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3
53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은 신나게 싸웠다.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낙원이 있던 산이 무너져 내려 아래로 피신을 해야 할 정도였다. 도중에 나를 공격하려는 사람이 있었지만 해나 씨의 길드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도와 죽음은 면했다.
굉음이 멀리서 들렸다 가까이서 들리기를 반복했다. 무너진 땅 넘어 검은 연기가 거대하게 솟아오르고 붉은 액체가 유연하게 움직였다. 그 광경을 어처구니없는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자 머리 위에 파란색 표식이 뜬 에단 씨가 말을 걸어왔다.
“몸은 괜찮으세요?”
“아, 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 놀랐어요. 따로 떨어진 것도 놀랐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많이 놀― 우왁!”
갑자기 날아온 거대한 돌에, 에단 씨가 손에 쥔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에 맞은 돌이 산산이 조각나며 그 잔해가 내 머리에 튕겼다. 평범한 고통에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뱉었다.
“아.”
“우와악! 괜찮으세요?”
“네. 작은 돌이라.”
“아뇨! 혹시 모르니까 잘 살펴봐야 해요! 아직 어린데 뇌에 상처가 생기면 나중에 큰일 나요!”
“…네?”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꼭 검사받아 봐요!”
“…….”
물론 성장이 끝난 뒤에도 나이가 들며 조금씩 바뀌는 부분이야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에단 씨가 말하는 종류의 성장을 하기에는 조금 늦지 않았나 싶었다.
“아뇨, 성장도 끝났고, 딱히 맞은 데가 아프거나 한 건 아니니까―”
“학생이 성장이 끝나긴 뭐가 끝나요!”
“…….”
아무래도 큰 오해를 하는 듯 보였다.
이걸 정정해야 하나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무렵, 머리 위로 붉은색 표시를 지니고 양손에는 과일이 가득한 윤시아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엥? 한지언 헌터 스물다섯 살이에요. 학생 아닌데?”
그러며 그녀는 과일을 베어 물었다.
에단 씨가 입을 다물고 놀람과 웃음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상태로 잠시 정적이 이어지는 듯싶다가.
“네에?!”
삑사리와 함께 에단 씨가 고함을 내질렀다.
“아니, 그, 저, 학생이신 줄……. 아니, 그, 많이 동안이시네요.”
“한지언 헌터 정도면 평균이지 않나?”
윤시아의 말에 에단 씨가 점점 더 당황을 드러냈다. 표정 변화가 확확 드러나는 게 볼만했다.
“저, 그, 그러니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다간 숨도 안 쉬고 당황할 것 같아 나는 우선 에단 씨의 말을 끊어 줬다. 그러자 에단 씨가 화들짝 놀라며 다시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적으신 줄 알았어요!”
“인종에 따른 외형 차이가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 아니, 그, 전 스물네 살이에요!”
“저랑 비슷하네요.”
“감사, 아니. 죄송, 아니?”
에단 씨는 이제 혼동이 온 모양이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또다시 고민하던 와중,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세요?”
“…끝나셨나요.”
지화연 씨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와 차림새로 서 있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개운해 보였다.
“제가 졌어요.”
그 말에 나는 지화연 씨의 너머를 슬쩍 바라봤다. 도대체 어떻게 싸웠길래 나무가 거꾸로 박혀 있고 지반이 뒤틀린 건지. 둘 다 기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었다.
“해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니 곧 끝날 거예요. 한지언 헌터의 힘도 돌아올 거고.”
“메시지요?”
“아. 같은 영지끼리는 메시지가 가능해요. 보이시려나?”
지화연 씨가 홀로그램 창을 가리켰다. 슬쩍 보자 홀로그램 창이 게임 채팅과도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쉽네요. 끝까지 있고 싶었는데. 뭐,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지화연 씨의 뒤쪽으로 형이 걸어왔다. 형 역시 태풍을 맞은 듯한 차림새였다.
“언제 끝낼 겁니까.”
“곧 끝날―”
말이 끝나기도 전, 지화연 씨가 돌연 사라졌다. 뒤에 있던 윤시아도 사라지고 과일만이 떨어져 있었다.
“…끝냈나 보네.”
“몸은?”
“멀쩡은 한데, 힘이 아직 안 돌아왔……. 아, 잠만. 살짝씩 돌아오는 것 같은데.”
그러며 나는 손바닥을 펼쳐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힘이 아주 조금 돌아온 모양이었는지 별이 만들어졌다 뾱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터져 버렸다.
상태를 체크하던 와중, 각자의 눈앞에 창이 띄워졌다.
[낙원의 주인인 채 게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한 당신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질 예정! 양도 불가*]“…….”
이 보상이 왜 나한테 오는 거지.
‘역시 형이나 지화연 씨한테 죽었어야 했나.’
양도 불가라면 남에게도 못 주는 거잖아. 약한 사람한테 좋은 보상을 줘 봤자인데. 역시 괜한 수고를 들인 것 같은데.
‘그래도 뭔지 확인은 해야지.’
기왕이면 확실하게 좋은 게 좋은데. 어중간하게 강한 건 질색인지라.
나는 정산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러나, 정산은 끝도 없이 계속됐다.
“넌 아무것도 못 받았어?”
곰돌이 모양의 반짝이는 마석을 얻은 형이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아무것도 못 받은 게 아니라……. 그냥 형이 직접 봐 봐.”
형이 갸웃거리며 옆으로 다가와 나에게 뜬 창을 쳐다봤다.
“계속, 이 상태야.”
“꺼림칙한데.”
동감이었다. 정산이 끝나면 무서운 힘을 줘서 나를 보스 몬스터로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정■※잠시@$□▼]지직거리며 오류가 난 듯 창이 꺼졌다. 그 모습에 나와 형, 둘 다 벙찐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줬다 뺏냐?
‘아니, 아직 준 게 아니긴 한데.’
조금 아깝긴 했다만 차라리 안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생각해 나는 금세 보상으로부터 신경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자, 각자 다양한 아이템을 얻은 듯 보였다. 작게는 마석과 포션부터, 크게는 무기와 방어구. 의외로 후한 보상에 사람들은 웃으며 서로 자기의 보상을 자랑하기 바빴다.
“이거라도―”
형이 내게 마석을 건네던 순간, 훅, 시야가 바뀌며 하늘이 한층 더 무너진 대기장으로 돌아왔다.
“늦게 오셨네요.”
대기장에서 탈락했던 지화연 씨를 만났다. 아직까진 지화연 씨도 탑 안에 있었다. 탑주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탈락자들을 내보냈으니 그러려니 싶었다.
슬슬 탑주가 나오겠다 싶어 하늘을 쳐다보며 기다렸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수정 같은 걸 하고 있겠거니 싶어 우리는 조금 더 탑주를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탑주는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주변이 술렁거리며 몇몇 사람들이 갇힌 거냐느니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탑주를 불러 보기도 하고, 땅을 부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 와중에 나는 아직도 수정 중이겠거니 하며 기다려 보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변화는 없었다.
아니. 바뀐 게 하나 있기는 있었다.
나는 조용히, 아까부터 보고 있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살짝 무너져 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하늘이 새까맸다. 무너진 조각은 두둥실 허공을 떠다니며 이상하게 한곳으로 뭉치려 들고 있었다.
“아, 진짜 어쩌라는 거야!”
누군가 짜증이 치밀었는지 소리를 내지르며 마구잡이로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능력을 얼마나 막무가내로 사용했는지, 그중 하나가 훅, 검은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응?”
내 소리에 형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나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 멀리 나와 같이 하늘을 보고 있던 사람 역시 하늘을 보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모두가 침묵했다.
깨진 하늘 너머, 깨진 조각 사이로 검은 손가락이 살짝 보였다. 그러곤 움직임이 없는 듯싶다가, 쿵.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손가락이 스멀스멀 깨진 하늘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에 당황한 헌터들이 능력을 쏘아 봤지만 아무런 타격이 없는 듯 손가락은 계속해서 스멀스멀 안으로 들어왔다.
깨진 하늘 너머, 무언가가 가까이 다가오다 이윽고.
쿵. 거대한 위압감에 대기장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개중 위압감에 약한 헌터는 숨을 쉬기도 어려워했다.
‘저건…….’
새하얀 눈. 그것이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실제 눈알처럼 생긴 눈이 아니었다. 검은 배경에 하얀 펜으로 누군가 대충 그려 놓은 듯한 그런 눈이었다.
따각. 눈의 주인이 검은 손가락 끝에 달린 붉은 손톱으로 깨져 무너진 벽을 두드렸다. 그러곤 빙그레 눈을 접어 웃었다. 검은색 배경에 하얀 선으로 그어진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따각. 붉은 손톱이 다시 한번 벽에 닿았다. 그러자 벽이 우주처럼 뒤바뀌며 생겨난 물결이 동그랗게 일렁거렸다.
그 너머, 우주를 뒤집어쓴 듯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석과도 같은 뿔이 인상적이었다.
신비한 모습의 무언가가 발랄하게 입을 열었다.
―안녕! 다 처음 보는 얼굴이야! 당연하지만, 와아~ 안녕! 안녕!
그것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무해해 보이는 모습과 대비되게, 우리에게 오는 위압감은 심장을 강타하는 듯했다.
―응?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는 거지? 음……. 아!
그것은 무언가 깨달은 듯 제 몸 위로 로브를 만들어 냈다. 그러곤 로브 자락을 잡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곳의 주인 페트로논 제트리스 님의 대리인, 우주를 삼킨 자입니다. 여기 말로는 이렇네요! 아무튼, 잘 부탁해요! 방가방가?
공손하게 인사한 그것이 방긋 웃어 댔다. 그러다 반응 없는 우리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의아해했다.
―왜들 그런 표정들을 지으시는 건가요? 이상하다. 제트리스 님의 세상인데. 모두 웃어요! 이곳은 재미와 놀이가 넘치는 곳이니까요! 대단하죠, 제트리스 님은~
페트로논 제트리스. 아마 이 탑의 탑주의 이름인 듯 보였다. 그리고 저 하늘 너머, 저것이 탑주일 테고.
‘왜 모습이……. 아니, 당연한 건가.’
나는 시선을 다시 옮겼다. 우주를 삼킨 듯한 적의 모습이 묘하게 익숙했다.
‘탑주와 관련이 있다는 건, 아마도 그것이겠지.’
저것의 정체는 스스로 말했다시피 우주를 삼킨 자. 이 말은 은유적인 표현이고,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블랙홀이었다. 주변을 초토화시켜 삼켜 버리는 몬스터.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지만, 탑주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여러분은 정말 행운아들이에요! 제트리스 님과 미래를 건 싸움을 하시는걸요? 아아, 부러워라. 나중에는 분명 제트리스 님과 최후의 싸움을 하겠죠. 아아, 부러워, 부러워.
블랙홀이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잘못된 신을 섬기는 사람 같았다.
―부러워서 미쳐 버리겠어요. 아니, 미쳤어요. 감히 제트리스 님을 넘보다니. 아아. 아아아아.
넘본 적 없어. 줘도 안 가져.
블랙홀이 제 얼굴을 긁어내렸다. 진흙처럼 긁는 대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했다. 블랙홀은 이내 제 얼굴을 감싸며 뭐라 중얼거리더니 손가락을 벌려 그 사이로 눈을 부릅뜨고 우릴 쳐다봤다.
―역시 안 되겠어요.
블랙홀. 그것은 내가 정한 명칭이었다. 그때는 딱히 부를 명칭도 없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우주를 삼킨 자’는 너무 길잖아.
블랙홀이라 정한 이유? 그건 하나였다.
휘이익! 블랙홀이 달려들며 팔을 한 번 휘둘렀다. 블랙홀의 손에 닿은 헌터들의 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으나, 툭. 공격에 맞은 헌터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상처 위로 검은 무언가가 흐느적거리며 튀어나왔다.
저것이 그 이유였다. 단숨에 사람의 혼을 빼앗아 가는 듯한 모습에, 나는 저것을 블랙홀이라 칭했다. 거기다 모양새가 우주를 닮은 것 같기도 했으니까.
―제트리스 님의 위대함을 깨닫지 못하고! 제트리스 님에게 덤비려 하다니! 다 죽어야 해! 죽어야 마땅해! 죽어!
그렇게 길길이 날뛰던 블랙홀의 심장에서 푸욱, 우주를 닮은 액체가 묻은 검은 검이 튀어나왔다. 날의 끝에는 반짝이는 보석이 꿰뚫려 있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