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쿼리도】
거대한 진동에 눈이 뜨였다. 곧장 몸을 일으켜 앉아 주변을 둘러보자 진동의 정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너 다시 한번 지껄여 봐.”
“너, 너, 이러고도 나중에 괜찮을 것 같아?”
“어. 엄청.”
콰장창! 붉은 보석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보아하니 해나 씨가 누군가랑 싸우는 듯했다. 누군지는 모르겠다.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다.
시선을 바로 옆으로 옮기자, 이번엔 형이 보였다. 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까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궁금증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형, 언약이 뭐야?”
“너 방금 일어났어……. 몸은?”
“멀쩡해. 그래서 그게 뭐야?”
“…….”
푹, 형의 입에서 한숨이 튀어나왔다. 형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중에 알려 줄게.”
주위를 둘러보다 입을 연 거면…….
“그거랑 관련돼 있어?”
형과 나 사이에서 그것이라 칭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소설.
형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에 관련돼 있다는 건, 당연하게 소설에 적혀 있었다는 거겠지.’
난 언약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렇다면 언약은 내가 이곳 탑주와 싸우지 않고 다른 것과 싸웠을 때, 그러니까 형 혼자 이 탑주를 상대했을 때 소설에 나온 것인 모양이었다.
“음.”
지난 회차를 더듬어 봤지만, 형이 혼자 탑주를 상대한 회차가 너무 많았다. 간추리려 해도 간추려지지 않았다.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언약이라는 것 자체를 알았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나는 시선을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사람들이 꽤 됐다. 그 모습에 나는 형에게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얼마 안 지났어. 한 시간 정도.”
“…많이 지난 거 아냐?”
형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내보이며 멍하니 싸움을 보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
‘분명 조정을 하러 간다 했지.’
그런데 한 시간이 걸린다는 건…….
“…….”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기분 나쁜 감각이 물씬 풍겼다. 옆에 있는 형에게 절로 시선이 향했다.
아무래도 형 때문에 난도를 높이려 그러는 것 같은데.
‘…아냐, 사람을 살린 게 중요하지.’
형이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 뒤 다시 앞을 바라보자, 저 멀리 있던 지화연 씨가 나를 향해 걸어와 물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지화연 씨가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는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움직여 보였다.
“한지언 씨.”
“네?”
“혹시 고통이 안 느껴지시거나 그러나요?”
“…아뇨?”
내 대답을 들은 지화연 씨가 잠시 고민하는 듯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한지언 씨.”
“네?”
“몸에 이물감 같은 게 느껴지면 곧장 해독제를 드세요.”
“예?”
“이물감은 없지만 기침이 나거나 눈앞이 핑 돌 때도 드세요.”
“예에…….”
갑작스러운 교육에 내가 맥을 못 추자 지화연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협회 소속의 김서영 씨가 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의 지식을 겸비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몬스터 관련 지식만 겸비하신 걸 줄이야.”
“네? 아뇨, 이번에는 제가 집중을 하느라 몸 상태를 깜빡한―”
“그것도 교육의 부족이에요.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아세요?”
“…안전?”
“네. 안전이에요.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러셨을까.”
“…….”
이번엔 내 실수가 확실했다. 독을 소량만 마셔 괜찮을 줄 알고 내버려 두고 싸웠다가 이 꼴이 났으니.
“할 말이 없네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본 지화연 씨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돌아가면 교육부터 받으시길 권해요.”
“…네.”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야 난 두세 달 된 헌터니까. 경력이 오래됐으면 실수겠구나~ 치부할 수 있는데 나는 아직 헌터가 된 지 두세 달밖에 되지 않았다. 즉 다시 말해 뭔가 실수를 하면 단순한 지식의 부족으로 보인다는 뜻이었다. 결과적으론 교육을 받으란 권유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쿵쿵. 해나 씨의 싸움에 여전히 바닥이 울렸다. 주위 사람들은 싸움 구경에 삼매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종 층은 몇 층일까요.”
“그러게요. 나중에 한번 물어보죠, 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 하늘이 갈라지며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이어 한 칸 한 칸 생겨나는 계단에 저게 또 뭘까 구경하던 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너희를 옮겨 줄 생각은 없으니 알아서 기어 와.
지화연 씨가 말한 물어볼 시간은 없을 듯했다. 이제는 탑주가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이 없어 보이니.
해나 씨의 싸움이 멈췄다.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해나 씨가 본인의 길드 사람들 쪽으로 돌아갔다. 싸움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위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던 와중, 계단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건 형이었다. 형이 한 칸 발을 디딘 후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도 형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나 역시 문양 개방을 하고 계단을 올랐다. 그러던 와중.
“우왁!”
누군가의 외침에 뒤를 돌아보자, 아무 일도 없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는 계속 뒤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 계단을 오르던 사람들 중 몇몇이 갑자기 사라졌다. 누군가는 첫 칸을 오르자마자, 누군가는 몇 칸을 오르고 나서야 사라졌다.
‘나는 한참을 오르고 있고.’
무슨 규칙일까 싶어 나는 계속 시선을 굴리며 사라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하나 알게 된 건 그간 클리어하는 데 기여도가 높았던 사람들은 계단을 꽤 올랐다는 점이었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그러면 기여도에 따라 하는 게 달라지려나.’
참고로 나는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얼마나 올라갔냐면…….
턱. 나는 검은 천장을 손으로 짚었다. 천장이 막힌 걸 파악하고 뒤로 돌자 형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형 역시 막힌 천장을 바라보며 계단을 올랐다. 그러던 와중, 휙. 나와 같은 칸에 오르기 전, 형이 사라졌다.
“…….”
주변이 휑했다. 계단 위에는 나밖에 없었으며, 대기장 바닥에도 아무도 없었다.
“무슨 농간일까.”
혼자 있는 건 좋았다. 다만, 혼자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툭툭. 검은 천장을 두드렸다. 두꺼운 듯 턱 막힌 소리 말곤 들리지 않는 듯했지만, 주의 깊게 들어 보니 분명 미세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간.’
툭. 검은 천장에서 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쾅! 내려갔던 주먹이 재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검은 천장과 닿았다. 이내 천장이 갈라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나만 끝까지 수동이네.”
나는 다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갔다. 뚫린 천장을 통해 위로 올라가서 새로운 바닥에 발을 안착하자 구멍은 단숨에 사라졌다.
주위가 어두웠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거대한 회색 벽이 길을 이루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띠리링. 짧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해 알림음의 정체를 바라봤다.
[탈출구를 찾으세요!] [☆당신의 행운이 엄청나길 빕니다★]‘또 헛소리.’
나는 높이 솟아오른 벽을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다, 쾅! 높이 점프해 벽을 타고 단숨에 그 끝에 다다랐다.
벽의 위쪽에 안착한 나는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허.’
끝이 없었다. 오로지 회색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어두운 벽, 그뿐이었다.
‘탈출구를 찾으라고…….’
소리를 치면 메아리가 울릴 것 같은 이 비주얼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러면 사람부터 찾아야지.’
나는 손을 반쯤 들어 올렸다. 휘릭. 별 하나가 생기는 듯싶다가 곧장 흩날리며 사라졌다.
“…….”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사람을 찾으려 능력을 신호탄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근처에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헌터들이 던전을 탐험할 때 가장 기본적인 수칙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던전에서 길을 못 찾겠으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라, 였다. 그걸 모를 리 없으니 여기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 역시 벽을 타고 올라올 터. 근데 주변에는 사람은 무슨,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아까부터 든 생각이었다. 혹시 사람들이 사라진 칸의 뜻은, 난이도가 아닐까. 아니면 장소가 다른 걸까.
지금 상황을 보니, 내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은 것 같았다.
‘난이도는 모르겠지만, 장소는 다른 모양이네.’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 저 밑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키이익.
나는 곧장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생명체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공포가 콘셉트인가.’
꺾인 다리와 팔로 기어 다니는 시체가 곳곳에 즐비했다. 크기는 큰 것도, 작은 것도 있었다. 그런 몬스터들을 보며 잠시 침음을 내뱉다, 나는 이내 고민의 결론을 지었다.
‘지금 당장 할 것도 없으니까.’
훅. 나는 단숨에 몸을 아래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생겨난 낫과 함께 핑그르 돌아 낙하하기 직전, 몬스터 한 마리를 갈라 죽였다.
‘몬스터의 등급은 낮은 모양이고.’
그러면 당장 실행할 계획에 차질은 없을 터. 나는 몬스터에게서 떨어진 아이템이 없나 확인한 뒤 성큼 길을 걸었다.
―키이이익!
몬스터 하나가 나를 보자마자 기괴하게 기어 왔다. 나는 낫을 휘둘러 몬스터를 가뿐히 죽였다.
현재 내 계획은 간단했다. 보이는 몬스터 전부 죽이기. 몬스터를 죽이다 보면 무슨 이벤트가 생길 수도 있었다. 아니면 탈출구를 발견할 수도 있고. 그러니 그것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를 돌아보자, 왔던 길을 잃지 않고 되돌아갈 정도로 길이 피로 엉망이었다.
‘몇 마리 죽였더라.’
딱히 큰 상관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100마리 정도 죽이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대충 50마리쯤 잡았던가.’
손가락으로 생각나는 수를 정리하는데, 앞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쿵! 발을 놀려 몬스터의 머리를 짓밟았다.
“이제 56마리.”
그렇게 길을 마저 걸었다. 능력을 안 써서인지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아.”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나는 바닥을 바라봤다.
“분명 올라왔으니까, 아래는 대기장이려나.”
나는 박우윤을 처음 만났던 날의 미로를 떠올렸다. 크진 않았지만, 바닥을 부수면 바로 최종 보스 방으로 갈 수 있었던 그 미로. 어쩌면 계단을 올라야 했던 것은 거짓이고 아래가 진짜 탈출구가 아닐까. 그런 던전은 의외로 흔했다. 그러니까…….
나는 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이내 쿵! 발을 바닥에 떨구자 거센 진동과 함께 바닥에 금이 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직, 언제 금이 갔냐는 듯 바닥에 갔던 금이 메꾸어졌다.
다시 쾅! 이번에는 금이 메꾸어지기 전에 연속해서 발을 내리찍었다. 그러나 마치 게임의 효과처럼 비슷한 자국만 여럿 나지 이내 처음 생긴 금부터 시작해 모든 금이 메꾸어졌다.
‘꽝이네.’
내가 바닥에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다시 나아가려 하자.
―키릭?
―키이익.
―킥. 이이익.
수가 꽤 되는 듯한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소리에 몬스터가 몰린 듯 보였다.
‘일단 100마리부터 채우고 다시 생각하자.’
휘릭. 나는 낫을 한 바퀴 돌렸다가 이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휘둘렀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