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지화연 씨의 팔에 파고든 상처로부터 피가 흘러내렸다. 팔을 타고 흘러내리다 뚝, 바닥에 떨어지던 피가 멈추더니 되레 중력을 거스르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오른 피가 몽글 맺혔다.
검은 액체가 넘실거리는 강에서는 몬스터가 완전히 형태를 잡았다. 사람과 묘하게 닮은 모양새였다.
끼기긱, 몬스터가 작게 소리를 내며 우리를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맺혔던 지화연 씨의 혈액이 날카로운 형태를 갖추었다.
몬스터가 한 발 내딛자, 피비빅! 벼려진 혈액들이 몬스터를 공격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공격을 가했다.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그다지 강한 몬스터는 아니었나 보네요.”
지화연 씨가 액체로 되돌아간 몬스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단순 방해 공작용인 듯한데…….
‘열쇠는 없는 모양이고.’
주변은 음침한 건물들로 가득했다. 건물에 들어가 봤자 나올 만한 건 없어 보였다.
나만 그리 생각한 게 아닌지 지화연 씨와 형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곧이어 나를 불러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선 처음에 나눴던 조별로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위,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서 갈 생각인데 한지언 씨는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어디로 가건 열쇠의 위치를 모르니까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죠. 그럼 지금 서 있는 대로, 제가 왼쪽, 한지언 씨가 오른쪽, 한지운 헌터가 위로 가죠.”
나는 반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흩어져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남은 인원들을 훑어봤다.
‘윤시아, 박우윤. 임하늘, 박하국, 곽상훈……. 나 포함 여섯 명인가.’
한 명은 낙오된 듯 보였다. 몇 명은 탈락으로 내쳐졌고.
“일단 저희는 오른쪽으로 갈 예정인데, 막히지 않으면 쭉 그리 갈 겁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 계실까요?”
다른 의견 있냐는 물음에 손을 든 건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저… 강을 따라 이동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박우윤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의견을 말했다. 나는 그 의견에 답했다.
“확실히 갈 길이 정해져 있으니 좋겠지만, 그게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불확실해서요. 강을 따라 공간을 부숴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강이 이어져 있을까 싶고요.”
“아. 그러면 강 아래는요?”
“아래요?”
“네. 이어져 있을 리는 없지만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아니다. 아니에요. 너무 생각 없이 말한 것 같아요.”
“네? 아뇨. 좋은 의견인 것 같은데.”
“맞아요! 좋은데요?”
윤시아가 맞장구쳤다.
평범한 땅 아래라면 별거 없을 수 있겠지만, 만약 갑자기 생겨난 강 아래라면? 그저 똑같은 공간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당장 이동하려 했던 곳도 갈 곳이 없어서 가려던 거니까.
“잠시만요.”
지화연 씨에게 다가가 오른쪽이 아닌 강 아래쪽으로 간다고 말하자 지화연 씨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나쁘지 않네요. 그럼 차라리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요?”
“한지운 헌터는 위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가고, 저는 왼쪽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거로.”
“돌아…오신다고요?”
“네. 그리고 한지언 씨도 별거 없으면 그냥 올라오시면 돼요.”
“별거 있다면요?”
“10분 넘도록 안 올라오시면 그땐 저희가 가도록 하죠.”
“너무 도박 아닐까요?”
“지금 상황에서 도박 말고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뭐가 있으면 대박, 아무것도 없으면 그렇구나, 정도인데, 하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건… 맞죠.”
나는 목덜미를 쓸며 지화연 씨의 계획을 수용했다.
이내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나는 사람들에게 새로 바뀐 계획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번에는 다른 의견 없이 모두가 의견을 수용했다.
고개를 돌려 지화연 씨와 눈을 마주치자, 지화연 씨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콰장창! 낫으로 강 윗면을 내려쳤다. 그러자 다른 곳과 달리, 부서진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핏 보면 공간이 갈라지지 않은 듯 보였다.
‘캄캄해서 그런가.’
나는 앞장서 부서진 공간 너머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철퍽, 땅에 차디찬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수구인가?’
다행인지 냄새 같은 건 나지 않았다.
나는 옆쪽에 나 있는 길로 걸음을 옮겨 다른 사람들이 내려오는 걸 지켜봤다. 그렇게 네 번째 사람이 들어올 무렵.
“어.”
입구가 작아진 게 느껴졌다. 정신적으로 나이를 먹는 탓에 신체에도 노안이 오나 싶어 눈을 비스름하게 뜨자,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윤시아 헌터!”
“예?”
나는 조심스레 들어오는 윤시아를 향해 소리쳤다.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윤시아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깜짝아!”
줄어드는 입구에 윤시아가 곧장 손을 떼고 내려오자 단숨에 아물어 든 입구에 다음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됐다.
“다시 뚫어야겠네요. 저쪽에서도 뚫어서 올 것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나는 그러며 낫을 휘둘렀다. 그러나 부서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부서지는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휘둘렀나 싶어 다시 낫을 휘둘렀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벌써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나 여기로 넘어온 사람들을 바라봤다. 박우윤, 윤시아, 임하늘 그리고 나. 총 네 명이었다.
충분한 듯 보였지만, 사실상 턱없이 부족했다. 그야 언제 어디서 S급, 아니, 그 이상의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데 딸랑 S급 한 명이랑 A급 세 명이서 움직이면 위험한 게 당연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는 그렇지.
“아무래도 입구가 막힌 듯합니다. 일단 움직이려 하는데 좋은 의견 있으신 분 계신가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아까부터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통. 통.
물을 첨벙이는 소리 같기도, 통을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명확한 건 당장 들리는 소리가 저것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저것이 미끼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론 저기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여기 들어온 것 자체가 도박이었으니, 들어와서도 도박인 건 당연했다.
“일단 저쪽으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여 뒤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소리를 쳐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이동했다. 길고 긴 하수구여서 평범히 걷고 있음에도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걸어갔을 때쯤, 통통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졌다. 혹시 천장에서 새는 물이 바닥에 떨어져 들리는 소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가까워질수록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
이 소리는 분명, 누군가가 고의로 두드리는 소리였다.
“어? 빛이에요!”
“네?”
임하늘이 뽈뽈 앞으로 달려 나갔다.
분명 앞에는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빛이 어디 있다는 거지?
“임하늘 헌터, 일단은 제가 먼저 갈 테니 뒤로 오시는 건…….”
“아뇨, 안전해 보여요! 반딧불이인가?”
“어, 저거 말하는 건가?”
그러며 박우윤 역시 앞으로 나아갔다.
“…윤시아 헌터도 무언가 보이시나요?”
“…음. 네.”
“저만 안 보이는 걸까요, 그럼.”
“아마도요? 혹시 몰라서 다가가진 않고 있는데.”
“저거 위험한 상태겠죠?”
“음. 어. 모르겠어요!”
그러며 윤시아는 방긋 웃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위험한 것 같은데 싶어 고개를 돌렸다가.
“엎드려요!”
소리치고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다행히 둘 다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앉았다.
그 모습을 보기도 전, 낫을 휘둘렀다. 쉬이익. 보라색 연기가 낫과 뒤엉키며 갈라졌다. 정확히는 스스로 갈라져 피한 느낌이 강했다. 귀 옆으로 낄낄거리며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환영인가?’
단숨에 뒤쪽으로 사라진 보라색 연기를 뒤로하고 사람들 상태부터 확인했다. 상태가 심한 건 임하늘 쪽이었다. 아프거나 그런 게 아니라…….
“빛은 뭔 빛……. 던전을 그렇게 많이 돌아 놓고, 겨우 빛 가지고 그렇게 방방 뛸 일이냐고…….”
반면 박우윤은 멋쩍은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환각에 걸리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예에. 보자마자 편안해지는 게 느껴진 걸로 보아 맞을 거예요.”
환각. 어떨 때는 행복한 것을 보여 주지만, 어떨 때는 괴로운 걸 보여 주는 정신 공격. 물론 나는 안 통한다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여기서 빨리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환각에 대한 능력도, 내성도 없는 것 같으니.
“한지언 헌터는 환각 대응 능력이 있으신 건가요?”
“네? 네, 있긴 합니다.”
“전 내성이 있어요!”
“그러셨군요.”
그건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그야 윤시아는 보긴 보는데 쫓아가지는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통. 통.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그러나 길이 쭉 나 있는 앞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당연했다. 소리는 뻥 뚫린 길 쪽에서 들리는 게 아니었으니까.
시선을 옆쪽으로 돌렸다. 차곡차곡 쌓인 벽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너머, 통통거리는 소리가 확실하게 들려왔다.
“여기인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 역시 아까부터 눈치를 챈 듯 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쿵! 가볍게 벽을 향해 능력을 사용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혹시 다른 사람들의 능력은 통하지 않을까 싶어 사용시켜 봤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어찌하나 싶어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황당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윤시아 헌터?”
“네?”
“뭐 하시는 건가요……?”
윤시아가 멀쩡한 커틀러스를 흐르는 물에 담갔다 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낚일 것 같아서요!”
“…하수구에는 물고기 안 살아요.”
“던전인데 있지 않을까요?”
“…….”
“맞는 말인 것 같기도.”
그 와중에 임하늘이 맞장구를 쳐 줬다.
‘파티원 잘못된 것 같은데.’
어떻게 찢어져도 이렇게 찢어지게 된 걸까.
“음, 근데 역시 안 낚이네요. 한지언 헌터의 말이 맞나 봐요!”
“네…….”
그녀는 물에서 커틀러스를 빼내더니 물을 터는 듯 휙휙 허공에 휘둘렀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이내 시선을 떼어 내고 어떻게 넘어갈까 고민하던 와중.
덜컹!
“오!”
벽이 갈라지며 문이 생겨났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감탄사를 내뱉은 윤시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어느 벽돌을 누르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다가 걸려서 뭔가 했는데 됐어요!”
새삼 드는 생각인데, 혹시 문양이 발현되면서 운도 같이 조정되는 거 아닐까 싶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잘하셨어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방긋 웃으며 칭찬을 내뱉었다. 윤시아 역시 따라 방긋 웃었다.
끼기기긱, 갈라진 틈을 열어 냈다. 관리가 안 돼 있던 건지 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컴컴한 안쪽에 나는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가 능력을 사용해 안쪽을 밝혔다.
“이건…….”
밝힌 안쪽을 보자, 예상치 못한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