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0
40화
검은 두루마기가 단숨에 피로 젖어 들어갔다. 그 모습에 곧장 별을 날리려 손을 휘적이는데, 꾸드득, 형이 잠시 뒤로 젖혔던 고개를 바로 하고 제 몸에 꽂힌 창을 쥐어 부서뜨렸다.
물고기 형태의 유리 공예품이 놀란 듯 파드득 떨며 높이 올라가려 했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금세 형의 손에 붙잡혔다. 형의 옆구리에 끼어 있는 에단 씨가 지르는 비명이 귀를 아프게 강타했다.
“…아, 맞다.”
콰득. 꾸드득. 형의 손에 붙잡힌 물고기의 형태가 일그러졌다. 물고기는 발악하듯 가시를 세우고 수없이 많은 창들을 쏟아 냈다. 그러나 동시에 검은 연기가 터져 나갔고, 대부분의 공격이 연기에 막혔다. 물고기가 세운 가시에 형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긴 했지만, 더 심한 상처가 나기 전.
콰장창!
물고기의 형태가 사라지며 유리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 물고기는 공격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오롯이 물리력을 이용해 기준 이상으로 공격해야 부서졌다. 그렇기에 내가 상대하지 못한 거고. 그야 힘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니까.
반면 소설의 기억도 있고 물리적 힘도 강한 형으로서는 비교적 상대하기 쉬울 터. 간단히 말해 게임에서의 만렙이 공략본까지 외운 격이었다.
그런 형이었기에, 유리 물고기에 닿기 쉽도록 찔린 듯했다.
‘괜한 걱정 했네.’
형이 손을 털털 털며 주위를 잠시 돌아보다, 쿵! 하늘 위에 떠 있는 유리 곰을 향해 뛰었다. 재빠른 속도에 유리 곰이 잠시 흠칫 뒤로 물러나는 듯싶다가 돌연 거대해지며 입을 벌렸다.
하늘을 나는 능력이 없는 형은 그대로 유리 곰의 입으로 들어가는 듯했으나, 챙강! 형의 검이 거대한 유리 곰의 얼굴을 반으로 갈랐다.
그런 형의 행동에 당황한 유리 곰이 곧장 몸을 작게 만들어 도망쳤다. 그러나 도망치는 유리 곰 바로 앞, 검은 연기가 그물망처럼 생겨났다. 형이 당기는 듯한 모션을 취하니 단숨에 줄어든 검은 연기가 유리 곰을 덮쳐 터뜨렸다.
‘그리고 아마…….’
나는 하늘에서 고개를 내려 주변 땅을 살펴보았다. 곧 작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성큼 그리로 걸어가며 가까워지자 미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강하지? 일단 독을 다시 마셔서…….
“그간의 짬밥이 있으니까 그렇겠지.”
―어?
나는 위를 올려다보는 작디작은 유리 곰을 그대로 발로 짓밟았다. 유리 곰은 와삭, 작은 소리를 내며 깨졌다.
‘타고난 힘도 있고.’
나는 몇 번 더 발을 문지른 뒤 그대로 뒤로 돌아 남은 몬스터들을 살폈다.
‘S급 던전의 최종 보스 정도 되는 것들이 하나둘…….’
그리 많지 않았다. 처음과 비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현저히 적어진 수였다. 이 속도면 아마 곧 끝날 터.
보통 S급 던전은 S급 헌터 한두 명과 A급 헌터 몇 명이면 해결됐다. 그런데 지금은 S급 헌터 다수, A급 헌터 다수이니… 말 다 했지, 뭐.
더 이상 강한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신난 듯 날아다니며 몬스터를 쓸어 죽였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간간이 마을에 날아드는 몬스터를 붙잡았다. 최소한의 휴식이라도 취하는 편이 좋을 테니.
그렇게 30분쯤 흘렀을까.
“마지막 한 마리!”
윤시아가 신난 듯 화려하게 움직여 마지막 몬스터를 커틀러스로 베어 냈다.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 박우윤이 움직임을 따라가느라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투욱.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지고 나자 신나는 음악이 들려왔다. 곧이어 하늘에 글자가 쓰였다.
[GAME CLEAR]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오며 시야가 변했다. 또다시 알록달록한 하늘에 탁 트인 하얀 바닥. 간단하게 대기장으로 불렀던 곳으로 돌아왔다.
―…….
“우왁!”
어떤 헌터가 놀란 듯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다른 헌터들 역시 서서히 자리를 비켰다. 그렇게 허전해진 가운데 빈 곳에, 사람들이 피했던 이유인 탑주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서 있었다.
탑주가 눈을 부라리며 형을 바라보더니 이내 성큼, 한 걸음씩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
한 걸음.
―아무도.
마지막 한 걸음.
―안 죽었지?
아까와 다를 바 없이, 형과 탑주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탑주에 말에 형은 비웃는 양 답했다.
“네가 보낸 것들이 약해서 그랬나 보지.”
약하다기에는 형은 그것들한테 수차례 죽었다. 간접적인 사유는 내가 그것들에 대해 형에게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서겠지만.
계속해서 노려보는 탑주의 모습에 형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기는.”
―…….
슉! 하늘에 대롱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마지막 사람까지 사라졌다.
―자, 모두 탑 밖으로 내보냈어. 됐지? 어차피 언약도 있으니까 말이야.
형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탑주가 무서운 기운을 내뿜으며 뒤로 돌아 뛰어오르려던 순간.
―아, 맞아. 그래.
그러며 딱, 탑주가 손가락 스냅을 하자 손목에 엮여 있던 끈이 사라졌다. 사라진 끈에 내가 안도하기도 전, 탑주가 고개를 돌려 겔탄에게 말했다.
―너, 원래 위치로 꺼져. 아무리 그분의 것이라 한들 봐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겔탄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중에 봐.”
그 말에 나는 친히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려 주었다.
사락. 겔탄의 몸이 천 자락처럼 뒤바뀌며 사라졌다. 그러자 다시 하늘로 뛰어오른 탑주가 입을 열었다.
―죽은 사람이… 이번엔 없었네. 대단해. 1층에서 좀 죽었지만. 그래서 뭐 좀 조정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 지금은 쉬고 있어. 아.
휙. 탑주는 우리 쪽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 대신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야.
그러곤 훅, 사라져 버렸다.
“드디어 풀렸다! 해방이야!”
자유로운 손목에 감격했는지 에단 씨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방방 뛰었다. 형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럴까.
몸이 지친 듯한 기운을 내뿜었다. 잠시 개방을 풀어야겠다 싶어 개방을 풀자 형이 내게 물어 왔다.
“지언아. 괜찮았어?”
“뭐… 큰일, 은, 없었지.”
“……?”
뭔 놈의 잔기침이 말을 할 때마다 중간중간 계속 튀어나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침을 삼키자 겨우 잔기침이 사그라졌다.
내가 잔기침한 걸 본 형이 물었다.
“어디 이상한 거 아냐?”
“아니, 괜찮은―”
그러나 말을 다 하기도 전, 울컥,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곧이어 검붉은 피가 입 밖으로 주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졌다.
“아.”
나는 곧장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주변 사람들이 다 본 후였던지라 별의별 소란스러운 말소리들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 그냥 개방하고 있을 걸 그랬나. 옷 다 더러워지겠네.’
개방 상태여서 그랬는지 몸에 독이 들어간 걸 깜박했다. 문양 개방을 하면 독이 퍼지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니까.
바들바들 떨리는 손에 해독제를 꺼내 들어 뚜껑을 열려 했지만 이상하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퉁, 둥둥… 해독제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아. 이거.’
망했네.
시야가 기울어지다 이내 뚝, 의식이 끊겼다.
♧♣♧
프리지어 길드 소속의 A급 헌터 에단 테일러. 보조 헌터로 이름을 알린 미국의 헌터. 그래. 그게 나다.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지.’
인원수 부족으로 나는 잠시 한국의 S급 헌터와 함께 움직였었다. 처음에는 강한 헌터를 더욱 강하게 보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지만, 보조 능력을 사용하기도 전에 일이 마무리돼서 그냥 짐짝 취급 당했다.
‘물론! 죽는 것보단 낫지. 어쩌면 쉽게 클리어한 거고. 근데…….’
무섭다고! 혼자 살기를 내뿜고 몬스터를 처리하는데, 그 살기가 나한테까지 온단 말이야! 난 몬스터보다 사람을 더 무서워하는데! 물론 몬스터도 무섭긴 하지만… 아무튼!
‘진짜…….’
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영웅이 된 것만 같아 가슴이 뛰었는데, 막상 안에서는 모양새가 참……. 그래, 보조가 뭘 어쩌겠어.
A급이라지만 실상 내가 탑에 들어온 것은 좋은 보조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종합 능력치는 간당간당한 A급이니까. 뭐, 보조 능력만으로 여기에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응.
‘그나저나…….’
나는 시선을 흘긋 옮겨, 바닥에 깔린 담요에 누워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분명 이름이……. 어, 음. 아니, 이름이 중요하진 않지.
‘분명 나와 짝을 했던 헌터의 동생이었지?’
형제가 쌍으로 S급이라니. 그런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근데… 마냥 좋아 보이진 않네.’
그야 저 누워 있는 헌터는 심각한 부상을 당해 쓰러진 상태였으니. 가족으로선 죽을 맛이겠지.
‘S급이 당할 정도의 독이면… 나, 살아 돌아갈 수 있으려나.’
누워 있는 헌터는 독에 당한 걸 모르고 있다가 개방을 풀자 그대로 온몸에 독이 퍼졌다. 그와 동시에 안쪽이 전부 뒤틀려, 해독제를 먹어도 피를 쏟아 냈다. 회복 포션까지 사용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결국, 소문이 자자한 푸른 물약까지 사용했다.
‘나도 아직 안 써 봤는데.’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푸른 물약의 제조자인 유명 S급 힐러 헌터 유아한이 한국인이니까. 나 같은 미국인에, 하물며 A급인 헌터에게 유아한 헌터의 푸른 물약이란 획득 불가능한 보물이겠지…….
‘응? 근데…….’
문득 든 의문에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곤 평소 친하게 지내는 S급 헌터, 해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해나.”
“응?”
“S급 헌터는 독에 당해도 통증이 미미해?”
나는 혹여 나와 짝을 했던 헌터가 들을까 조심스레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표정이 무서우니까!
“그건 왜?”
“아니, 그게, 독에 당했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가 저렇게 됐잖아. 그럼 고통이 안 느껴진 거 아닌가 해서.”
“그건… 독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독은 파악할 수 있어. 그야 몸에 이물질이 들어온 느낌이 드니까.”
“어? 그러면 저 헌터는 왜?”
“음…….”
“헌터가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걸 거예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몸이 저절로 덜컥 고장 난 듯 떨렸다. 내가 뻣뻣하게 뒤로 돌자, 아까 계속 눈이 갔던해나의 친구라는 헌터가 내 궁금증에 답을 해 주었다.
“아마 독이 퍼진 걸 파악…은 했으나 당장 큰 영향이 없어서 내버려 뒀던 것 같아요. 아니면 보유한 능력 중에 고통에 무감각하게 해 주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요.”
“오……. 그건 좀 가혹한데?”
“아까 너도 봤잖아. 온몸에 피 칠갑을 했으면서 태연한 표정으로 우릴 마주하는 거. 그건 문양을 발현한 지 석 달도 채 안 된 헌터가 보일 수 있는 태도가 아니야. 정말 체질 아니면 능력이겠지.”
“확실히. 나도 옛날엔 상처만 좀 심하게 나도 죽는 거 아니냐며 울었었는데.”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 나와 눈이 마주친 한국 쪽 헌터가 생긋 웃어 주었다.
스치듯 본 것만으로도 엄청난 얼굴인 걸 인식은 하고 있었는데, 눈을 마주치고 웃어 주니 놀라울 정도였다. 나중에도 계속 생각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해나도 분명한 미인이었지만, 이 헌터는 아주 확실한 매력을 소유한 미인. 간단히 말해서 그냥 예뻤다.
“그러고 보니 에단은 헌터가 된 지 2년 좀 넘었으면서 아까 엄청나게 소리 질렀지?”
“해나?!”
“아니, 계속 놀이공원 처음 간 어린애처럼 no, no, no, stop! 막 이랬잖아.”
“내가 언제……!”
얼굴에 열기가 차오른 게 느껴짐과 동시에 한국 헌터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곧장 뒤로 돌아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해나 미워! 그걸 왜 언급하는 거야!’
나는 성큼성큼 걸어 익숙한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떤 자식이 왜 그렇게 익었냐며 놀렸지만 무시하고 고개를 돌리자 우뚝, 곤히 자고 있어서인지 한층 더 어려 보이는 얼굴의 한국 헌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헌터가 된 지 별로 안 됐다고 했지.’
근데 이런 곳에도 오고, 고통을 느끼건 안 느끼건 분명 상처가 난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했고. 얼핏 보면 나보다 더 경력이 긴 헌터 같았다.
‘…저렇게 어린 사람도 고통을 뒤로하고 열심히 하는데.’
나는 소리만 질러 댔다. 물론! 그게 전부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나도 직접 움직였어야 했어.’
필요 없어 보여도 보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좋아. 힘내자!’
한지언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