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
5화
【익숙한 것】
무너진 건물 안, 푸르러야 하는 게이트는 검은빛을 내뱉고 있었으며, 그 안에서 몬스터들이 징그럽게 튀어나왔다. 게이트에 들어가면 나오는 던전을 한 달 이내로 처리하지 못해 생긴 현상. 던전 브레이크였다.
아무도 게이트를 공략하려 들지 않았다면 협회에서 빠르게 처리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공략한다는 길드가 있었고, 그 길드가 협회의 독촉에 게이트를 처리했다는 허위 신고를 넣고 아이템을 사용해 게이트를 숨기고 기한 전에 처리하려 했겠지만 어느새 때가 지나 버린 것이었다.
쿵! 계속해서 나오는 몬스터가 건물에 부딪쳐 벽에 금이 갔고, 결국 벽이 바닥으로 넘어지자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수없이 봐 온 일이기에, 뭔 짓을 하건 결과는 같았기에 그것은 내 관심을 끌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내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렸으니.
‘진짜 이리 멍청해서야.’
터엉! 나는 낫을 쥐고 가볍게 뛰어올라 나에게 달려드는 몬스터의 목을 베었다. 그러자 거대한 목이 단숨에 잘리며 바닥에 떨어져 데굴 굴렀다.
형의 빙의. 그게 언제부터 시작한 건지 조금만 생각하면 다 보이는데, 회귀에 대한 기억이 없는 나는 그게 무서워 도망쳤다.
‘처음부터 달라진 점이 없는 게 뻔히 보이는데, 그게 겁이 나서 그냥…….’
허, 하고 작게 숨이 튀어나왔다. 추운 겨울이어서 입김이 뽀얗게 튀어나왔다 사라졌다.
‘겨우, 겨우 그 작은 응어리 하나 때문에. 잠깐의 행복에 흠을 낸다고.’
콰아앙! 몬스터들을 투박하게 절단하자 몬스터들이 죽어 나갔다. 나는 그런 몬스터들의 사이로 떨어지는 아이템을 몇 개 주워 들었다.
학위복은 어느샌가 하얀 저고리와 검은 답호, 하얀 허리띠로 변해 있었으며, 소매 안. 오른쪽 손목 안쪽에는 하얀빛을 띠는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익숙한 나에게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너무 안일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수없이 반복된 시간 동안 단언컨대, 기억이 없는 어릴 때 이변이 일어났던 적은 없었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나에게는, 그게 당연했다. 그랬는데.
‘망할, 하필이면 왜.’
이변은 되도록 기억이 있을 때 일어났으면 좋겠건만.
아무래도 세상이 날 미워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라면 망할 회귀나, 엇갈린 이변 같은 불행이 나에게 겹쳐 일어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세상을 탓하는 것도 너무 많이 하긴 했지만… 이건 진짜 너무한데.’
촤악, 몬스터의 검은 피가 흩뿌려지며 하얀빛을 띠는 문양 위로 튀었다.
문양. 정말 갑자기 튀어나와 갑자기 사람들에게 강한 능력을 주고, 대가도 안 받는다. 누가 봐도 수상했지만 정체를 알아내려 해도 별 소득이 없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문양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법했다.
전부 ‘소설’이라는 말로 설명이 되니까.
갑자기 생겨나서, 겉모습을 바꿔 주며,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유용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 전부, 소설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간단하지 않은가. 게이트가 생겨난 것도, 몬스터가 생겨난 것도, 내가 회귀를 하는 것도 전부!
‘…생각해 보니, 나만 조건이 너무 불리하잖아?’
누구는 회귀하며 몰랐던 것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돌아가고 나서야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데, 누구는 고생 안 해도 미래의 기억이 있어 바로 적용할 수 있고.
‘무얼 더 알고 있을까.’
내가 모르는 정보면 좋겠다만…….
‘일단은 편으로 두는 게 안전하겠지.’
물론 내 패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었다. 공개해 봤자 좋았던 기억은 없었고, 바뀌는 건 없었으니까.
‘…목표는 변함없이.’
모두 다 구하는 것.
텅. 몬스터들을 전부 해치운 뒤 낫을 바닥에 고정하고 문양 개방 상태를 해제하였다. 문양의 능력을 최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문양 개방 상태를 해제하자 옷은 학위복으로 돌아왔으며 땅에 박혀 있던 낫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후욱, 다리가 꺼졌다.
‘…이건 좀 바뀌면 좋겠는데.’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겨우 일어났다.
망할 문양은, 유감스럽게도 여느 만화에서처럼 각성한다고 해서 바로 힘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갓난아기에게 노트북을 쥐여 주면 쓸 줄 모르는 것처럼, 몸이 갑작스러운 능력에 적응하지 못해 사용하는 능력보다 누수처럼 흘러내리는 능력이 더 많았다. 문양 조화가 완벽히 된다면, 아니, 중간쯤만 가도 어느 정도 괜찮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처음 생긴 지라.
“지언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짚고 일어나자 저 멀리 멍하니 서서 나를 부르는 부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부모님을 향해 웃어 보였다. 내가 멀쩡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멀찍이 서 있던 부모님이 겨우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부모님이 완전히 다가오기 전,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아이템을 세게 쥐었다. 파삭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템이 부서지며 그 조각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제 좀 낫네.’
후, 하고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마석. 각기 다른 모습과 색을 가지고 있으며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아이템. 사람이 사용하면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아이템이며, 그 밖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이었다.
“너, 괜찮은 거 맞아?”
훌쩍 다가온 엄마가 나의 두 어깨를 덥석 잡고는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응했다.
“멀쩡해.”
“뭐가 멀쩡해! 아까―”
흠칫, 엄마의 손이 떨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엄마의 시선이 내 몸을 다급히 훑었다.
“분명…….”
“멀쩡하다니까. 좀 놀라서 그랬어.”
“놀라…….”
“정말 놀라서 그런 거 맞아? 어디 이상 있는 건 아니고?”
엄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아빠가 물었다. 나는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정말 멀쩡해.”
나는 괜찮다는 듯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은 걱정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곤 무언가 심각한 고민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지언아, 혹시―”
“헌터 얘기라면, 할 거야.”
“학교도 이제 막 졸업했잖니. 취업도 금방 할 텐데 굳이…….”
“엄마도 알잖아. 헌터가 돈 많이 버는 거.”
“돈 많이 안 벌어도 상관없으니까 굳이 위험한 일 안 해도 돼.”
“효도한다고 생각해.”
“뭔 효도야, 효도는! 그냥 안전하게…….”
문득 스스로가 과열한 것을 깨달은 부모님이 이내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었다.
부모님이 화를 내며 헌터 일을 말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억이 있다면 좀 자중해서 다니지.’
전부 나보다 먼저 헌터가 된, 형 때문에 생겨난 걱정이었다. 게이트 초기 시절, 형은 늘 부상을 안고 살았으니 말이다.
요즘의 헌터는 초기에 비해 사상률이 크게 줄었고 던전에서 나오는 마석이나 아이템, 던전의 부산물 등으로 돈을 많이, 아주 많이 벌지만 그것이 목숨을 담보로 한 돈벌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니 스스로 죽음에 가까운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자식을 부모가 좋게 볼 리가 있겠는가. 헌터는 게이트의 최전방에서 몬스터들에게 맞서는 직업이니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래, 지금 우리 부모님처럼. 부모님이 형에 이어 나까지 헌터 일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헌터로서 일하겠다는 자식을 부모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여기서 내가 반박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부모님의 말씀이 전부 맞는 말이었다. 헌터 일이 위험한 것은 맞으며, 이미 형이 벌어들인 돈이 많아 굳이 돈을 벌 필요도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헌터 일을 해야 했다. 그동안의 길을 걸어왔기에, 그것만이 내게는 당연한 전부였다. 내게는 이 길밖에 없었다. 내게 기억이 있는 이상은.
그렇기에, 내가 부모님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괜찮아.”
나는 살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형이랑 다르게.”
그러며 동시에 부모님의 손을 포개어 잡았다.
“걱정 안 끼칠게.”
늘 약조한 말. 늘 했던 약속. 그리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 잘 알잖아. 나 몸 사리는 거 하나는 잘하는 거.”
늘 지키지 못한 약속.
“…그래.”
그리고 아마, 또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생긋 웃어 보이는 내 모습에 긴장이 미세하게 풀린 부모님이 결국 어찌하지 못하고 답했다. 그 모습에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뭐, 별수 있는가. 내 숙명이 이리 정해져 있는데.
‘이건 해결됐고, 다음은―’
끼익, 부모님의 등 뒤로 검은 차가 세워지며 깔끔한 차림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러곤 주변 상황을 파악한 후 우리를 발견하고는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서울 헌터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늦어진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협회?”
협회라는 말에 부모님의 눈빛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이렇게 늦어서 사람들이 죽었으면, 그때도 죄송하다고 했을 겁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하고 자시고 당신네들이 늦어서……!”
부모님의 화의 근원은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문양을 발현한 내가 중심일 것이었다. 문양 발현은 대체로 무작위로 일어나는 편이나 세간에는 발현의 조건이 ‘위험한 순간’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었다. 실제로는 밥 먹다가 갑자기 문양을 발현한 사람이 더 많을 거다.
“엄마? 아빠? 일단 진정을…….”
“진정?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지금 진정하자는 말이 나와? 넌 애가 왜 그리 착해 빠져서!”
그래, 화가 나면 표출을 하는 게 맞긴 하지. 그래도 일단 부모님을 진정시키기 위해 협회 사람들과 멀리 떨어지게 했다.
“일단 진정하고 저쪽에…….”
“내가 진짜 속이 터져서!”
물론, 떨어뜨리기 전 부모님의 윽박은 10분 남짓 지속되었지만.
“…….”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다행히도 아까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문양을 발현해서요.”
“…문양을 발현하셨다고요?”
“네.”
“혹시 혼자 이 몬스터들을 처리하신 겁니까?”
“어……. 네. 그러면 안 되나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협회 사람들이 서로 곁눈질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그중 한 사람이 곧장 입을 열어 물었다.
“저, 이제 막 문양이 발현되셨다면 아직 문양 발현 신고를 안 하셨을 텐데, 괜찮으시다면 협회까지 모셔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 번거롭게 굳이 안 그러셔도…….”
“아뇨, 보답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이 정도를 가지고 보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희 협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대신 처리해 주셨으니 정당한 대우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러시다면, 네. 음,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이후 부모님에게 협회 사람들과 동행한다는 말을 하자 부모님은 열불을 내시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허락하셨다. 문양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알고 계셨기에, 이왕 다녀올 거 빨리 다녀오는 게 나으니 말이다.
물론 협회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눈초리로 같이 가겠다는 말을 하시긴 했지만, 그건 내가 불편했기에 어떻게든 얼버무려 무마했다.
‘그리고, 저렇게 열심히 어필하는데, 이 정도는 들어줘야지.’
생긋 웃으며 다시 협회 사람에게 다가가자 협회 사람 역시 웃어 보이며 차로 안내했다. 그러곤 조용히 차에 탑승했다.
이후론 조용히,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휙휙 지나가는 차 밖 경치를 구경했다. 협회 사람들이 무어라 말을 하긴 했지만, 어차피 다 같은 내용이었다. 협회가 좋다. 준정부기관 지정되었다. 대충 이런 소리 말이다.
‘애잔하다, 이젠.’
협회가 이리 애잔하게 나에게 협회의 장점을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협회는 현재, 인력 부족이었으니.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