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쾅! 나는 능력을 사용해 시야를 차단했다. 그 후 곧장 칼을 빼내고 상처 부위를 손으로 쥐어 눌렀다.
‘명치는 비껴갔지만, 꽤 위험한 부위니 빨리 포션을―’
휙! 뿌연 연기 사이로 내 관자놀이를 향해 공격이 날아왔다. 낫자루로 재빠르게 막아 냈으나, 그 힘을 다 못 이겨 살짝 밀려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명치 부근에서 피가 울컥 튀어나왔다.
텅! 나는 날아온 다리를 밀어내고 재빨리 뒤로 몸을 옮겨 포션을 몸에 들이부었다. 마시는 편이 효과가 확실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안 됐다.
뿌연 연기가 걷히기 전, 이번엔 정통으로 공격이 날아왔다. 나는 공격이 닿기 직전 피해 내 그대로 낫으로 내려찍었다.
연기가 걷혔다. 토끼 귀의 다리에 작은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보아하니 내가 낫으로 내려찍었을 때 만들어진 상처인 모양인데.
‘겨우 저 정도밖에 상처가 안 났으면…….’
꽤 귀찮은 상대였다. 근접형인 데다가 시비도 안 통하니. 그런 데다 근접형이라 맷집도 강한 듯싶었다.
‘괜찮아. 종합 능력치가 전부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필요 없다는 건 아니―’
쾅! 낫자루와 다리가 부딪쳤다. 그런데도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땅이 파였다가 복구되었다.
그렇게 버티던 와중, 옆에서 검은 단검이 목을 향해 쏘아졌다. 나는 재빨리 팔로 단검을 막아 냈다.
‘또 2 대 1…….’
휙. 팔에 꽂힌 단검을 빼내자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며 단검이 형태를 잃었다.
두 명을 훑어봤다. 한 명은 이성을 잃었지만 어째 아까보다 강해진 듯 보이고, 한 명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힘도 소진하지 않은 상황.
‘게다가 틈도 별로 없어.’
탈출구는 아마 하늘일 터. 그러나 올라가기 전에 방해를 받을 테고, 그 전에―
휘릭. 이성을 잃은 폰이 단검이라 보기 어려워진 무기를 부여잡고 빙 돌며 달려들었다. 이쪽은 피하기 쉬우나 문제는.
쿵! 뒤에서 날아온 공격을 팔로 막아 냈다. 두 공격이 차례대로 왔다. 나는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연계가 너무 잘되는 게 문제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힘을 아끼려 했거늘. 그래, 이런 상황에서 힘을 아끼며 이기려 했던 게 잘못이지.
낫날에 손을 얹었다. 그러곤 아래로 쓸어내리자, 낫날이 아까와 달리 하얗게 변해 빛났다.
나는 숨을 내뱉고 날아오는 공격에 집중했다. 곧이어 뒤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공격이 닿기 직전, 나는 낫을 휘둘렀다. 폰이 공격을 피해 낸 듯 보였으나, 촤아악! 상체에 베인 상처가 생겨나며 피가 흩뿌려졌다. 쿵! 폰은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뭐야. 분명 피했는데!”
“기분 탓이겠지.”
죽이는 편이 나을까. 하지만 또 어떤 놈들이 있는지, 몇 명이 있는지도 모르고, 현재로선 저게 제일 입이 가벼운데. 겔탄이 있긴 하지만… 그건 논외다.
‘그러면.’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토끼 귀가 흥미 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황 파악을 위해 보고 있는 듯한데, 그럼 보여 드려야지.
한 걸음, 토끼 귀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훅! 단숨에 다가가 낫을 휘둘렀다.
토끼 귀가 뒤로 물러나 날을 피했지만 길게 늘어진 한쪽 귀가 반으로 찢어졌다. 그와 동시에 뒤쪽에 있던 나무들이 우수수 잘려 나갔다. 토끼 귀가 표정을 찌푸리며 제 귀를 부여잡았다.
“고통이 느껴지나 봐? 난 장식인 줄 알았지.”
“…….”
뚜뚝. 토끼 귀는 갈라질 대로 갈라진 제 귀를 뜯어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곤 뒤에 있는 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폰. 돌아가라.”
“뭐? 싫어! 할 수 있다고! 아직, 아직 더 할 수 있어!”
“아니. 돌아가.”
“싫다고!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데! 나 아직 움직여!”
“…형태도 다 무너지고 있으면서 뭘 한다는 거지?”
그 말에 살짝 뒤를 돌아보자, 검은 액체가 거머리처럼 늘어나 폰의 전신을 뒤덮으려 하고 있었다.
‘역시 껍데기만 우리와 같은 모습이었네.’
녹아내리는 듯한 자신의 몸을 본 폰이 토끼 귀에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해. 넌 신경 쓰지 말고 네 갈 길이나 가라고!”
“쓸모를 다할 수 없으면 빠져.”
“그러는 넌 아무런 능력도 부여받지 못한 쓸모없는 것이면서. 동생 뒤에 빌빌 붙어서 겨우 여기까지 온 주제에! 너야말로 빠져!”
“…….”
그러곤 둘은 서로를 노려봤다.
‘…둘이 싸우나?’
그럼 나야 이득인데. 뭔진 모르겠지만 둘이 싸워서 한 명만 죽어 주면 좋겠다. 둘 다 죽으면 아주 좋고.
폰이 상처를 짓누르며 지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며 ‘안 돼’라는 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폰은 이내 번뜩, 나를 쳐다보곤 또다시 중얼거렸다.
“너만…….”
“응?”
“너만 아니었어도…….”
폰은 비틀,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키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아니었어도…….”
검은 액체가 이내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폰의 몸을 뒤덮었다.
뚜둑. 검은 액체가 폰의 몸을 파고들었다. 폰의 팔이 검어지며, 괴기한 형태로 변했다. 팔뿐만 아니라 전신이 검은 액체로 뒤덮여 괴상한 모습으로 변해 갔다. 뒤에서 토끼 귀가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은 폰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쾅! 검은 팔이 바닥이 튀어 오를 정도로 공격을 가해 왔다. 재빨리 피하자, 이번에는 뒤쪽에서 토끼 귀가 공격을 해 왔다.
‘저 꼴이면 말이 통할 리 없으니…….’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참 아쉽게 됐다.
쿵. 수차례 공격이 들어오고 나갔다. 한 명은 공격력이 극대화됐고, 한 명은 그걸 이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째서 단 한 번도 밀리지 않는 거지?”
“여기서 밀리면, 죽잖아. 당연한 얘기를 물어.”
순간 여기서 밀리면 그동안 헛산 게 아닐까, 라고 말할 뻔했다. 뭐, 죽는 것도 맞는 말이니까.
“그건 그렇군.”
“죽어.”
콰득. 이성을 잃은 폰이 내 팔을 물었다. 휙, 팔을 휘둘러 저 멀리 던지자 폰은 곧장 일어나 다시 달려들었다.
‘…그나저나.’
콰드득. 나무들이 부서지다 못해 바스러졌다.
‘여기서 이럴 시간 없는데.’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탈출구를 찾아 클리어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막혀 있었다. 아직 탈출구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인데.
“너희들, 도대체 목적이 뭔데 여기서 이러고 있냐?”
쿵! 토끼 귀가 내 바로 앞에 다리를 내려찍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바라보자, 마찬가지로 토끼 귀 역시 나를 노려봤다.
“…우리는.”
어라, 저쪽이 입을 열 줄은 몰랐는데.
앞뒤로 오는 공격을 막아 내며 토끼 귀의 말을 경청하려는데, 탁. 발이 무언가에 막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곧장 아래를 바라보자 수없이 많은 검은 손들이 다리를 묶어 오고 있었다. 능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너희를 막는 게 목적이다.”
뻐억! 관자놀이에 다리가 정통으로 날아왔다. 목이 비틀어지는 감각과 동시에 뇌가 뒤섞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밀리지 않게 버텼거늘, 허무하게 날아가 몇 그루의 나무를 부수고 나서야 몸이 멈춰 섰다. 내가 바닥에 주저앉혀진 몸을 곧장 일으키려 하자 토끼 귀가 말을 이었다.
“가장 좋은 건 너희를 죽이는 거다만.”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토끼 귀가 발을 들어 올렸다가 이내 쿵! 나는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해 낸 후 빠르게 일어서 압축한 별을 내쏘았다. 이번에는 토끼 귀가 뒤로 밀려났다.
나는 토끼 귀의 말에 대답했다.
“그것참, 우연이네. 우리도 그런데.”
쿵! 그렇게 수차례 공격이 오갔다. 그러다 꽈악, 또다시 발이 묶이고 공격이 들어왔다.
발을 묶인 상태로 겨우 공격을 피해 내던 와중, 나는 거대한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
‘방금―’
갑작스러운 감각에 순간 방심해 푸욱, 옆구리에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상황에 집중하려 하자.
쿵!
“윽.”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빠르게 터져 나갔다. 바람에 휩쓸려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던 와중, 촤아악! 무언가가 내게 뿌려졌다. 무엇인지 확인하려 재빠르게 몸을 바라보자, 상처가 말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포션?’
강대함과 동시에 익숙한 감각이었다. 분명…….
“…….”
나는 고개를 치켜들어 앞을 바라봤다. 익숙한 차림새의 뒷모습이 앞에 서 있었다.
“형?”
나는 눈을 끔뻑였다. 어떻게 여기로 온 거지? 그새 규칙을 파악했나?
그러나 무얼 묻기도 전, 단숨에 이동한 형이 검을 이용해 검게 변한 폰을 공격했다. 이성을 잃어 공격을 피하기 힘든 폰은 손쉽게 형의 검에 찔리고 베였다. 폰 역시 괴성을 지르며 팔을 휘둘렀지만 너무나 생각 없는 공격이었다. 형은 순식간에 폰의 공격을 피해 냈다.
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와중, 토끼 귀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
토끼 귀가 누군가의 이름 같기도 한 무언갈 중얼거리자, 우웅, 폰의 뒤에서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에서 수없이 많은 문어의 팔이 튀어나오며 폰을 잡아 삼켰다. 형이 문어의 팔을 공격했으나 수없이 튀어나오는 팔에 결국 폰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토끼 귀는?’
나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깨진 공간을 넘으려는 토끼 귀가 시야에 들어왔다. 곧장 땅을 박차고 다가가 낫을 휘둘렀으나, 휙, 간발의 차로 놓쳤다. 형이 오니 도망치는 건 무슨 심보냐고. 공정하게 2 대 2였는데.
‘…적어도 저쪽은 포션이 없으니.’
다음에, 그러니까 이따가 만나면 이길 확률이 높았다. 물론 방금 싸웠을 때 승패를 보는 게 제일 좋았겠지만.
‘됐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형에게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어… 공간을 부숴서? 비틀어서?”
“하나만 얘기해…….”
“부쉈어.”
부쉈다는 건, 내가 미로에서 천장을 부쉈던 것과 같은 의미일까. 분명 형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는데. 말하는 걸 보니 규칙을 어느 정도 숙지한 듯 보이고.
“여기 어떻게 해결하는 건지 알 것 같아?”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형은 무언갈 보여 주려는 건지 잠시 내게서 떨어지더니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다른 곳으로 향해서는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콰장창!
“오.”
공간이 부서져 내렸다. 하늘만이 탈출구인 줄 알았거늘, 그건 아닌 모양이지.
“이렇게 무언갈 부순다는 각오를 하고 부수면 부서져. 어떤 곳은 방금처럼 안 되는 곳도 있는데…….”
형이 갑자기 말을 흐리더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왜 그러냐 형은 중얼거리며 답했다. 정확히는 혼잣말이었다.
“안 되는 곳이 방금 지나간 거면, 지나가면…….”
“형?”
형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곤 생각난 무언가를 말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하나 물을 게 있는데.”
“뭔데?”
“아까 싸웠던 사람들, 저번에 말했던 그 헌터들이야?”
“던전에서 만났던 헌터들을 말하는 거면 맞아.”
“…그렇다면, 그 헌터들이 지나간 곳은 우리가 지나가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까 우리 쪽 헌터가 지나간 곳은 지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럼 형이 지나갔던 곳은?”
“그것도 지나갈 수 있었어.”
“그럼 이건 땅따먹기 같은 건가?”
“땅따먹기라기보단… 비슷한 게 있었던 거 같은데.”
나는 이상한 부분에서 집중해 고민하는 형을 보다가 이내 옆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콰장창! 공간이 부서져 내려 건너편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일단 움직이자. 가만히 있어 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나는 한창 생각에 빠진 형을 데리고 움직였다. 무너진 틈으로 발을 옮기자,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계속 공간을 부수면 된다는 거지?”
“아마.”
“형, 그러면 지금 남아 있는 힘은?”
“응? 멀쩡한데.”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뭘?”
“내가 형을 붙잡고 있을 테니까, 형이 빠르게 움직여 공간을 넘나드는 걸로.”
“…응?”
“그렇게 하다 보면 출구가 나오겠지.”
지금 상황에서는 단서도 뭣도 없었다. 단지 토끼 귀와 폰이 지나간 길은 지나가지 못한다, 이런 것밖에 알지 못하는 상황이니.
나는 성큼 형에게 다가갔다. 형이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콱, 형의 옷 뒷깃을 붙잡았다. 굉장히 의아하다는 듯, 형이 나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나는 말했다.
“뭐.”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