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1
51화
【무너진 낙원】
심장 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살아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게다가 문양 개방이 해제되어 임하늘 본래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죽은 것일 터.
‘…결국, 끝까지 못 갈 운명이었던 건가. 아쉽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계속 살리는데도 결국 중간에 죽는 사람들.
‘형이었다면 뭔가 달랐을까.’
나는 다리를 쭈그리고 앉아 임하늘을 쳐다봤다. 탁해진 눈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임하늘 씨.”
오는 답은 없었다. 그런데도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요? 전에 했던 말, 임하늘 씨한테 하는 말도 맞았지만,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어요.”
노력해 봤자 재능 있는 자에게 밀린다. 임하늘은 내 상황과 비슷했다. 한 회차에서 노력해 강해져 봤자 다음 회차로 넘어가면 전부 사라지고, 처음부터 기준이 다른 사람들에게 밀려, 결국 강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고.
그래서 나는 합리화했다. 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그렇게라도 노력하는 거라고.
“근데 요즘은…….”
부정적인 생각이 왈칵 올라왔다가 이내 내려갔다.
“…사담이 너무 길었네요.”
나는 손을 올려 임하늘의 눈 위에 올렸다.
“좋은 꿈 꾸세요.”
임하늘의 눈을 감긴 나는 곧 그의 떠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담담하게 임하늘의 죽음을 알렸다. 이곳은 언제 끝날지 모를 탑이었기에, 시체 수거는 하지 않았다. 이 탑에서 시체는 짐이 될 테니까.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듯한 표정을 지은 건 박우윤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별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우윤은 그간 친해져서 그런 거겠지만, 여기서 누군가의 죽음은 당연한 거였다. 오히려 죽지 않는 게 운이 좋은 거지.
“…저희는 슬슬 들어가 봐야겠네요.”
그러며 지화연 씨는 옆쪽을 흘긋 쳐다봤다. 나 역시 따라 옆으로 시선을 향했다.
[☆00:05:32★]시간이 언제 이렇게 흐른 건지 모르겠다. 임하늘을 찾는 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사람들이 꽤 보였다. 예를 들어, 해나 씨나 에단 씨. 다행히 시간에 맞춰 이리 돌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구멍에서 계단이 내려와 있었다. 필시 저곳이 출구일 터.
“낙오된 사람은 안타깝지만… 이동하죠.”
지화연 씨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야 몇 명을 기다리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말이다.
우리는 계단을 타고 출구로 들어갔다. 그러자 익숙한 대기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익숙하지 않았다. 분명 익숙한데 익숙지 않았다. 조각난 하늘 너머로 보이는 새까만 하늘. 그것이 우리를 반겼다.
그렇게 사람들이 전부 올라오고, 익숙한 얼굴이 높게 솟아오른 땅 위에서 나타났다.
―아하하! 많이 죽었네?
그 말에 저 멀리서 누군가가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5층 정도 합치니까 이제야 죽는구나! 내가 조절을 잘못했나 봐. 처음부터 다시 만들 수는 없으니 별수 없지만~
5층 정도를 합쳤다는 건, 우리가 클리어한 게 3층이 아니라 7층 정도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못 올라온 사람도 꽤 있네? 좋아, 좋아. 못 올라온 사람은 아웃!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또 사망.’
―죽음!
뭐가 즐거운지 탑주는 까르륵 웃었다. 이제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됐다느니, 별소리를 다 했다.
―이런 파티를 나만 볼 수는 없지!
그러며 탑주는 손뼉을 쳤다. 동시에 조각난 분홍색 하늘 위에 다른 장소가 보였다. 전부 제각기 다른 장소였지만, 중요한 건 사람이 있다는 거였다.
―이 애들은 탈출도 못 한 채로 아웃이야! 참 멍청하지 않니? 제일 멀리 있던 애도 잘 탈출했는데.
그러며 탑주는 나를 쳐다봤다. …아마 각자 다르게 사라졌던 계단의 위치가 탈출구까지의 거리를 의미했던 모양이었다.
―참 재밌지 않니?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서 아무도 보지 못한 채로 죽임을 당하다니! 아, 그래! 천천히 죽는 게 더 재밌겠다!
하늘의 조각 중에는 우리와 만나지 못해 낙오된 팀원도 있었다.
―그럼 카운트다운할까? 음, 아니다! 이러면 되겠다.
탑주가 맞잡은 손을 놓고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이곳에 오지 못한 사람들의 앞으로 기괴한 형태를 한 몬스터가 생겨났다.
―저거 죽이려 해도 못 죽여! 그야 약점이 깊숙이 있으니까!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 사람들은 놀라 자빠지기도 하고 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는 공격에 하나둘 겁을 먹기 시작했다.
탑주는 그에 그치지 않고 좌절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상급 헌터가 좌절하는 표정은 쉽게 볼 수 없는데, 그걸 여기서 이리 쉽게 볼 줄이야.
―죽―여!
몬스터가 입을 벌리며 헌터들을 공격하려 달려들었다.
그러다 우뚝, 시간이 멈춘 듯 몬스터가 헌터들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이건 또 무슨 농간일까 싶어 탑주를 바라보자, 상상치도 못했다는 표정의 탑주가 제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 부근의 하얀 진
‘저건 분명…….’
탑주가 가슴에 생겨난 문양에 이를 바득 갈며 우리 쪽을 쳐다봤다. 정확히는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은 탑주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너, 또 뭘 한 거야.
형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탑주가 더 열을 받은 듯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분명히 이 언약은 1층에서만 적용되는 거였어! 근데 왜 이게 아직도 적용되냐고!
탑주에 말에 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1층에서만이라고 한정 지은 적 없는데.”
―뭐?
“자기 혼자 1층에서만 적용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약한 게 잘못된 거 아닌가?”
―…….
“언약은 상호 합의잖아? 네가 수락해 놓고 왜 눈을 그렇게 뜨는지 모르겠네.”
―…그래.
눈을 감았던 탑주가 이내 활기…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상관없어! 많이 죽었으니까. 착한 내가 봐줄게.
훅. 하늘에 비쳤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밖으로 나간 듯 보였다. 하늘의 조각들이 다시 분홍빛으로 바뀌었다.
―다음 층 수정이 마침 다 됐네. 바로 시작하―
“잠깐. 그 전에.”
지화연 씨가 입을 열었다.
―응?
“이 탑의 마지막 층은 몇 층이지?”
―글쎄.
“…뭐?”
―아마 내가 나설 생각이 생길 때까지 이어질걸?
그 말을 끝으로 탑주가 사라졌다. 탑주의 마지막 말에 주변이 술렁였다. 몇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각기 색이 다른 문 다섯 개가 생겨났다. 평범하디평범한 문인지라 저 문들을 열고 들어가면 각각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영 예상이 가지 않았다.
어디로 들어갈까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한쪽에선 벌써 옥신각신 말씨름 중이었다.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니죠, 한지운 헌터. 다섯 개 중에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흩어져야죠.”
“만약 흩어졌다가 힘이 부족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면 큰일입니다.”
“다 모여도 힘이 안 될 수 있으니 차라리 위험을 분산시켜야죠.”
“투표해요, 투표. 뭘 그렇게 싸워요.”
“…그러죠.”
어쩌다 보니 모두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투표수를 세는 건 나였다. …왜?
일단은 시키니까 했다. 차례대로, 상관없다가 두 명, 분산하자 여섯 명, 함께 움직이자 네 명이었다.
‘…애초에 눈 감아도 누가 손 든지 대충들 알 거 같은데 왜 눈을 감은 거지?’
일단은 분산하자로 최종 결정됐다. 문은 다섯 개이고, 남은 인원은 열세 명.
‘들어왔을 땐 스물다섯 명이었는데.’
반절이 줄었다. 개중 죽은 사람이 대략 3분의 1. 나머지는 탈락하여 나갔을 터.
“문은 다섯 개고 저희 인원이… 애매하네요. 해나 쪽이랑 붙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해나 씨 쪽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우리 쪽에도 딱히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 이야기는 쉽게 풀렸다. S급이 일곱 명으로 되어 형과 내가 한 조, 지화연 씨와 해나 씨가 한 조가 되었다.
“그럼 한지운 헌터와 한지언 헌터가 파란색 문으로 들어가시는 거로.”
그렇게 소수의 인원과 파란 문 근처로 향했다. 우리 차례가 다가와 들어가려던 찰나.
―넌 이쪽.
툭. 갑자기 나타난 탑주가 내 몸을 파란 문 옆으로 밀었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검은 입구가 생겨나며 나를 집어삼켰다. 형이 곧장 손을 뻗었지만, 입구는 단숨에 닫혔다.
온통 암흑이었다. 나는 하염없이 아래로 떨어지다 땅에 다다랐다. 여전히 암흑이었다.
“…난 왜…….”
나 홀로 다른 곳에 떨어졌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문제는 왜? 냐는 거였다.
‘…설마 또 기여도인가?’
생각을 계속하던 와중, 갑자기 공간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울리고 갈라지려던 그 순간,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암흑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암흑 너머 시야에 들어온 건…….
“이런 미친.”
하나같이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들이었다. 몬스터들이 전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쿵! 나는 공격을 맞기 전 땅을 박차 뛰어올랐다. 그러곤 몬스터의 머리를 밟아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죽이려고 작정한 건가.’
형과 한 언약이라는 게 계속 이어지면 탈락자는 계속 살아나니까, 아예 게임 도중 죽이려는 속셈인 듯했다.
‘잠만. 그렇다면…….’
폴짝. 돌담을 넘으니 폭포가 흐르는 낭떠러지였다.
“아?”
퍼엉! 물에 떨어지며 폭탄이 떨어진 듯한 굉음이 일어났다.
“…….”
형과의 언약. 그리고 떨어진 나. 이거 그냥 형이 짜증 나서 나를 이용할 셈인 것 같은데.
‘분명 형이 내기에서 지면 혼자 남긴다고 했으니까, 적어도 형을 직접 죽일 생각은 없는 거야.’
아무래도 이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낭패다.’
이번에는 휴식도 없이 바로 게임이 진행되었기에 힘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다.
나는 우선 물에서 나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몬스터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 문양 개방 상태를 유지하면 적지만 기력이 소모됐기에 나는 우선 개방을 해제했다. 옷이 전에 흘렸던 피로 얼룩진 차림새로 돌아왔다.
나는 근처 나무에 열린 과실을 따 해독제를 한 손에 든 채 과실을 먹었다. 혹시 독이 들었거든 빠르게 해독제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독은 없네.’
윤시아가 마을에서 구한 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음식에는 독이 들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모든 게 적대적인 환경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만 과실의 맛은 그냥 그랬다.
‘뭐 하는 게임이지, 이번엔.’
홀로그램 창도, 뭣도 뜨지 않았다. 그냥 자연 그대로의 세상이었다.
‘생존 게임?’
그러나 헌터들에게 생존은 쉬웠다. 그야 던전 속이 늘 생존 게임이었으니. 그러니 생존 게임은 아닐 것 같고.
‘보물찾기…는 했고.’
영, 감이 오지 않았다. 배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으니.
‘아까 몬스터 소굴로 다시 가 봐야 하나.’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넓은 곳을 다 돌아 봤자일 것 같고.
‘그리고 이 높이는, 누가 봐도 뭐가 있는 것 같으니까.’
나는 아까 떨어졌던 곳을 올려다보았다. 아득한 높이였다. 얼마나 높은지, 꼭대기는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언제 다 올라가냐.”
생각하며 나는 모았던 과일 중 한 알을 한 입 베어 물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