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7
47화
왕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알아낸 정보는, 임하늘의 양쪽 눈 아래에 있는 점이 문양으로 인해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거였다. 양측 부모님께 하나씩 물려받은 거라더라.
그리고 문양을 개방하면 왕관이 머리끈처럼 되어있고. 머리가 길게 묶여 내려오는데, 없던 머리가 생기는데도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다나 뭐라나.
‘멀리서 봤을 때도 느꼈는데… 확실히 빈약하네.’
골격이나 근육은 확실한 남성이었으나, 뭔가 말랐다고 해야 하나.
임하늘이 말을 쉬지 않고 계속했다.
“그나저나 한지언 헌터는… 아직 헌터가 된 지 몇 개월밖에 안 되셨죠?”
“네, 뭐. 그렇죠.”
“그런데도 대단하네요. 이렇게 침착하게 있고, 생각할 수가 있다는 게.”
“…유전인가 봐요.”
“아, 그렇죠. 한지운 헌터도 초창기 헌터인데 그때부터 침착했죠. 유전 맞네요, 그럼. 부럽다.”
“…임하늘 헌터는 헌터가 된 지 얼마나 되셨나요?”
“저요? 저……. 음.”
임하늘은 그러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일단 초창기 헌터예요.”
“그럼 4년 차시네요.”
“음, 그렇죠. 근데 4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아직도 미숙해요. 아무래도 재능이 없나 봐요. 지금도 봐요. 윤시아 씨가 저보다 더 늦게 헌터가 되셨는데 더 잘나가잖아요.”
“그렇구나…….”
임하늘. 그전 회차에서는 별로 마주친 적 없는 헌터였다. 멸망의 순간까지 없었고. 아마 저 성격 때문에 헌터를 그만둔 모양이었다.
그건 안 되지.
“근데 재능이 중요할까요.”
“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국 다듬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재능이 있으니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는 거예요. 모든 일엔 노력이 수반돼요. 정말 조금이라 한들, 노력은 필요한 거더라고요.”
“…….”
“그래서 전, 결국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재능 있는 사람한테 지면 뭐 어때요. 자기가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중요하지.”
“…아하하. 한지언 헌터 되게 어른스럽네요. 스물다섯 살이셨던가?”
“네. 임하늘 헌터는요?”
얼굴을 보니 최소 스물두 살 정도는 돼 보이는데. 그러면 열여덟 살쯤 헌터 각성을 했겠고. 어찌 됐건 힘들었을 게 뻔했다.
“저는 올해로 딱 스무 살이네요.”
“…예?”
내 되물음에 임하늘이 의아한 듯 나를 쳐다봤다. 올해로 딱 스무 살인 거면…….
“열여섯 살 때 헌터가 되신 거예요?”
“그렇죠? 아, 그때 진짜 놀랐어요. 체육 시간 때문에 운동장에 나갔는데, 진짜 엄청나게 큰 꽃이 있는 거예요. 그때 애들이 막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근데 어떤 애가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땅에서 식물이 자라나더니 그 친구를 압박해 터뜨리더라고요.”
“…….”
내가 처음 몬스터를 목격했을 때와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 저랑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넘어져서 부축하려고 다가갔거든요? 근데 진짜 바로 코앞으로 식물이 휙! 다가온 거예요. 그 순간 아, 죽겠다~ 싶었는데 몸이 먼저 움직이면서 그 식물을 탁 잡았어요. 그래서 그냥 학교 지키고 곧장 집에 갔죠.”
어디 사는 마 씨랑은 다르네. 도망치는 게 합리적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는 뭐… 이름 잘 알려진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계약하고… 지금에 이르렀고요.”
“고생하셨네요.”
임하늘이 실없이 웃었다.
그렇게 한창 사적인 얘기를 나누던 와중, 문이 열려 곧장 진지한 척했다.
겨우 문밖으로 나온 왕녀는 세상 다 산 듯한 표정으로 느닷없이 고민을 늘어놓더니, 우리가 진지하게 상담해 주자 갑자기 또 순식간에 생기가 돋아났다.
“…….”
진짜 뭐 하는 스토리일까.
“일단 움직여야 하는데 위쪽으로는 못 가니…….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열쇠를 획득했으니 다른 사람들과 만나야 했다. 다만 아래, 왼쪽, 오른쪽, 위, 어디에도 공간이 무너진 곳은 없었다.
그때 왕녀가 불쑥 앞으로 나섰다.
“따라오도록. 내가 길을 아니.”
간단히 말을 마친 왕녀가 앞장서 걸었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뒤로 돌아 말했다.
“내 이름은 담화다.”
“예?”
“이름.”
“한지언입니다…….”
“저는 윤시아요!”
“박우윤…이요.”
“임하―”
임하늘이 제 이름을 다 말하기도 전에 담화가 휙,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임하늘이 입을 뻐금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이것 참, 유감이라고 해야 하나. 옆에서 박우윤이 임하늘을 달래 주었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꽤 빠른 걸음으로 걸어 금세 바깥에 다다랐다. 입구처럼 보이는 곳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분홍빛 하늘이었다.
나는 시선을 하늘에서 내려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처참한 꼴이었다.
무너진 건물과 깊게 파인 땅들. 여기는 분명…….
‘…돌아왔구먼.’
담화의 주먹이 세게 쥐어졌다가 이내 펴졌다. 그러곤 담화가 뒤로 돌아 물었다.
“어떻게 도와줄 거지?”
“네?”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
아까부터 생각했던 계획은 단순했다.
우리가 아래로 내려갔을 때, 다른 팀은 전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우리 팀원들이 다른 팀원에게 알렸을 터. 자연스레 형과 지화연 씨의 귀에도 들어갔을 거고, 내려와지지 않는 길을 보고 지화연 씨와 형이 할 행동은?
간단했다. 내려갈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 것. 하지만 현재 몇십 분이 지난 상태이고, 내려올 수 있는 길은 아마 없을 테니 못 찾았을 터.
‘그러면 자연스레 모이게 될 장소는…….’
턱. 가던 길을 멈추고 앞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무너진 마을이었지만 분명, 이 앞에는 결계가 쳐져 있었다.
‘만약 안 왔으면 알아서 해야지, 뭐.’
나는 내 뒤에 선 사람들을 보기 위해 뒤로 돌았다. 그러자, 사락.
“응?”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분명 임하늘의 눈이 흐릿했던 것 같은데.
‘아무런 느낌도 없으니 기분 탓인가.’
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십중팔구 다른 사람들이 안에서 싸우는 것일 터. 그럼 적어도 우리만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멋쩍게 뒷덜미를 쓸어내렸다. 그러곤 사람들을 한 명씩 훑어봤다.
먼저 박우윤의 경우는 근접과 원거리 전부 되지만 미숙. 윤시아는 다양한 방면으로 뛰어나지만 약탈할 대상이 없으면 공격 능력 부족. 마지막으로 임하늘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면모.
조합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맞지 않는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들이지.
“여러분, 그럼 일단―”
나는 적당히 작전을 정하고 들어가려 입을 열었다. 다만 내 말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부웅! 거센 소리와 함께 몸이 바람에 날아갔다. 몇 차례 무너진 건물과 부딪친 나는 발을 땅에 끌어 겨우 몸을 멈춰 세웠다.
‘…바람?’
몬스터의 능력이라고 하기에는 조잡하지 않았다.
‘어림잡아 S급.’
땅을 박차 곧장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결계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모두 마을 안에 있었다. 다만 문제는…….
“한지언 헌터! 엄청 강해요!”
그러며 윤시아가 무너진 분수대 위를 가리켰다. 가리킨 곳을 따라 바라보자 누군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분수대 위로 살포시 착지했다.
‘저건 또 뭐야.’
탈색을 두 번은 해야 나올 것 같은 금발에 찰랑거리는 긴 머리칼, 회색빛 눈에 펄럭이는 하얀 날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저것 역시, 폰이나 토끼 귀 같은 것이라고.
촤르륵. 허공에 수없이 많은 검이 생겨났다.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수많은 검이 빙그르 돌아 우리를 겨누다 이내 떨어져 내렸다.
나는 곧장 능력을 사용해 검들을 튕겨 냈다. 그러나 튕겨 난 검들은 끝도 없이 쫓아와 기어코 나에게 상처를 냈다.
‘내구성은 대충… 이 정도인가?’
나는 다시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칼날이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얀 날개가 잠시 멈칫하는 듯싶다가 다시 검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잠시, 하얀 날개는 하늘을 메운 검들을 없애곤 입을 열었다.
“꽤 당돌하구나.”
이어 그는 날개를 높게 펴곤 말을 이었다.
“과연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뭐를? 이라고 생각하기도 전, 콰과광! 갑자기 떨어진 검에 순식간에 당했다. 나야 닿는 순간 느껴진 감각에 몸을 방어해 큰 상처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듯했다.
“박우윤 헌터!”
박우윤의 팔에 검이 꽂히고, 다리 역시 검에 꽂혀 땅에 처박혀 있었다. 다행인 점은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박우윤은 곧장 제 몸에 박힌 검을 빼고 포션을 사용했다.
다른 사람들을 보자, 윤시아 역시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임하늘은…….
‘뭐야. 어디 있어.’
건물에 가려져 안 보이는 건가 싶었지만 건물이란 건물은 다 무너져 버린 마당에 안 보일 수가 없었다. 또한 임하늘도 임하늘이었지만 열쇠 역시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장 윤시아의 근처로 다가가 물었다.
“윤시아 헌터! 임하늘 헌터는, 그리고 열쇠는요?!”
“임하늘 헌터는… 몰라요! 담화는 저기! 저 비둘기 목에 있어요!”
비둘기? 나는 하얀 날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정말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분명 저건, 담화의 힘이 봉인됐던 오각기둥과 비슷했다. 다른 점은… 그 안에 있는 게 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이겠지만.
“제가 앞에서 싸울 테니 박우윤 헌터와 뒤에서 보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다른 헌터들을 살펴봤다. S급은 그리 많지 않았고, A급이 꽤 있었다. 문제는 그 A급들의 공격이 하얀 날개에게 닿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몇 명은 이미 죽은 것 같고.
‘기절할 수도 있겠는데.’
물론 정말 희박한 확률이다만, 상대해야 할 게 저놈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았기에 하는 소리였다.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가며 상대를 파악했다.
‘…능력은 바람, 그리고 검 소환인가?’
원거리 능력. 게다가 날 수도 있으니 까다로웠다.
‘하물며 저 날개.’
다른 헌터가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하얀 날개에 막혀 튕겨 나갔다. 날개는 깃털 하나 빠지지 않고 멀끔한 상태.
손으로 낫을 한 번 훑었다. 키이잉. 낫이 하얗게 빛을 냈다.
나는 즉시 하얀 날개에게 달려들었다. 유독 비어 있는 다리를 공격하자 긴장했던 것과 달리 한쪽 발이 힘없이 베어졌다.
그 모습에 잠깐 당황하자, 콰득! 검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 불편하고 쓸모없는 몸뚱이구나.”
하얀 날개 뒤로 수없이 많은 검이 생겨났다. 곧바로 내게 달려드는 검들을 서둘러 능력을 사용해 튕겨 냈다. 그러나 이어진 폭발로 인해 나 역시 튕겨 나갔다.
빠르게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하얀 날개를 보자, 언제 잘렸냐는 듯 멀쩡한 발목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나를 반겼다.
쿵! 질긴 신발이 내 목을 지르밟아 그대로 몸이 땅에 넘어졌다.
“이렇게 했더군.”
“뭘……. 설마.”
폰을 얘기하는 건가.
“감히 왕에게 선택받은 자를 짓밟다니. 하등한 것. 주제를 알아라.”
“자아도취도 정도껏 하지?”
“입이 참 요란하군. 그 귀도 똑같이 찢어야 정신을 차릴 건가?”
“옜다, 찢어 봐라.”
그러며 나는 고개를 돌려 보였다.
“찢을 수 있다면.”
“뭐라는…….”
이상한 낌새가 들었는지 하얀 날개가 휙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헌터들이 뒤에서 기습을 가해 왔다.
잠깐 허점이 생긴 하얀 날개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얀 얼굴에 길게 상처가 생겼다. 나는 다리를 놀려 하얀 날개의 발아래 짓눌리던 목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여기엔 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