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8
48화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하얀 날개가 혀를 찼다.
“어리석은 짓을.”
콰아앙! 거센 바람이 불며 땅이 갈라졌다. 바람에 헌터 몇이 밀려 나갔다.
S급 능력이라고 했던 건 취소. 그 이상이다. 바람에 스쳤는데 어떻게 옷이 찢기고 상처가 날 수가 있는 거지. 바람 능력을 지닌 헌터도 이 정돈 아니었다.
“천천히들 죽이려 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
하얀 날개가 높이 치켜올려졌다. 그러더니 하얀 날개의 머리 위로, 누가 봐도 나 위험해요, 하는 빛나는 검이 다섯 개 생겨났다. 하얀 날개는 잠시 숨을 내쉬는 듯싶더니 훅! 나에게 달려들었다.
“우선 너부터.”
콰득! 하얀 날개의 손아귀에 안면을 붙잡혔다. 뜯겨 나갈 것 같은 감각에 나는 하얀 날개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이 작게 빛나며 하얀 날개의 손목이 꺾이며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떨어진 손이 덜렁이다 이내 삐걱거리며 원래대로 되돌려졌다.
“참으로… 쓸모없구나.”
뒤에 있던 헌터들이 하얀 날개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따금 하얀 날개의 몸이 무너져 내리듯 부서졌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수복됐다.
‘몸이 약점이 아니야.’
저렇게 수복되는 걸 보면, 심장이나 머리를 공격해도 멀쩡히 살아 있을 게 분명했다.
‘역시 저것뿐인가.’
퍼덕 날개가 움직이며 하얀 날개가 단숨에 날아올랐다.
하얀 날개는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주 표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일 터. 나는 곧장 윤시아와 박우윤에게 다가갔다.
“혹시 제가 떨어질 것 같으면 발밑에 디딜 만할 정도로 능력 좀 사용해 주실 수 있나요?”
“가능은 한데… 제가 못 따라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걱정 마요. 윤시아 헌터가 붙어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들은 윤시아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방긋 웃었다. 망할. 진짜 왜 이제야 나타난 거지.
나는 다시 하얀 날개와 싸우는 헌터들과 합류했다. 하얀 날개도 공격은 분명히 맞는다. 다만 저 날개만큼은 맞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대강 눈치챈 것 같고.’
아까부터 능력이 날개 쪽으로 향했으니까.
문제는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데.
‘공격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거라면…….’
윤시아 쪽을 흘긋 바라봤다. 언제든지 가능한 듯, 둘 다 또렷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 광역기는 불가능. 낫에 힘을 부여해 검기를 휘두르는 것도 주위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불가능. 다른 사람과의 연계는… 아쉽게도 통하지 않을 것 같고.
‘그러면 광역으로 공격이 나가지 않는 걸로.’
휘릭. 낫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이어서 손에 하얗게 빛나는 문양이 생겨났다. 별 모양이 많은 문양은 이윽고 턱선을 지나 한쪽 뺨을 뒤덮었다.
이 기술은 나에게 종합 능력치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이유였다.
‘언제나처럼 연비는 구리지만.’
이럴 생각 할 틈이 없었다. 광역기보다 수배로 많은 힘이 빠져나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
퉁! 땅이 파이며 몸이 튀어 올랐다. 하늘에 닿을 듯 높게 튀어 오른 몸을 지체 없이 곧장 하얀 날개를 향해 처박았다. 하얀 날개는 예상한 듯 공격을 피한 뒤 빙그르 돌아 몸을 착지시켰다. 그러나 내가 집중한 건 공격이 아니라.
“어리석게 왜 피해.”
대롱. 내 손아귀에는 목걸이가 쥐여 있었다.
‘인벤토리에 안 들어가는 걸로 보아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 같고. 그렇다면 살아는 있다는 건데.’
문제는 어떻게 꺼내야 하는가였다. 쉽사리 부술 수도 없고. 나는 우선 손목에 목걸이 줄을 둘둘 감아 소매에 집어넣었다.
“…이번 거는 칭찬해 주지. 감사히 여겨라.”
“헛소리―”
휘익, 나는 하얀 날개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하지 마.”
뚜둑거리며 깊게 파인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회색빛의 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곧장 떨어지자 하얀 날개는 기괴하게 얼굴을 돌려 내곤 입을 열었다.
“그래. 넌 다른 것 같군. 인정하지.”
“죽어라!”
갑작스레 누군가가 튀어 올라 기습 아닌 기습을 했다. 그러나 예상한 듯한 하얀 날개가 고개를 돌려 기습을 막아 내려는 듯 팔을 들어올렸다. 직후, 하얀 날개가 팔을 내리자 쉐에엑! 무언가가 공간을 장악해 베어 나갔다.
기습하려던 사람을 곧장 보호했으나 그는 결국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헌터들은 사지가 드문드문 잘려 나갔다.
“아아악! 내 팔, 내 팔!”
“다리, 다리가! 상급 포션 좀 줘! 부탁이야! 내 건 아까 다 썼다고!”
“닥쳐! 이건, 이건 내가 써야 해! 내 팔 안 보여?!”
A급 헌터 다수의 신체가 잘려 나갔다.
박우윤 쪽을 슬쩍 살피자 윤시아가 공격을 대신 맞은 듯 깊게 베인 상처와 절단된 손가락을 포션으로 치료하는 게 보였다. 유아한 씨의 포션을 이용하면 재생함에도 굳이 상급 포션을 사용해 절단된 손가락을 붙이는 이유는, 아마 재생에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겠지.
덧붙여 말하자면 유아한 씨는 재생이 가능한 힐러다. 즉 다시 말해 납치 소동이 일어났을 때 불법 헌터에게 잘린 팔을 되돌릴 수 없다고 한 건 거짓말이라는 뜻이었다.
…그나저나.
‘힐러가 없는 게 역시 너무 큰가.’
힐러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있어도 힐러는 본인을 보호할 능력이 없고, 있어도 있으나 마나 정도여서 1층에서 아웃되거나 죽었을 터. 1층은 헌터들과 싸운 곳이고, 헌터들은 힐러가 약하다는 걸 지독하게 잘 알고 있으니.
“왜 방해해! 죽일 수 있었는데!”
“…….”
시선을 작게 돌려 보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A급 헌터가 화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보호해 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사람이었다.
“…상처가 심한 듯하니 물러나 계세요.”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야! 너 어디 쪽 새끼야! 비켜! 내가 할 수 있다니까?”
“그 꼴로?”
나는 대놓고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자 그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네가 뭘 어쩔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
“뭐, 죽고 싶으면 알아서 하시고요. 이젠 안 도와드려요.”
“…….”
안 도와준다는 말에 그는 곧장 꼬리를 내렸다. 속 보이는 자식이네. 지금 너 때문에 여럿이 피해를 입었거든?
나는 시선을 다시 하얀 날개에게로 향했다. 하얀 날개는 이젠 나를 주 표적으로 삼은 듯 내 행동 하나하나를 신기한 생물을 관찰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다르군. 그사이에 몸을 보호할 줄이야. 좋아. 결정했다.”
몸을 보호한 걸 눈치챘나.
휘리릭. 하얀 날개의 머리 위에 있던 빛나는 검들이 돌아가더니 이윽고 합체되어 하얀 날개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넌 특별히 고통스럽게 죽여 주마. 감사히 여기도록 해라. 내가 관심을 둔다는 뜻이니.”
“네 관심 같은 거 필요 없어.”
“흠? 너희들은 관심을 좋아하는 게 아니던가? 뭐, 그럼 뭘 원하지?”
“글쎄. 네 날개는 좀 필요할 것도 같은데.”
“아쉽게도 이건 줄 수 없으니, 대신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해 주지.”
“말이 안 통하네.”
화아악. 발밑으로 빛이 나며 별들이 퐁퐁 튀어 올랐다.
그렇게 수차례 공격을 받고 당했다. 그 과정에서 팔 한쪽이 탈구된 점과 상처가 많아진 점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모두 계획대로 진행됐으니까.
나는 툭, 다시 튀어 올라 그대로 하얀 날개를 향해 추락했다.
“쓸모없는 짓이거늘.”
그러다 하얀 날개와 닿기 전, 빙그르 돌아 발을 아래로 두었다. 내가 무얼 하려는지 눈치챈 박우윤과 윤시아가 빠르게 발받침을 만들어 냈다. 나는 그걸 이용해 곧장 방향을 틀어서는 하얀 날개의 뒤로 다다랐다. 그리고 놈의 오른쪽 날개를 붙잡았다.
“그만 좀.”
키이잉. 내 몸에 생겨난 무늬가 더 밝은 빛을 내뿜었다.
“끝내!”
뚜두둑. 하얀 날개의 날개가 뜯어져 나갔다. 커헉,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하얀 날개가 휘청거렸다.
‘역시, 날개가 힘의 원천이었나.’
이 정도로 타격을 입을 줄은 몰랐는데.
몸에서 빛나던 무늬가 사그라졌다. 나는 손에 쥔 날개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힘의 원천이면 좋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흰 가면 조각이랑 토끼 귀도 주울 걸 그랬나?’
다음에 만났을 때 또 생기면 주워야지.
“한지언 헌터!”
윤시아가 소리쳤다. 박우윤과 윤시아가 나를 도우려는 듯 다가오려다 무언가에 공격당했다. 다급한 목소리에 곧장 뒤로 돌자, 수없이 많은 검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즉시 능력을 사용해 검들을 없애려 했다. 휘릭, 검이 방향을 틀어 피해 냈다. 계속해서 검을 막아 내자.
푹.
“아.”
뒤에서 빛나는 검이 몸을 관통해 피 묻은 칼날이 시야에 들어왔다. 관통된 상처를 시작으로 비틀리는 감각이 온몸에 퍼져 나갔다. 그 감각에 몸에서 힘이 저절로 빠져나갔다.
“공격은 좋았다.”
“…….”
“그러나 끝을 내지 않은 건, 실망스럽군.”
날개는 재생하지 않았다. 적어도 약점이 맞기는 한 것일 터.
“흠. 비껴간 모양이군. 정확히 급소를 노렸다고 생각했거늘. 그새 피한 건가?”
쑤욱, 검이 빠져나가며 몸이 덜컥 떨렸다. 검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피가 울컥 쏟아져 내렸다.
“이 검에 한번 찔린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거다.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길 바랐다만, 곧 시간이 끝나서 말이지.”
아, 어쩐지 몸이 안 움직이더라니.
‘이번은 여기까지인가?’
몇 층까지 있는지 모르겠다만, 고작 3층에서 사망이라. 꽤 아쉬웠다. 고통에 눈이 절로 감겼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나는 번뜩 눈을 떴다.
‘…잠만. 이런 생각 하면 꼭…….’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내게 내려 찍히려던 검이 붉은 액체에 묶였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붉은 액체에 하얀 날개가 표정을 찌푸렸다. 하얀 날개가 붉은 액체를 무시하고 칼을 휘두르자, 캉! 검은 검과 맞닿으며 놈의 검이 막혔다.
“지언아. 괜찮아?”
“…….”
지금까지의 경험상 여기까지인가를 아무 생각 없이 말하면 사람들이 왔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도 그런 모양이었다.
“괜찮아 보여?”
“아니.”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지각이라고.”
“…길이 많이 막혀서.”
텅. 검이 튕기며 하얀 날개가 뒤로 밀려났다.
“아. 날개 찢었으니까 힘을 별로 못 낼―”
“말, 하지 마.”
그 말에 나는 합, 입을 다물었다.
형과 지화연 씨가 하얀 날개를 맡았다. 다른 S급 헌터들 역시 도착해 가세했다. 아까 하얀 날개의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어 의기소침해진 S급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로 다른 헌터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한편으로 옮겼다. 다행히 살아 있는 몇 힐러들이 부상당한 헌터들을 치료했다.
하얀 날개는 뜯어진 날개 때문인지 아까와 같은 힘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다음을 기약하지. 완벽한 힘으로 되돌아오마.”
그러곤 나를 쳐다보더니 훌쩍, 갑자기 생겨난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닫힌 게이트에 놈을 놓치고 말았다.
사라진 적에 사람들이 잠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늘이 검게 물들며 아까 보았던 탑주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다시 나타난 적에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상대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
“한지언 씨, 열쇠는요?”
“…구하긴 했습니다만, 아까 하얀 날개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이렇게 변했습니다.”
“안에 있는 건 1층에서의?”
“네.”
쿠르릉. 검은 손이 붉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곤 거대한 몸에 맞지 않게 빠르게 휘둘러 주변을 초토화했다.
“…부수는 건 너무 도박수겠죠?”
“지화연 씨, 도박 중독으로 상담받으시는 건 어떠세요?”
“…….”
지화연 씨가 대답 대신 웃음을 보였다.
쿵. 쿵. 거대한 손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방어마저 통하지 않아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사이 약간 회복해서인지 몸이 서서히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 몸을 일으킬 정도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구멍에 붉은 눈이 희번덕거리며 떠져 있었다. 그러다 눈이 데굴 구르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아.”
눈이 휘어 웃었다.
다른 손이 구멍 밖으로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내 머리 위로.
아까의 여파로 아직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팔로 몸을 띄워 던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다른 A급 헌터들은 이미 공격에 합류해 내 근처에 없었다. 지화연 씨도 조금 전 형과 합류했다.
저 멀리 뛰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러나 검은 손은 이미 내 머리 바로 위까지 다다라 있었다.
으스러지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몇 초가 지나도 몸은 멀쩡한 듯했다. 몸이 뭉개지는 대신 꽃향기가 코를 스쳐 지나갔다. 슬쩍 눈을 뜨자, 짧아진 청록색 머리가 흩날리는 게 보였다. 머리 위로 꽃들이 살랑거렸다.
“도와준다고 했으면서. 정작 도와줘야 하는 건 나 같은데 말이지.”
“…하하.”
멋쩍게 웃는 나를 보며 담화가 실소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내 물음에 담화가 거대한 손을 밀어내며 꽃을 사그라지게 하곤 말했다.
“시련이라고 해야 할까.”
“시련이요?”
“그래. 꽤 헤맸다. 죽은 자들의 모습이, 유모의 모습이 계속해서 따라오더구나.”
담화가 한 걸음, 중앙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걷는 길을 따라 꽃들이 피어났다.
“그때 네 말이 떠오르더군.”
“…제 말이요?”
“도와줄 테니, 포기하지 말라고.”
“아.”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확실해졌으니까.”
“뭐가요?”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가 말이야.”
담화가 살짝 뒤돌아 웃었다. 고고한 표정과 달리, 순박한 아이와도 같은 웃음이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