가로로 공격하자, 이번에는 몬스터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죽어 나갔다.
“됐냐?”
“…….”
겔탄에게 내가 멀쩡한 걸 확인시켜 준 나는 마저 몬스터들을 죽여 나갔다.
‘저 유리 공예품들은 저 자체가 본체인데.’
저 둘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들이었다. 일정 이상의 강한 공격이 꾸준히 들어가는 게 아니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한쪽은 공격 능력이 아예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저것들에만 집중할 수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 역시 매한가지였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유리 공예품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다른 몬스터들의 방해와 멀리서 날아오는 공격들로 인해 매번 무산됐다. 어차피 전부 죽여야 게임이 끝나겠지만, 유리 공예품들을 먼저 처리하면 남은 놈들이야 별게 아닐 텐데.
‘다행인 건, 쪽의 수가 많아진 거겠지.’
이 상태로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나머지를 이어 처리할 터. 그러니까 조금만 더…….
―지루해애.
유리 곰이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후드드득,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독 가루가 빠르게 쏟아졌다. 널리 분포되어 피하기도 애매했기에 그냥 소매로 코를 막고 독 가루를 맞으려던 찰나.
“숙여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곧장 머리를 숙였다. 머리 위로 붉은 액체가 하늘을 메워 독 가루를 받아 냈다. 독 가루가 섞여 들어간 액체는 쏜살같이 날아가 몬스터들을 벰과 동시에 몬스터들에게 독을 퍼뜨렸다.
익숙한 목소리와 능력에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지화연 씨와 해나 씨였다.
“죄송해요. 오는 길에 누구랑 꼬여서 왔다 갔다 좀 하느라 늦었어요.”
“네?”
묻기도 전, 후욱, 검은 연기가 살랑 가로로 길게 나아갔다. 퍼버벙! 연기에 닿은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갔다.
“아.”
이제야 오네.
지화연 씨의 뒤쪽을 보자 흰 반가면까지 개방한 형이 옆구리에 에단 씨를 끼고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고 있거나, 아까처럼 기다리면 끝나겠지 하고 가만히 있더라고요. 뭐, 그 밖의 얘기는…….”
푸욱. 지화연 씨의 레이피어에 몬스터가 대롱 꽂혔다.
“나중에 하죠.”
“가자! 저 망할 것들 쓸어버리러!”
파도 같은 보석을 만들어 낸 해나 씨가 신난 듯 지화연 씨를 데리고 몬스터 군단의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보다 말고 달려오는 몬스터를 처리하려 하자, 화악! 검은 연기가 몬스터를 집어삼켰다. 익숙한 공격 능력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반가면 아래로 눈을 찌푸린 형이 다가오며 물었다.
“포션은?”
“아, 있어.”
“근데 왜 안 쓰고 이러고 있어.”
“그야 아직 2층이고…….”
“움직이기 힘들잖아.”
“아니, 그렇게 힘들진 않은데.”
형이 한숨을 내쉬며 손목시계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들어 내 몸 전체에 뿌렸다. 피부에 닿자 단숨에 액체가 기화함과 동시에 상처가 아물어 갔다.
내 상처가 다 아문 걸 확인한 형은 곧장 뒤로 돌아 유리 공예품을 향해 달려갔다.
‘에단 씨가 고생이 많네.’
옆구리에 달랑 끼어 있는 채 형의 버프 담당이 된 꼴이니…….
지화연 씨의 말대로 오고 있던 사람들이 도착한 모양인지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반대로 몬스터들은 빠르게 사라져 갔다.
가쁜 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익숙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곧장 그쪽으로 달려갔다. 뻐억! 공격을 피해 날아가는 몬스터를 낫으로 낚아 바닥에 처박았다. 그 소리에 익숙한 사람들이 뒤로 돌아 반가운 듯 나를 불렀다.
“아, 한지언 헌터!”
윤시아와 박우윤이었다. 이쪽도 무사했던 모양이었다. 박우윤 역시 나를 보자 방긋 웃었다.
두 사람이 안전한 걸 확인한 뒤 나는 다시 뒤로 돌아 형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푸욱!
거대한 얼음 창이 형을 뚫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